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기_송골매의 사랑
김연수 문화일보 사진부 기자

 주말마다 새를 보러 다닌 지가 어느덧 25년이 넘었다. 단순한 취재가 아닌 내 생활의 일부가 되다보니 이젠 새전문가로 불리게 되어 스스로 당혹감을 느낄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또 새야' '사람도 살기 힘든데'

 지면에 이따금 등장하는 새 사진을 놓고 일부 비판의 의견도 있다. 그러나 보니 매주 새롭게 새 사진을 찍지만, 지면에 등장하는 경우는 아주 제한적이다.

 아마추어 조류사진가들이 늘다 보니 좀 색다른 새가 등장하면, 그들의 서식지가 초토화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생태계의 신비와 자연환경의 중요성을 알린다는 취지가 역효과를 불러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보니 나 스스로 자기 검열을 하게 되고, 지상에 공개하는 것이 최선을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시속 340km로 내리꽂히는 모습 환상적

 우리나라에서 관찰되는 540조잉 넘는 조류 중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새가 바로 매다. 새 중에서 가장 빠른 시속 340km의 속도로 하늘에서 내리꽂히는 모습은 환상적이다. 날카로운 발톱과 부리, 그리고 카리스마가 넘치는 눈빛은 조류의 최강자가 갖출 요소들을 다 지녔다. 녀석들은 특히 카메라의 망원렌즈와 광각렌즈의 기능을 한 눈에 갖춰, 아무 멀리서 먹잇감을 추적, 빠른속도로 날아와 낚아챈다.

 매는 생태계의 상위 포식자로 생태계의 건전성을 측정하는 지표로 삼는다. 매가 서식하려면 멋잇감인 다양한 조류들이 많이 분포해야 한다. 따라서 매가 서식하는 곳은 생태계의 먹이사슬이 잘 갖춰진 건강한 자연으로 볼 수 있다.
 
 매는 전 세계에 폭 넓게 분포하지만 예로부터 그 숫자는 많지 않았다. 극지방으로 갈수록 몸집이 크고, 적도에 가까울수록 덩치가 작다.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매는 사계절 분포하는 송골매와 겨울에 내려오는 바다매로 세분할 수 있다. 특히 함경도에서 일부 번식하고 겨울철에 내려오는 바다매는 해동청으로 불리며 한반도의 명물이었다. 해동청은 자신보다 몸집이 서너 배나 큰 고니를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매의 또 다른 면모는 바로 매사냥이다. 매사냥은 맹금류를 이용하여 새나 작은 짐승을 잡는 사냥술로 총기류가 등장하기 전까지는 인류의 보편적인 사냥술이었다. 고대 아시리아에서 시작되었다는 매사냥은 특히 우리민족의 문화와 오랜 역사를 같이 했다.

 기록에 남아있는 것을 기준으로해도 고구려 삼실총, 장천1호분, 안악1호분 등에서 매사냥 벽화가 나오고 일본 역사서 서기에는 백제로부터 매사냥 문화가 유입된 것으로 기록돼 있다. 고려시대는 말할 것도 없고 조선조에도 역대 임금과 중기 이후에는 서민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유행한 전통문화였다.

 그러나 오늘날 매사냥 문화를 접하기란 쉽지 않다. 자연환경이 악화되고 생태계의 균형이 깨지다보니 무엇보다도 매가 귀한 존재가 되었다. 매사냥에 이용되는 매나 참매는 문화재청 지정 천연기념물과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보호동물로 지정돼, 이들을 죽이거나 포획하면 5년 이하의 징역형이나, 3,000만 원이하의 벌금을 내야 한다. 이 법류은 조만간 7년 이하의 징역형이나 5,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으로 강화될 예정이다.



 이러한 매와 매사냥 문화를 엮은 한 권의 책을 내고 싶어서 20년이 넘게 이들을 추적해왔다. 몇 년 전까지 참매의 모든 생태를 기록했고 매는 지금까지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매의 생태를 기록하는데 가장 큰 숙제는 매의 희소성과 그들이 서식하는 장소가 난공불락의 가파른 절벽이란 점이다. 인간이 접근할 수 없는 요새에서 번식하는 것이 어쩌면 다행이란 생각도 들었다. 그들이 적게나마 아직도 존재하는 것은 비록 생태환경은 악화됐지만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았기 때문이란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사람의 접근이 쉽지 않은 곳에서 사진을 찍기란 더욱 어려웠다. 그럭저럭 망원렌즈로 멀리서나마 기록용으로 촬영한 사진들을 축적해 놓았지만 마음에 드는 것이 없어다. 몇 년째 실패를 거듭하다가 올해는 매의 짝짓기 모습을 가깝게 목격하는 행운을 얻었다. 부산이 영도구 태종대의 절벽에서 해마다 번식하는 매는 태종대를 즐겨 찾는 사람은 다 아는 부산의 명물이다. 녀석들은 전망대 주위를 하루에 두세 차례 비행하며 관광객을 맞이한다. 부산의 조류 사진가들도 이 시즌에는 모든 일을 제쳐놓고 이들을 담느라고 온종일 전망대에서 보초를 설 정도이며, 3월초 이 보초대열에 나도 합류했다. 지역 사진가들은 몇 년째 이들의 짝짓기 장면을 추적해 왔다. 그러나 사람이 접근할 수 없는 먼 곳에서 사랑을 속삭이는 탓에 그저 발만 동동 굴러야 했다. 600mm 망원렌즈에 2배 컨버터를 사용해도 좁쌀만큰 작게 보이는 거리이기 때문이다.

 나는 그나마 이 장면을 기록하려고 아침부터 기다렸다. 오전 11시쯤 관광객들이 밀려오는데 전망대 옆 소나무에 송골매 암컷이 날아왔다. 녀석이 앉아있는 소나무는 전망대와의 거리가 불과 30m정도 밖에 떨어져 있지 않았다. 관광객들의 시끄러운 소리에 녀석이 날아갈까 노심초사했지만, 녀석은 천연덕 스럽게 깃 단장을 하는 여유를 보였다. 30여분이 지났을까? 수컷이 선심용 먹이를 전달하고 우리가 바라보는 전망대 옆 소나무에서 녀석들의 사랑은 이루어졌다.



 10여 초 송골매의 사랑 장면 가장 짜릿

 송골매의 사랑 나눔은 10여 초를 넘지 않았다. 그러나 나에게는 매를 기록하면서 겪은 가장 짜릿한 순간이었따. 더불어 엄청난 횡재였다. 부산의 사진기자들은 자신들은 매일 출근하면서도 보지 못한 장면을 가장 가깝게 기록한 대박이라며 격려와 질투를 동시에 쏟아냈다. 나 자신도 기분 좋아 이들과 횟집으로 직행했다.

 사실 운이라는 것도 그만큼 노력하는 사람에게 따라온다. 매와 매사냥 문화의 기록집 출간에 더욱 박차하라는 송골매의 선물이라고 생각한다.

 후배기자들에게 생태사진의 물고를 터주려고 이달의 사진상에 응모를 꺼려오다 모처럼만에 응모했다. 매에 바친 그동안 열정이 안쓰러웠는지 '송골매의 사랑'은 자연 부문 최우수상으로 선정됐다. 선정해준 동료기자들에게 감사하며, 조만간 이들의 풀스토리를 완성해 그 성원에 보답하겠다.


Posted by 박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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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상원 2010.09.09 10:5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바다매 와 송골매 차이점 이 뭐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