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회_'공정 선거보도 어떻게 할 것인가?'
                                                                                            강민석 중앙일보 정치부 차장


 조직력이 선거의 판도를 좌우하던 시대가 있었다. 1987년 대통령선거 때만 해도 각 대선후보 진영의 서울 여의도광장 유세에는 130만~150만 명의 청중이 운집했었다. 각 후보 진영이 총력을 기울여 먼 지방에서까지 당원들을 동원한 결과였다. 그러나 이제 '버스'로 선거를 하던 시대는 끝났다. 컴퓨터와 TV, 인쇄물의 중요성이 커진 이른마 '미디어 선거'의 시대다. 6월 2일 제5대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열린다. 선출 인원만 3,991명에 달하는 역대 최대 규모다. 자연히 '선거 미디어'의 공정한 역할이 주목되는 시점이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은 지난 4월 7일 강릉 경포대 현대호텔에서 '공성 선거보도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언론진흥재단 측은 "선거보도 관련 심의위원장과 언론인들이 함께 토론을 하면서 유권자들에게 어떻게 후보자에 대한 정보를 공정하게 전달해야 할지 짚어 보기 위해 자리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언론중재위원회 산하 기구인 선거기사심의위원회의 양삼승 위원장,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산하 기구인 선거방송심의위원회의 정귀호 위원장,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기구인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의 박용상 위원장이 발제를 했다. 신문·방송·인터넷 보도를 심의하는 기구의 위원장들이 모두 출석해 주제발표를 하고, 각 언론사 선거보도 담당 팀장(급)들이 참석해 토론을 벌였다. 각 위원장의 발제문과 토론 내용을 요약해 소개한다.

'선거와 방송, 선거방송심의'
(정귀호 선거방송심의위원회 위원장)

 미디어 선거가 일반화되면서 선거에서 방송이 차지하는 비중과 역할이 매우 커졌다. 방송은 음성과 이미지 중심의 정보를 전달하는 매체로 시청자의 감성을 자극하는 특성을 갖고 있다. 때문에 정보의 왜곡 또는 오도의 가능성 또한 크다. 선거 방송의 공정성 유지를 목적으로 하는 선거방송심의위원회의 심의는 '선거 방송 심의에 관한 특별규정'을 근거로 이뤄지고 있다. 선거방송 심의에 관한 특별 규정은 주로 방송의 정치적 중립성, 공정성, 형평성, 객관성 등에 관한 내용이 주가 되고 있다.

 역대 선거방송심의위원회의 심의사례 가운데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사유는 '여론조사 보도 관련 규정 미준수'로 59%에 이른다. '공정성·형평성 위반'역시 33%로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이번 6·2 지방선거 방송과 관련해서는 5월 7일 현재 총 6건애 대한 '권고'조치를 의결했다. 여론조사와 관련해 2개 방송 사업자에 대해 '권고'조치를 했으며, 후보자 출연 제한과 관련한 규정을 위반한 4개 방송사에 대해서도 '권고' 조치했따.
 
 선거 방송 제작 시 유의할 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선거와 관련한 보도 때는 신속함보다 정확하고 올바른 보도를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특정 후보자나 정당의 주의·주장 또는 이익을 지지·대변하거나 옹호하지 않고 선거에 관한 사항을 공정하게 다뤄야 한다. 교섭단체를 구성하지 못한 정당의 후보자나 무소속 후보자에 대해서도 국민의 알 권리 차원에서 적절히 보도해 줌으로써 공정성과 형평성을 유지해야 한다.
셋째, 선거의 중요 정치적 쟁점과 각 후보자의 입장, 이에 대한 여론 동향을 알게 해 주는 중요한 정보로서 여론조사 결과의 인용·보도는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그 경우 지지율 추이에 대한 경마식 여론조사 보도보다는 정책과 공약에 대한 여론조사 보도를 확대해 유권자의 판단에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이번 6·2 지방선거 방송 심의와 관련해서 지난 2월 17일 '제5회 전국 동시 지방선거방송 공정성 보장을 위한 기준안'을 마련해 유의할 점을 담은 권고사항을 공표한 바 있다. 권고 사항에는 선거 방송의 정치적 중립성, 형평성, 객관성 및 제작 기술상의 균형유지와 권리구제, 기타 공정성을 보장하기 위한 기준으로서 '선거방송 심의에 관한 특별규정'의 준수를 촉구하는 한편 선거방송 편성·제작과 관련한 유의사항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선거관련 기사 작성시 유의사항'
(양삼승 선거기사심의위원회 위원장)

선거기사심의위원회에서는 '선거보도의 공정성 여부' '후보자에 의한 시정요구사항' '선거보도와 관련한 반론보도청구회부사건' 등이 주로 심의·의결 대상이다. 심의위원회 결정유형으로는 정정보도문 게재 결정, 반론보도문 게재 결정, 사과문 게재 결정, 경고문 게재 결정, 경고, 주의, 권고가 있다.
 
 선거 관련 기사 작성시 심의기준 위반 사레로는 '공정성·형평성 위배 유형'이 가장 많았다. 이 유형으로는 특정 후보자나 정당에 대해 지나치게 우호적인 표현을 사용하여 부각하는 경우, 사진을 지나치게 크게 배치하거나 여러 장 나열하는 경우, 특정 후보자의 활동 사항만을 중심으로 보도하는 경우, 특정 후보자를 비방하거나 사생활 등에 대한 소문 등을 그대로 보도하거나 의혹을 제기하는 경우가 있다.

 '외부기고 위배 유형'도 자주 발생했다. 선거 전 90일부터 선거일까지 특정 후보자의 칼럼이나 저술을 게재해선 안 된다. 또 특정 후보자를 비방하거나 지자하는 내용의 일반인의 칼럼을 게재하는 경우, 특정 후보가 다른 후보자를 비방하는 내용의 성명서 전문이나 출마의 변 전문을 게재하는 경우가 있다.

 여론조사 보도 시에는 조사기관·단체명, 피조사자의 선정방법, 표본의 크기, 조사지역·일시·방법, 표본 오차율, 응답률 등 6가지를 밝혀야 한다. 타 언론사의 여론조사를 인용해 보도할 경우엔 출처를 밝혀야 하고 단정적으로 특정 후보자의 우세 혹은 열세 등의 표현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 제3자가 특정 후보자에게 유·불리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성명서를 전문으로 게재하는 경우도 의견광고 위반에 해당한다.



'인터넷 선거보도에 관한 법적 규제'
(박용상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 위원장)

원칙적으로 선거보도는 자율이다. 그러나 현행 공직선거법 제8조는 모든 미디어의 경영 관리자나 기자가 정당·정책이나 후보자의 정견, 기타 사항에 관하여 보도·논평을 하는 경우와 대담·토론을 하고 이를 방송·보도하는 경우에는 공정하게 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언론의 선거 관련 보도에 '공정의 의무'를 지워 놓고 있는 것이다.

 공정의 의무를 위반할 경우 법적인 제재를 받게 된다. 사회적 배경을 보면 선거 때마다 언론의 편파보도나 불공정 보도 시비가 있었고, 언론이 공공연하게 특정 입후보자를 두둔 또는 비난하는 기사를 게재하거나 지역적·집단적 정서를 부추겨 선거의 공정성을 해하는 폐단이 컸기 때문이다.

 2004년 3월 개정된 선거법은 인터넷을 이용한 선거운동을 처음으로 허용하고, 일반 국민의 인터넷을 이용한 선거에 관한 의견 게시에 일정한 규제를 정했다. 선거법은 선거운동을 할 수 있는 자는 선거운동 기간 중에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인터넷 홈페이지 또는 그 게시판·대화방 등에 선거운동을 위한 내용의 정보를 게시하거나 전자우편을 전송하는 방법으로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인터넷 또는 전화에 의한 선거운동 정보의 전송에 의한 선거운동 방법도 허용했다. 하지만 그 방식에 관해서는 일정한 제한을 가했다. 선거법은 정보통신망에서 선거에 관한 불법적 정보가 유통되는지를 감시하고 그 시정을 정보통신 서비스 제공자 등에게 요청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동시에 인터넷 언론사의 게시판·대화방 등에서 게시자의 실명을 확인할 수 있는 기술적 조치도 의무화했다. 이와 함께 인터넷 언론사의 선거보도도 공정성을 유지·심의하기 위해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가 설치됐다. 방송 및 신문의 경우와 같은 선거 반론권도 신설됐다.

 6·2 지방선거는 과열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 상황에서 언론이 진정한 지방자치를 실현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방향을 지향하는 것이 헌법적 과제를 실천하는 길이라 생각한다. 표현의 자유를 악용하는 사이버 언론의 무책임성을 시정하는 것은 게이트 키퍼임을 자임하고 언론윤리를 실천하는 기존 매스미디어에 주어진 임무다.

 주요 토론 내용

세 위원장의 발제 이후 관련 내용을 놓고 질의·응답·토론이 이어졌다. SBS 김우식 기자는 "방송 선거보도 때 기계적 중립성과 실질적 형평성 사이에서 딜레마가 존재한다"고 토로했다.

 서울시장 후보 선거전의 경우 한나라당의 오세훈후보와 민주당 한명숙 후보 간의 대결이 가장 관심이 많은 부분인데 다른 후보들까지 나오게 하면 집중력이 떨어질 수 있어 고민이라는 것이다. 김 기자는 또 "여론조사를 발표할 때 6가지 조건(조사기관, 피조사자 선정방법, 표본의 크기, 조사지역·일시·방법, 표본 오차율, 응답률)을 꼭 모두 밝혀야 하느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김양하 방송통신위원회 선거방송 심의지원단장은 "6가지 모두 밝혀야 하지만 일단 방송의 경우에는 응답률을 제외한 5가지만 밝혀도 된다"며 "그러나 선거방송은 6가지를 모두 밝혀야 한다"고 답변했다.

 양삼승 위원장은 "기계적 중립성과 실질적 형평성 모두 중요하나 이 두 가지는 선거 시기가 얼마나 남았는가에 따라 다르마"며 "선거가 길게 남은 경우는 기계적 중립성이 중요하고, 선거일이 얼마 안 남아 윤곽이 어느 정도 드러난 경우에는 실질적 형평성이 더 맞을것"이라고 말했다.
 
 세계일보 류순열 기자는 "선거법은 여론조사와 관련한 6가지 조건을 공개하도록 하고 있지만 언론사들이 잘 지키지 않고 있다"며 "여론조사 보도 때 응답률을 누락한 것에 대해 제재한 적이 있는지 궁금하다"고 질문했다. 김문배 중앙선관위 사무관은 "실제로 응답률은 크게 의미가 없어 융통성 있게 대처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용상 위원장                                              양삼승 위원장                                            정귀호 위원장

 양 위원장은 "응답률은 중요도가 제일 낮은 항목으로, 응답률만 빠진 경우에는 권고조차 한 적이 없다"면서 "신문이 6가지를 모두 쓰기에 지면 제약이 있을 수 있다면, 6개 항목만 활자 크기를 줄여서 게재하면 되지 않겠느냐"는 의견을 냈다.

 조선일보 홍영림 기자는 "만약 응답률이 그렇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면 (6개항을 꼭 게재하도록 한) 법을 바꿔야 하는 게 아느냐"고 지적했다. 홍 기자는 특히 선거법에서 선거일 6일 전 여론조사 공표를 금지하도록 한 것과 관련, "6일도 긴 기간인데 이걸 왜 지켜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정보력이 있는 살마들은 결과를 다 알 수 있는데 왜 국민들만 몰라야 하는 것인가"라고 물었다.

 김문배 중앙선관위 사무관은 "선거 6일 전 여론조사 공표를 금지한 조항은 여야 합의를 거쳐 결정된 것"이라며 "앞으로도 이에 대한 논의는 계소될 수 있을 것"이라 전망했다. 그는 "여론조사의 객관성, 공정성, 신뢰성을 담보할 수 있다면 응답률은 (보도 조건에서) 빠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토론회에선 방송 및 신문 제작 과정에서 자주 발생하는 문제들, 예컨대 여론조사 보도 시 응답률의 표기 누락이나 방송 토론회 등에서 군소 후보 초청 누락 등의 문제가 집중 거론됐다. 일선 제작현장에서 간과됐던 문제들에 대한 새로운 성찰과 대안 모색이 있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토론을 정리하면서 양삼승 위원장은 "기사 작성자가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기사를 작성한다면 기사 심의에는 전혀 부담을 느끼지 않을 것"이라며 "평정심을 갖고 합리적으로 기사를 작성하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박용상 위원장은 "사이버 언론이 팽창하고 과대평가되면서 사이버 공간에서 윤리적 교양문제가 자주 발생하는데, 그럴수록 기존 언론인들이 균형축이 돼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Posted by 박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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