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명준 한국언론진흥재단 독일통신원, 베를린자유대 언론학 박사

 디지털 진화에 힘입어 정보 민주화의 시공간이 확장되면서 정치 커뮤니케이션의 구조변동이 더욱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다. 독일에서는 최근 선거유세와 캠페인에 다양한 미디어 커뮤니케이션이 활용되면서 정치 커뮤니케이션의 또 다른 가능성이 모색되고 있다.

 웹3.0이라는 진화된 미디어 체계는 새로운 형태의 정치 참여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여기에는 복합적인 정보 요소들이 이른바 시민 지성의 이념적 지향점을 매개로 하여 맥락화될 수 있는 잠재성이 있다. 디지털 진화에 힘입어 정보 민주화의 시공간이 확장되면서 정치 커뮤니케이션의 구조변동이 더욱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이 오늘의 미디어 현실이다.

 이것은 무엇보다 물질적 이해관계가 반영되는 이데올로기의 형태에도 영향을 끼치는 이데올로기 생산도구가 될지 모른다. 독일에서는 최근 들어 선거유세와 캠페인에 다양한 미디어커뮤니케이션이 활용되면서 정치 커뮤니케이션의 또 다른 가능성이 모색되고 있다.

 지난 몇 년간 독일 정당을 비롯한 정치권은 다양한 미디어 테크놀로지를 이용해 시민과의 정치커뮤니케이션 능력을 향상시키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예컨대 각종 선거가 한꺼번에 몰려 있던 지난해 독일의 각 정당은 멀티미디어를 선거전에서 매우 중요한 기능을 담당하는 현대 민주주의 발전을 위한 사회적 수단으로 인식했다.

 선거전에 멀티미디어가 중요 기능 담당

 주의회 선거, 지방자치단체 선거, 유럽의회 선거, 그리고 연방 총선 등 선거의 해라 불러도 손색이 없던 지난해 초반부터 독일 정치인들은 페이스북, 트위터, 슈투디파우체트(StudiVZ· 독일판 아이러브스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양상이었다.

 정당들의 경우 대부분 지난해 선거를 대비해 구체적인 선거전략이 수립되기 이전인 2008년 말부터 뉴스레터, 각종 정치 콘텐츠 다운로드 서비스 등 기본적인 온라인 정보 제공을 시작했다. 사민당, 녹색당, 좌파당, 자민당 등 주요 정당들은 모두 시민유권자들이 직접 선거홍보 플래카드의 위치를 지정하는 온라인 캠페인을 실시해 지지층과의 결속력을 과시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밖에 군소 정당들도 웹사이트를 개편하고 검색 엔진 마케팅을 시작하는 등 온라인 정치홍보 전략들을 내놨다.

 온라인 선거전에서 상대적으로 앞선 행보를 보인 정당은 사민당이다. 사민당은 지난해 1월 들어 곧바로 정당 웹사이트를 선거 사이트 체제로 개편했고, 이어 2월 말쯤 보수우파인 집권 기민당이 웹사이트를 리런치했다. 녹색당은 당이 중점을 두고 있는 유럽의회 선거를 두 달 앞둔 시점에 새로운 플랫폼을 개설했다. 자민당은 다소 늦은 시점인 연방 총선을 앞둔 8월 들어 정당 웹사이트를 전격 개편해 총선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헤센 주의회 선거후보였던 토르스텐 셰퍼궘벨(사민당)은 가장 먼저 소셜 네트워크를 시도한 정치인인데, 유투브에 동영상 메시지를 올려 유권자의 커뮤니케이션 활로를 모색했다.

 셰퍼궘벨 후보는 네티즌 유권자들로부터 질문이 담긴 메일 1,000여 건을 받았고 이에 대한 답변을 동영상으로 제작해 게시했다. 이 동영상은 의도적으로 연출하지 않고 아마추어리즘이 드러나게 하는 방식으로 셰퍼궘벨 후보의 신뢰성이 강조되는 효과를 낸 것으로 평가된다.


연방정치교육원이 제공하는 웹툴.
막강 선거홍보 수단, 동영상 포털

 유튜브와 같은 동영상 포털은 당연 막강한 선거홍보 수단이었는데, 각 정당 선거대책본부들은 막대한 비용을 투자해 온라인 동영상 클럽을 제작했다. 여기에는 네거티브 전략이 대세를 이뤘다. 특히 선거 동영상 콘텐츠는 영상언어의 측면이 강조되면서 정치 커뮤니케이션의 단순화 현상을 유발한 것으로 보인다. 복합적 정치경제 사안에 대한 합리적인 논쟁보다는 영상 언어에 의존해 단순화되는 양상이다.

 각 정당은 모두 자체 유튜브 채널을 마련하고 온라인 선거 콘텐츠를 제작해 배포했다. 사민당은 최저임금제 도입을 주장한 애니메이션을, 녹색당은 100만 일자리 창출 방안을 담은 콘텐츠를 제공했다. 좌파당은 선거후보들의 동영상 선거연설과 연방의회에서의 비판적인 연설 장면을 교차 편집한 영상 콘텐츠를 선보여 방송 저널리즘에 입각한 고품격 콘텐츠로 네티즌 유권자에게 호소했다. 자민당은 아마추어 정치연극을 담은 영상 콘텐츠로 젊은 층의 도전의식을 자극한 것으로 평가된다. 기민당은 아예 인터넷  TV인 기민당 TV를 개설했다. 여기에서는 지난해 독일 세빗 전자박람회에 참석했던 전직 영화배우 출신 미국 캘리포니아 주지사인 아널드 슈워제네거의 메르켈 기민당 후보 찬조 지원연설 장면을 내보냈다. 이러한 각 정당의 선거홍보 콘텐츠 이용 횟수는 각각 5만 이상에 달했다.


2009년 독일 연방총선 주요 정당 선거 웹사이트.

 분석 툴과 포털을 이용한 선거정보 제공
 
  신문과 방송, SNS가 공동기획으로 연방총선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했다. 고급 시사주간신문 디 차이트(DIE ZEIT)와 제 2공영방송 체트데에프(ZDF), SNS인 마인파우체트(meinVZ)는 '먼저 묻고, 투표합시다'라는 총선 기획에서 유권자들의 질의를 받고 관련 정치인의 답변을 전달하는 선거방송을 인터넷과 TV로 내보냈다. 동영상 플랫폼인 My-Video도 주요 정치인들을 초대해 시민과의 대화 공간을 마련했으며 채팅을 통해 네티즌 유권자의 참여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동영상 스트리밍으로 내보냈다. 지난 2005년 연방총선과 마찬가지로 지난해에도 트위터를 활용하는 정치인들이 많았다. 그러나 트위터는 정치 이데올로기 논쟁보다는 정당의 선거 콘텐츠를 홍보하고 선거행사와 일정을 전달하는 기능에 더 적합했다.

 이 밖에 다양한 분석틀과 포털 등에서도 선거 정보가 제공됐는데, wahl.de, wahlradar, wahl im web monitor 등이 어느 정당과 정치인이 어떤 온라인 공간에서 주로 활동하는지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했다. 연방정치교육원은 정당들의 강령과 이데올로기 테제, 입장을 비교해 보고 자신의 정치사회적 취향과 가까운 정당 및 정치인을 소개해 주는 웹툴 서비스를 제공했다. 총 670만 이용 횟수를 보인 이 웹툴 서비스는 젊은 유권자의 정치인 선택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선거기간을 전후해 다양한 직업과 연령으로 구성된 6명의 남녀 유권자가 아예 아파트 한 채를 빌려 함꼐 거주하면서 주요 정치인을 초대하거나 찾아가 편하게 대화하고 토론하는 실험적인 인터넷 홍보캠페인(wechsel-waehler.de)도 젊은 유권자의 관심을 끌었다.

 현대 사회에서 선거 캠페인을 위해 뉴미디어 테크놀로지를 활용하는 것은 정당들에게는 사실 큰 도전이다. 온라인 선거로 전환하는 것은 기존 아날로그 선거방식이 아닌 디지털 세계의 커뮤니케이션 메커니즘으로 전환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군소정당은 물론 거대 정당들도 이제 페이스북과 마인파우체트 등 네티즌 유저들의 개인 취향을 파악하고 이에 적절히 반응해야 한다. 일방적인 정치 PR에서 개인과 상호작용하는 직접 커뮤니케이션으로 이전되는 현상이 관찰되지만, 선거 시기에 정당들이 보여 주는 디지털 온라인 변화에도 불구하고 트위터에서조차 권위적 리더 중심의 통다운(Top-down) 방식이나 원투매니(One-to-Many) 커뮤니케이션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총선에서 거대 정당들이 PR에이전시로부터 도움을 받은 거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현대사회에서 선거 캠페인을 위해 뉴미디어 테크놀로지를 활용하는 것은 정당들에게는 사실 큰 도전이다. 온라인 선거로 전환하는 것은 기존 아날로그 선거방식이 아닌 디지털 세계의 커뮤니케이션 매커니즘으로 전환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온라인 서비스는 아직 충분치 못해

 아울러 디지털 사회변동에 대해 다소 보수적인 성향을 보이는 독일 국민이 온라인 정치 참여 공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까지는 좀 더 시간이 지나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물론 공영방송이 매년 조사하고 있는 바에 따르면 지난해 온라인 유저의62%가 동영상 포털을 이용하고 인터넷 TV시청은 51%를 나타낸다. 전년 대비 모두 증가세다. 인터넷 이용자 비율도 67.1%로 늘어났다. 그럼에도 최근 베를린 학습원에서 나온 시민 정치참여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정당 및 시민단체, 그 어느 곳도 시민에게 충분한 온라인 정치 커뮤니케이션 기회를 제공하고 있지는 않다는 부정적인 평가도 나온다. 선거기간 외에 정치 일상에서 정당들의 온라인 활동이 부실하다는 지적인데, 이에 따라 시민의 온라인 정치 참여도 더딘 발전을 보인다는 진단이다.

 지난해 독일 각종 선거에서 온라인 선거는 더욱 전문화된 양상을 보였다. 그러나 이와 달리 이것은 아직 선거결과에 결정적인 요소는 아니다. 다만 트위터, 동영상 포털 등 내적·외적 네트워크가 정당과 정치인들에게 점차 중요하게 인식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한편으로는 웹2.0이 고전 미디어의 정치 커뮤니케이션 기능을 앞서게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런 맥락에서 향후 정치권이 웹 2.0이라는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수단을 어떻게 활용하게 될지 관심이 되고 있다.

 SNS, 트위터, 동영상 포털을 제외하고는 시민으로부터 정치적 신뢰를 얻는 것은 더욱 어려워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 온라인 인터넷은 이제 전근대를 마감하고 웹3.0의 시대에 접어들고 있다. 현대 사회가 생산해 내는 대량의 데이터를 '의미'에 따라 맥락화하고, 나아가 개인의 취향에 따라 정보소비가 이루어지는 미디어 현실이 도래하고 있다. 이것은 정치 커뮤니케이션 분야에 대한 거대한 도전이다.
Posted by 박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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