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둔필승총(鈍筆勝聰) (http://isblog.joins.com/jk7111)
 김진경 일간스포츠 사진팀장


 사진을 위주로 한 에피소드를 소개하거나 좀 눈길을 끄는 사진들을 올린 것이 주효했는지 1년  만에 500만 방문자를 돌파해 현재 640만에 이르게 됐다. 더더욱 기분 좋은 것은 많은 파워블로거 이웃들이 생긴 것이다. 탄력이 붙자 취재를 마친 후 피곤한 상태였지만 '1일 1포스팅'에 매달렸다.

 수많은 블로거 중 상위 2~5%에 해당하는, 영향력 있는 블로거들을 '파워블로거'라 일컫는데 아직도 초보 티를 벗지 못한 필자에게 파워블로거라며 원고청탁이 들어올 때마다 적지 않게 당황한다. 블로거들에게 '소통'이라는 단어가 방문자 수와 댓글을 뜻한다면, 필자 역시 빠지진 않겠다 싶어 응했으나 트위터, 오픈캐스트가 뭔지 심지어 RSS라는 단어도 아직 생경한 필자에게 특강이나 원고 요청이 끊이지 않으니 내심 뿌듯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부담스러운 것이 현실이다. 필자가 파워블로거로 절반의 성공을 거두었다면 그 비결을 포지셔닝 때문이다. 쉽게 말해 트래픽에 중점을 둔, 독자들의 호기심을 충족시켜 주는 '참을 수 없는 가벼움'에 있다고 본다.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베이징올림픽 취재를 마치고 왔을 때 데스크가 회의석상에서 던진 화두가 블로그였다. 회사 권유도 있고 개인의 미래를 위해서도 도움이 되니 팀블로그라도 하자는 제안이었다. "아니, 일하기도 바쁜데 뭔 블로그냐? 일단 신문부터 경쟁력있게 만들자"고 반발했으나 이미 오래전부터 당부한 터라 각 개인이 월 2회 포스팅을 조건으로 내달고 난생 처음 블로그라는 세계에 발을 들여놓았다.

 후배들의 도움을 받아 간신히 스킨을 꾸미고 본격 가동했는데 초기 반응도 시원치 않아 슬슬 재미를 잃어가고 있을 지음 소위 '폭탄'이라는 걸 경험하게 됐다. 회사 홈페이지와 다음 메인에 소개되며 트래픽이 급증한 것이다. 초기에는 올림픽 때 취재한 사진 중에서 흥미나 눈요깃거리 사진들을 재구성해 소개하는 방식으로 운영했는데 그중 하나가 걸려들었다. 혹시 독자들이 기억할지 모르겠지만 베이징 치어걸의 훈련 모습을 소개하는 포스팅이었다. 데스크가 반색을 하며 "너, 그랜드슬램 달성한 국내 유일한 신문사 사진기자라던데 과거 경험들을 잘 되살려 소개해 봐라"고 권유했다. '아, 그랜드 슬램.' 골프나 테니스에서 한 해에 4개 메이저대회를 석권했을 때 붙이는 용어인 그랜드슬램은 스포츠 사진기자들에게는(대륙별로 다르지만 아시아권에서는) 아시안게임(1994년 히로시마), 월드컵(2002년), 겨울올림픽(2006 토리노), 여름올림픽(2008년 베이징) 이렇게 4개의 종합대회를 EP카드(사진 취재 카드)를 갖고 취재했을 때 붙인다.


필자 블로그 화면 캡처.

 1년만에 500만 방문자 돌파

 어떻게 보면 스포츠 사진기자로서는 최고, 최대의 스포츠 축제 현장에 모두 갔다는 자랑스러운 칭호인 것이다. 그런데 마지막으로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다녀온 후 국내 신문사에 단 하 명밖에 없는 그랜드슬램이라는 칭호를 달게 되는 영광을 안았다. (통신사에도 한 명 있다).

 어쨋든 1일 평균 100여 명 남짓하던 블로그에 1만여 명의 방문자가 폭주하며 불이 붙자 묘한 매력의 세계로 빠져들었다. 지금은 사라진 제도지만 다음뷰(Daum view)에서 주는 특종을 7회나 수상하며 팀블로그에서 독립하게 됐다.

 이차피 필력이 달려 글로 풀어 나가는 건 한계가 있고 사진을 위주로 한 에피소드(글보다 더 파괴력이 큰 것 같다)를 소개하거나 좀 눈길을 끄는 사진들을 올린 것이 주효했는지 1년 만에 50만 방문자를 돌파해 현재 640만에 이르게 됐다. 더더욱 기분 좋은 것은 많은 파워블로거 이웃들이 생긴 것이다. '아하, 이런 재미로 블로그를 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며 탄력이 붙자 취재를 마친 후 피곤한 상태였지만 '1일 1포스팅'에 매달렸다.

 그러던 중 2009년 5월 다음뷰에서 황금펜을 달면서 블로거 명을 둔필승총으로 개명했다. 둔필승총(鈍筆勝聰). '둔한 펜이 능히 총명함을 이긴다'라는 뜻의 고사성어로 졸업 즈음 본 언론사 시험에 나온 문제였는데 보기 좋게 물먹고 친해진 단어였다. '메모와 기록을 중요시하라'는 말인데 얼마 전에는 아침 TV프로그램에서 대학 교수 한 분이 적자생존(適者生存)이 아니라 적는 사람, 즉 라이팅(WRITING)하는 자만이 생존한다고 설파하는 것을 들으니 기록의 중요함을 절감하게 됐다.

 필(筆)이 그럴진대 하물며 사진은 어떻겠는가. 한장의 사진이 열 줄의 기사보다 더 전달력이 강할 때가 많지 않던가. 블로그야말로 개인에게 지난 기간 취재한 사진의 자취를 데이터로 축적하는 데 안성맞춤의 도구였다.

 필자의 포스팅 중 '역대 최고의 시구, 노무현의 회오리투구'는 추천 수만 2,500에 달하는 인기를 끌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당시 추모 차원에서 기억을 더듬어 2003년 7월 17일 대전에서 열린 프로야구 올스타전 대통령 시구 때 심판으로 위장해 2루 심판을 본 경호원을 놓친 일종의 낙종기인데 시국과 맞물려 공전의 히트를 쳤다.



LG트윈스 오키나와 전지훈련 때 투수 김용수와 정삼흠의 연출사진.

'둔한 펜이 능히 총명함을 이긴다'

이외에도 필자가 주로 소개하는 건 사진에 대한 지나간 에피소드들이다. 특강 때 많이 소개하는 사진중 하나가 90년 초·중반 스포츠지들이 프로야구 전지훈련을 취재하며 경쟁을 벌였던 각 구단 스타들의 연출 사진들이다.

 그중 하나를 소개하자면 이런 거다. 당시 프로야구 해외 전지훈련 취재를 가는 사진기자들에게 데스크가 내린 '특명'은 "해외니까 뭔가 다른 사진을 찍어라"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실상 전훈장소가 하와이건 오키나와건 플로리다건 그들이 훈련하는 야구장은 비슷비슷하다. 훈련 내용도 국내의 모습과 별반 다를게 없다.

 그렇다 보니 결국 훈련을 마친 선수들을 인그 바닷가나 이국적 풍경이 있는 곳으로 데려나 연출 사진을 찍어 경쟁적으로 보도하던 몹쓸 시절이었는데 그때 찍은 사진들은 지금 다시 봐도 웃음을 터뜨리게 한다. 당시 사진 중에 동료가 찍은 LG 투수 이상훈이 압권이었는데 무지의 소치가 빚은 특별한 사진이었다.

 전훈지가 일본 오키나와니까 배경을 바다로 하고 일본임을 강조하기 위해 히라가나 낙서가 보인 곳에서 웃통을 벗겼으니 기본 점수를 받은 사진인데 일본어를 아는 독자가 항의전화를 걸어온 것이다. "그 뜻이 뭔지 알고 그런 낙서 앞에서 대스타를 찍은거냐"는 호된 질책이었던 것이 아직도 기억이 난다. 아무 생각 없이 지나친 사진이었는데 설명을 듣고 보니 '헐'소리가 절로 나왔다.



 블로그 이웃들과 정겨운 댓글놀이로 젊어져

'女に なった 日' 해석하면 '여자가 된 날'이다. 성 개방이 자유로워던 일본에서 소위 처녀딱지를 뗀 날을 기념하며 적은 낙서인데 한때 일본 젊은이들에게 유행한 낙서였다는 것이다.

 하필 그런 글귀에 한국을 대표하는 불세출의 투수가 그 글귀를 부여잡고 절규하고 있으니 내용을 아는 독자들은 요상한 상상을 할 만도 했다. 기사화 되지 못한 이런 뒷이야기들이 블로그 소재로 제대로 먹혔다.

 이 밖에도 필자가 취재하며 직접 보고 느낌 에피소드들이 잇달아 소개되자 호기심 많은 이웃들과 자연스레 오프라인 만남도 이어졌는데 나이, 성별, 직업을 떠나 만나는 그 자리는 글이나 말로는 설명하기 힘든 또 다른 소통의 기쁨을 준다.

 작년 말 데스크 발령이 나 최근 들어 현장엘 자주 못 나가는 것이 아쉽다. 그래서인지 최근 둔필승총의 포스팅엔 역동성이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소재가 달리니 주 5일 포스팅도 버거워진다. 그런데도 감사한 것은 보잘것 없는 이가 생산하는 보잘것 없는 기록들이 아직도 많은 이웃들에게 사랑을 받으며 소통의 도구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블로그를 젊은이들만의 소유물이라 여겼는데 나이 드신 대선배들의 왕성한 활동을 보면 '핑계'를 반성하며 앞으로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선배들이 하는 말 대부분이 '제2의 인생이네, 블로그를 하면서 젊어졌네'인데 실제로 블로그 생활 1년을 뒤돌아보니 이웃들과 정겨운 댓글 놀이를 하며 필자 역시 젊어졌음을 느낀다. 돈으로도 살수 없는게 젊음이라는데, 하다가 쓰러지는 한이 있더라도 당분간 매진할까 한다. 그래서 블로거를 불로거(不老居)라고도 하나보다. '불로거'가 일찍 세상에 나왔더라면 진시황이라고 마다했을까.
Posted by 박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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