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악랄가츠의 리얼로그(http://www.realog.net)

 황현(닉네임 악랄가츠) 



 블로그는 무한한 소통의 가능성을 보여 주었다. 성별도, 나이도, 사는 곳도 천차만별이었지만 매일같이 찾아와 주시는 방문자들과 블로그를 통해 우정을 쌓을 수 있었다. 블로그는 그 어떤 도구보다도 쉽게 그들과 친해질 수 있게 만들어 주었다.


“가츠형, 저 오늘 입대해요! 그동안 즐거웠습니다!”
 오늘도 어김없이 블로그에 낯선 댓글이 달려 있었다. 얼굴도, 나이도, 사는 곳도 모르는 낯선 청년이 입대하는 날 새벽에 남겨 놓은 것이다. 입대하는 날 세상에서 가장 슬픈 댓글을 남기고 떠난 청년. 고맙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씁쓸하기도 하였다. 한창 하고 싶은 게 많을 나이에 군대라는 곳에 들어가서 철저하게 통제된 생활을 해야 하는 대한민국 남자들. 그들에게 군대라는 조직은 어떻게 기억될까?

작년 3월 늦은 밤까지 인터넷을 하다가 우연찮게 블로그를 개설하게 되었다. 그리고 1년이 지난 지금, ‘황현’이라는 나의 본명보다 ‘악랄가츠’라는 닉네임이 더 익숙하다. 나를 만나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가츠씨”라고 불렀고, 주위에 모르는 사람들은 내가 일본인이라고 오해하기도 했다.
덕분에 가장 자주 듣는 질문이 “왜 ‘악랄가츠’라는 닉네임을 사용하게 되었습니까?”였다. 고등학교 시절 가장 친했던 동기들과 결성한 ‘악랄패밀리’, 가장 재미있게 본 애니메이션인 베르세르크의 주인공 ‘가츠’를 합쳐서 만든 닉네임이다. 강렬한 프로필 이미지와 특이한 닉네임 덕분인지 많은 분들께서 관심을 가져 주셨고, 본의 아니게 나를 보다 쉽게 알리는 장점이 되었다.

이제는 본명보다 닉네임이 더 익숙해

 처음 블로그를 개설할 당시에만 해도 무슨 글을 써야 할지 막막했다. 전문지식이 있는 것도 아니고, 뚜렷하게 좋아하는 주제도 없었다. 그렇다 보니 찾아오는 방문자도 전무했다. 무엇보다 블로그의 매력은 많은 사람들과 보다 쉽게 소통하는 것인데 말이다.
그렇게 며칠 동안 고민을 하다 문득 군대에서 겪은 에피소드를 작성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역하고 시간이 지나자 2년간 동고동락하며 함께 고생한 전우들의 이름이 쉽게 떠오르지 않았다. 때로는 죽고 싶을 만큼 힘들었고 괴로웠지만, 그들이 있었기에 버틸 수 있었다. 더 이상 기억에서 잊혀지기 전에 그들과의 추억을 기록하기로 결심했던 것이다.
그날 오후 한 자리 숫자를 기록하던 방문자 수가 수천, 수만 배로 뛰어올랐다. 수많은 예비역들과 군에 자식을 보낸 부모님이 나의 글을 읽고, 정성 어린 댓글까지 남겨 주셨다. 내가 쓴 글이 많은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고, 공감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이 마냥 신기하고 즐거웠다.

                                 
                                         황현 씨가 운영중인 '악랄가츠의 리얼로그'

 그때부터 틈틈이 군 시절 겪은 에피소드를 블로그에 작성하기 시작했고, 점점 더 많은 분들이 블로그를 방문했다. 그간의 파워 블로그를 보면 다들 한 분야의 주제에 대해 전문적인 지식이나 정보를 방문자들에게 전달했다. 어떻게 보면 나 또한 군대라는 주제를 가지고 작성하고 있지만, 결코 전문적인 지식이나 정보를 전달하고 있다고는 볼 수 없다. 예비역이라면 누구나 경험해 보았을 그저 그렇고 그런 평범한 내용이다. 나는 그저 평범할 수도 있는 일상 중의 에피소드를 있는 사실 그대로 생생하게 전달하고자 노력했다. 한편으로는 20대 초반의 한 청년이 철저히 통제되고 우울하고 어둡게만 느껴지는 군대 이야기를 최대한 유쾌하고 발랄하게 풀어내었다. 첫사랑과의 이별, 훈련, 제설작업, 내무생활 등 그날그날 기억나는 대로 포스팅 했다.

 얼마 후 모 출판사로부터 출간 제의를 받게 되었다. 처음에는 부끄럽기도 하고, 주제넘은  짓인 것 같아 정중히 거절했다. 하지만 결국 제의를 받아들였고,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갔다. 한창 막바지 작업을 할 무렵 편집위원으로부터 추천사가 필요하니 주위에 써줄 만한 분이 없는지 물어 보았다. 아직 사회생활을 시작하지 않았기에 마땅히 떠오르는 인물이 없었다. 국방부에서 근무하는 연예 병사에게 부탁을 해 볼까? 고민하던 찰나 영화배우이자 연출가, 문화부장관을 지낸 김명곤 선생님께 부탁하기로 했다. 물론 한 번도 뵌 적이 없었다. 다만 어느 날 선생님께서 내가 쓴 부족한 글에 댓글을 달아 주셨고, 그것이 인연이 되어 그때부터 댓글을 통해 소통을 하면서 많은 격려를 받게 되었다. 선생님의 블로그에서 삶에 대해 많은 가르침을 받았고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키울 수 있었다. 그러던 중 선생님께 추천사를 부탁드리게 되었고, 원고를 보신 선생님은 흔쾌히 불후의 추천사를 써 주셨다.

                                 
                                    MBC '신나軍' 방송 촬영을 마치고 출연진과 함께.

블로그, 무한의 소통 가능성 보여줘

 이렇듯 블로그는 무한한 소통의 가능성을 보여 주었다. 성별도, 나이도, 사는 곳도 천차만별이었지만 매일같이 찾아와 주시는 방문자들과 블로그를 통해 우정을 쌓을 수 있었다. 세상을 살아가는 데 다양한 인간관계는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그런데 블로그는 그 어떤 도구보다도 쉽게 그들과 친해질 수 있게 만들어 주었다.

 하루는 MBC에서 연락이 왔다. ‘신나軍’이라는 군 관련 프로그램이 있는데, 출연을 해 달라는 요청이었다. PD와 작가가 나의 블로그 구독자였다. 또한 언론사, 정부부처, 기업에서도 연락이 왔다. 좀처럼 경험할 수 없는 많은 일들이 나에게 생겼다. 이 시기 나보다 오히려 가족들과 지인들이 더 신기해하고 놀라워했다. 허구한 날 컴퓨터 게임만 하는 줄 알고 있었으니 말이다. 덕분에 주위 사람들에게 나의 이미지를 한층 업그레이드될 수 있었다.

“어떻게 하면, 가츠님처럼 파워 블로거가 될 수 있나요?”
유명세를 타기 시작하자 블로거 분들이 노하우를 알려 달라며 질문을 하곤 했다. 하지만 지금 이 글을 작성하고 있는 순간에도 나는 스스로 파워 블로거라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단지 누구보다도 소통을 좋아하는 블로거라고 생각한다.
블로그, 혹은 웹로그라고 불리며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다들 하나씩은 자신만의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말 그대로 웹(web)상에 로그(log), 일기를 작성하는 것이다. 평소 스스로가 가지고 있는 느낌, 생각, 견해, 주장 등과 같은 것을 일기를 작성하듯이 차곡차곡 인터넷에 올리는 행위다. 여기서 다른 매체가 갖고 있지 않은 블로그만의 특징을 든다면, 가장 최신의 글부터 보여진다는 것이다. 물론 임의적으로 설정을 할 수도 있겠지만, 일반적으로 가장 최신의 글부터 방문자에게 노출된다. 그리고 블로그를 운영하는 사람을 우리는 블로거라고 한다.

 이렇듯 지극히 개인적이면서도 때에 따라서는 기존의 대형 미디어보다 훨씬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에 현 사회에서는 블로그를 ‘1인 미디어’라고 부르기도 한다. 1인 미디어의 특성상 기존의 언론 매체보다 훨씬 자유롭고 통제나 제약이 없는 글을 생산해 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대중들은 더욱 환영하고 지지한다. 여기서 많은 대중들의 관심을 받고,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블로거를 흔히 파워 블로거라고 한다.

 자신의 글이 많은 사람들로부터 공감을 얻고, 지지받는 것은 무척 매력적인 일이다. 하지만 그만큼 나 또한 많은 사람들의 글을 읽고 나의 생각을 전달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소통의 첫걸음이자 블로그의 매력이다. 블로그는 절대 일반통행만 해서는 성공할 수 없다.

일방통행만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

하루는 군 관련 기사를 읽다가 흥미로운 기사를 접했다. 국방부에서는 국방의학원 설립을 추진하고 있었고, 의료단체나 의사협회에서는 불필요하다며 반대한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현역으로 제대한 나로서는 현재 군 의료실태가 얼마나 열악한지 잘 알고 있었기에 국방의학원 설립을 찬성한다는 내용의 글을 블로그에 포스팅했다.

 만약 이글이 평소 열심히 소통하지 않고, 꾸준하게 방문해 주시는 구독자가 없을 때 작성되었다면 그저 다이어리에 나의 생각을 기록한 것뿐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평소 많은 구독자들이 꾸준하게 글을 읽어 주신 덕분에 많은 분들이 전혀 관심도 없었던 국방의학원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설립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해 주셨다.
결국 구독자들의 지지에 힘입어 당시 포털 메인에 올라갔고, 수백여 개의 댓글이 달리며 댓글 창은 하나의 토론장이 되었다. 개중에는 현직 의료 종사자들이 반대하는 이유를 상세하게 작성해 준 분도 있었다. 예전에 내가 미처 몰랐던 부분도 알게 되었고, 보다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또 한번은 군 시절 함께 근무했던 연대장님에 관한 글을 작성했다. 일개 병사에게 연대장이란? 가히 신적인 존재이다. 그의 말 한마디에 멀쩡한 산도 하루아침에 사라질 수 있다. 현역 시절 그의 존재는 나에게 너무나도 큰 산이었다. 관련 에피소드를 발행하고, 얼마 후 댓글을 확인하다 깜짝 놀랐다.

                                             육사 예비생도 입소식 취재 첫날.

현역시절 연대장, 분대장의 댓글도

 댓글 창에 그날 작성한 글의 주인공인 연대장님께서 친히 글을 남긴 것이다. 현역 시절 제대로 대화 한번 해본 적 없는 사이였다. 그저 멀찌감치 물러서서 바라만 보았을 뿐이다. 내가 블로그를 하지 않았다면, 영원히 기억 속에서만 존재하였을 텐데 오히려 더욱 굵은 인연의 끈을 만들어 주었다.
이등병 시절 처음 자대배치를 받고 한창 긴장하고 있을 때, 친형처럼 친절하게 보살펴 준 나의 첫 분대장, 비록 한 달여밖에 같이 생활하지 못했기에 자연스레 잊고 지냈다. 그런 그도 블로그를 통해 다시 반갑게 재회할 수 있었다. 처음 군대 이야기를 작성하고자 할 때 소중한 추억을 간직하기 위함이었는데 오히려 더 큰 추억을 만들어 주었다.
더욱 박차를 가해 블로그 활동을 하던 중 한 통의 전화를 받게 되었다. 전화의 출처는 국방부 육군본부였다. 순간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싶었다. 그간 군대 이야기를 작성하면서 나도 모르게 군 보안에 문제가 될 내용이 유출됐을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한껏 긴장하며 통화를 했다.

 “가츠씨, 저희 육군에서도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함께 일해 보지 않겠습니까?”
전혀 뜻밖의 내용이었다. 처음에는 정중하게 거절했지만, 몇 번의 대화를 한 후 흔쾌히 승낙했다. 사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군대라고 하면 무척 폐쇄적이고 부정적인 곳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나 또한 현역 시절 같은 생각을 했다. 하지만 군대도 엄연히 사람 사는 곳이었고 그곳만의 매력이 있다.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전우들과 매일같이 부대끼며 살아간다. 사회에서는 좀처럼 할 수 없는 경험을 함께 하며 희로애락을 공유했다. 내가 경험한 군대는 선배들이 들려준 것처럼 무섭기만 한 곳이 절대 아니었다. 웃음이 있었고, 사랑보다 진한 전우애도 있었다.

매주 군부대 취재, 국군방송에도 출연

 나는 밤낮으로 군에 간 자식을 걱정하시는 부모님과 여자 친구, 입대를 앞두고 두려워하는 청년들에게 군에 대한 인식을 좀 더 긍정적으로 보여 주고 싶었다. 물론 힘든 시기이지만 그만큼 얻는 것도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매주 한 차례씩 군부대 취재를 나가며 육군 블로그에도 글을 연재한다. 국군방송 라디오에도 출연하고 있다.
블로그를 운영한 지난 1년 동안 나의 삶은 크게 바뀌었다. 상대방을 보다 이해해 줄 수 있게 되었고, 매사에 긍정적인 사고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지금도 블로그를 운영하지 않는 주위 사람들에게 적극 개설을 권유한다. 블로그야말로 투자 대비 최고의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취미활동이 아닌가 싶다.

 나에게 블로그는 초코파이와도 같다. 중국 유학 시절 오리온 초코파이를 처음 구입하게 되었는데, 제품명이 참 와 닿았다. 한국에서는 흔히 ‘정’이라는 의미인데, 중국에서는 ‘좋은 친구’(好朋友)라는 뜻이었다. 좋은 친구와 함께 정을 나누다.
블로그로 바꿔 말하자면 ‘좋은 이웃과 함께 소통을 한다’고 해석할 수 있겠다. 모르는 사람과도 초코파이를 하나 나눠 먹으면서 금세 따뜻한 친구가 되듯이 블로그도 처음 만나는 사람과 소통을 하면서 소중한 인연이 될 수가 있다. 초코파이처럼 작은 정성에도 따뜻한 감동과 추억을 줄 수 있는 곳, 내가 앞으로 꿈꾸는 블로그다.

Posted by 박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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