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신문과방송> 2009년 2월호 밀착취재


800억 이상 예산 감축,
회의비, 업무추진비도 삭감
방송사 제작비 절감 현황

이아람 기자·aram@kpf.or.kr

KBS는 직접제작비를 지난해보다 352(15%) 줄인 2,143억원으로 편성했다. MBC는 전년보다 338억(16.2%) 감소한 1,749억을 편성했다. SBS는 1월 20일 현재까지 제작비 예산을 확정하지 않았지만 전년도 2000억원보다 20%가량 감소한 1600억 정도로 책정할 예정이다.

대형 특집 프로그램은 제작할 여력이 없다. 올해 큰 반향을 일으켰던 MBC ‘북극의 눈물’처럼 제작비가 10억원 이상 드는 프로그램은 보기 어렵게 됐다. 특집 프로그램은 안정적인 시청률이 나오는 고정 프로그램이나 재방송에 비해 광고주들이 선호하지 않는다는 점도 이유가 됐다.


2009년 경제 위기 속에 언론사들은 일제히 경영 위기에 직면했다. 한국방송광고공사에 따르면 2008년 12월 방송광고비는 전월보다 17.1% 감소한 1,305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월의 2,043억원에 비해 36.1%(738억 원)나 감소한 금액이다.

광고매출 30%넘게 하락

IMF보다 심각해
심각한 것은 올해 1월 광고매출이다. 전년대비 최소 30%에서 35%까지 감소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기 때문이다. SBS 하금열 사장은 지난해 12월 30일 기자간담회에서 “2009년 1월 광고 판매율이 25%에 그쳤다”며 “외환위기 시에도 최하가 46.5%였는데 이제는 30% 이하로 내려갔다”고 심각성을 전했다. 이미 지난해 말 비상경영을 선포하면서 초긴축재정에 들어간 방송사들은 올해 예산 수립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해 전체 지상파 방송 광고 매출은 약 2조 1,856억원으로 2007년의 2조 3,943억원보다 약 8.7%(2,087억 원) 감소했다. 방송사별로는 KBS가 전년대비 10.4% 하락(5,311억원), SBS는 전년대비 9.3% 하락(4,792억원), MBC는 전년대비 8.4%(8,883억원) 하락했다.
결과적으로 올해 방송 3사는 모두 지난해보다 6%에서 15%까지 줄여서 예산을 편성했다. 특히 제작비 예산 감소가 두드러진다. KBS는 직접제작비를 지난해보다 352(15%) 줄인 2,143억원으로 편성했다. MBC는 전년보다 338억(16.2%) 감소한 1,749억을 편성했다. SBS는 1월 20일 현재까지 제작비 예산을 확정하지 않았지만 전년도 2000억원보다 20%가량 감소한 1600억 정도로 책정할 예정이다. SBS는 광고매출 하락 정도에 따라 시나리오를 짜서 예산 수립을 하고 있는데 10% 감소를 기준으로 했던 것을 수정해 20% 까지 바라봐야 할 상황이라고 전했다<표>.


제작비 삭감은 주로 기존 프로그램을 폐지하고 그 시간에 재방송을 편성하는 등의 편성정책으로 75%~80% 정도 이뤄진다. SBS 관계자는 “봄 개편을 앞두고 광고 수익이 프로그램 제작비를 충당하지 못하는 프로그램은 우선적으로 폐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빈 자리는 재방송으로 채울 예정이다. 지난 가을 개편부터 방송 3사 모두 대폭 늘어난 재방송 편성은 제작비를 크게 줄일 뿐만 아니라 안정된 시청률 확보를 바라는 광고주의 구미에도 맞아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렸다고 평가된다. MBC는 지난 해 가을 개편에서 주말 특별기획 드라마 하나를 줄인 것만으로 100억 이상을 줄인 효과를 누렸다. 드라마 회당 제작비가 1억 이상이기 때문에 드라마 한 편을 재방송으로 대체하는 것은 가장 빠른 비용절감 방법이다.


제작현장,

비정규직에 큰 타격
개편을 통한 제작비 삭감에 비해 직접적인 제작비 삭감은 전체 제작비 삭감에서 비중이 크지 않다. 그러나 제작현장에는 상당한 타격이 되고 있다. 주요 삭감 대상은 덩치가 큰 대작 드라마들이다. 총 제작비 250억의 50부작 드라마 MBC ‘선덕여왕’은 편당 5000만원씩 제작비가 줄었다. KBS는 이미 방영중인 드라마 ‘천추태후’의 제작비도 편당 2000만원씩 삭감했다. 국내 최대규모 전투신을 찍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던 ‘천추태후’ 제작진은 당황스럽다는 입장이다. 제작 관계자는 “대규모 엑스트라와 300마리 넘는 말을 사용할 예정이었는데 반으로 줄여서 촬영하게 됐다. 전쟁신은 컴퓨터 그래픽으로 최대한 커버하고 있다”고 전했다. 드라마에서 줄어드는 제작비 예산은 대략 KBS 130억 원, MBC 200억 원, SBS는 100~150억 원 가량이다 된다.
드라마 외의 예능이나 교양, 보도 프로그램들도 저비용 포맷을 개발하라는 압박을 받고 있다. KBS는 올해 방송 작가, VJ등과 거의 재계약을 하지 않고 내부의 PD를 최대한 이용할 방침이다. 예를 들어 전에는 PD나 작가가 자막을 써주면 삽입해주는 일을 하는 외주 직원이 따로 있었는데 올해부터는 PD가 직접 자막을 삽입하게 됐다. 작가가 해고되는 프로그램도 많지만 비정규직 근로자의 특성상 그 규모는 집계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작가협회는 지난해 말 제작비 감축에 따른 방송작가의 인건비 감축과 계약해지를 자제해 달라는 공문을 방송 3사에 보냈다.
또, 외주 프로그램을 내부 제작 프로그램으로 바꾸는 일도 상당수 벌어지고 있다. SBS에서 월~금요일 오후 5시 반에 방송되는 ‘생방송 투데이’는 교양국에서 꼭지마다 외주 제작을 해오던 프로그램이는데 보도국 담당 프로그램으로 바뀌면서 내부 제작 프로그램으로 바뀌었다. 또 KBS 2TV에서 매주 월~토요일 오전 6시 30분에 방송되는 ‘생방송 세상의 아침’은 주 6회를 전부 외주제작해왔다. 그러나 2월부터 주당 1회분의 방송을 PD가 제작하기로 했다. 독립PD협회의 최영기 PD는 “방송사의 경영위기를 이해하지만, 제작비 절감이 곧바로 외주제작인력의 인건비 감소로 이어진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 콘텐츠의 질은 제작인력에 달려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절감계획을 세워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출연자의 수를 줄이고 몸값을 낮추거나 자체 아나운서로 대체하고 있다. KBS는  ‘러브인 아시아’의 박미선, ‘연예가 중계’의 김제동 등 높은 출연료의 외부 진행자를 오정연, 한석준 아나운서로 교체했다. 최근 KBS는 가요무대의 야외무대 설치에서 조명을 효과적으로 사용해 무대제작비 2000만원을 절감한 사례를 소개하며 제작비 절감을 독려하고 있다.
반명 광고가 많이 붙는 인기 프로그램은 확대편성을 했다. 지난 가을 개편에서 MBC는 인기 예능 프로그램인 ‘일요일 일요일 밤에-우리 결혼했어요’와 ‘무한도전’의 방송시간을 각각 10분, 5분씩 늘렸다. 방송 3사가 드라마 방송시간을 60분으로 줄이기로 합의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현재는 집단MC체제가 정착된 예능 프로그램에서 유재석, 강호동 등 스타 엠씨를 제외한 나머지 출연자들의 출연료를 20~30%씩 줄이는 협상을 진행중이다. 


해외 출장 자제 요청에

회의비, 업무 추진비도 삭감
제작비가 많이 드는 대형 특집 프로그램은 제작할 여력이 없다. 올해 큰 반향을 일으켰던 MBC ‘북극의 눈물’처럼 제작비가 10억원 이상 드는 프로그램은 보기 어렵게 됐다. 특집 프로그램은 안정적인 시청률이 나오는 고정 프로그램이나 재방송에 비해 광고주들이 선호하지 않는다는 점도 이유가 됐다. MBC가 8대 특별기획, SBS가 10대 특별기획을 발표한데 비해 KBS는 올해 특별기획을 발표하지 않았다. KBS 편성기획팀 관계자는 “특별 기획을 발표하지 못한 것은 경영 위기도 큰 이유다”라고 밝혔다
보도 부문에서도 절감할 곳을 찾고 있다. KBS는 취재비를 50% 삭감했다. MBC 30만원, SBS 40만원에 비해 16~20만원으로 적었던 취재비가 이번에 8만원까지 삭감되자 일부에서는 불만의 목소리도 있다. 해외 특파원을 감축하고 순회 특파원제를 폐지했으며 KBS는 상황에 따라 해외 지사의 수를 줄이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MBC와 SBS는 취재비를 줄이지 않았지만 국내, 국외 출장을 최대한 줄이라는 방침을 세웠다.
경기침체가 길어지면 인건비 감축, 구조조정도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KBS는 올해 임금을 동결하고 향후 5년간 인력의 15%를 감축한다는 안을 발표했다. 또 퇴직금 누진제를 폐지하기로 노사합의를 마쳤다. MBC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상여금을 대폭 축소할 방침이다. 지난해에 비해서도 8-9%가량 임금을 삭감할 방침이다. SBS는 6월~10월에 나오는 성과 상여금을 지급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방송 3사 모두 지난해까지는 연차휴가를 안쓰면 수당이 지급됐지만 올해부터는 강제적으로 연차 휴가를 사용하게 하고 있다. KBS는 연차 휴가 사용 촉진을 통해 절감되는 예산이 60억에서 120억원정도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소모성 경비까지도 감축 대상이다. KBS는 국내여비는 15%, 해외여비 44%를 긴축했다. MBC와 SBS도 해외 출장을 최대한 자제하되 꼭 가야 할때는 항공등급을 낮춰서 가게 했다. 작년까지는 국장급이 해외출장을 갈 때는 비즈니스석을 이용했는데 이제는 급에 관계없이 이코노미석을 사용하는 것이다. KBS는 부서장 업무추진비를 40% 삭감하고 부서 운영비는 100% 삭감했다. MBC는 부서운영비를 20%, 회의비를 30% 삭감했다. SBS는 지난해부터 부서 운영비와 회의비를 20% 삭감했고 업무추진비는 3월경 삭감을 검토하고 있다. SBS는 또 해외연수와 대학원 등록금 지원을 중단하기로 했다.
그 밖에도 CBS는 연합뉴스 전재를 취소를 검토했다. 한 달에 5,000만원에 이르는 연합뉴스 전재료가 부담된 까닭이다. 그러나 내부 기자들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혀 결국 계약취소는 하지 않고 연합뉴스 측과 가격을 협상하는 중이다.

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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