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국의 특파원 운용
하종대 동아일보 국제부 차장

 일본은 15개 언론사가 무려 76명의 특파원을 중국에 파견하고 있다. 게다가 현지 취재보조원을 특파원 1인당 1~2명씩 채용해 활용하고 있다. 7명의 특파원을 중국에 두고 있는 아사히신문은 취재보조원이 12명이다. 일본 언론은 중국 취재를 위해 200여 안팎의 인력을 투입하고 있는 셈이다.


 중국 마카오에 3년째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장남 김정남(35)이 11일 오후 극비리에 베이징(北京)에 도착했다. 이날 서우두(首都) 공항에서 짙은 검은색 선글라스에 모자를 눌러쓰고 작은 가방 하나만 둘러멘 청바지 차림의 김정남을 처음 목격한 일본 방송국 카메라 팀이 그에게 "김정남이 맞느냐" "일본어를 할 줄 아느냐"고 계속 질문을 던졌다. 입국 수속을 하던 그는 입을 굳게 다문 채 아무런 답변도 하지 않았다. 이어 다른 외신기자들이 그를 알아보고 몰려와 "무슨 일로 왔느냐"고 묻자 "6자 회담이나 금융제재 같은 것과 관계없다"며 "그냥 개인적 일로 왔다. 더 드릴 말씀이 없다. 죄송하다"고 짤막하게 답변했다. 그는 또 "조만간 북한으로 돌아갈 것이냐"는 질문에 답변을 하지 않은 채 " 죄송합니다. 이러지 마시고요. 길 좀 비켜 주세요" 라며 서둘러 택시를 잡아타고 공항을 빠져나갔다. 그는 이후 오후 5시경(현지 시간) 시내 K호텔에 여장을 푼 뒤 2,3분 후 다시 내려와 공항에서부터 따라간 외신기자들과 다시 맞닥뜨렸다. 한 기자가 북한 지도자 자리를 물려받게 될 것인지를 물은 데 대해 "할 말이 없다"고만 답했다. 베이징에 얼마나 머무를 계획이냐는 질문에도 "며칠간 묵을 것 같다"고 짧게 답했다. 그는 미리 대기시켜 놓은 벤츠 승용차를 타고 서둘러 시내로 빠져 나갔다. 다수의 일본 기자를 포함한 베이징 주재 특파원들이 K호텔 앞으로 몰려와 그를 장시간 기다렸으나 김정남은 이날 밤 12시까지 나타나지 않았다. 김정남은 K호텔에 가명으로 체크인을 한 듯 호텔 숙박자 명단에는 이름이 없었다. 이날 밤 늦게까지 기자들이 따라붙자 숙소를 옮겼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하략)"

 길게 인용한 이 기사는 필자가 2007년 2월 12일자 동아일보에 쓴 기사의 일부다. 기사를 보면 김정남이 베이징 서우두 공항에 도착하는 순간부터 이날 밤 12시까지 김정남의 일거수일투족을 계속 따라다니며 취재한 것처럼 느껴진다.

 하루에 1~3개 기사, 현장취재 어려워

 하지만 실제로 필자가 이날 직접 취재에 나선 것은 초판 기사를 마감한 오후 5시(현지시간·한국시간 오후 6시) 이후였다. 직접 현장에 나가 취재한 뒤 기사화한 부분은 "다수의 일본 기자를 포함한 베이징 주재 특파원들이 K호텔 앞으로 몰려와… 이날 밤 늦게까지 기자들이 따라붙자 숙소를 옮겼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로 쓰인 마지막 단락 뿐이다.

 그럼 앞부분은 어떻게 취재했을까. 모두 현장에 나가 있는 외국 언론사의 특파원이거나 이들 언론사가 현지에서 채용한 중국인 취재보조원에게 전화를 해서 간접적으로 얻어들은 내용이다.

 하루에 1~3개의 기사를 송고하는 한국 언론사의 특파원들이 직접 현장에 나가서 취재를 하기란 쉽지 않다. 특히 이 사건처럼 취재원을 계속 따라다니며 취재를 해야 하는 경우엔 더욱 그렇다. 취재를 위해 사무실을 나가는 순간 하루 내지 한나절은 그냥 지나가버리기 때문이다. 따라서 필자는 주로 외국 언론사의 취재보조원을 많이 활용했다. 특히 북한 관련 인사가 오면 입국장인 벵이징의 서우두 공항은 물론 베이징 주재 북한 대사관이나 취재 대상이 움직이는 동선을 그대로 따라 다니며 취재하는 사람들이 모두 이런 취재보조원이기 때문에 이들과 수시로 통화하며 상황을 챙겼다.

중국작가협회 톄닝 스지아좡 주석(오른쪽)을 인터뷰하고 있는 필자.

 이를 위해서는 물론 평소 이들과 사귀어놓고 이들을 잘 '챙겨야' 한다. 이런 '간접 취재' 통로 조차도 잘 모르거나 이들을 평소 잘 관리하지 못해 활용하지 못하는 특파원들이 수두룩하다. 이처럼 대부분의 사건을 '편접 취재' 내지 '간접 취재'를 할 수 밖에 없는 것은 한국 언론사의 특파원 인력이 턱없이 모자라기 때문이다.

 올해 7월 현재 홍콩을 포함해 중국 주재 한국 특파원은 20개 언론사에 33명. 베이징 3명을 비롯해 선양(瀋陽), 상하이(上海), 홍콩, 대만에 각각 1명씩 둔 연합뉴스가 7명으로 가장 많다. 다음은 KBS가 3명, 동아·조선·중앙과 MBS·SBS가 각각 2명씩이다. 경향·국민·문화·서울·세계·한국·한겨레·매일경제·서울경제·한국경제·헤럴드경제·YTN·CBS 등 13개 사는 각각 1명을 두고 있다. 매일 신문지면을 장식하는 중국 관련 기사에 비해 특파원 수는 턱없이 모자란 셈이다. 반면 일본은 15개 언론사가 무려 76명의 특파원을 중국에 파견하고 있다. 게다가 일본 언론은 현지 취재보조원을 특파원 1인당 1~2명씩 채용해 활용하고 있다. 7명의 특파원을 중국에 두고 있는 아사히(朝日) 신문은 현재 취재보조원이 12명이다. 결국 일본 언론사는 중국 취재를 위해 200명 안팎의 인력을 투입하고 있는 셈이다. 게다가 이는 해당 언론사의 지국을 운영하기 위한 운전기사나 식사 담당 아줌마 등 취재 및 기사 작성을 직접 하지 않는 인력은 제외한 숫자다.

 이처럼 취재인력이 풍부한 일본 언론사는 중국에서 사건이 터지면 무조건 중국 주재 특파원과 동시에 현지 취재보조원을 현장에 파견한다. 일본 언론은 특히 보도할 가치가 있는 북한 측 인사가 중국을 방문한다는 설이 나돌면 즉각 취재보조원을 공항과 북한 대사관 또는 이들이 방문할 가능성이 있는 중국의 주요 기관까지 샅샅이 배치해 취재대상을 추적한다.

 취재보조원은 자신이 담당한 취재길목에서 하루종일 취재대상의 동태만 감시하기 때문에 특파원들이 취재력에서 일본 언론을 따라잡는 것은 사실상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나 6자회담의 북한 측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이 중국을 극비리에 방문하거나 김 위원장의 장남 정남 씨가 베이징에 몰래 들어올 때 한국 언론보다 일본 언론이 좀 더 빨리 구체적으로 취재해 보도할 수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국은 33명, 일본은 76명

 특파원의 선발과 사전 교육 역시 대부분의 일본 언론사는 한국 언론사보다 철저하다. 한국이나 중국등 영어권이 아닌 나라로 특파원을 보낼 때는 반드시 현지에 미리 보내 1년가량 현지 언어를 익히도록 배려한다. 한국의 경우 주요 언론사를 제외하면 1년씩 현지 언어를 익히도록 사전에 연수를 보내는 언론사는 드물다.
 
 특파원이 현지 언어에 익숙하지 않다 보니 취재원이 현지인보다는 현지에서 활동하는 한국인 상사원이나 대사관 직원, 한인단체로 국한되기 십상이다. 결국 현지인의 사고방식이나 시각, 주장보다는 현지인의 한국인이라는 프리즘을 통해 수집되는 사실과 주장, 가치관들이 그대로 한국의 독자들에게 전달되는 셈이다.

 또 현장 취재보다는 주로 현지의 신문이나 잡지 기사를 참조해 기사를 쓰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요즘은 인터넷이 발달해 현지 신문이나 방송, 잡지를 한국에서도 곧바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이런 식의 기사는 본사의 국제부 기자가 쓰는 것과 별다른 차이가 없게 된다.



 특히 주재하는 나라의 언론사 역시 자국의 언어에 익숙한 특파원을 상대로 취재하기 때문에 특정 국가의 특파원들이 주재국의 언어에 익숙하지 않다면 그 나라 특파원들의 목소리는 주재국 언론에 반영될 가능성이 크게 줄어든다. 필자 역시 특파원으로 파견되기 전에 미리 1년간 중국에서 언어 연수를 충분히 받지 못했다면 홍콩의 평황(鳳凰)TV의 시사프로그램에 토론자로 가끔씩 출연하거나 인민일보나 파쯔(法制)일보 등 현지 신문에 필자의 글이 실리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한국 특파원들의 취재지원 상황 역시 열악하기 그지없다. KBS MBC SBS 등 방송 3사와 동아 조선 중앙 등 주요 언론사를 제외하면 변변한 취재 및 기사 작성을 하는 사무실조차 없다. 따라서 대부분이 집에서 가족과 함께 재택근무를 한다. 업무 집중도가 떨어지고 업무와 휴식이 구분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업무가 연속되기 때문에 만성피로에 시달리기 십상이다. 일본 언론이 특파원 당 1,2명 씩 채용하는 현지 취재보조원은 KBS MBC  SBS 등 방송 3사와 동아 조선 중앙 등 중요 언론은 제외하면 '그림의 떡'이다. 따라서 취재 섭외를 하거나 일정을 챙길 때 특파원이 일일이 찾아서 해야 한다.

 영어권 이외 특파원에게는 1년간 언어 연수 기회

 사정이 이러하다 보니 베이징에 주재하는 한국 특파원의 경우 중국 외교부가 매주 화, 목요일 오후에 실시하는 정례브리핑에 빠지기 일쑤다. 브리핑에 참석해봤자 기사가 나오는 경우가 드문데다 혼자 근무하는 언론사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인력 구조상 브리핑에 참석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브리핑에 참석하려면 외교부까지 오가는 데 각각 1시간, 브리핑 시간 1시간 등 최소 3시간은 들여야 한다. 결국 중국 외교부 정례브리핑 현장에 가 보면 한반도 관련 사건이 터져 한국의 특파원들이 많이 참석해야 하는 데도 불구하고 되례 일본 특파원들이 더 많이 오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게다가 대사관 등 정부와 언론의 정보 공유나 상호 공조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일본 정부는 중요 이슈가 발생하거나 또는 중요 이슈가 없더라도 정기적으로 대사가 직접 상세하게 브리핑을 한 뒤 보도와 관련해서는 이해와 협조를 구하지만 한국 정부는 평소 있던 정기 브리핑도 중요 이슈가 발생하면 되레 피한다. 이슈에 대해 적극 설명하거나 언론의 이해를 구하기보다 언론 접촉 자체를 피해버리는 것이다.

 많은 특파원들은 최소한 기자들이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기사를 송고할 수 있는 국내의 기자실과 비슷한 '만남의 장소'라도 정부 또는 이와 유사한 단체 등이 나서서 마련해 주기를 원하고 있지만 이 또한 이뤄지지 않고 있다. 결국 한국의 특파원들은 일본 등 외국 특파원들에 비해 턱없이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모든 악조건을 개인적인 취재력 보강을 통해 고군분투해야만 좋은 기사를 쓸 수 있는 것이다.
Posted by 박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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