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기_디카로 찍은 드라마 OBS '강력1반'

김력균 OBS 경인TV 제작국 PD

 2009년 하반기, 대학원 2학기였다. 영상제작 실습을 하는 한 학생이 캐논 5D MK II(이하 ‘5D’)로 촬영한 동영상을 들고 왔다. 놀라웠다. 망원렌즈로 촬영한 초저심도의 인물샷이나 부드럽게 확산된 그러데이션의 표현력은 필름의 질감에 못지않았다.


6mm 카메라 가격에 35mm 필름의 질감

 인터넷에 떠 있는 한 다큐멘터리 제작기를 통해 5D의 단점을 알게 되었다. 연속촬영 중 센서 과열 문제나 방대한 원본 영상의 압축을 풀어 편집하는 고충 등이었다. 하지만 드라마 현장에서는 다를 것 같았다. 첫째, 다큐멘터리와는 달리 드라마의 한 샷은 길이가 짧다. CMOS 센서가 과열로 파손되는 문제는 없을 것이었다. 둘째, 드라마는 계획된 장면만을 촬영한다. 다큐멘터리처럼 촬영원본이 넘쳐 나는 문제도 비교적 적을 것이다. 셋째, 카메라 임차료가 저렴하다. 5D 본체와 렌즈 세트, 초점 조절용 기어 박스를 다 포함해도 하루에 10만 원대였다.
 

5D에 대해 공부하면서 여러 기계적 특성들을 알게 됐다. 그 중 장점들이라고 느꼈던 것들이다.

1) ‘큰’ 영상 센서
 5D는 대각선 길이로 약 1.7인치에 이르는 CMOS 센서를 사용한다. 총 화소 수는 2,110만개인데, 1920 X 1080 사이즈의 동영상을 촬영할 때 쓰이는 화소 수는 파라마운트사의 Vista Vision 35mm 기준을 충족한다. 몇 단계 상급 기종이라고 여겨지는 ‘레드원’ 카메라보다 많은 화소를 동원하는 것이다.

2) 촘촘한 아날로그-디지털 변환 방식
 5D는 아날로그 영상신호를 디지털 신호로 변환할 때 14비트 샘플링 주파수를 쓴다. 보편화된 ENG 카메라의 경우 12비트다. 비트 수가 높다고 무조건 좋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샘플링 주파수란 과격하게 비유하자면 그림을 그릴 때 제일 가는 붓의 두께를 선택하는 것과 같다. 내 경우 좀 더 가는 붓까지 써 보고 싶었다.

3) 간편한 렌즈 교환
 5D의 렌즈 교환은 쉽다. 스틸카메라의 렌즈를 갈아 끼우듯 여러 렌즈를 샷의 분위기에 맞게 선택할 수 있다. 렌즈의 특성을 십분 발휘할 수 있다.


                     '강력1반' 제2화 '13년 후'의 사무실 회의 장면.

드디어 촬영 시작

 2010년 1월 16일 첫 세트 촬영을 시작했다. 5D의 장점을 극대화할 계획을 세웠다. 첫째, 제작시간을 단축하고 연기자들의 자연스러운 연기를 끌어내기 위해 3대의 카메라로 동시에 촬영했다. 모든 카메라의 화이트 밸런스, 조리개 수치와 감도, 셔터 속도를 통일했다. 감도는 극단적인 경우가 아니면 ISO 1600 이하로 두었다. 둘째, 조명은 가능한 한 주광의 방향을 고정하고 보조광만 조절해 설치조명에 가까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조명 세팅에 소요되는 시간을 상당히 절약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샷에 어울리는 렌즈의 규칙을 정했다. 상황설정 샷에는 광각계열 렌즈를, 인물의 연기에 몰입해야 하는 샷은 망원 계열 렌즈를 썼다.

 1월 19일 야외촬영을 진행했다. 렌즈의 표현력과 큰 영상센서의 강점을 극대화하기 위해 배경의 질감이 좋은 로케이션을 선택했다. 카메라의 다이내믹 레인지가 넓은 특성을 감안해 과감한 역광을 시도했다.

예기치 못했던 문제들

 결과적으로 얻어진 영상은 만족스러웠다. 하지만 현장에서 부딪친 문제점도 적지 않았다.

1) 초점 조절의 문제
 동영상 촬영을 할 때 5D의 초점은 일일이 수동으로 조작해야 한다. 하지만 렌즈의 초점 링이 매우 민감한 데 비해 거리를 가늠할 수 있는 표지는 없어 불편하다. 뷰파인더나 본체에 달린 LCD로 초점을 확인해야 하는데 결코 쉽지 않다. 피사체가 움직이거나 카메라를 움직이는 경우 광각렌즈가 아니면 끔찍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리허설 때 인물의 동선에 따라 초점거리를 측정해 포커스 조절용 기어박스에 각 위치를 표시한 뒤 촬영이 시작되면 초점전담 요원이 인물의 위치에 따라 초점을 맞추며 촬영했다.

2) 모니터링의 문제
 현재 5D는 촬영 영상의 실시간 다채널 모니터링을 지원하지 않는다. 영상을 실시간 모니터할 수 없기 때문에 매번 샷을 촬영한 다음 일일이 확인해야 하는 애로점이 있다. 인물의 위치가 고정된 경우에는 HDMI로 연결한 대형 화면으로 모니터링하면서 촬영했다. 
 
3) 현장 녹음의 문제

 5D에는 내장 마이크가 있다. 하지만 전문적인 음질은 아니라고 본다. 외장 마이크 연결단자가 있지만 스테레오핀잭 방식이라 신뢰할 수 없었다. 결국 별도의 6mm 카메라로 동시녹음을 받았다. 슬레이트를 쳐서 영상과 오디오의 동기를 맞출 계획이었다. 그런데 이게 예상치 못한 사고의 원인이 됐다. 뒤에 상세히 설명하겠다. 
 


1) 촬영을 위한 5D 풀세트. 중앙 하단이 초점 조절용 기어. 16-35mm, 24-70mm, 70-200mm 렌즈 세트 등 하루 장비 대여료가 10만 원대다. 2) 촬영영상의 실시간 모니터가 지원되지 않는 어려움이 있다. 3) 맨 오른쪽 카메라가 동시녹음을 기록한 Z1(6mm) 카메라. 4) 초점 조절을 위해 상의하고 있는 촬영팀. 가운데 하얀 포커스 조절용 원판에 피사체의 거리를 하나하나 표시한 다음 실제 촬영 시에는 보조요원이 조절했다.


후반 작업에서의 문제들

 60분 드라마를 위한 촬영은 이틀 만에 완료할 수 있었다. 하지만 후반 작업은 또 다른 우여곡절의 시작이었다. 방송 당일까지 꼬박 열흘 가까이 NLE와 씨름했다.

1) 고압축 파일의 압박
 5D로 기록하는 영상은 ‘H.264’ 코덱으로 압축한 MOV 파일이다. 상용화된 최고율의 압축방식이다. 맥프로 듀얼쿼드코어(8코어) 프로세서에 램이 8기가인 NLE 시스템에서도 재생할 때 커트와 커트 사이에 딜레이(영상 버퍼링 같은 것)가 생긴다. 편집 프로젝트 하나에 쓰이는 클립 수가 100여 개를 넘어가면 종종 다운되기도 한다. 심한 경우 다운된 프로젝트 파일이 영영 못 쓰게 되기도 한다. 몇 개의 프로젝트를 만들어 시퀀스별로 정리하고 오케이 클립만 선별해서 작업하면 위험을 줄일 수 있다.

2) 압축을 푸는 문제
 원본 영상을 비압축 파일로 변환한 뒤 작업하면 딜레이 현상은 생기지 않는다. 원본의 오케이 클립만으로 1차 편집을 한 뒤, 별도의 독립적인 무압축 동영상으로 변환한 뒤 작업한다. 정밀한 커팅과 실시간 색 보정 등이 가능하고 NLE 시스템에 걸리는 부하도 획기적으로 줄어든다. 저압축 파일 형식으로는 ‘Apple Pro Res’ 계열이 주로 쓰인다. 압축을 푸는데 상기 사양의 시스템에서 원본 길이의 약 6배 시간이 걸린다. 압축률에 따라 소요시간이 달라지고 색 보정의 느낌이 달라진다. 이때 주의할 점이 있다.

 첫째, 꼭 ‘Quicktime Conversion’으로 변환해 별도의 영상클립을 만들어야 한다. ‘Quicktime Movie’로 할 경우 독립된 동영상 클립이 생성되지 않는다. 
 둘째, 결과물의 화면 사이즈를 설정해야 한다. 변환한 결과물의 화면 사이즈 초기값이 640X480으로 돼 있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3) 오디오 싱크의 문제
 기존 5D의 오디오 샘플링 주파수는 44.1Khz인데 일반적인 방송표준은 48Khz다. ‘강력1반’의 경우 5D로 촬영한 영상과 6mm로 기록한 동시녹음의 동기를 맞추려고 했다. 하지만 후반작업 내내 아무리 노력해도 오디오클립과 영상클립의 싱크를 맞출 수가 없었다. 결국 파인편집을 끝낸 비압축 영상에 커트마다 일일이 6mm로 기록한 오디오를 맞춰 넣는 ‘막노동’을 해야 했다. 48Khz 샘플링을 지원하는 캐논 7D 기종은 이런 문제가 없다. 금년 3월 중에 5D의 펌웨어 버전 2.0.3이 보급되면 오디오 샘플링 주파수도 48Khz로 바뀐다고 하니 추이를 지켜봐야겠다. 

 이상 간략히 ‘강력1반’의 제작기를 정리해 봤다. 부족한 이 제작기가 5D를 활용하고 더 멀리 나가려는 동료들께 조금이나마 쓸모 있는 정보가 되길 기원한다.
 

Posted by 박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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