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강 체험기

도준호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


강의는 그날의 신문을 교재로 한 신문 소개와 신문을 이용한 글쓰기 두 파트로 나눠 진행했다. 신문 소개를 위해 학생 수만큼 강의 날짜의 신문을 준비했다. 신문의 구체적인 내용도 설명했다. 신문의 1면은 얼굴이고, 사설은 심장이며 신문기사는 간결, 명백, 분명한 것이 특징이며 기사작성은 6하 원칙에 따라 한다는 것도 이야기했다.


 적절한 표현인지는 모르지만 한국언론진흥재단으로부터 중고생을 상대로 한 신문활용교육(NIE) 의뢰를 받았을 때 느낌은 “70에 능참봉”이라는 말이었다. 평생을 ‘쟁이’로 살아 왔지만 퇴직한 지 오랜인 데다 이런 교육을 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능참봉’ 역할을 제대로 할지 걱정이 앞섰다. 그러나 현장에서 학생들을 상대해 본 결과 NIE는 필요하며 이런 교육을 통해 학생들의 읽기와 쓰기 능력을 증진시키는 것은 학생 자신들을 위해서뿐 아니라 국가의 교육경쟁력 향상을 위해서도 도움이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문구독률 절반에 불과

 하지만 이런 바람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벽이 적지 않았다. 우선 NIE가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많은 학생들이 신문을 읽고 신문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야 하는데 현장은 그렇지 못했다. 언론진흥재단이 NIE에 앞장서는 것은 신문에 대한 관심도를 높여 사양화되고 있는 신문산업을 ‘진흥’시키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는 것을 모르는 바는 아니나 학교 현장의 풍토는 너무 척박했다.

 필자가 그동안 강의한 학교는 4개교. 서울 송파2동의 가락중, 경기 용인 죽전동의 대덕중, 서울 강북 신사동의 덕산중, 가락본동의 가원중이다. 대상 학생은 260명이었다. 강의에 앞서 학생들에게 신문 구독률을 조사했다. 학교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긴 했으나 전반적으로 대상 학생의 절반이 약간 넘게 집에서 신문으로 보고 있었다. 이 가운데 절반에 훨씬 못 미치는 학생이 신문을 조금이나마 본다고 했다. 신문을 보는 학생도 신문 보는 시간이 20분을 넘지 않았다. 어릴 때부터 읽기 습관을 기르려면 신문 읽기보다 좋은 게 없는데도 우리 학생들은 그것과 거리가 있었다.

 강의는 그날의 신문을 교재로 한 신문 소개와 신문을 이용한 글쓰기 두 파트로 나눠 진행했다. 신문 소개를 위해 학생 수만큼 강의 날짜의 신문을 준비했다. 학생들에게 ‘신문이 무엇이냐’고 물으니 뉴스페이퍼(newspaper)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신문이 갖고 있는 방대한 정보와 정제된 글, 현안에 대한 비판 등 종합적인 기능에 대한 인식보다는 뉴스를 담은 종이 정도로 알았다. 요즘 잘 쓰는 말로 하면 콘텐츠가 부족했다.

지면구성과 기사 종류도 설명

 그래서 고 정주영 씨의 사례를 들어 신문을 설명했다. 정 씨의 학력은 아산소학교 졸업이 전부다. 그런 그가 세계적인 기업을 이끌고 전문가 못지않은 경제지식, 국제감각, 창조적 생각을 가질 수 있었던 원천은 신문이었다. 그는 매일 새벽 3시에 일어나 2시간 동안 신문을 정독하고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고 했다. 필자가 경제부에 근무할 때 전경련(전국경제인연합회)을 출입하면서 당시 전경련 회장이었던 정 회장으로부터 직접 들은 이야기다.

 물론 신문의 구체적인 내용도 설명했다. 신문의 1면은 얼굴이고, 사설은 심장이며 신문기사는 간결, 명백, 분명한 것이 특징이며 기사작성은 6하 원칙에 따라 한다는 것도 이야기했다. 신문기사의 종류는 보도기사, 해설기사, 의견기사로 나누며 객관적인 시각에서 사실 위주로 쓴 기사가 보도기사, 보도기사가 다루는 내용의 배경, 원인을 분석하고 전망을 제시하는 것은 해설기사, 특정 사안에 대한 주관적 해석이나 주장을 담은 사설이나 칼럼 등이 의견기사라고 부연했다. 이런 내용을 설명할 때마다 신문을 넘겨가며 해당 항목을 짚어 보고 학생들이 직접 읽도록 했다.

 학생들의 관심은 높았다. 지금까지 신문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들어 본 적이 없다면서 종전보다 신문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졌다고 했다.

 좋은 기사의 사례로는 1996년 지역현장 보도부문의 퓰리처상을 받은 뉴욕타임스의 로버트 맥패든의 ‘빗방울 리듬’이라는 날씨 기사를 들었다. 오랜 가뭄 끝에 내린 단비로 뉴욕의 풍경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하나의 풍경화처럼 그려낸 이 기사는 명문일뿐더러 뛰어난 관찰력을 지닌 기사였다.

도준호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이 7월 20일 용인 대덕 중학교에서 특강을 하고 있다.

글쓰기는 보도기사와 사설로

 신문을 활용한 글쓰기는 보도기사의 기본형인 사건기사와 사설을 중심으로 교육했다. 물론 글을 잘 쓰려면 무엇보다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하고 많이 써 보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을 위해 신문기사를 활용하는 것은 좋은 방법이다. 신문기사는 시사성이 있을뿐더러 비판의식을 제고하는 데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사건기사는 첫머리에 요약(리드)을 쓰고 그 다음은 중요한 내용, 그 다음은 덜 중요한 내용 순으로 배열하는 것이다. 그러나 사설이나 칼럼 등은 배열방식이 다르다. 서론, 본론, 결론 순으로 이어가든지 기승전결(起承轉結)에 따라 작성한다. 사설과 보도기사가 어떻게 다른지를 그날 배부한 신문의 사설을 예로 들어 설명하고 학생들이 직접 읽어 보도록 했다. 그리고 사설 내용은 사실과 의견이 섞여 있는데 무엇이 사실이고 무엇이 의견인지를 구분하는 능력과 사실과 의견의 논리적 합당성 등을 따져 보는 훈련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좋은 사설로 미국신문편집인협회가 1994년 명사설로 선정한 ‘문신과 자유’를 소개했다. 이 사설은 아이오아주 ‘에임스 데일리 트리뷴’의 주필 마이클 가이트너가 아이오와 주립대학의 음식 서비스 일꾼인 잭슨 워런의 팔 문신을 둘러싸고 벌어진 논란에 대해 미국 수정헌법 1조를 들어 개인의 자유를 강조한 글이다. 문장이 쉽고 읽기가 편하지만 논리는 분명했다.

 학생들이 쓴 글의 첨삭 지도를 위해 내 준 글 제목은 ‘한국에 붉은악마가 있다면 아프리카엔 조상혼령이 있다’(6월 7일자 조선일보)는 월드컵 관련 기사였다. 월드컵의 성공을 위해서는 조상혼령을 잘 모셔야 하며 조상혼령을 잘 모시기 위해서는 소나 양 등의 희생의 피를 뿌려야 한다는 아프리카의 이질적 문화에 대한 평가를 요구한 것이다. 평가를 하기 어렵다면 요약문을 보내도록 했다.

 글쓰기에 대한 호응은 높지 않았다. 물론 3분의 2 가까운 학생이 참여하는 경우도 있긴 했지만 대부분은 소수의 학생만 참여했다. 학생 개개인에도 차이가 있었다. 어떤 학생은 중학생 수준으로는 꽤 잘 썼는가 하면 문장 훈련이 전혀 안 된 학생도 있었다. 학생들의 소극적 호응은 글 쓰는 훈련이 안 된 탓도 있지만 성적에 반영되지 않고 의무사항이 아니라 그런 것 같았다.


NIE 활성화, 가능성은 충분해

현실적 풍토는 척박했지만 이번 강의를 통해 NIE를 활성화할 수 있다는 가능성은 충분히 보았다. 담당 교사들은 NIE의 중요성에 대해 잘 인식하고 있었다. 어떤 학교는 학사일정 때문에 이뤄지지는 못했지만 2학년 전체 학생들을 대상으로 교육했으면 하는 바람까지 나타낼 정도로 관심을 가졌다. 물론 사회경험이 많은 전직 언론인이 강의를 한다니 뭔가 새로운 것이 있지 않을까 하는 호기심도 작용했겠지만 NIE가 학생 글쓰기에 도움이 되고 장기적으로는 학생의 대학입시 논술시험에 큰 힘이 될 것이란 인식을 갖고 있기 때문이란 생각이다.

 학생들의 호응도도 높았다. 이번 강의를 통해 신문의 종합적 기능을 알고부터는 신문을 새롭게 인식하는 분위기였다. 지금까지 학생들이 신문에 대한 관심이 적었던 것은 신문을 보는 기회가 적었기 때문이지 신문이 싫어서는 아니란 생각이다. 어떤 학생은 신문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했다는 메일을 보내오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강의는 소수의 학생들을 상대로 한 시험적 성격이 강하다.

 교육 경쟁력에서 세계 1위인 핀란드는 학생들이 어릴 때부터 읽기 습관을 가지도록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읽기 습관이 생각하는 습관을 기르며, 생각하는 습관이 아이디어 끌어내고 아이디어가 있으면 쓰고 싶어 하고 창조력도 끌어낼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어릴 때부터 읽기 습관을 가지도록 하는 데 신문보다 좋은 것이 없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생들이 신문과 보다 가까워질 수 있도록 NIE를 활성화해야 한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전직 언론인을 활용해 NIE에 나선 것은 작은 시도에 불과하다. 전 사회가 나서 신문 읽기는 신문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뿐만 아니라 국가경쟁력 제고 차원에서 필요하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국가가 나서 정책적으론 신문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학교, 언론사, 전문가 간의 네트워크를 통해 체계적이고 조직적인 교육이 필요하다. 그래야 어릴 때부터 읽기 습관이 자리 잡을 수 있다.

Posted by 장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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