-신문사 e북 서비스 등 모바일 전략

우병현 조선일보 경영기획실 마케팅전략팀장
penman@chosun.com


 킨들의 성공은 신문 업계에 그리 좋은 소식이 아니었다. 아마존이 킨들에 뉴욕타임스 등 신문과 잡지 콘텐츠 카테고리를 추가하면서 수익 배분 원칙을 7대3 비율로 제시하였고 전자잉크에 대한 준비가 전무했던 신문사들은 이 조건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미국 애플사가 2010년 1월 27일 베일에 가려진 채 무성한 소문만 양산했던 아이패드(iPad)를 공개하자 전 세계 신문업계와 출판업계가 술렁거렸다. 아이패드는 태블릿PC 유형에 속하는데, 화면 크기가 스마트폰보다 크고 노트북보다 작으며, 키보드나 마우스 없이 터치 스크린 방식으로 모든 기능을 사용할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 또 와이파이(WiFi) 또는 3G망에 접속돼 무선 인터넷을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는 점을 장점으로 내세운다.

 아이패드는 겉보기에 2001년에 처음 등장했던 태블릿PC의 애플판 버전처럼 보인다. 애플의 디자인 전통에 따라 얇고 가볍게 설계됐고 또 아이폰에서 사용하는 각종 애플리케이션들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는 점을 차별 요소로 내세우나, 내용면에서 태블릿PC의 기본 특성에서 벗어나 보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자, 통신업계뿐만 아니라 신문, 잡지, 출판 등 전통 미디어 업계가 뜨거운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종이 매체 ‘저성장에서 쇠퇴로 이동 중’

 아이패드 등장에 따른 신문과 출판업계의 움직임은 이른바 종이에 기반한 전통 매체가 처한 현실을 잘 보여 준다. FT는 최근 특집기사(‘Page is turned’)에서 출판업계의 상황을 “느린 성장에서 느린 쇠퇴로 이동 중(From slow growth to slow decline)”이라고 압축했다. 인터넷의 대중화 이후 종이 매체 이용자들이 크게 줄어들면서 출판업계는 저성장의 고통을 겪어 왔으며, 최근에는 서서히 가라앉고 있다는 것이다.

 신문업계의 어려운 사정은 출판업계보다 심각했으면 했지 결코 낫지 않다. 종이 매체의 위기는 디지털 기술 혁명에서 비롯됐다. 인터넷과 휴대폰이 지구촌에 널리 보급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종이에서 스크린으로 옮겨갔다. 이런 흐름 속에서 구글과 네이버 같은 검색엔진을 장악한 거대 사이트들이 종이 매체가 차지했던 광고시장을 앗아갔다. 2008년에 발생한 세계 금융위기는 가뜩이나 어려운 종이 매체에 결정적 한 방을 먹였다. 10년 이상 지속됐던 경기 거품이 꺼지면서 광고주들이 전통 매체에 대한 광고비를 확 줄여 버렸기 때문이다.

 사면초가에 처한 신문 업계는 2009년부터 대안을 필사적으로 찾기 시작했다. 신문 업계가 줄어든 수익을 보충할 수 있는 방안으로 애써 고안한 것은 온라인 콘텐츠의 유료화와 전자 신문(e-news) 기술이었다. 온라인 콘텐츠 유료화는 신문사들이 운영하는 뉴스 사이트를 방문하는 독자들에게 콘텐츠 이용료를 받겠다는 안이다. 뉴스코프의 루퍼트 머독이 2009년 초에 “온라인 콘텐츠를 유료화하겠다”면서 화두를 꺼낸 이후 뉴욕타임스 등 여러 매체들이 유료화를 진지하게 검토하기 시작했다. 구체적인 유료화 방안으로 개별 콘텐츠에 가격을 매기는 마이크로 페이먼트 시스템과 월이용료를 받는 정액 회원제가 검토되고 있다.

 전자 신문 서비스는 종이에 인쇄된 활자와 유사한 효과(가독성)를 스크린에서 구현한 전자잉크(e-ink) 기술에 바탕을 두고 있다. 신문업계가 전자뉴스 서비스에 관심을 갖도록 만든 곳은 아이러니하게도 세계 최대의 인터넷 서점인 아마존닷컴이다. 아마존닷컴은 2007년 전자잉크 기술을 본격적으로 채택한 전자책 단말기(e-reader)인 ‘킨들(Kindle)’을 출시해 대성공을 거뒀다. 이전까지 전자잉크 기술은 메이저 무대에서 거의 버려지다시피 한 마이너 분야였다. 

 만약 플랫폼 경쟁이 정리되면서 메가 유통 플랫폼이 등장한다면 뉴스 미디어는 또다시 콘텐츠 공급자 신세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위기를 맞은 미디어 업계가 이제 업종 내 반목과 갈등을 넘어서서 생존과 번영을 위한 협력에 나서야 할 때다.

콘텐츠 유료화와 전자신문 기술에 관심 

 킨들은 무선으로 아마존에서 전자책을 구입한 뒤, 들고 다니면서 마치 책 페이지를 넘기듯이 책을 읽을 수 있도록 설계됐다. 아마존은 킨들을 더 작고 가볍게 만들고 또 베스트셀러 등 인기 있는 전자책을 다량 확보하여 소비자에게 다가갔다. 킨들 출시 초창기 이용자들은 읽고 싶은 책을 수천 권씩 담아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읽을 수 있는 킨들의 디지털 기능을 크게 반겼다. 종이에 찍힌 활자를 읽는 느낌을 살리면서 동시에 대용량 저장 기능, 사전 기능, 원격 구매 등 디지털 장점을 독자들에게 선사했기 때문이다.

 킨들의 보급 속도는 아이팟보다 빠를 정도로 호응을 얻었다. 애플의 아이팟은 출시 후 2년 만에 40만 대가 팔렸지만, 킨들은 출시 1년 만에 50만 대를 돌파했다. 시장 조사 업체들은 킨들과 같은 미국의 전자책 단말기 시장이 2012년쯤 1500만 대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전자잉크 기술이 이처럼 각광을 받기 시작하자 소니, 반스앤노블, 삼성전자, 아이리버 등 여러 업체가 전자책 단말기 시장에 뛰어들어 경쟁이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아마존 킨들의 성공은 신문 업계에 그리 좋은 소식이 아니었다. 아마존이 킨들에 뉴욕타임스 USA투데이 등 신문과 잡지 콘텐츠 카테고리를 추가하면서 수익 배분 원칙을 7대3 비율(아마존: 신문사)로 제시하였고 신문사들은 전자잉크에 대한 준비가 전무했기 때문에 이 조건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킨들이 뜨면서 신문사들은 굴욕적 계약을 후회했으나 이미 배는 떠난 뒤였다.

 이런 상황에서 애플이 전자신문 보기 기능을 지닌 아이패드를 출시하자 신문 업계는 아마존의 독점적 지위를 견제할 수 있는 구세주를 만난 듯이 아이패드의 등장을 반겼다. 특히 종이 매체들은 아이패드가 컬러 스크린을 장착하고, 신문 지면 모양을 그대로 스크린에 구현할 수 있는 점이 검정색 텍스트 위주의 전자북 단말기보다 신문을 유료화하는 데 더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엄밀하게 말하면 아이패드의 전자신문과 킨들의 전자신문은 다른 기술에 바탕을 두고 있다. 아이패드는 컬러 구현, 양방향 기능 등에서 장점을, 킨들은 배터리 지속시간, 가독성 등에서 장점을 지니고 있다.

 신문 등 종이 매체 입장에서는 소니, 삼성전자, 아이리버 등 전자 회사들이 전자북 단말기 시장에 속속 뛰어들고 있는 점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이들 회사가 단말기 유통에 필요한 콘텐츠를 필요로 하고 있고, 몇몇 회사는 자체적으로 사이트를 구축해 콘텐츠를 공급받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또 전 세계 주요 도서관 도서를 디지털하고 있는 구글이 전자북 스토어를 준비하고 있는 점도 종이 매체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텍스토어 구축, 모바일 콘텐츠 유통 

 국내에서는 조선일보가 교보문고와 삼성전자를 단말기 파트너로 삼아 전자잉크로 제작된 콘텐츠 서비스를 이끌고 있다. 조선일보사는 국내 최초의 전자책 단말기 업체인 네오럭스의 누트에 전자뉴스를 서비스하고 있으며, 2010년 3월 19일부터 종합지, 경제지, 산업전문지 등 국내 7개 전자신문을 비롯해 잡지, 책 등 전자잉크 기반 콘텐츠 종합 유통몰(www.textore.co.kr)을 구축, 본격적으로 전자북 단말기용 서비스를 제공한다. 중앙일보는 교보문고에 전자신문을 공급하고 또 한국이퍼브사에 투자하는 등 전자잉크 콘텐츠 시장에 대비하고 있다.

 전자책 단말기와 태블릿PC의 보급에 얽힌 종이 매체의 미래는 밝지만은 않다. 디지털 혁명기를 돌이켜보면 미디어 산업과 같은 콘텐츠 생산 업체들은 늘 새로운 기술이 탄생시킨 새로운 유통 플랫폼에 제대로 대응을 못해 패배자의 길을 걸어 왔다. PC통신 시대, PC통신사들은 앞다투어 언론사 콘텐츠를 구하기 위해 언론사 문을 두드렸다. 그러다가 콘텐츠 유통파워를 확보하자, 메뉴 배치라는 무기로 언론사들을 분리 지배하려고 애썼다. 인터넷 시대가 시작되자 포털들이 언론사 뉴스를 구하기 위해 구애를 하였으나, 곧 언론사들을 분리 지배했다.

 전자북 단말기와 태블릿PC에 이용할 수 있는 콘텐츠 플랫폼은 이제 막 성장하기 시작했다. 또 플랫폼 경쟁도 치열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만약 플랫폼 경쟁이 정리되면서 메가 유통 플랫폼이 등장한다면 뉴스 미디어는 또다시 콘텐츠 공급자 신세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위기를 맞은 미디어 업계가 이제 업종 내 반목과 갈등을 넘어서서 생존과 번영을 위한 협력에 나서야 할 때다.



Posted by 박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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