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IPTV 2010 참관기
정경미 한국콘텐츠진흥원 수출지원팀장

세계적인 경기 불황에도 불구하고 방송영상물 마켓은 여전히 호황을 누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방송영상물에 대한 투자 여력이 줄어드는 것과 반비례하여 투자를 유치하기 위한 활동은 더욱 활발해지는데다, 영상물을 필요로 하는 새로운 매체들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도 MIPTV에는 전세계에서 1만 2,000여명 가까운 방송영상 전문가들이 모여 미디어 산업의 미래에 대한 열띤 토론과 함께 활발한 비즈니스 미팅을 이어 나갔다.

 107개국 4,000개 회사 유치, 세계 최대 견본시

 세계 각지에 지역적 특성을 반영하는 방송영상물 마켓들이 즐비한 가운데, 47회를 맞는 MIPTV는 올해도 전세계 107개 국가에서 4,000개 가까운 회사를 유치함으로써 세계 최대의 방송영상물 마켓이라는 명성을 증명해보였다. 매년 봄(MIPTV), 가을(MIPCOM) 두 차례 프랑스의 휴양지 칸느에서 개최되는 이 행사는 방송영상물을 거래하는 사람들과 산업 동향을 파악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필수적으로 참가해야 하는 마켓으로 인식되어 있다.

 봄에 열리는 MIPTV는 다큐멘터리 전문 스크리닝 마켓인 MIPDOC을 자매행사로 개최하는데, 전세계에서 모인 400여 명의 바이어가 독서실처럼 생긴 칸막이 안에서 이틀 내내 세계 각국에서 제출한 1,400개의 프로그램을 검토한다. 이에 따라 MIPTV에는 다큐멘터리 전문 바이어나 편성자들과 만나고 싶어하는 다큐멘터리 제작자들이 많이 참가한다. MIPCOM은 어린이 프로그램 전문 스크리닝 마켓인 MIP Junior를 이틀간 개최하는데, 애니메이션을 포함한 어린이 프로그램 전문 바이어들이 대거 참석하기 때문에 각 국가에서 관심을 끌기 위한 애니메이션 관련행사를 많이 개최하는 편이다.


한국관을 찾은 참가자들.
 한국공동관 참가자는 증가 추세

 한국에서는 200여 명의 전문가들이 MIPTV 2010에 참가하엿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마련한 한국공동관에서는 61개사가 참여하여 드라마, 애니메이션, 다큐멘터리, 포맷 등의 프로그램 수출 상담을 활발히 진행하였다. KBS는 행사장 전면에 '거상 김만덕'의 대형 배너를 걸고 한국 드라마의 위상을 자랑하였고, MBC의 '동이', SBS의 '검사 프린세스' 등 다양한 한국드라마에 대한 문의가 행사 기간 내내 끊이지 않았다.

 또한 최근 다큐멘터리에 대한 국내 투자가 활발해짐에 따라 '아마존의 눈물(MBC)', '한반도의 매머드(EBS)' 등 우수한 다큐멘터리에 대한 관심도 높아 유럽, 남미, 러시아 등의 바이어들이 헤당 프로그램에 대한 적극적 구매의사를 밝혔다. 다큐멘터리는 '문화적 할인'이 낮은 장르로서, 아시아지역에 국한된 '드라마 한류'를 유럽 및 미주지역으로 확산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으므로 지속적인 투자를 통한 좋은 콘텐츠의 확보가 절실한 상황이다.

MIPTV는 업계 주도적인 마켓으로서의 위치를 유지하기 위해 새로운 트렌드를 반영하는 행사를 준비하는 것으로 유명한데, 올해는 포맷 산업에 대한 관련 업계의 관심에 부응하여 MIP Format이라는 부대행사를 별도로 준비하였다.

 포맷 (Format)거래는 주로 교양 오락물 등의 장르에서 프로그램 형식만 추출하여 판매하고, 구입한 국가에서 그 형식에 따라 자체 제작물을 만드는 방식으로 '아메리칸 아이돌', '1:100', '프로젝트 런웨이' 등이 대표적인 포맷 프로그램이다. 완성된 프로그램이 아니라 프로그램 형식을 판매함으로써 다른 문화권에서도 프로그램과 아이디어의 수출이 가능한 새로운 산업분야이다. 아시아에서 한류로 붐을 일으킨 바 있으나 아직 미주, 유럽 등 서구국가에 진출하지 못하고 있는 한국의 방송사 및 제작사들이 관심을 가지고 육성해야할 중요한 분야라고 할 수 있다.

 포맷관련 거래액 급증, 최대 수출국은 영국

 최근 포맷관련 거래액이 급증하는 가운데 포맷관련 거래액은 2002-2004년까지 64억에서 2006-2008년 사이 93억으로 급증하였다. 현재 최대 수출국은 영국이며, 이어서 미국, 네덜란드가 그 뒤를 잇고 있다. MIPTV가 마련한 MIP Format 행사에는 관련 산업에 대한 관심을 반영하듯 주최측의 예상을 두배 가까이 뛰어 넘는 650명의 관련 전문가가 모여 포맷의 미래에 관한 논의와 더불어 새로운 프로그램 포맷 피칭을 지켜보았다. 전 세계 180개 제안서 중에서 선발된 10개 포맷을 투자를 받기 위한 공개 피칭을 진행하였는데, 모든 프로그램이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이용하여 시청자와 상호 작용하고 그 내용을 프로그램에 반영하도록 설계되었다는 점이 특징이었다.

 한국 프로그램도 3개 작품이 제출되었으나 최종 예선에서 모두 탈락하였는데, 프로그램의 논리 전개 방식이나 프리젠테이션 방법이 상당이 다르므로 해외 피칭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준비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기존에 국내에서 성공한 프로그램의 포맷화를 위한 노력과 더불어 해외 제작사와 협력하여 신규 포맷의 개발에 공동으로 참여하고 글로벌 문화코드를 이해하려는 적극적인 행보가 요구된다.

 뉴미디어 분야의 콘텐츠 개발을 위해 5년째 개최되고 있는 Content360도 주목해야할 부대행사이다. 차세대 크로스 미디어를 위한 혁신적인 프로그램을 소개하는 이 행사는 전 세계에서 600여 개의 아이디어가 경합하여 최종적으로 24개 콘텐츠가 5개 분야의 상을 놓고 공개 피칭을 벌이게 되는 데 다양한 미디어를 활용하는 참신한 아이디어들이 많이 제출된다. 올해는 특히 모바일폰과 증강현실을 활용한 콘텐츠가 특별히 많아, 실험적 아이디어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가 어디인지 보여주었다.

 영화 아바타의 성공 이후, 3D 프로그램 개발에도 가속이 붙은 듯 하다. 최근 몇 년간 꾸준히 출품된 3D 애니메이션과 함께 올해는 뉴스 프로그램, 스포츠 경기, 성인물 등 다양한 3D 콘텐츠가 소개되었다. 미국 소비자가전협회가 2013년까지 전체 수상기의 25%에서 3D를 시청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낙관적인 예측을 하고 있는 가운데, 각 국에서는 3D 콘텐츠의 제작 및 지원을 확대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히 싱가포르는 MIPTV와의 인터뷰를 통해 700만 달러의 3D 개발 펀드를 조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MIPTV
 크로스미디어를 위한 혁신적 프로그램 소개하는 Contene360

그간 유럽국가에서 주로 진행되던 공동제작은 경기후퇴의 여파로 제작비 조달이 어려워지면서 전 세계로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공동제작의 파트너 국가는 이전에는 유럽, 미국 등이었으나 최근 아시아, 중동지역으로 급속히 이동하고 있다. 많은 나라에서 공동제작을 유치하기 위한 행사를 적극적으로 개최하고 있으며, 공동제작을 지원하기 위한 기금의 마련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올해 MIPTV 컨퍼런스에서는 국제공동제작워크숍 트랙을 마련하여 일본, 중국, 말레이시아, 브라질, 싱가포르에서 각각 자국의 공동제작 환경을 소개하고 해외 공동제작 유치를 홍보하는 행사를 가졌다. 특히 싱가포르의 경우 정보통신예술부 장관대행이 참가하여 싱가포르의 3D 및 공동제작 지원사업을 홍보하기 위한 대대적인 후원행사를 개최하였다.

 정규 컨퍼런스 외에도 캐나다 공동관에서는 캐나다 제작자들을 소개하기 위한 별도의 조찬을 개최하였고, 중동의 걸프재단은 '공동제작 챌린지' 행사를 개최하여 공동제작 작품에 대한 제작비 지원을 발표하는 등 국가간 협업모델을 정착시키기 위한 다양한 행사들이 열렸다.

 영상물 마켓에서 일어나는 비즈니스 활동의 대부분은 여전히 완성품 프로그램 거래이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방송영상물 관련 비즈니스 모델은 급격한 속도로 다양화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경향은 다자간 협업 모델 구축이다. 투자유치를 위한 개별 기업단위의 피칭이나 국가간 공동제작을 위한 협정 체결 등의 활동이 여기에 해당된다. 국제공동제작같은 협업 모델은 경제적으로는 개별 기업이 부담해야 할 투자 부담을 줄여주고, 제작에 참가한 국가에 대한 배급 통로를 확보하게 해주는 한편, 문화적 다양성을 프로그램에 반영할 수 있어 방송영상물 시장의 새로운 경향으로 완전히 자리잡았다. 특히 아시아 지역 -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중국 등의 프로듀서를 중심으로 한 다자간 공동제작 논의가 부쩍 활발해지며 협업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국가 간 공동제작 전 세계로 확산

 마켓에 참가하는 사람들도 다양해지고 있다. 공동제작이나 포맷 개발 등의 비즈니스 모델이 시장에 등장하면서 시장 참가자의 범위가 수출 전문가로부터 제작전문가로 넓혀지고 있다. 대형 방송사는 대부분 공동제작을 위한 부서를 별도로 두고 있으며 적극적으로 시장에 참가하여 좋은 기획안을 발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주목할 사항은 시장의 다변화이다. 올해 MIPTV 참가자 경향을 보면 그간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던 아시아 지역 참가자들이 주춤한 사이 러시아, 남미, 중동지역 바이어가 대거 참가하여 이들 신흥시장이 새로운 구매 세력으로 부상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들 신흥시장 바이어들의 특징은 단순 프로그램 구매보다는 포맷의 구매와 공동제작에 관심을 보인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의 상황을 보면 아시아 지역에서 드라마로 한류 붐을 일으켰으나 최근 2~3년간 수출 증가세가 둔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일찍이 유럽 및 미주지역 회사들과의 다양한 공동제작 경험을 축적한 애니메이션 분야와는 달리 다큐멘터리나 드라마 등 방송분야에서는 아직 완성품 판매에 치중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류의 영속성을 확보하고 콘텐츠 분야에서의 주도적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우리도 다른 나라와의 협업에 좀 더 지속적일 필요가 있다. 포맷 등의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의 개발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런 공동제작이나 포맷 개발 등은 수출전문가를 넘어 제작자 그룹의 대응이 필요한 분야이다. 우리나라 제작자들이 좀 더 방송 영상물 마켓에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참가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협소한 국내 시장의 한계를 넘어 세계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글로벌 콘텐츠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의지를 가진 제작사와 적절한 정부의 지원정책이 합해지면 세계 5대 문화강국이라는 목표가 멀지 않을 것으로 믿는다.
Posted by 박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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