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인일보 '대학 캠퍼스 경기도 러시, 약인가 독인가?'
최해민 경인일보 사회부 기자

대학 캠퍼스 경기도 러시, 과연 약일까 독일까?

 현상을 보고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질문이었지만 남들처럼 '쉽게'보지 않았기에 특종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 갑작스럽게 일어난 대학 캠퍼스 이전 러시는 주요 언론에 '홍보'성격으로만 도배됐지만 어느 누구 하나 대학 이전에 대한 지역민들의 영향에 대해선 분석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그동안 '대학 이전=지역발전'이라는 공식이 암암리에 형성돼 있었기 때문에 대학 이전, 또는 유치가 성사되면 그건 고스란히 지자체장의 업적으로 평가되곤 했다.

 이에 경인일보는 대학 이전이 지역에 미치는 영향과 대학 이전 사업 뒤에 숨겨진 대학과 지자체의 잇속 챙기기, 이로 인해 상처받는 사람들을 집중 조명했다. 취재 결과 현장에서 겪는 대학 이전 사업은 그다지 밝지만은 않았다. 지역에 실질적인 발전 효과는 미미한데 지자체에선 치적 홍보를 위해 대학을 유치해 수십억 원의 혈세를 퍼붓고 있었다. 이 같은 대학 이전 사업 저변에 깔린 사학들의 땅 장사 의혹, 무엇보다 대학 이전 탓에 돈이 없어 정든 고향을 떠나야만 하는 주민들…. 쉽게 던지는 질문에서 상처 받는 사람들의 사연을 끌어냈다는 점에서 특종이란 평가를 받은 대학 시리즈 기사를 소개한다.

'대학 캠퍼스 시리즈', 기사를 말하다

 '대학 캠퍼스…' 시리즈 기사는 모두 다섯 차례로 기획됐고 보도 후 속보 내용은 따로 다뤘다.

 1편 '노예계약서 쓰는 지자체'는 대학 캠퍼스 이전 사업에 혈안이 돼 있는 경기 지역 각 지자체에서 불평등한 조건의 양해각서(MOU)를 기반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을 고발한 내용이었다. 특히 일부 대학은 지자체에 부지 조선 원가보다도 낮은 금액으로 땅을 팔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또 다른 대학은 한 지자체와의 양해각서에 '사업 추진 중 발생하는 비용과 손해에 대해 요구하지 못한다'고 적시하기도 했다.

 2편 'MOU는 홍보용?'은 지자체들이 법적 구속력도 없는 MOU를 근거로 사업을 추진하는 기초적 단계에 일단 공표하고 보자는 식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을 꼬집었다. 특히 우리 정부에 아직 이양도 되지 않은 미군기지에 대학을 유치하겠다고 공표한 의정부시의 경우 10년도 넘게 걸려 구체적인 계획안이 나올 법한 상황임에도 대학 유치를 발표한 것은 결국 지방선거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점도 함께 거론했다.

 3편 '투기 부추기는 MOU'는 MOU 체결 시점에서 대학 유치가 확정된 것처럼 발표한 지자체의 경우 해당 지역 땅값이 급등하면서 외부 투기세력들이 대거 몰리고 있따는 점을 지적한 내용이다. 실제로 현장 조사를 통해 대학 이전 사업 발표 지역과 무산 지역을 나누어 땅값이 어떻게 변화되는지 비교해 봤다. 그 결과 대학 이전 발표를 통해 일부 지역에선 땅값이 무려 6배까지 치솟았고, 또 다른 곳은 대학 이전 계획으로 치솟은 땅값이 무산결정을 통해 또 다시 곤두박질친 상황까지 보도했다.

 4편 '고통뿐인 주민들'은 미군기지에 빼앗긴 땅을 되찾는 줄 알았던 토지주들이 이젠 대학에 또 빼앗길 위기에 처한 상황, 수대에 걸쳐 평생 살아온 터전에서 쫓겨나야 할 주민들의 안타까운 사연을 다뤘다.

 5편 '결꾹 땅 장사인가'는 대학 기획 시리즈의 막을 내리는 내용이다. 교육 전문가, 현장 전문가들의 의견을 위조로 대학이 캠퍼스 일부를 떼어내 이전하려는 데는 어떤 속셈이 있는지를 살폈다. 결국 땅 장사를 통한 자산 불리기를 위한 것이라는 결론을 냈다. 특히 경기 지역에 이미 이전해 있는 경희대, 명지대, 한국외대, 성균관대, 한양대, 중앙대 등 6개 대학의 자산가액 변천현황을 조사, 분석하면서 최근 이전 계획을 발표한 대학들도 불과 20여 년 뒤 이 같은 시세차익을 얻게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시리즈 첫회를 보도한 경인일보 3월 15일자 1면.

 취재의 시작
 
올 초 경기도 지역 이슈 중 하나는 서울 주요 대학들이 캠퍼스 일부를 경기 지역으로 대거 이전하겠다고 발표한 것이었따. 기사를 읽고 몇 가지 의문이 들었다.

 대학 이전 계획이 왜 하필 최근 집중돼 발표될까. 유명 대학들은 왜 유독 경기도 이전을 고집하는 걸까. 왜 대학들은 캠퍼스 일부만 이전하려는 걸까. 이 같은 질문에서 시작한 것이 바로 이번 기획 보도였다.

 아이템에 대한 제보도, 자료도 전무했지만 '가장 좋은 보도자료는 현장'이라는 선배들의 가르침 하나로 취재에 뛰어들었다. 소위 말하는 '맨땅에 헤딩'식 취재는 그야말로 어려웠다. 지역신문이라는 한계 탓에 매일 감당해야 하는 보도 분량을 채우면서 경기 북부에 집중돼 있는, 대학 이전 계획이 발표된 현장에 간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기까지 했다. 바로 내일 자나 모레 자에 기사를 출고할 수 있는 것도 아닌 터라 취재팀을 꾸려 제반 자료를 수집하면서 금요일 오후나 토요일 등 쉬는 시간을 쪼개 취재를 시작했다.

 그러던 중 이전 사업이 대학 입장에선 '이전'이지만 지자체 입장에서 '유치'라는 간단한 명제에 큰 의미가 있다는 점을 깨닫게 됐다. 대학이 어떠한 목적을 위해 이전을 계획했는지 논의 밖의 일이었고, 지자체는 그야말로 공치사를 위해 유치에 열을 올렸다. 여기에 대학과 지자체 간 불평등한 합의가 이뤄지고 있음은 물론이었다.

 취재를 하며

 첫 기사에 대한 내용을 잡아 가면서 취재를 계속하게 됐다. 특히 수도권 규제 탓에 불가능했던 경기도로의 대학 이전이 미군기지 반환에 따른 공여지특별법 제정과 맞물려 가능해진 터라 대학 이전 또는 파주, 의정부, 양주, 포천 등 미군기지 반환 지역 또는 공여지 주변 지역이 주를 이뤘다. 이로 인해 해당 지역을 수차례 방문해 지역 주민들과 일일이 만나 소통하면서 수개월에 걸쳐 취재를 해 갔다.

 특히 지난 해 말부터 올 초까지 최근 대학 유치계획이 발표된 지자체의 경우 6.2지방선거와 무관하지 않다는 점도 논리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실제로 의정부시의 경우 광운대 유치 무산 이후 건국대 유치 계획을 최근 발표했지만 건국대가 들어설 미군기지인 캠프 스탠리는 반환 계획조차 제대로 확정되지 않아 대학 이전이 이뤄진다고 해도 10여 년의 기간이 더 필요했다. 그런데도 선거를 수개월 앞둔 시점에 서둘러 '건대 유치가 확정됐다'고 발표했다.

 여기까진 대학과 관의 입장에 대한 기사였다면 이후부턴 더욱 현장 냄새 나는 기사를 보도했다. 대학 유치계획 발표를 해당 주민들은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어떤 피해를 겪게 되며 어떤 기대를 하는지가 주였다.

 현장을 다니며 확인한 결과는 대단했다. 대학 유치계획이 발표된 시점 이후 해당 지역의 땅값은 거침없이 뛰었고, 이로 인해 투기세력도 지역으로 몰려들었다. 어떤 곳은 무려 7배까지 땅값이 오르기도 했다.



경기도 내 대학 캠퍼스 유치사업 중 내년 3월 개교를 목표로 가장 많은 진척 상황을 보이고 있는 동국대 고양부지.

 이보바 더 눈여겨 본 것은 유치계획이 소리 소문없이 무산되면 어김없이 땅값이 폭락하는 것. 그만큼 지역들의 기대심리는 여지없이 무너져 내렸다.
 
 후속 보도는 대학 유치계획으로 인해 고통 받는 주민들에 관한 내용이었다. 대학 측이 주판알을 튕기며 땅을 매입해 자산 불리기에 혈안이 돼 있는 사이 수대에 걸쳐 터를 잡고 살아온 주민들은 돈이 없어 고향을 떠나야 할 처지에 놓였다. 수십년 전 대학유치를 위해 헐값에 땅을 내놨던 안성 지역 주민들은 중앙대 캠퍼스 이전 계획에 따라 배신감에 속앓이를 해야 했다.

기획보도 첫 편이 나가고 나서 경기도와 해당 지자체들은 대학 캠퍼스 이전 사업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쳊거인 사업진척 이전에 치적을 홍보하는 식의 발표를 자제하겠다는 답변을 해왔다. 지자체는 주민들의 예산을 집행하는 기관이라는 인식을 먼저 하고, 해당 지역의 대학 이전 사업에 대한 철저한 분석을 선행, 사업이 무산됨으로써 지역 주민들이 피해를 입는 상황을 방지하게따는 답변도 있었다.

 사회적인 파장과 보람 

 이에 경기도도 MOU 체결 후 사업승인, 도시계획시설 결정등의 행정절차를 밟다 지지부진해지는 대학 이전 사례 등을 감안, 대학이 들어설 도내 부지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등 대학 이전 사업에 대한 제도개선을 해 나가겠다고 발표했다. 이 같은 경기도의 정책 변화는 기획보도를 통해 지적한 비합리적인 대학 이전 사업 부문을 개선, 대학 이전으로 인해 해당 지역에 부작용보다 선작용이 우선하는지 판단하는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취지다.

 특히 이번 기획보도 이후 기사와 관련된 지역의 일부 지자체장들은 비공식적으로 보도를 말아 줄것을 요청해 오기도 했다. 그도 것이 법적 구속력도 없는 MOU를 근거로 대학 유치 확정이라고 공표해 온 이들의 입장에서 지방선거를 앞두고 잘못된 대학 이전 사업이 선거의 핫이슈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재 경기도의회에선 지역구 의원들이 대학 이전 사업에 대해 경기도의 해명을 요구하는가 하면 야당 측 경기도지사 예비후보군에선 김문수 경기지사의 '실정'이라며 대응수위를 높였다. 이는 갈등의 요소를 제공한 측면이 아니라 차기 지방선거 후보들이 대학 이전 사업에 대한 문제의 심각성을 스스로 깨닫고 차후 시정을 맡을 당선자로 하여금 관심을 갖고 해결 방안을 마련하도록 하는 계기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되고 있다.

 무엇보다 의정부 캠프 스탠리 주변 기지촌 잔류여성들이 대학 이전 사업 발표 이후 쫓겨날 위기에 처해 있는 현실을 보도해 의정부시 등이 대책 마련에 분주해진 점은 개인적으로 가장 보람을 느끼는 바다. 앞으로 법원 판결이 나오겠지만 경인일보는 계속해 할머니들의 아픔을 집중 조명할 계획이다.



 취재, 어려움의 연속

 무엇보다 물리적인 거리가 문제였다. 대학 이전 사업은 경기 북부지역에 집중돼 있었고, 휴일을 쪼개 취재현장을 다니다 보니 힘이 많이 들었다. 또 해당 관청에서 선거를 앞둔 민감한 상황이라며 자료 제출을 꺼리면서 자료를 하나씩 취합하는 과정에서도 어려운 점이 많았다.

 지방선거를 거치면서 대학 이전 사업은 거의 침묵하다시피 한 상태다. 관에서는 유치계획 발표에도 신중에 신중을 기하고 있고, 대학들도 여론의 질타를 우려해 이전 사업계획이나 과정을 섣불리 공표하지 않고 있다. 경인일보는 이번에 지적한 대학 이전사업 지역마다 시기별로 일어나는 특이점을 파악하며 속보를 준비하고 있다. 혹여 또다시 문제가 불거질 경우 현장에 취재기자를 파견해 취재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의정부 지역은 미군 기지춘이라는 특수성을 감안, 기지촌 잔류 여성들의 안타까운 사정에 대해 계속해 주시하고 있다.
Posted by 박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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