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우 서울신문 교열팀 차장, 한국어문기자협회장

요즘 젊은 층에서 유행하는 말 가운데 하나가 '완전'이다. '완전 좋아', '완전 사랑해', '완전 어려워'처럼 쓰인다. 기존 문법 체계에서 많이 벗어나 있다. 색다른 맛은 줄지 몰라도 자연스럽게 들리지는 않는다. 이유는 '완전'이 본래 명사로 쓰이기 때문이다. 문장에서 '좋다', '사랑하다', '어렵다' 같은 형용사, 동사를 수식하지 않는다. 이들을 수식할 수 있는 건 부사다. 그런데 부사 '완전히'를 사용한 '완전히 좋아', '완전히 사랑해', '완전히 어려워'도 부자연스럽긴 마찬가지다. '필요한 것이 모두 갖추어져 모자람이나 흠이 없니'의 뜻을 지닌 '완전히'는 '좋다' 같은 말들과 의미상 그리 잘 어울리지 않는다.


' 완전 좋아' 같은 표현에서 '완전'은 '정말'정도의 뜻으로 읽힌다. 그러면 품사도 명사가 아니라 부사가 된다. 기존 문법 체계를 벗어난 이 같은 표현이 정착될지 일시적 유행에 그칠지는 장래의 일이다. 지금은 올바른 표현방식이라고 볼 수 없다. 한데 공적이어서 더욱 신중해야 할 신문과 방송의 언어가 너무 쉽게 이를 따라가는 현상도 보인다.

 "완전 귀여워", "생얼 촬영, 완전 후회한다", "완전 멋지다"…. 이 표현들 대신 '정말 귀여워', '너무 후회한다', '진짜 멋지다' 라고 하면 안 될까? '완전'은 '완전 개방', '완전 몰입', '완전 타결' 처럼 주로 명사 앞에 놓인다.

'설기현, 6주 후 완전 복귀하겠다'와 같은 형태도 흔히 보이는 표현이다. 이 문장에서 '완전 좋아' 등과 달리 '복귀하다'가 '완전히'와 어울린다. 여기서 '완전'은 부사를 만드는 접미사 '-히-를 생략했다고 볼 수 있다. 신문에서 흔히 나타나는데 지면이 한정돼 있어 가능하면 줄여 쓰려는 습관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지금은 이전보다 지면이 많이 늘어나 제약이 덜하다. 온전하게 쓰는 방향으로 가는게 거슬리지 않는다. 일상에서는 이렇게 줄여서 쓰지 않는다.

이외에도 습관처러 '-히'를 빼놓고 사용하는 말들이 좀 있다. 대표적인 말이 '강력'이다. 신문이나 방송은 상황을 부풀리거나 과장하려는 경향이 있다. 그렇다 보니 특정상황을 드러내기 위해 '강력'은 곧잘 선택된다. 평범하게 말을 해도, 하나의 주장을 펼쳐도 '강력'은 종종 수식어로 쓰인다. '강력'은 명사앞에서 쓰이는데 '힘이나 영향이 강하다'는 뜻을 지녔다. '강력 대응, 강력 부인, 강력 반발'처럼 쓰인다. 뒤에 모두 명사가 왔다. 그런데 뒤에 동사나 형용사 등이 오면 이 역시 어색해 진다. 그럼에도 이런 표현은 흔히 보인다.

"서해상 무력 사용 가능성을 '경고'하는 등 강력 반발하면서 위기 국면이 심화되고 있다." "박 전 대표를 강력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반발하다', '비판하다'를 꾸미려면 '강력히'가 자연스럽다.

 "항공편이 무더기 결항해 관광객과 도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에서 '무더기'는 '무더기로'가 돼야 알맞다. "성폭력범 전자발찌 부착 제도를 소급 적용하기로 방침을 세웠다"에서 '소급'은 '소급해'라고 해야 거슬리지 않는다. '공동 운영하는', '제작 배포했다' 등도 '공동으로 운영하는', '제작해 배포했다'로 표현하는 게 어색하지 않다.

 공적인 매체의 언어 표현은 본보기가 된다. 계속 이렇게 줄이거나 빼고 쓰면 본래 쓰임새가 그런 것처럼 착각하게 만들 수도 있다. 일상에서도 지키는데 신문과 방송이 앞장서서 파괴할 일은 아니다.
Posted by 박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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