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범 블로터닷넷 대표블로터


블로터닷넷과 한국IT기자클럽이 공동 주최한 '2007 블로그 미디어 포럼'.
'블로그를 바라보는 또 다른 시선'이란 주제로 기자들과 블로거가 함께 한 자리엿다.


 내 눈에 비친 인터넷 신문은 종이신문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편집국 시스템과 기사 출고 시스템, 기사의 배포 시스템 및 사후 독자 서비스, 심지어 비즈니스 모델까지 모두가 종이신문의 시스템과 똑같았다. 종이신문과 똑같은 방식으로 똑같은 기사를 만들었다.


 2006년 봄이었다. 1년 가까이 고민만 하다가 눈 질끈 감고 사표를 던진 것이. 이직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나서 주변에선 모두들 "뭐 하려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한결같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글쎄, 1인미디어가 돼 볼까 생각중이다"고 했을때, 그들의 걱정스러운 표정은 한결같이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바뀌었다.

 돌이켜보면 10년 넘게 기자생활을 하면서 늘 가슴에 불만을 안고 지냈다. '이건 아닌데…'하는 생각이 불현듯 스치고 나면 곧 가슴앓이가 됐다. 다행히 그런 가슴앓이가 커질 대로 커져 터질 듯한 즈음에 돌파구가 생기곤 했다. 그렇게 해서 전문 일간지에서 주간 경제지로, 다시 인터넷 신문으로 그렇게 자리를 옮겨 다녔다.

 인터넷 언론? 이건 아닌데…

2000년 미디어 업계에 인터넷 돌풍이 몰아쳤다. 이른바 인터넷 신문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기 시작했다. IMF를 겪으면서 종이신문을 떠난 기자들이 마침 불어 닥친 닷컴 열풍에 힘입어 온라인 미디어를 창간하고 나선 것이다. 인터넷은 편집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필요한 자원 중 인력만 있으면 언론사를 하나 만들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줬다. 오마이뉴스, 아이뉴스24, 머니투데이, 이데일리 등이 당시 뉴미디어 기치를 내걸고 출발한 대표적인 인터넷 신문들이다.

 2002년부터 아이뉴스24에 몸담고 있으면서 2년여쯤 지났을 때부터 슬금슬금 또 다시 병이 도지기 시작했다. 그 놈의 '이건 아닌데…'하는 병 말이다. 그때 들었던 의구심은 이런 것이다. '인터넷 신문의 차별성은 과연 어떤 것일까'하는 것. 당시 내 눈에 비친 인터넷 신문은 종이신문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편집국 시스템과 기사 출고 시스템, 기사의 배포 시스템 및 사후 독자 서비스, 심지어 비즈니스 모델까지 모두가 종이신문의 시스템과 똑같았다. 종이신문과 똑같은 방식으로 똑같은 기사를 만들었다. 단지 종이가 아닌 인터넷으로 기사를 배포하고 볼 수 있따는 것 말고는 다를 것이 없었다. 처음엔 실시간으로 뉴스를 전할 수 있다는 것이 돋보이는 장점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실시간 뉴스'는 장점이 아닌 유일한 차이일 뿐이었다. 그마저도 종이신문들이 운영하는 언론사닷컴이 강화되면서 차이의 간극도 좁혀지고 있었다. 이렇게 돼서는 뉴미디어로서 내세울 수 있는 경쟁력은 줄어들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쉽게 대안이나 답을 찾기는 어려웠다. 단지 오마이뉴스가 보여준 참여형 미디어의 콘셉트에서 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생각만이 맴돌았을 뿐. 인터넷 신문 내부에서도 변화를 모색하는 움직임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취재영역을 확대하거나 종이 매체를 발행하는 방식의 매체 확대전략이 고작이었다. 인터넷 신문들이 자신들의 전문분야와 상관없이 연예스포츠 섹션을 경쟁적으로 신설, 확대하고 나섰던 것이 그 사례다.

 1인 미디어에서 뉴스 공동체로

 본질적인 변화를 추구할 수는 없을까. '전통적인 편집 시스템의 변화를 통한 새로운 콘텐츠의 생산' 말이다. 이 화두를 술자리 안주 삼아 지내다가 블로그를 만났다. 아니, 좀 더 말하면 '웹 2.0'과의 만남이다. 2005년 여름이었다.

 '웹2.0은 있다, 없다' 논쟁이 한창일 즈음이다. 회사를 떠나 새로운 미디어를 해 보자고 생각했던 게. 개방, 공유, 참여로 대표되는 웹2.0의 사상이 인터넷 서비스에 잇따라 접목되면서 뜨거운 화두로 떠올랐을 때 막연하게나마 '웹2.0미디어'를 그려 봤고, 콘셉트는 있는데 실체가 그려지지 않아 머리만 쥐어짜고 있을 때 블로그를 만났다.


1인 미디어 뉴스 공동체 블로터닷넷(http://bloter.net/).

 처음엔 말 그대로 블로그를 기반으로 한 1인 미디어를 그렸지만, 막상 사고를 치려 하니 덜컥 겁이 났는데,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동참하겠다는 후배 기자들이 있었다. 실은 감언이설로 꼬드긴 것이긴 하지만, 그래도 중견급 기자 녀석들이 어수룩한 꼬임에 넘어갔을 리는 없을 터. 이렇게 해서 1인 미디어가 아닌, 5인의 블로터가 함께 만드는 뉴스 공동체 블로터닷넷이 출발했다. 2006년 9월이다.

 블로터닷넷이 말하는 1인 미디어는 단순히 블로거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블로그는 미디어를 운영하는 툴일 뿐이다. 1인 미디어란 그 자체로 편집과 취재, 배포 능력까지 갖춘 저널리스트를 뜻한다. 1인 미디어로 활동하는 데 필요한 편집 시스템을 고스란히 제공해 주는 툴이 블로그엿다.

 블로그를 활용해 1인 미디어로 활동하는 새로운 저널리스트. 그것이 바로 블로터(BLOTER)다. 블로거(Blogger)이자 리포터(Reporter)라는 의미로, 초기 기획과정에서 우리끼리 멋대로 조합해 만들어내 쓰던 용어가 결국엔 회사이름이자 제호가 돼 버렸다.

 요즘엔 관심분야가 비슷한 블로거들이 팀블로그를 운영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1인 미디어의 연합이라고 할 수 있는데, 블로터닷넷은 처음부터 연합미디어 콘셉트로 출발했다. 그것도 전업활동으로서 말이다. 출발하자마자 인터넷 신문으로 등록햇다.

 블로터닷넷을 출범시켰지만, 우리만의 미디어는 아니었다. 외부 블로거나 미디어로서 블로그 운영에 뜻이 있다면 회원으로 가입해 누구든 활동할 수 있었다. 회원으로 가입하는 순간, 블로그를 분양해 주고 그곳에서 자신만의 미디어 활동을 할 수 있게 했다.

 자신의 블로그에서 하는 활동은 완전히 자유로운 것이었지만 뉴스공동체를 표방한 이상 공동체의 룰은 필요했다. 자신의 기사나 글이 자신의 블로그를 떠나 블로터닷넷이라는 공동체늬 뉴스로 가기 위해서는 공동체의 편집 룰을 따르도록 했다. 5명의 상근 블로터가 이 편집기준을 확인하고 검증하는 역할을 맡았다. 이 때문에 처음엔 블로거의 글을 편집하려 한다는 비난과 비판도 받았지만.

 블로거는 사주이자 편집국장

 블로터닷넷의 출발은 꽤 주목을 받았다. 블로고스피어에선 기대와 비판이 동시에 쏟아졌고, 기존 언론들도 관심을 보여 줬다. 무엇보다 블로그와 블로거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지면서 관련 서비스 기업들도 덩달아 주목을 받았던 바가 컸다.


2007년 10월 블로터닷넷과 태터앤미디어가 공동 주최한 대선후보 초청 블로거 간담회 현장.

 2007년 하반기 대선열기와 맞물리면서 이런 현상을 두드러졌는데, 그해 10월 대선후보 초청 블로거 간담회까지 열리는 계기가 됐다. 모든 대선후보를 초청하지는 못했지만, 처음으로 신문이나 방송이 아닌 블로거들이 주최하는 대선후보 간담회가 열렸고, 후보들이 기꺼이 참여했다는 것은 블로그 파워의 한 단면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것이었다. 이 간담회는 블로터닷넷과 태터앤미디어가 함께 만든 자리였다.

 당시 사회를 맡아 보면서 이런 애기를 한 기억이 새롭다. "후보께서는 지금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하는 50명의 언론사 사주이자, 편집국장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긴장하셔야 할 것이다."

 그 이후에도 블로그 파워의 현장은 곳곳에서 목격된다. 촛불집회에서 보여준 1인 미디어들의 활약상은 백미였다. 이후 전업을 선언하고 본격적인 미디어로서 블로그 운영에 나선 블로거들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블로그만한 저널리즘 도구는 없다.

 블로그는 미디어로서 완벽한 기능을 제공한다. 취재, 편집, 승인, 배포, 독자관리가 가능하다. 아니, 그런 기능을 하려고 만든 툴이다. 이용하는 데 비용도 별로 들지 않는다. 거의 공짜다. 저널리스트로 활동할 의지와 열정, 전문성만 갖추고 있다면 비용 한 푼 안들이고 인터넷 미디어 하나를 뚝딱 만들수 있다.

 미디어를 만들었다고 해도 독자가 없으면 공허한 미디어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어마어마한 매포처와 배포망이 이미 갖춰져 있다. 국내에만 1,500만 개 이상의 블로그가 개설돼 있고, 이들은 블로고스피어라는 이름으로 공동의 독자망을 공유하고 있다. 게다가 검색 엔진들은 블로그를 최상위 정보검색 소스로 인식한다. 포털에서 검색 최우선 순위는 블로그다.

 이 같은 환경에 더해 블로거들은 그들만의 스토리텔링과 글쓰기 문법을 통해 새로운 미디어의 형식을 만들어 가고 있다. 그런 실험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플랫폼이기도 하다. 전통적인 언론들이 접근 할 수 없는, 또 관심을 두지 않던 분야에서 독특한 시각과 정보를 제공한다.


2007년 10월 블로터닷넷과 태터앤미디어가 공동 주최한 대선후보 초청 블로거 간담회 현장.

 물론 블로그는 툴일 뿐이다. 그 툴을 미디어로 활용할 것인가 아닌가는 전적으로 그 툴을 이용하는 블로거의 몫이다. 그 툴을 가공해 전혀 새로운 미디어를 만들 수 도 있다. 아무튼 이 모든것은 결국 운영자인 블로거의 의지에 달려 있다.

 블로터닷넷 역시 그 한 사례를 만들고 보여줄 뿐이다. 블로터닷넷의 모델이 새로운 미디어의 답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실제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다. 블로터닷넷이 출발한 지 2년이 지났다. 그리고 시스템을 크게 바꿨다. 3,000개의 블로그가 쏟아내던 기사를 한 화면에 모으던 방식에서 블로터닷넷 자체를 하나의 블로그로 바꿨다. 블로터들은 이제 아이디를 부여받아 공동의 블로그를 함께 운영하는 셈이다. 아이디를 부여받은 블로터들도 100여 명 안팎으로 줄였다. 새로 블로터로 가입하는 것도 일정한 절차와 기준을 밟도록 했다.

 미디어 플랫폼 넘어 비지니스 플랫폼으로

 개설과 동시에 개점휴업한 블로그가 많아서이기도 하지만, 블로그를 분양해 주는 서비스가 오히려 열심인 블로거들에게는 또 하나의 블로그를 운영해야 하는 이중부담을 안겨 준다는 점을 고려한 개편이다. 미디어로서 콘텐츠의 관리와 검증은 의무라고 생각한다. 회원 가입 기준을 강화한 이유다.


블로터들과 함께 한 블로터닷넷 창간 1주년 기념 삼겹살 파티.

 IT분야만을 집중하는 전문 미디어라는 점은 변하지 않았다. 블로터닷넷 모델로 왜 IT분야만을 다루느냐는 말을 많이 들었다. 하지만 전문성 확보는 블로거로 대표되는 1인 미디어의 경쟁력이라고 생각한다. 제일 잘할 수 있고, 남들보다 잘할수 있는 영역에 집중하는 전략이다. 여전히 숙제도 많다. 블로터들에게 미디어 플랫폼뿐 아니라, 비즈니스 플랫폼도 제공하겠다는 약속이 아직 구체화되지 못했다. 큰 숙제중의 하나이다.

 앞으로 블로그 기반의 미디어들이 어떤 형태의 새로운 모습으로 진화해 갈지 짐작하기는 어렵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미디어의 기준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지금도 블로거의 글이 '신변잡기나 출처가 분명하지 않은 개인적인 주장일 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신변잡기도 뉴스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자신의 생각을 떳떳하고 자신있게 공개하고 평가받기를 즐기는 작은 미디어'가 또 블로글라는 점을 애써 외면하려는 사람들도 있다. 블로터닷넷이, 또 다른 1인 미디어들이 그런 시선과 숙제를 기꺼이 안고 갈 것이다.
Posted by 박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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