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일보 '한중미래숲 쿠부치 사막을 걷다'
조영호 한국일보 사진부 기자



"인간은 사막이 얼마나 무서운지 알아야 합니다."

 사막 트레킹이 시작되기 전 한중 미래숲 권병현 대표는 학생들에게 말했다. 아름다운 사구가 끝없이 펼쳐진 중국 네이멍구 쿠부치 사막은 분명 매력적인 곳이었다. 하지만 6년째 이곳에 나무를 심고 있는 권병현 대표에게는 한 번 등을 돌린 자연이 인간에게 얼마나 가혹한지를 증명하는 현장일 뿐이었다. 사막을 칭송하는 단 하나의 미사여구도 없이 그렇게 트레킹은 시작됐다.

 해마다 봄철이면 우리나라에 황사를 보내주는 주범인 쿠부치 사막에 나무를 심기 위해 모인 120여 명의 대학생들은 가벼운 옷차림으로 버스에서 내렸다. 눈앞에 펼쳐진 모래언덕을 보며 학생들은 사진을 찍으며 즐거워했다. 버스가 사막 반대편으로 이동하고 본격적인 트레킹이 시작되자 여기저기에서 즐거운 노랫소리까지 들려왔다. 학생들에게 사막은 심각한 환경문제보단 즐거움으로 먼저 다가왔다. 얼마나 걸었을까? 마른 하늘에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검은 먹구름과 함께 바람이 불며 아름다운 사막의 모습은 한순간에 사라졌다. 떨어진 기온과 바람 앞에서 학생들은 옷깃을 여몄다. 노랫소리가 사라지고 학생들은 묵묵히 걸었다.

 기자는 거친 사막을 넘는 학생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뛰나 보니 체력이 고갈되기 시작했다. 머릿속에 담고 있던 사막의 이미지와 전혀 다른 상황에 당황하며 걷기를 3시간. 눈앞에 200미터의 큰 사구가 나타났다.



거친 사막 촬영 체력 고갈

 그때 미래숲 팀장의 외침이 들렸다. "이제 이 사구만 넘으면 사막이 끝납니다. 힘내세요." 그 말은 바로 기자에겐 "시간이 다 되어 갑니다. 서두르세요." 라는 말처럼 들렸다. 원하는 사진은 한 컷도 못 건졌는데 거대한 사구를 넘어가는 학생들을 따라잡기에는 너무 뒤쳐져 있었다. 그동안 찍은 사진을 머릿속으로 스캔하기 시작했다.

 '어떻게든 되겠지'하는 생각으로 포기하려는 순간 저 멀리 사구 위에 찍힌 여러 갈래의 발자국이 눈에 들어왔다. 사막은 본디 발자국을 품지 않는다. 그저 바람 한 번 지나고 나면 사라지는 것이 모래 위의 발자국이다. 하지만 비로 인해 물기를 머금은 사구는 학생들의 발자국을 그대로 품고 있었다. 흔치 않은 광경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연신 셔터를 누르기 시작했다. 사구를 따라 줄지어 오르는 학생들의 행렬은 힘겹지만 끝까지 넘어 기필코 사막을 녹지로 바꾸어 놓겠다는 의지의 표현 같았다. 앞서 갔더라면 결코 볼 수 없는 순간이었다. 

 정상에 오른 학생들은 한참 동안 그곳에 서 있었다. 힘겹게 흐르는 황하의 지류에 막혀 사막의 허리가 끊긴 곳에 녹색의 식물들이 펼쳐졌다. 뒤따라 올라 정상에서 바라본 광경은 다른 세상이었다. 황량하기만 했던 사막을 지나자 펼쳐진 녹색의 세상에서 학생들은 희망을 보았다.

 한때는 울창했다던 쿠부치의 모습을 되돌려 놓은 수 있을 것이란 희망에 학생들은 환호했다. 오직 보도를 목적으로 동행했던 트레킹이었지만 힘겹에 넘은 사막의 끝에서 바라본 녹색의 희망은 기자에게도 감동의 물결이었다. 나무를 심어 사막의 확장을 막는 녹색장성 구축이라는 미래숲의 목적을 학생들은 온몸으로 체험했다.

 사실 수백 년 전만 해도 쿠부치 사막은 맑은 물과 산림이 우거진 숲이었다. 무분별한 벌목, 가축의 대량방목, 식량 증산을 위한 개간 등 인간의 파괴 행위가 거듭되면서 50년 전 지금의 모습이 되어 버렸다. 이곳을 터전으로 살아가던 원주민들마저 떠나고 빈집과 모래바람만 존재하던 쿠부치 사막에도 얼마 전부터 작지만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사막을 체험한 학생들은 황량한 사막을 보며 푸른 숲을 상상하기 시작했다.

 미래숲이 6년 전 처음 심은 백양나무에도 녹색의 잎이 자라기 시작했다. 떠났던 원주민들도 하나둘씩 돌아오며 사막에 꽃피우기 시작한 녹지를 관리하기 시작했다.

 사막 체험을 마친 학생들은 쿠부치 사막의 심장부로 이동했다. 그곳에서 사막화 방지의 교두보가 될 녹색기지 건석을 위한 현판식과 식림 활동을 벌였다. 이곳에서 학생들은 사막의 또 다른 면을 경험했다. 쾌청한 날씨였지만 바람의 세기가 문제였다. 세차게 물아치는 바람은 모래를 가득 담고 이리저리 춤을 추었다. 입과 귀와 눈을 비롯해 침투 가능한 곳에는 어김없이 모래가 들이닥쳤다. 눈을 뜰 수도, 말을 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학생들은 인간의 무력함을 절감했다.



 취재 시작 30분만에 카메라 작동 멈춰

 모래바람은 먼지에 민감함 카메라엔 치명적이다. 취재를 시작한 지 30분도 안 되어 카메라가 작동을 멈춰 버렸다. 버스 안에서 카메라와 렌즈의 모래를 털어내고 비닐 랩으로 칭칭 감은 뒤에야 취재를 계속 할 수 있었다. 방진과 방습처리가 된 최첨단 카메라가 모래바람 하나 견뎌내지 못한다는 것이 아이러니 했다.

 쿠부치를 생활터전으로 살아가는 주민들은 사막의 바람에 몸으로 맞서지 않는다. 그저 조용히 뒤돌아 눈을 감고 바람이 지나가길 기다릴뿐이다. 일주일간의 사막 체험을 마친 뒤 머릿속은 복잡했따. 직접 체험한 자연의 혹독한 경고를 표현하기에는 취재한 사진들이 너무 보잘 것 없었다. 조금 더 강렬한 이미지를 전달하고 싶었는데 한계를 느꼈다. 하지만 학생들이 남기고 지나간 발자국들은 자연의 경고 대신 자연이 남긴 희망을 표현하기에 충분했다.

 기획 기사를 위해 고민하는 기자에게 미래숲 권병현 대표는 질문을 던졌다. "지구는 지금 병을 앓고 있습니다. 우리는 지구에게 많은 빚을 졌습니다. 당신은 얼마나 갚으며 살아가고 있습니까?"

 
Posted by 박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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