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일보 '옆 둥지 새끼 물어 죽이는 백로의 빗나간 모정'
김시범 경기일보 사진부장



 생태사진 촬영 시 사진실력도 중요하지만 운도 무척 중요하다. 그러나 촬영하고자 하는 동물의 습성을 조금 이해하면 보다 손쉽게 순간을 포착할 수 있다. 백로사진 촬영의 경우 백로서식지를 찾아 나뭇가지 등이 가리지 않고 새끼들이 잘 보이며 푸른 나무가 배경으로 위치한 둥지를 찾는 것이 보다 좋은 색감의 사진을 얻을 수 있다.

 "찍~~" "철퍼덕"
 "에이 저놈의 백로XX가 또 싸고 도망가네."
 
이곳은 한양대 안산 캠퍼스 내 야산에 위치한 백로 서식지. 번식기를 맞아 나무들 위에 지어진 수백여 개의 둥지마다 어미 백로들이 앙증맞은 새끼들을 지키고 있었다. 또한 하늘에는 먹이를 연신 물어다 나르는 아빠 백로들의 날개짓 소리가 가득했다.

 6월 중순의 어느날. 나는 새끼를 키우는 백로의 모정 장면을 사진 취재하기 위해 길도 없고 온통 눈이 온 듯 백로의 배설물로 하얗게 뒤덮인 나무와 숲을 헤쳐 촬영 포인트를 잡은 후 4시간 동안 숨죽이고 서 있었다. 그러나 하늘에서 떨어지는 냄새나는 백로 배설물을 세 번이나 맞았다(한번은 카메라에). 더구나 이틀 전에도 이곳을 왔다가 5시간 가량을 기다리던 끝에 빈손으로 철수했으니 속으로 오기가 뭉클뭉클 솟아오르고 있었다.



1면 꺼리는 건졌으나…

 백로 둥지를 취재하기 위해 어언 10여 년째 여러 서식지를 찾아가며 촬영에 임했었는데 이번처럼 먹이를 물어다 주는 아빠 백로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이틀째 공치는 경우는 한 번도 없었다. 사실 백로부부는 번갈아 가며 먹이사냥을 나가고 나머지가 둥지를 지킨다.

 삼각대도 없이 400mm 망원렌즈를 손에 들고 극심한 경계의 눈초리를 보내는 백로들의 눈치를 보며 4시간 이상을 서있으려니 허리도 아프고 다리도 아픈 게 딱 포기하기 일보 직전이었다. 나름대로 요령을 피우기 위해 우산을 쓰고 있었는데 우산의 움직임이 백로들을 자극해 어미들이 자꾸만 둥지를 버리고 도망을 갔다. 그러니 우산을 접고 6월 뙤약볕에 땀을 뻘뻘 흘리며 마냥 기다리는 수밖에. 이번에는 꼭 촬영해야 한다는 각오 아래 편집국장에게 전화해 데스크 회의에 못 들어간다고 양해를 구하고 마냥 기다리는 순간 그렇게 고대하던 아빠 백로가 찾아와 새끼들에게 먹이를 먹여주는 장면을 무사히 촬영했다. 최상급의 장면은 아니었다.

'좀 아쉬운 대로 1면 꺼리 한 장은 건질 듯한데…. 좀 더 기다려 보자. 어차피 데스크 회의도 못 들어간다고 통보헀는데….' 사진 촬영을 할 수 있는 둥지가 주변에 3개 더 있었기에 좀 더 욕심을 냈다. 그런데 좀 이상한 장면이 눈에 자꾸 띄었다. 유난히 서로 붙어있는 두 개의 둥지에 각각 어미들이 새끼들을 지키고 있었는데 서로 잦은 자리다툼을 벌이는 것이 아닌가. 1시간 이상을 그쪽 둥지만 관찰 하였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카메라를 그쪽으로 대고서.

 어느 순간 한 둥지의 어미가 잠시(시간으로 따지면 20초 이내) 자리를 비우는가 싶더니 옆 둥지의 어미가 순식간에 어미 없는 새끼 중 한마리의 목을 물고 흔들다 땅으로 냅다 던져버리는 것이 아닌가. "드르르륵~~" 열심히 셔터를 눌렀다. 1초에 10프레임 이상 촬영되는 최신형 카메라로 계속 눌렀다. 바로 그때 둥지로 돌아온 어미가 자신의 새끼가 사라진 것을 확인한 후 누구 짓인 줄 안다는 듯 격한 울음소리를 토해내며 범인백로와 싸움을 벌였다. 한 20여 초간. 그리고는 아무 일 없다는 듯 각자 남은 새끼들을 지키고 있었다.

 한바탕 소동이 마무린 된 후 나는 촬영된 장면을 확인했다. 물어 죽이는 장면은 4장. 그중에서도 딱 1장만이 제대로 촬영되었다. 얼마나 순간적이었던지 고속의 셔토속도로 촬영했는데도 불구하고 입에 물린 새끼의 모습은 약간 흔들렸다. 그래도 좀처럼 보기힘든 장면을 촬영한 흥분은 감출 수가 없었다. 솔직히 10여 년 동안 백로둥지를 관찰하면서 백로가 자신의 둥지를 기웃거리는 다른 둥지 새끼들을 부리로 쪼는 등 구박하는 모습은 종종 관찰했었다. 그런데 이번처럼 다른 둥지의 새끼를 어미가 없는 틈을 이용해 물어 죽이는 경우는 처음이었다. 자신의 새끼를 위해 앞으로 경쟁자가 될 타 둥지 새끼를 제거하는 백로의 빗나간 모정. 새삼 자연의 냉정한 생존경쟁의 법칙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경기일보 6월 16일자 1면에는 아빠 백로가 먹이를 구해와 새끼들에게 먹여주는 아름다운 모습(?)을 게재했다. 그 사진이 실린 후 사진작가들에게 촬영 포인트를 알려 달라는 전화를 여러통 받았다. 또한 한 병원에서 환자들의 정서를 위해 그 사진을 크게 인화해 병원에 걸어놓고 싶다는 제의도 받았다.

 채 피지도 못하고 꺾여진 꽃처럼 날개짓 한번 못한 채 생을 마감한 새끼백로. 지면에는 실리지 못했지만, 그 죽음의 순간을 포착한 대가로 제 90회 사진기자협회 이달의 보도사진상을 수상했다. 어찌 보면 착잡한 장면인데 말이다. 그러나 냉정한 생존경쟁의 법칙 속에서 새끼백로 한 마리의 죽음은 다른 수백여 둥지에서 자라나는 새끼들의 삶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마음을 고쳐먹어 본다.

 얼마 전 고양시 사리현동 백로서식지에서 새끼들이 자라는 둥지로 가득한 나무 수백여 그루를 사유지라는 이유로 무차별하게 베어 버린 사건이 있었다. 그로 인해 150여 마리의 백로 및 새끼들이 떼죽음을 당했다. 자연의 법칙 속에서 사라지는 동물보다 서식지를 파괴하는 인간으로 인해 죽어가는 동물들이 훨씬 많다는 사실을 우리는 깨달아야 한다. 동물이 살지 못하는 대지는 인간도 살 수 없다는 진리를 다시 한번 되새겨 보자.



 동물습성 이해하면 손쉽게 순간 포착

 끝으로 동물 촬영 노하우를 밝히자면 동물들의 생태사진 촬영 시 사진실력도 중요하지만 운도 무척 중요하다. 촬영대상이 되는 동물들이 촬영자 마음대로 움직여주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촬영하고자 하는 동물의 습성을 조금 이해하면 손쉽게 순간을 포착할 수 있다. 백로사진 촬영의 경우 백로서식지를 찾아 나뭇가지 등이 가리지 않고 새끼들이 잘 보이며 푸른 나무가 배경으로 위치한 둥지를 찾는 것이 보다 좋은 색감의 사진을 얻을 수 있다. 또한 새끼를 키우는 백로부부의 경우 약 3~4시간 마다 번갈아 가며 먹이사냥을 가고 남은 백로가 새끼를 지킨다. 먹이사냥을 갔던 백로가 둥지로 돌아오는 순간부터 10여 초 동안 백로부부는 새끼를 사이에 두고 서로 목을 비비거나 입을 맞추는 듯한 애정 표현을 하고 비로소 새끼들에게 반쯤 소화된 먹이를 먹인다. 애정표현 할 때와 먹이를 먹일 때 새끼들이 입을 벌리고 달려드는 순간이 좋은 촬영시점이 된다.



Posted by 박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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