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두드리는 셔터 소리 (www.foregrapher.com)

















전형걸 네이버 파워블로거 (닉네임 포레스트)

보는 이의 마음에 오래도록 남아 끊임없는 대화를 시도하고 다시 찾아오게 하는 끌림이 있는 블로그...
내가 지향하는 갤러리형 블로그의 목표다. 들르는 사람들이 마음의 '정화'와 '치유'를 느낄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블로그를 통한 진정한 소통이 아닐까?


 블로그를 시작한 지 2,400일이 넘었다. 2004년 당시는 싸이월드가 엄청난 유행을 탔고, 블로그라는 개념보단 미니홈피로 대중화되던 시기였다. 나 또한 싸이월드를 시작했던 적이 있고, 그곳에서 잠시 즐거움을 느낀 경험이 있다. 하지만 좁다란 화면과 폐쇄된 자유에 차츰 실망을 하게 되었고, 오프라인에서 아는 이들을 온라인에서 다시 만나는 관계의 권태에서 탈피하고자 다른 매체를 갈망하게 되었다. 

 당시는 지금과는 다르게 포털 선택의 폭이 넓지 않은 시절이었다. 서비스 초기였던 네이버 블로그를 시작하게 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이었다. 이름 대신 닉네임을 사용하고 아는 사람이라곤 한 명도 없는 블로그의 망망대해를 만나게 되었던 그때부터 내면의 이야기들을 조금씩 배설해 두는 나만의 해우소가 생긴 셈이다. 어린 시절부터 부모님과 떨어져 홀로 객지 생활을 해 왔던 나에게 자신만의 이야기를 털어놓는 과정을 통한 치유행위는 생존을 위한 필수불가결한 요소였다. 

 그렇게 하루하루 채워 나가던 이야기들이 점차 많아져 갈 즈음 고등학교 시절부터 취미 삼아 찍어 오던 사진을 간간이 올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내 블로그는 사진을 올리는 나만의 갤러리 모습을 갖춰 갔고, 지금의 블로그로 성장할 수 있는 기틀을 잡아 나갔다. 사진을 찍고 편집을 하고, 블로그에 올리고 글을 쓰고, 이웃과 생각을 나누는 일련의 과정들이 반복되면 될수록 묘한 중독성과 재미를 느꼈다. 급기야 하루의 대부분을 블로그에서 보내는 나를 발견하게 된 순간 거부할 수 없는 온라인 미디어의 매력에 빠졌음을 직감했다. 

 소위 명문대라 불리는 고려대를 졸업하고 기업으로 들어가는 친구들과 같은 길을 잠시 동행하기도 했지만, 사진과 여행에 대한 집착은 좀처럼 떨칠 수 없는 끌림이었다. 친구들의 걱정 어린 시선을 뒤로하고 사진과 여행의 세계로 몸을 던졌다. 블로그를 통해 알게 된 여러 좋은 사람들과 함께 사진을 찍고 여행을 하며 경험했던 젊은 날의 시간들은 생각만큼 낭만적이지도 쉽지도 않았지만, 지금의 내 모습을 찾게 해 준 소중한 자산이 되었다.

필자 블로그 '마음을 두드리는 셔터 소리(www.foregrapher.com)' 초기 화면.


한 장의 사진이 갖는 힘을 깨닫다


 블로그가 사적인 해우소에서 탈피해 지금의 체계를 갖춰 가기 시작한 것은 블로그를 시작한 지 3년째 되던 2007년쯤부터다. 혼자 찍은 사진을 기록해 두기 위한 수단이었던 내 블로그에 사진을 보러 발길을 옮기는 사람들이 하나둘 늘어나면서 조금씩 블로거로서의 사명감을 갖게 되었다. 사진을 찍는 일도, 여행을 하는 일도 대단히 즐거웠기에 휴일의 대부분을 추천할 만한 여행지를 찾는 일에 몰두하게 되었고, 여행 계획을 세우거나 여행을 하며 많은 시간을 보냈다.

 하나둘 체계화된 콘텐츠가 쌓여 가던 그 즈음 파주의 임진각 평화누리공원 출사여행을 다녀왔다. 그곳의 사진과 짤막한 여행기가 하루 25만 트래픽과 1,700여 회의 스크랩 수를 기록하며, 블로그 운영의 전환점을 맞이하게 되었다. 1인 미디어인 블로그가 갖는 파급 효과를 몸소 체험하게 된 것이다. 그 일로 인해 부족한 사진이지만 내 사진을 엽서에 담아 출간을 했던 뜻깊은 경험을 하게 되었고, 판매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단순히 내가 즐거워 해오던 일을 많은 사람들이 함께 즐길 수 있음을 깨닫게 된 소중한 경험이었다. 블로그가 갖는 미디어로서의 가치를 재평가하는 결정적 계기도 되었다. 그 사건을 계기로 한 장의 사진이 갖는 힘을 느꼈고, 그 힘이 온라인 미디어를 통해 얼마나 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지를 경험했다. 그리고 2010월 초 네이버 파워블로거로 선정됐다는 소식을 접하게 됐다. 이제는 좀 더 큰 그림을 그려 나가는 블로그로 성장시켜 가고 있다. 


 하루에 셀 수 없을 만큼의 이미지와 텍스트가 쏟아지는 오늘의 블로그 세상을 살아가는 한 사람으로서 내가 만든 하나의 ‘포토 에세이’가 단순한 정보의 전달이 아닌 ‘소통’의 한 과정으로 다가서길 바라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쉽게 잊혀져 버리는 단편적인 콘텐츠로서가 아니라 보는 이의 마음에 오래도록 남아 끊임없이 대화를 시도하고 다시 찾아오게 하는 끌림이 있는 블로그…. 이것이 내가 지향하는 갤러리형 블로그의 목표다. 온갖 다양한 정보들로 가득해 배움을 얻어 가는 블로그도 좋은 블로그이지만, 내 블로그를 들르는 사람들이 마음의 ‘정화’와 ‘치유’를 느낄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차별화된 블로그 운영이자 블로그를 통한 진정한 소통이 아닐까?

 내 블로그의 주류를 차지하는 포스팅 주제는 ‘사진’이다. 블로그를 운영하는 사람들 중 백이면 백 자신의 카메라 하나쯤은 가지고 있고, 소소한 일상을 기록하고 즐거웠던 순간을 포스팅한다. 그렇기에 “전 사진 분야 파워블로거입니다”라는 말을 하면 주위 사람들은 살짝 의아해하기도 한다. 디지털 카메라가 보급되면서 누구나 사진을 찍고 그것들을 블로그에 기록한다. 굳이 디지털 카메라까지도 필요 없다.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어 찍으면 즉석에서 웹으로 올라가는 편리한 시대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사진이란 어찌 보면 굉장히 쉽고 평이한 주제다. 

 하지만 사진만으로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는 것이 적어도 내게는 무거운 짐과도 같은 느낌이었다. 같은 사진을 찍지만 다른 느낌으로 다가서길 바라고, 같은 곳을 가지만, 다른 시선을 찾을 수 있길 늘 바란다. 적어도 ‘사진’에 대해서는 지독한 고집쟁이가 되고, 과도한 집착을 보이게 되었다. 그런 엉뚱함과 당돌함이 모여 내 블로그의 부분 부분을 채워 나갈수록 조금씩 성장해 감을 느꼈다. 많진 않지만 이런 노력을 알아 주고 댓글과 쪽지로 격려와 공감을 보내 주는 이웃들이 있기에 고된 작업은 즐거움으로 다가선다.

블로그에 포토 에세이를 연재하는 데 시시콜콜한 서술형의 표현은 되도록 자제하고 있다. 사진의 해석 혹은 촤영 기법 각주를 달아주기보다는 사진을 찍을 당시의 상황 혹은 사진에서 뽑아낼 수 있는 이야기들을 짤막한 에세이 형식으로 쓰는 일을 좋아하게 되었다.


은유의 미학,
포토 에세이를 끌어가는 힘

 내 블로그는 분석가능한 어떤 사물이나 현상에 대해 풀어 가는 리뷰나 후기 전문 블로그도 아니요, 그렇다고 텍스트만으로 이루어진 포스팅을 연재하는 블로그도 아니다. 그래서 어떤 글이 쓰고 싶어졌을 때 적합한 사진이 없다거나, 어떤 사진을 고른 후 막상 쓸 글이 생각 나지 않을 때 그때가 가장 곤혹스러운 순간이다. 

 기본적으로 하루 한 장의 사진을 올리고 짤막한 글을 나누는 것을 목표로 운영하고 있지만, 이미지와 글을 100퍼센트 생산해 내는 일이 내겐 여전히 힘든 창작의 고통이다. 내키지 않을 때는 며칠씩 새로운 글이 없을 정도로 게으르고 불친절한 블로그임에도 늘 찾아와 주는 따뜻한 이웃들이 있기에 여전히 컴퓨터 앞에 앉아 사진을 고른다. 이런 고충을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낸 자구책이 바로 ‘은유’를 활용하는 것이다. 블로그에 포토 에세이를 연재하는 데 시시콜콜한 서술형의 표현은 되도록 자제하고 있다. 사진의 해설 혹은 촬영 기법 각주를 달아주기보다는 사진을 찍을 당시의 상황 혹은 사진에서 뽑아낼 수 있는 이야기들을 짤막한 에세이 형식으로 쓰는 일을 좋아하게 되었다. 

 아름다운 풍경 사진을 올리고 그것을 나누는 일도 물론 좋지만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은 일상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가 있는 사진을 담는 일이다. 그렇기에 대부분의 일상생활 속에서 카메라를 들고 다니는 고행도 서슴지 않게 되어 버렸다. ‘사진’은 열려진 이미지이며, 그 장면을 보는 사람의 시선에 따라 견해의 차이가 있을 수 있기에 해석과 상상의 여지를 남겨 두려 노력한다. 오래된 이웃은 간혹 ‘사진이 말을 걸어온다’는 말을 해 주곤 한다. 이런 내용의 메시지를 받아볼 때면 ‘사진 시작하기를 정말 잘했다’는 생각도 들고, 좀 더 좋은 사진을 찍어야겠다는 사명감도 드는 것이 사실이다. 

 로그 운영자가 뛰어난 ‘작가’가 아닌 이상 수려한 문체로 모든 것들을 표현해 내는 것은 애당초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블로그를 보러 오는 이들의 목적 또한 걸출한 문학작품을 보러 오는 것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 글쓴이의 생각과 삶, 그리고 시선이 녹아 있는 어설프지만 쉽게 공감 가능한 타인의 삶을 엿보러 오는 것이기에 자신만의 표현법을 찾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틀림’을 부끄러워할 것 없고, ‘다름’에 섭섭해할 것 없다. 블로그는 여러 색이 모여 하나의 색이 되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색이 저마다의 빛깔을 유지해 나가며 하나의 거대한 모자이크를 이루는 체계이기 때문이다. 사진에 유명한 책의 멋진 문구를 따다 넣을 수도 있지만,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은 ‘내 사진’이기 때문이다. 반쪽짜리 포토 에세이는 싫기에 제멋대로 찍고 제멋대로 쓴다. 블로그이기에 가능한, 멋진 자유가 아닐까?

명확한 주제 선정과 한 우물을 파는 자세

 블로그를 운영하는 운영자이기 이전에 한 사람의 독자로서 다른 블로그를 방문하는 일이 많게 마련이다. 바이럴 마케팅이 활성화되면서 온갖 제품 리뷰로 가득한 블로그들이 생겨나기 시작하고, 방문자 트래픽을 위해 실시간 이슈를 좇는 이른바 트래픽로거들을 보면 아쉬움이 남는다. 물론 블로그가 어느 정도 성장하게 되면 상업성과의 타협은 불가피한 요소라는 점은 블로그를 운영해본 사람이라면 쉽게 수긍하게 되는 사실이다.

 그러나 상업적 성격의 포스트들이 너무 많아지게 되면 그 블로그는 정체성을 잃고 표류하게 된다. 상업성과 비상업성의 묘한 경계를 분명한 기준을 두고 운영해 가는 것, 이것이 성공적인 블로그 운영의 핵심이 아닐까 한다. 블로그는 원칙적으로 1인 미디어이며, 자신이 관심을 두고 포스팅하는 분야가 대중적 인기가 없는 주제인 경우도 많다. 블로그 성장의 주요 키워드가 포스팅의 퀄리티와 트래픽 숫자이긴 하지만, 최근의 신생 블로그들 중 많은 숫자가 일종의 온라인 ‘대박’을 꿈꾸며, 실시간 이슈 포스트들을 쏟아내는 것을 보고 있자면 아쉬운 마음이 든다. 

 정말 다행인 사실은 ‘트래픽양’이 좋은 블로그를 선정하는 절대적 기준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트래픽에 연연하며 자신과는 전혀 관계도 없는 주제들을 긁어다 포스팅하는 물 타기 블로그 보단 자신만의 생각과 창작물들을 하나하나 천천히 올리며, 이웃과 소통하려는 블로거가 될 때, 진정 잘 다듬어진 블로그 운영자라 할 수 있지 않을까? 블로그는 원칙적으로 정보의 ‘생산자’적인 역할이 크지만, 의외로 ‘배움’이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그대, 방문자 수가 많은 거대 블로그를 꿈꾸는가? 그렇다면 그것들을 자신만의 포스팅으로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열심히, 아주 열심히 ‘배워라’. 얕은 지식과 철학으로 타인의 창작물들을 이용해 트래픽을 늘리기 위한 포스팅을 작성하는 것은 얄팍한 상술과 다를 바가 없음을 명심하길 바란다. 

 어느덧 블로그를 운영해 온 지 7년이 넘어섰다. 내 블로그는 나의 지난 시간들이 고스란히 남겨진, 지극히 사적인 공간이자 이웃과 나누고 싶은 사진을 올리고 소소한 이야기들을 주고받는 따스함을 추구하는 일개 블로그일 뿐이다. 그러던 내가 블로그를 통해 사람을 만났고, 블로그를 통해 사진을 더욱 사랑하게 되었으며, 블로그를 통해 많은 곳을 여행하고, 블로그를 통해 적성에 맞는 직장을 다니는 지금 앞으로의 계획들을 그려 보는 시간을 종종 갖는다. 살며, 사랑하며, 여행하며 ‘이야기가 담긴 사진’을 찍고 싶다. 그리고 그것들을 나누고 싶다. 사진은 분명 어려운 예술의 한 분야이지만, 다가서는 마음의 자세에 따라 누구든지 그리고 얼마든지 자신만의 작품과 철학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여행을 하며 사진을 찍고, 그것들을 블로그에 올리고 작품을 보아 주는 이웃들과 소통하며 조금씩 조금씩 계속 성장해 나가는 블로그를 운영하는 것. 이것이 내가 블로그를 운영하는 궁극의 목표라 생각한다. 사진을 전공하지도, 유명 작가도 아닌 내게 ‘사진과 블로그’로 인해 정말 좋은 일들이 많이 있었다. 우리나라 전역을 내가 좋아하는 사진 촬영을 위해 무료로 여행할 수 있었고, 많은 종류의 공연과 전시회를 원하는 만큼 감상할 수도 있었으며, 다양한 매체와 공모전을 통해 오프라인으로도 간간이 출간되는 기쁨을 누릴 수 있었다. 


블로그를 보러 오는 이들의 목적 또한 걸출한 문학작품을 보러 오는 것이 아니라 글쓴이의 생각과 시선이 녹아 있는 어설프지만 공감 가능한 타인의 삶을 엿보러 오는 것이기에 자신만의 표현법을 찾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틀림'을 부끄러워할 것 없고, '다름'에 섭섭해할 것 없다.


이야기 담긴 사진을 찍는 일,
그리고 그것을 나누는 일


 11월에는 사진을, 그리고 카메라를 잘 모르는 이들을 위한 자그마한 오픈 클래스를 준비 중이다. 그간 쌓아온 먼지투성이 사진들에 얽힌 이야기와 블로그를 꾸려 오며 느꼈던 점들을 진솔하게 풀어 나갈 생각이다. 사진의 이론이 아닌 삶의 기록, 그 자체로서의 사진을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블로그에 올려진 소소한 사진들을 모아 개인전을 해 보고 싶은 욕심도 있고, 내 사진으로 이루어진 한 권의 사진 에세이집을 낼 목표도 가지고 있다. 대학 시절 기본을 닦아둔 심리학과 사진을 접목해 심리치료도 공부해 볼 계획이다. 내가 블로그를 이끌어 가는 궁극적인 목적은 오롯한 ‘나’를 만들어 가기 위함도 있지만, 내가 경험하고 느끼고 생각한 많은 것들을 나누기 위함이 아닐까 생각한다. 

 난 지금도 블로그를 하지 않는 주변 사람들에게 블로그를 운영해 보라는 말을 넌지시 건네 보곤 한다. 타인에게 말 걸기가 점점 각박해져 가는 세상 속에서 내가 경험한 블로그를 통한 세상과의 소통은 단순한 온라인 활동을 넘어 현실의 ‘나’를 다독이고 성장케 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그리고 그들 또한 ‘블로그’를 통해 한 단계 더 성장해 나갈 수 있으리라 믿기 때문이다. 내 뷰파인더가 세상 모든 것을 다 담게 되는 그날까지 ‘마음을 두드리는 셔터 소리’는 계속될 것이다.

Posted by 장효진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