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S, 세계 최초 3D TV 시범방송
장재경 KBS 정책기획본부 기획부 팀장

 지난 5월 19일, 우리나라 지사파 방송 역사의 새 시대가 열렸다. 경험도, 장비도, 준비 기간도 어느 것 하나 자신할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KBS는 이 모든 걸 극복하는 대한민국 공영방송사의 저력을 보여 주었다. 우리나라 전체 가구별로 한 명 이상이 보았다는 영화 아바타 이후로, 영화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3D영상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은 새로운 영상 혁명에 대한 윤활유이자 콘텐츠 제작산업의 성장동력이 되고 있다.

 작년 말 KBS에서는 디지털 전환 이후의 차세대 방송 전략을 모색하던 중 이러한 국민적 관심에 부응하고, 정부의 차세대 성장 동력 활성화에 기여코자 본격적인 3D방송 전략 수립 태스크 포스팀을 구성하였다. 그러던 중 정부 유관기관에서는 범정부차원의 '3D산업 발전전략'이 수립되었고 올 10월 지상파를 통한 3D 실험방송 추진을 발표하였다.

 KBS는 이미 3D 카메라 제작 경험도 있고, 3D 송출 테스트도 연구소에서 추진 중이던 터라 기술적 검증은 어려운 게 아니었다. 문제는 콘텐츠였다. 3D 영상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져 있는 시청자에게 제대로 된 콘텐츠를 제공해야 한다는 의무감에 실험방송 추진은 많은 고민으로 시작됐다. 6월 남아공 월드컵 방송을 SONY가 3D로 제작하여 국내에도 배포한다는 소식이 떠들썩하던 시기였다.

 3D의 진면목은 단연 스포츠일 것이고 비록 비인기 종목으로 월드컵보다 국민적 사랑이 덜 하지만 깊이 감 차이가 확연해 3D를 더욱 실감나게 표현할 수 있는 콘텐츠가 육상이라는 판단이 내려졌다. 때마침 국제육상경기대회가 5월에 대구에서 열렸다. 대한민국의 가능성과 잠재력을 보여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대구국제육상경기대회를 3D로 제작하자는 결정이 사내 태스크 포스팀에서 내려졌다.

 하지만 이런 의지를 현실로 만들기엔 통과해야 할 관문이 너무 많았다. 그 첫 번째가 3D 카메라였다.

작년 말 KBS 차세대 방송 전략을 모색하던 중 본격적인 3D 방송 전략 수립 태스크 포스팀을 구성하였다. 3D의 진면목은 단연 스포츠일 것이고 비록 비인기 종목으로 월드컵보다 국민적 사랑이 덜 하지만 깊이감 차이가 확연해 3D를 더욱 실감나게 표현할 수 있는 콘텐츠가 육상이라는 판단이 내려졌다.

  첫번째 관문은 3D 카메라 확보

 생방송 3D 영상을 안정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시스템을 찾던 중 현재까지 다양한 경험으로 검증된 미국 3ALITY사의 담당자를 만나 보기로 했다.

 지난 4월 12일 대구국제육상경기가 열리기 한 달 여 전, 미국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방송장비 전시회인 NAB에서 3ALITY 아시아 총 책임자를 만났다. 전시회 기간 동안 대한민국 KBS에서 추진하려는 3D제작의도를 설명하고 장비와 전문 인력 참여를 요청했다. 다행히 세계 최초로 스포츠 경기를 지상파로 3D 생방송을 추진한다는 역사적 의미에 동질감을 같이하며 조금씩 공감대가 형성되어 갔다. 개념없이 적은 렌털 비용을 용기있게 제시하고 세계 방송 역사를 다시 쓰자는 공감대 하나만을 주장하는데도, 그런 상황을 백분 이해하고 같은 생각을 가져주는 3ALITY 아시아 총 책임자인 스테판에게 고마움과 미안함이 교차했다.

 다행히도 함께 NAB 전시회에 참관했던 KBS 직원들 중 중계기술, 스포츠제작, 카메라맨 등 3D를 제각하기 위한 기본 스태프들이 골고루 갖춰지는 우연스런 행운까지 겹쳐져서 갑작스런 스태프 회의가 현지에서 3ALITY관계자들과 진행되었다.

 전에도 앞으로도 다시없음 3ALITY 리그 5대 임대를 무리하게 요구하며 상호 필요한 부분에 대한 의견 교환이 라스베이거스의 한 호텔에서 늦은 새벽까지 이어졌다. 그렇게 대구국제육상경기의 첫 그림은 그려지고 있었다.

 NAB에서 돌아온 이후 본격적인 준비에 모두가 바빠졌다. 정부 관계 기관의 실험국 허가, 부서별 생중계 추진을 위한 역할 수행 등 사내 태스크 포스팀들의 바쁜 일정들은 계속 되었다.

 10월로 계획되었던 지상파 3D실험방송을 발표한 방통위는, 3D TV 시장 확대 차원으로 6월에 남아공 월드컴 실험중계를 검토할 수 있다고 4월 8일 보도자료를 통해 공식화했다. SONY에서 제작한 콘텐츠를 세계 최초로 3D 생방송한다는 것을 정부기관도 협조해줄 것이라 여겼다.



국제육상경기 촬영 장면.

 물론 KBS의 갑작스런 3D 생방송 추진 발표에 정부 부처나 국내외 언론들이 놀라는 건 당연했다. 쉽지 않은 과정을 거치며 KBS는 세계 최초로 3D 지상파 스포츠 생중계를 66번 채널을 통해 시범방송 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다. 일본이나 미국에서 스포츠 경기를 3D로 방송한 적은 있지만 케이블이나 위성을 통한 것이었고 지상파로 3D 스포츠를 생중계하는 것은 이번이 세계 최초였다.

 하지만 3D로 생방송을 하더라도 실제 3D 모니터를 가진 소수의 시청자만이, 그것도 실험방송용으로 관악산에 설치된 1KW 송신기가 커버할 수 있는 구역인 서울 및 수도권 일부에서만 지상파를 통해 시청할 수 있었다.

 3D방송의 시청 확대방안을 고민하던 중 시민들이 쉽게 오갈 수 있는 야외광장에 대형 3D 모니터를 설치하여 관심 있는 시청자들이 찾아와 볼 수 있도록 함으로 공영방송사로서 대 시청자들을 위한 공적 서비스를 조금이나마 이행하자는 데 의견이 모아졌고 여의도광장에 620인치 초대형 3D 모니터와 사전행사용 야외 특설무대가 준비되었다.

 3D생방송이 송출되기 전 초청가수들의 축하 공연을 통해 찾아온 시청자들에게 볼거리도 제공하고 이어지는 대구국제육상경기도 3D로 즐길 수 있게 하자는 의미였다.


여의도광장에서 열린 축하공연.

 자체 제작한 3D 카메라도 활용

 조금씩 프로젝트가 가닥을 잡아갈 즈음 문제가 발생했다. 총 5대의 지원을 약속했던 3ALITY 장비 중 2대가 유럽 하산 폭발 사건으로 제 시간에 맞출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비보였다. 방법을 선회, 미국에 있는 장비 공수 전략으로 수정되었지만 이 또한 세관 통과에 문제가 생겨 도착 일정 맞추는 게 어려워 졌다.

 국내 모든 3ALITY 리그 보유 업체에 가능성 타진, 최근 이슈화되어 국내 데모용으로 막 들여온 일체형 3D 카메라 렌트 등 다각도의 노력은 성과 없이 경기일을 카운트다운 하고 있었다. 전면적인 계획 수정이 불가피했다. 일단 KBS 연구소에서 자체 제작한 3D 카메라와 추가로 준비해간 국산 리그를 활용하기로 최종 결정되었다.

 대구 현지는 비가 계속해서 내려 제대로 된 리허설도 못해보고 방송을 진행해야 했다. 중계제작 인원과 3DTV 관련 스태프 40여 명은 세계 최초 3D 지상파 생중계에 대한 언론의 커다란 관심과 첫 3D생방 제작이라는 긴장감 속에 생방송이 진행되었다.

 대구국제육상경기가 3D로 생중계되긴 하지만 원래는 HD 생방송 중계가 메인이었기 때문에 동시 진행을 위해 24대의 HD 카메라 사이에 3D 카메라를 끼워 넣어야 했고 같은 동선으로 서로 부딪히는 경우도 발생했다. 3D영상에 현실감을 더하기 위해 오디오도 5.1 서라운드로 제작했다. 그렇게 대구현지 제작은 진행되고 있었다.

 반면 100여 명의 취재인파와 5,000여 명의 참관자들 속에 서울 여의도 광장에선 축하공연이 시작되었다. 무료로 나누어준 3D 안경이 모자라 오셨다가 돌아가시는 분들을 보았을 때 준비 부족의 아쉬움에 안타까움이 더했다. 드디어 축하 공연이 끝나고 대구 현장 생중계가 방송되던 순간 모인 시청자들의 표정과 반응에서 긴장감은 안도감으로 변하고 있었다.

 대구국제육상경기가 3D로 생중계되긴 하지만 원래는 HD 생방송 중계가 메인이었기 때문에 동시 진행을 위해 24대의 HD 카메라 사이에 3D 카메라를 끼워 넣어야 했고 같은 동선으로 서로 부딪히는 경우도 발생했다. 3D영상에 현실감을 더하기 위해 오디오도 5.1 서라운드로 제작했다.

 
 전용채널 확보 등이 과제

 경기장의 풀샷 모습, 대형 모니터에서 느껴지는 3D 현장감, 가슴까지 시원해졌다.

 열악한 조건과 환경 속에서 진행된 결과에 대한 보답이었고 KBS 제작 스태프들의 숨은 저력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였다.

 초대형 모니터는 마치 경기장에 와 있는 듯한 현장감을 부여했고 선수들의 입체적 거리감은 생동감을 있는 그대로 전달했다. 두 시간째 화면에서눈을 떼지 않으시는 할아버지께 찾아가 조심스레 여쭤보았다. 어지럽지 않으시냐고. 노약자 분들은 장시간 시청 시 어지럼증이나 이상 증상이 유발될 수 있어 걱정이었는데 어르신 하시는 말씀 아무렇지 않고 재밌기만 하다 신다.

 또 한 번의 안도감, 3D의 깊이감도 공영방송 다웠다. 현란한 화면 변화가 결코 3D의 정답은 아닐것이다. 무엇보다 안전하고 편안해야 하는 지상파에서 생방송으로 선택한 최선의 표현이었다.

 물론 처음 추진된 3D 생방송 중계 제작이다 보니 미흡한 부분도 많았다. 초기 기획보다 줄어든 3D 카메라 수량으로 다양한 연출의 제약, 경기 초반 화면의 포커싱 아웃, 여러 종류 리그의 혼합사용으로 일부 부자연스런 화면 넘김, 비오는 중 설치된 대형 모니터 한 블록의 접속불량 등.

 이를 토대삼아 향후 안정된 장비 수급과 다양한 제작 경험을 통해 3D 스토리 구성 능력, 깊이 값 제어 능력 등이 더해진다면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콘텐츠가 생산될 수 있을 것이란 확신이 들었다.

 그러나 기존 2D에 비해 많은 제작비용과 제작인력이 지원되어야 하는 3D 콘텐츠는 초기의 성공적 정착을 위해 정부와 산업계의 적극적인 지원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지상파의 3D 전용채널 확보, 관련 법률 제정, 전문 인력 양성 교육, 제작 비용 등 재정적 지원, 표준화 및 안정적 기준 수립 등이 요구되며 이러한 안정적 지원 정책이 뒷받침 될 때 3D 산업 성장과 콘텐츠 활성화 또는 앞당겨 질 수 있을 것이다.

 이번 대구국제육상경기대회를 발판 삼아 대한민국이 방송에서는 세계 제일의 3D 강국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Posted by 박선미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