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TV방송의 견해

김희경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정책국 연구위원

 지상파 저작권 청구에 대한 민사본안 판결(서울중앙지방법원?2009가합 132731)은 재전송 유료화의 문제를 떠나 지상파방송사업자의 저작권 인정의 범위와 한계를 지정했다는 점에서 많은 의의를 지닌다. 향후 방송 프로그램의 소유권 논쟁에 중요한 판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본 글에서는 이번 민사본안 1차 판결의 의미와 재전송 유료화가 현실화될 경우 나타날 수 있는 시청자 및 콘텐츠 시장에 대한 영향을 방송정책의 관점에서 다루어 보고자 한다.

판결의 의미, 저작권 인정의 범위와 한계 지정

 법원은 저작인접권에 해당하는 동시중계권에 대해서는 지상파방송사업자의 권리를 인정했지만 저작권에 해당하는 공중송신권에 대해서는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는 프로그램을 특정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요지로 부적합 판결을 내렸다. 방영권만 보유할 수 있는 외주 제작물이나 광고주나 제작업체가 소유주인 광고, 저작권법상 예외조항에 해당하는 시사보도 등과 같이 지상파방송사업자가 완전히 저작권을 취득할 수 없는 다수의 프로그램이 존재하고, 지상파방송사업자가 그동안 제시한 주장이나 재판 과정에서 변경된 청구 취지 등에 비추어 추후 판결의 집행이 가능할 정도로 구체적으로 저작권을 지정하는 것이 실질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었다.

 지상파방송사업자가 가지는 저작인접권의 권리는 해당 방송 권역 내 제3의 방송사업자의 재전송 행위에 대한 허가권에 해당할 뿐 자사 채널에서 방영되는 모든 프로그램에 대한 저작권을 보유한 것이 아니므로 저작인접권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제3의 방송사업자에게 채널 단위로 재전송료를 요구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결과가 도출된다.

 한편 지상파방송사업자는 케이블방송사업자가 유료 가입자를 대상으로 2009년 12월 18일부터 디지털케이블 상품을 판매할 경우 배상금 1억 원에 대한 간접강제 청구권을 신청했으나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케이블 사업자가 단기간 내에 이를 위반한 개연성이 낮고, 케이블사업자가 시청자의 시청권을 보장하기 위해 먼저 효율적인 해결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협의를 제안한 사실, 그러나 상호 간 원만한 합의에 이르지 못한 상황, 침해금지 위반에 대한 적정한 배상금을 산정할 수 없다는 것이 기각의 이유였다.

 청구의 내용에서 1억 원은 지상파 재전송에 대한 대가가 아니라 지상파방송사업자가 제시한 특정 기간 동안의 위반 행위에 대한 배상금이다. 바꾸어 말하면 지상파방송사업자는 일정 기간 동안 케이블방송사업자가 동시 중계권을 침해할 때 손해배상을 청구한 것이지 재전송을 조건으로 대가를 지급받아야 한다는 내용으로 청구를 제기한 것은 아니며, 이에 대해서도 이유 없음으로 기각당한 것이다.

  9월 13일 오후 서울 남대문로 연세빌딩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KBS2, MBC, SBS의 압박에 따른 재전송 중단 결의를
           위한 SO협의회 긴급 임시총회'에서 길종섭 한국케이블TV협회 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결국 이번 1차 판결에서 지상파방송사업자는 제3자에 대한 재전송 허가권을 인정받았지만, 저작권을 소유하지 못한 채널 내의 특정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채널 단위의 재전송에 포함될 수 있는지, 이에 대해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판결 자체에 대해서는 어떤 명확한 답도 얻지 못한 셈이다. 권리의 개념과 유무를 구분하는 것은 명확해졌지만, 권리를 실행하는 측면에서는 매우 불분명한 판결이 완성된 셈이다. 이는 법의 구체화된 양식인 현실이 법이 구현하는 현실과 유리되었고, 저작권법이 이를 구현할 수 있을 정도로 방송의 특수성을 담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한계에서 비롯된다. 그렇다면 저작권법의 기본이 되어야 할 구체적인 현실은 무엇이고 방송의 특수성은 무엇인가? 이는 저작권법상의 권리보다 방송시장이라는 매우 특수한 환경과 방송정책이라는 특정한 관점의 대입이 전제돼야 함을 의미한다.

콘텐츠 시장 획일화 우려

 케이블방송사업자와 같은 유료 방송사업자는 매년 PP(Program Provider?프로그램을 자체 제작하거나 구입해 플랫폼 사업자에게 공급)와 사적 계약 방식을 통해 채널공급 계약을 맺게 된다. 지상파 재전송 유료화가 실행될 경우 이와 동일한 사적계약 방식을 통해 케이블방송사업자는 매년 MBC, SBS 등과 채널 전송에 대한 계약을 하게 되는 셈이다. 하지만 협상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유료 방송사업자가 해당 채널을 재전송하지 않거나 지상파방송사업자가 재전송을 거부하는 사태가 벌어지게 된다. 최근에는 채널이 아니라 프로그램 단위로 계약을 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어 프로그램의 인기도에 따라 계약의 명암이 갈릴 수도 있다. 즉 협의가 되지 않을 경우에는 프로그램 단위로 재전송되지 않을 수도 있으며, 매년 특정 채널이나 프로그램이 전송되지 않을지의 여부는 ‘그때그때 달라요’가 될 것이다.

 실례로 올해 미국에서는 시청자가 특정 TV 프로그램을 볼 수 없는 암전현상이 일어났다. 폭스TV와 유료 방송사업자들이 프로그램 제공 가격을 두고 협상을 벌이던 중 이에 대한 합의점을 찾지 못하자 폭스TV가 재전송을 중단한 것이다. 이로 인해 미국 내 1,900만 유료 가입자(케이블?위성)가 아카데미 영화상 시상식과 프로농구단인 뉴욕 닉스의 경기를 실시간으로 시청하지 못했다(블룸버그 홈페이지 참조).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지상파 방송이 나올 수도 있고, 안 나올 수도 있는 현실에서 양 사업자의 협상이 매우 중요해지고, 양 사업자의 협상력이 또 하나의 변수로 등장하게 될 것이다. 미국과 같이 신디케이션 시장의 발달로 다양한 콘텐츠 유통이 가능하고, 케이블방송사업자의 지배력이 높은 상황에서도 콘텐츠를 보유한 지상파 방송의 협상력이 높은 것이 현실인데, 국내와 같이 콘텐츠 시장이 협소하고 콘텐츠 의존도가 지상파방송사업자에 쏠려 있는 상황에서 재전송 유료화가 현실화될 경우 미국보다 더한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이는 지상파방송사업자가 단순히 콘텐츠를 제작하고 지원하는 사업자가 아니라 국내 콘텐츠 시장에서 막강한 지배력을 행사하는 콘텐츠 유통 사업자라는 점에 기인한다.

 일례로 지상파방송사업자는 제작단계에서 소유한 저작권으로 유통 단계에서 일반PP와 유료방송사업자에 대해 채널과 VOD 단위로 이미 유료화를 시행하고 있으며, 소비 단계에서도 인터넷 다시 보기 서비스와 각종 DVD 판매 등을 통해 다양한 창구효과를 누리고 있다. 지상파 방송은 국내 유일무이의 다단계 유료 사업자이자 콘텐츠 독점력을 보유하고 있는 대표적 콘텐츠 유통사업자다. 무한도전이 일주일에 40번 이상 유료 채널에서 무한 반복되는 ‘사건’은 유통사업자로서 지상파방송사업자의 지배력을 보여 주는 것이다. 콘텐츠 시장의 획일화를 단적으로 보이기도 하는 사례다.

유료시장에서도 지상파 지배력 키워

 재전송 유료화의 문제는 지상파방송사업자의 지배력 강화와 콘텐츠 획일화뿐만 아니라 유료시장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방송통신위원회가 11월 11일 국회 문방위에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05년부터 2010년까지 지상파 계열 PP의 광고 매출액은 꾸준히 증가해 2005년 1,474억 9,600만 원에서 2009년 2,664억 4,700만 원으로 늘어났다. 따라서 같은 기간 점유율 기준 25.8%에서 34.6%로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방송통신위원회, 2010. 10. 11) 계열 PP를 통해 유료시장에서의 지배력을 배가시키고 있다. 또한 우리투자증권 박진 연구원에 따르면 지상파 재전송 유료화 분쟁은 어떤 식으로든 홈쇼핑의 이익 구조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고 분석한 바 있다(김경진, 2010. 10. 12). 박 연구원은 지상파방송사업자가 디지털 케이블 TV 가입자 한 명당 월 320원의 콘텐츠 수수료를 요구한 시점으로 계산할 경우, 케이블방송사업자의 비용 전가로 홈쇼핑 사업자들은 연간 880억 원의 부담금을 지게 된다고 분석했다. 그나마 이것도 추가비용을 절반으로 계산한 것이다. PP 시장의 맹주인 홈쇼핑 사업자도 이와 같은 위기에 속수무책인데, 일반 PP는 두말할 나위도 없다. 콘텐츠 제작 능력이 우수한 일부 PP도 콘텐츠를 제작하면 제작할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에서 재전송 수수료 시장이 커질수록 다양화와 전문화를 추구하는 일반 PP와 외주제작 시장은 축소되고, 이들의 콘텐츠 제작 능력은 회복 불능으로 이어져 지상파 독과점 체계를 확고하게 해 주는 기반으로 작용하게 된다.

 저작권법은 콘텐츠 제작 활성화와 다양한 콘텐츠 발굴을 위해 저작권자에게 콘텐츠에 대한 권리를 회복시켜 주는 시스템으로 개정돼야 한다. 즉 저작자의 보호라는 ‘창작자 원칙’하에 방송사의 권리만 인정해 주는 현재의 계약 시스템은 독립제작사의 불평등한 지위를 강화해 주는 구실을 수행하므로 독립제작사의 기여를 반영하는 방향으로 계약에 우선해 방송사의 기여도 인정하는 한편, 실제 창작을 담당하는 독립제작사의 기여 또한 반영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난시청 지역 시청권 확보 문제 심각

 지상파 재전송 유료화는 콘텐츠 시장뿐만 아니라 시청자의 보편적 시청권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지상파방송사업자는 디지털 전환 시점에서 망투자율을 높여 시청자의 직접 수신율을 높이겠다고 하지만 현재의 난시청 문제는 통계치나 예상치보다 매우 심각한 상황에 있다. 올해 허원제 의원의 정책 자료집(허원제 의원실, 2010)에 따르면 2010년 디지털 전환 시범지역의 경우 울진군은 4.4%, 강진군은 3.1%, 단양군은 1.5%만이 지상파 디지털방송을 직접 수신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고, 디지털 전환이 완료된 시점에서도 유료방송에 의존하지 않고 지상파를 직접 시청할 수 있는 가구 수는 1021가구 중 4%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신혜선, 2010. 9. 1). 심지어 디지털 전환시범 지역에서 전환이 완료된 시점에서도 MBC나 SBS 신호가 잡히지 않는다는 충격적인 결과도 보고되고 있다(정인숙, 2010. 10. 12).

 이와 같은 상황에서 지상파 채널의 재전송 유료화가 인정될 수 있는가? 난시청 지역에 거주하거나 유료방송 가입을 통해 난시청을 해결하고 있는 시청자들이 여전히 KBS1 채널에 대한 수신료를 내야 할 의무가 있는지에 대해 문의하는 상황에서 KBS1 수신료, 유료방송 수신료, 재전송 수신료라는 3중의 요금을 시청자가 지불해야 한다는 사실을 누가 설명할 수 있는가? 방송협회에서는 이미 이에 대한 판례(서울행정법원, 2005구합27390)가 존재하고, 수신료 지불은 정당하다고 답변하고 있지만(방송협회 홈페이지 참조) 법조항이나 판례만 거론하면서 실질적인 난시청 문제와 수신료 이중 지급 문제를 변호하는 것은 손가락으로 달을 가리는 행위와 마찬가지가 될 것이다.

 이에 대해 정인숙 교수(정인숙, 2010. 10. 12)는 현재 방송법 2조의 25에 규정된 보편적 서비스를 스포츠 장르로 한정할 것이 아니라 지상파 전 채널로 확대 규정해 시청자의 매체 접근권을 포괄적으로 보장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SBS의 남아공 월드컵 독점 중계가 SBS 난시청 지역에 중계되지 않으면서 발생한 문제도 방송사업자의 사적 이익 추구와는 별개로 보편적 시청권이 어떻게 보장되어야 하는지 보여 주는 사례라고 볼 수 있다.

 MBC나 SBS는 사적재산의 보호를 받을 필요가 있는 방송사이기는 하나 이들이 사용하고 있는 전파 자원이 국민의 재산이라는 점을 명확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전파 자원의 희소성이 사라졌다는 것은 자원 자체가 흔해졌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의 발달로 인한 가용 채널의 증가를 의미할 뿐이다. 방송은 여전히 방송법상 진입장벽이 높은 허가사업으로 사회에 대한 준엄한 책임의식이 강조됨과 동시에 방송으로서의 엄청난 특혜를 부여받는 사업자임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지상파 재전송 유료화를 단순히 저작권법이나 방송법으로 해결하지 못하고 방통위가 중재에 나서는 것도 이와 같은 방송정책과 방송환경의 특수성이 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방통위 제도개선위원회에서는 차후 다양한 문제에 대한 대안을 검토하겠지만 방송환경의 특수성을 감안해 이 문제를 검토해야 할 것이다. 이에 대해 방송법상 보편적 서비스에 대한 정의를 지상파 전 채널로 확대하고, 의무 재전송되는 방안을 강구함과 동시에 저작권법에서는 공익을 목적으로 하는 지상파 재전송에 대해 1차 방영에 한해 시청자들에게 무료로 제공될 수 있도록 지상파방송사업자의 저작인접권에 예외조항을 두는 방안을 생각할 수 있다.

 현실과 유리된 법에 문제가 있다면 이는 반드시 현실에 맞게 개정되어야 한다. 법 정신은 불합리한 현실의 모순을 극복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지 법의 일관성과 예측성을 보장하기 위해 불합리한 현실을 외면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참고문헌

김경진(2010. 10. 12), “지상파-케이블 갈등, 홈쇼핑에 불똥?”, 중앙일보.
방송통신위원회(2010. 10. 11),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 자료.
서울지방법원 2009가합132731 저작권 등 침해정지 및 예방.
서울행정법원 2005구합27390 텔레비전방송수신료 부과처분 취소.
신혜선(2010. 9. 1), “울진군 아날로그 방송 ‘OFF’의 시사점”, 머니투데이.
정인숙(2010. 10. 12), “보편적 시청권을 다시 생각하며”, 경향신문.
허원제 의원실(2010), 2013 디지털방송전환 정책자료집, 2010년 국정감사 방송통신위원회 정책자료집.
수신료 전기세 합산과 관련된 시청자 문의 방송협회 홈페이지 참고 URL :
http://www.kba.or.kr/bbs2/viewbody.asp?code=new_board&uid=1035&fid=1029&page=414&max_page=42&keyfield=&key=
지상파 재전송 블랙아웃 현상 관련 블룸버그 기사 URL :
http://www.bloomberg.com/news/2010-10-11/television-blackouts-in-u-s-reach-decade-high-after-fights-over-fees.html

Posted by 장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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