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양준혁 유니폼 벗던 날'

강영조 스포츠서울 사진부 기자


 2010년 9월 19일은 17년간의 프로야구선수 생활을 마감하는 양준혁 선수의 은퇴경기가 있던 날이었습니다. 상대는 정규시즌1위와 한국시리즈 우승을 거머쥔 야신의 SK와이번스 였구요. 정규리그 1위가 확정되지 않은 날이지만 양신은 오랜만에 선발로 출전 풀타임경기를 소화했습니다. SK선발은 좌완에이스 김광현 이었구요.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양신(양준혁)과의 대결에서 ‘삼진3개’를 잡겠다는 김광현의 패기넘치는 답변(?)이 화제가 되기도 했었습니다. 몇 개월 동안 경기에 출장하지 못한 양신이기에 당연한 예상이지만 왠지 새까만 후배의 주장이 씁쓸하게 느껴졌습니다.

 양신을 따라다니는 수식어 중에 ‘거꾸로 배트를 잡아도 3할은 칠~’이라는 찬사가 있습니다. 40줄을 넘겼지만 삼성의 세대교체바람이 아니었더라면 선수로서 무게감이 있어 팀타선에 충분히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 일반적이었습니다. 야구팬들의 입장에선 전설을 뛰어넘은 양신을 야구장에서 계속 본다는 건 야구를 즐기는 또 하나의 방법이기도 했구요. 하지만 세대교체라는 명분에 밀리고 만 양준혁, 결국 올스타전을 마치고 폭탄선언을 했습니다. 올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하겠다구요.


 경기가 시작되자 양신은 김광현의 예언대로 삼진만 세 개를 당했습니다. 네 번째 타석에서 마무리 송은범의 볼을 맞춰 내야땅볼을 친 양준혁. ‘나 이런 사람이야!’라고 변함없는 자신의 트레이드마크를 보여주는 장면이 연출되었습니다. 평범한 내야땅볼이라 1루에서 포스 아웃되는 건 누가 봐도 당연한 상황임에도 꽁지가 빠질 정도로 전력으로 1루로 내달리는 양신. 기자뿐 아니라 양신을 추억하는 모든 분들에게 다시 한 번 양신의 존재를 각인시켜주는 장면이었습니다.

 사진기자들에게 양준혁은 항상 볼거리, 찍을 거리를 많이 주는 ‘친 사진기자’ 선수였습니다. 그런 선수의 마지막 모습을 취재한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었구요. 17년차 사진기자가 자원해서 현장을 지켜보고 싶은 올해 야구 화제의 인물이었습니다. 은퇴일 9월19일은 추석연휴와 연결되는 마지막 일요일 이었지만 데스크에 취재를 자원했습니다. 


 경기가 끝나고  그라운드의 불이 완전히 꺼지고  달구벌을 가득 메운 야구팬들과 함께 양신을 보내는 세리머니가 시작되었습니다. 이번 양신의 은퇴식은 1억 원이 넘는 비용으로 한 시간 가까이 진행된 역대 최고의 은퇴식이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세리머니가 시작되자 예보에도 없는 가을비가 흩뿌리기 시작하더니 양신이 등장할 즈음 장대비로 바뀌어 있었습니다. 덕분에 차가운 가을비에 카메라장비와 온몸이 비로 흠뻑 젖어버렸습니다. 사진기자들이 제일 싫어하는 조건이 비입니다. 공교롭게도 최근 몇 년간 큰일만 있으면 비가 쏟아져 사진기자들을 당혹케 하더니 양신이 떠나는 날도 슬픈 마음을 대변이라도 하듯 비를 퍼푸어 댔습니다. 이번보도사진전에서 상을 받게 된 이유는 바로 양신의 은퇴식을 슬퍼하는 하늘이라는 느낌을 전달해줄 수 있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제 그는 야구에 온 정열을 쏟아붓던 양신에서 벗어나 완전한 자유인이 되었습니다. 그를 다시 보는 날은 선수로서가 아니라 한결 여유 있는 지도자의 길을 걷고 있는 양준혁 코치 일 것입니다.


Posted by 장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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