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명덕의 人터넷세상' 운영자 '떡이떡이'
서명덕 조선일보 인터넷뉴스부 기자
 



 “서명덕님은 기자인가요 블로거인가요? 어떤 자격
으로 오신 건가요?”
취재를 위해 각종 행사장에 들어설 때마다 한 동안 이런 얘기를 많이 들었다. 기자이자 블로거라면 한 번 쯤 들어 봤을 질문이다. 그럴 때마다 나는 “‘기자 블로거’일까요, ‘블로거 기자’일까요?”라며 즐겁게 맞받아치곤 했다.

 기자가 블로깅을 하고, 블로거가 기자처럼 리포트에 나서는 시대가 됐다. ‘기록하는 사람(記者)’이라는 기자(Journalist)의 본래 뜻으로 볼 땐 ‘웹의 기록(Web+Log)’의 줄임말인 블로그(Blog)와 크게 달라 보이진 않는다. 양쪽 모두 말로써 특정 정보나 현상을 논하는 ‘언론(言論)’ 행위를 한다는 점에서도 매우 비슷하다.

 많은 언론인들이 블로그의 매력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내 놓았다. 블로고스피어의 장밋빛 비전에 전통적인 기자상을 투영시켜 새로운 웹 콘텐츠 가치를 이끌어 낼 수 있다는 의견을 쏟아냈다. 기자에게 블로그는 어떤 의미인가. 인터넷 미디어가 급부상하는 시대에 어떤 비전을 찾을 수 있을까.

대학 시절 취득한 IT 관련 자격증만 12개

 나는 지난 2004년 10월부터 ‘서명덕의 人터넷세상’(http://itviewpoint.com)이란 블로그를 운영해 오고 있다. 세계일보에서 조선일보로 회사를 옮긴 뒤에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햇수로 치면 벌써 5년째에 접어 든 셈이다. 이곳에서 ‘떡이떡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블로그에서는 주로 관심이 많은 첨단 기술 관련 새 소식과 시장 분석 정보 등을 다룬다. 작성된 기사를 블로그 버전으로 늘려 쓰는 경우도 있고, 블로그 용으로 사진이나 동영상을 직접 촬영해 올리기도 한다.

 블로그가 알려지면서 트래픽(인터넷 회선 전송량을 의미하는 전문용어)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1년 만에 웹 호스팅에서 개인 서버로 독립했다. 서버 운영에 웹사이트 구축까지 그 흔한 아르바이트 하나 없이 손수제작(DIY) 하고 있다. 대학 시절 취득한 IT 관련 자격증 12개와 모 인터넷 매체에서 근무하며 배운 ‘테크니컬 라이팅(Technical Writing)’ 능력이 블로그 운영 기술을 익히는데 큰 도움이 됐다.

나와 비슷한 IT 분야를 다루는 동료 블로거들은 △칫솔 초이의 IT 휴게실(
http://www.chitsol.com) △늑돌이의 디지털 동굴(http://www.lazion.com) △ JI 디지털 365도(http://www.jidigital.net), △ 디지털 문화웹진 줌인라인프(http://www.zoominlife.com), △블로터닷넷 뉴스팩토리(http://delight.bloter.net), △라디오키즈@라이프로그(http://www.neoearly.net) 등이 있다. 이들의 직업도 전·현직 언론사 기자, 전문 칼럼니스트, IT기업 종사자 등 다양하다.

                                                                              
                                                                                    http://itviewpoint.com

기자는 저널리즘을 바탕으로 직업적으로 콘텐츠를 만들어 내는 전문가 집단이고, 블로거는 자발적인 의사에 따라 기록을 남기는 행위를 하는 개인들이다. 그러나 적어도 인터넷에서는 이러한 경계가 모호해지는 추세다. 기자는 블로거들의 날카로운 전문성을, 블로거는 기자의 저널리즘 기술을 넘나드는 것이다.


블로거가 만든 아마추어 창작물이 전문 콘텐츠 넘어서기도

 지난 5년 동안 기자와 블로거의 차이점에 대해 묻는 분들이 많았다. 기자와 블로거는 분명히 다르다. 한 쪽은 저널리즘을 바탕으로 직업적으로 콘텐츠를 만들어 내는 전문가 집단이고, 다른 한 쪽은 자발적인 의사에 따라 기록을 남기는 행위를 하는 개인들이다.

 그러나 적어도 인터넷에서는 이러한 경계가 모호해지는 추세다. 광대역 네트워크 환경이 고도화되고, 콘텐츠를 쏟아내기 위한 휴대 장치들의 품질이 크게 높아지면서 이들의 만들어 낸 아마추어 창작물이 전문적인 콘텐츠 품질을 넘어서는 경우까지도 종종 있다.

 결국 기자도 전문 블로거의 영역으로 스며들고, 블로거들도 기성 미디어의 영역에 출몰하는 경향이 이어지고 있다. 기자는 블로거들의 날카로운 전문성을, 블로거는 기자의 저널리즘 기술을 넘나드는 것이다.

 언론사는 그 어느 곳보다도 정보가 가장 빠르게 모이는 조직 중 하나다. 기자들은 하루에 수많은 정보를 받아들이고, 또 수많은 정보를 흘려보낸다. 정보 유통의 통로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블로그를 통해서 이를 풀어내야 한다. 볼 만한 정보가 늘 흐르면 무조건 좋은 블로그다.

 그러나 언론인 생활을 하면서, 특히 특정 부서에 소속되어 있으면서 블로그까지 운영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격무의 연속인 국내 언론 환경의 특성상 자발적인 블로깅 문화가 형성되기 어렵다. 기자들이 블로그를 단순히 정보 저장 공간으로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형태의 1인 미디어로 가꿔 가기 위해서는 정신적·육체적 부담을 감수해야 한다. 미국 유력일간지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기사에서 “미국 내 전문 블로거들이 잇달아 심장 질환으로 숨졌다”며 끊임없이 블로깅에 매달리는 헤비 블로거들에게 경고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블로그를 잘 하기 위해서는 "네티즌과 숨도 같이 쉬어라"


 나는 블로그에 하루 ‘5개’까지 새 글을 쓰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더 많이 쓰면 방문하는 독자들에게도 부담이다. 글쓰기에 투자하는 실질적인 시간은 1시간 미만이다. 그러나 나는 심리적으로는 1년 365일 내내 블로그에 매달려 있는 상태다. 블로그를 잘 하기 위해서는 ‘다독-다작-다방-다댓’에 집중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른 블로거들의 글을 많이 읽고(다독) △다양한 글을 블로그에 자주 쓰며(다작) △다른 사람의 블로그에 많이 방문하여(다방) △댓글을 자주 달고 네티즌들의 반응을 따라잡아야(다댓) 한다. 나는 주변 사람들에게 “네티즌들과 숨도 같이 쉬어라”고 권할 정도다. 따라서 블로그에 매여 있는 시간이 자연스럽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 결국 시간과 체력 싸움이다.

 블로그는 인터넷에서 익명의 사람들에게 ‘수다’를 떠는 것과 같다. 이런 점에서 저널리스트가 블로깅을 하는 것은 모순에 가깝다. 언론인들은 보다 정제된 정보를 일정한 형식에 맞춰 빠르게 전하는 일을 한다. 따라서 짧고 가볍다, 그러나 깊이 있는 정보를 재잘거리는데 익숙하지 않다.

언론인이 아니라 '블로거'라는 생각으로 자유롭게 써야


 이와 달리 인기 블로거들은 정보를 ‘노컷’ 상태로 빠르게 전달하는데 강하다. 게다가 ‘가치중립적’인 것보다 ‘객관적 주관’을 더 선호하는 네티즌들의 특성을 잘 파악하고 있는 사람들이기도 하다.

 물론 블로그에 장문의 칼럼을 부정기적으로 쓰며 프리미엄 공간으로 꾸미는 경우도 많다. 특히 팬 층이 두터운 사람들은 1주일에 한두 차례 블로깅을 하면서도 인기를 유지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이미 오프라인에서 관심을 꾸준히 받아 온 특별한 사례로, 새로운 소식을 끊임없이 가볍게 던져 줘야 하는 평범한 블로거들의 운영 특질 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블로그를 처음 시작하는 언론인들은 일단 웹사이트 전체에서 언론인 특유의 통찰력은 유지하되,언론사 틀에 갇혀 있다는 느낌은 철저히 배제하는 것이 좋다. ‘나는 언론인이 아니라 블로거’라는 생각으로 자연스럽게 글을 써야 한다. 언론사 브랜드에 매달려, “내 글을 많이 봐 주겠지”라고 막연하게 기대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때로는 강하게, 때로는 유연하게, 때로는 위험하게 블로그 포스트의 리듬을 유지하자. 블로거의 한 사람으로서 온라인 정체성(아이덴티티 2.0)을 장기적으로 가꿔 나간다는 의지가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기자와 블로거는 물과 기름처럼 서로 겉돌수밖에 없다.

 또한 블로그는 특정한 주제 또는 특정한 기조를 유지하며 ‘주기적’으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좋다. 일관된 주제를 유지한다면 절반은 이미 좋은 블로그가 된 셈이다. 이를 위해서는 기자들이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 빈약한 논리로 서투른 글 솜씨를 자랑하는 것은 위험하다.

 블로그 주제에 관심이 있는 일반인들이 직접 방문해서 볼 가치를 제공해야 한다. 인터넷에는 이미 수많은 블로그와 콘텐츠가 공존하며 독자들을 유혹한다. 네티즌들은 이기적이기 때문에 가치 있는 정보만 골라 본다. 새로운 소식이 계속 유지될 수 있도록 일정량의 글을 탄력적으로 제공하는 콘텐츠 계획도 필요하다.

 블로그는 인터넷 기반 매체다. 인터넷은 기성 미디어들이 사용하는 글, 사진, 영상 등 대부분의 형식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다. 따라서 자신이 원하는 대로 콘텐츠를 표현하는 기술에 익숙해져야 한다.

 △HTML이 무엇인지, △본문은 어떻게 역동적으로 꾸밀 수 있는지, △사진이나 동영상은 어떻게 가공할 수 있는지, △내가 가지고 있는 특정한 콘텐츠를 어떻게 인터넷에 게재할 수 있는지에 대해 포괄적으로 이해하지 못하면 진정한 ‘1인 미디어’가 되기 어렵다. “이렇게 표현하고 싶은데”라고 고민할 때 대안이 재빨리 떠올라야 한다. 게다가 기술에 숙달되지 않으면 콘텐츠를 생산할 때 만성 피로에 시달리게 되고, 부담이 누적되면 재미를 붙이지 못해 제대로 된블로깅을 하기 어렵다.

 또한 블로그과 인터넷의 원리에 대해 이해하는 과정도 필요하다. 이는 마치 신문 기자가 조판-윤전 시스템을 이해하고, 방송기자가 편집-송출 시스템을 이해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특히 인터넷은 여전히 ‘완성 중’인 기술로, 역동적으로 변하는 영역이다. 블로그만 따로 떼 내어 이해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 하다. 검색엔진, 웹 호스팅, RSS, 리퍼러 로그 등 주요 키워드의 핵심 원리를 이해하면 좋다. 블로그는 스타 기자가 되기 위한 등용문이 아니라, 자신이 평생 동안 가꿔 갈 ‘저널리즘’이란 가치를 다듬어가는 독창적인 공간이어야 한다.



Posted by 박선미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정훈온달 2010.07.22 22:1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잉... 떡이떡이 님이 아직 조선일보에 계신가요?
    조선일보 계시다가 퇴직했다고 들었는데... 다시 들어가셨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