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저작권법과 핫뉴스 독트린

김영훈 한국언론진흥재단 미국통신원
럿거스대 박사과정


뉴스기관들이 생산해낸 뉴스 기사들과 뉴스 관련 이미지들은 저작권법에 보호를 받지만, 뉴스 기사에서 다뤄진 정보 자체는 저작권 보호의 대상이 아니다. 그러나 1918년 AP 대 인터내셔널 뉴스서비스(INS) 소송을 통해 정립된 핫뉴스(hot news)독트린은 뉴스 기관이 사실을 발굴하기 위해 들인 투자를 제한된 한도 내에서 보호하는 길을 터주었다.

미국 저작권법 집행 회사 라이트헤븐이 대행한 저작권법 위반 소송은 원고인 네바다 주 지역신문의 패소로 결론 났다. 판결을 내린 연방법원 판사는 원고가 문제 삼은 저작권 위반 사례는 ‘정당한 이용’(fair use)에 해당한다고 판결 내렸다. 이 판결이 관심을 모은 이유는 해묵은 주제인 ‘정당한 이용’의 범위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라기보다는 미국 신문사들을 대신해 공격적인 저작권법 위반 소송을 대행하는 것으로 관심을 모은 라이트헤븐 때문이다.

라이트헤븐의 저작권법 위반 소송을 추적하는 웹사이트까지 등장할 정도였고, 미디어 단체 일렉트로닉 프런티어 재단은 라이트헤븐을 상습적인 저작권 위반 소송 원고라고 규정하며, 라이트헤븐으로부터 고소를 당한 피고 단체를 대신해 법률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라이트헤븐이 하는 비즈니스는 저작권법 소송을 위해 해당 신문사의 뉴스 기사를 저작권 사무소에서 공식적으로 등록하는 것과 함께 저작권 위반 소송을 진행하는 것이다. 뉴스 기사들은 인쇄 발행과 함께 일상적으로 저작권을 인정받지만, 미국 저작권 사무소에 공식적으로 등록된 것은 아주 소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라이트헤븐은 특정 신문사의 저작권을 위반했다고 간주되는 개인이나 단체에 사전 고지 없이 소송을 걸고, 당황한 피고에게 금전적 합의를 유도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그럼 왜 라이트헤븐을 통해 저작권 위반 소송을 제기한 네바다의 지역신문이나 루퍼트 머독과 같이 전투적인 뉴스 콘텐츠 보호론자들이 미국 저작권법에 따라 자신들의 최대 저작권 위반자로 단정 짓는 구글, 야후, 그리고 마이크로소프트의 빙(Bing) 등을 상대로 한 법률 소송에 적극적이지 않는가? 저작권법 집행을 위한 궁극적 방도는 당연히 법률소송이다. 이 소송에 드는 비용과 시간은 미국신문협회도 인정하듯 큰 제약이다. 하지만 저작권법 위반 소송에 뉴스기관들이 주저하게 하는 근본적 이유는 1976년 저작권법이 보호하려는 대상에 대한 규정과 정당한 이용에 따른 면책 등이 저작권 위반 소송의 원고(뉴스발행자들)에게 항상 원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1976년 저작권법은 저자와 저작권 소유자들에게 저작권물의 재생산, 전시, 그리고 배포에 대한 배타적 권리를 부여하고 있다. 그러나 저작권이 부여하는 배타적 법적 권리들은 몇 가지 중요한 한계를 안고 있기도 하다. 즉 저작권은 어떤 사실을 저자가 자신의 방식으로 표현한 것을 보호하지만, 저자가 표현해낸 사실 그 자체를 보호하지는 않는다. 사실은 특정인의 소유물로 간주할 수 없다는 것이 1976년 저작권법의 기저에 깔려 있는 전제다. 따라서 뉴스기관들이 생산해낸 뉴스 기사들과 뉴스 관련 이미지들은 저작권법에 보호를 받지만, 뉴스 기사에서 다뤄진 정보 자체는 보호의 대상이 아니다.


핫뉴스의 구성 요건

당연히 비용을 들여서 뉴스를 생산해낸 뉴스 기관 입장에선 뉴스의 원천인 사실을 저작권법이 보호해 주지 않는다는 점이 불만일 수밖에 없다. 현 저작권법에 따르면 뉴스의 시의성이 핵심인 긴급 뉴스나 금융투자 관련 뉴스의 경우, 뉴스의 원천이 되는 사실을 발굴한 것에 대해서 뉴스기관이 정당하게 보상받지 못하는 문제가 따를 수 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저작권법은 특정 사실에 대한 저자의 표현과 전달 방식을 보호할 따름이지, 사실 자체를 보호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1918년 AP 대 인터내셔널 뉴스서비스(INS) 소송을 통해 정립된 핫뉴스(hot news) 독트린은 뉴스 기관이 사실을 발굴하기 위해 들인 투자를 제한된 한도 내에서 보호하는 길을 터주었다. AP는 자신들이 생산해낸 뉴스를 INS가 즉시 재작성해 자신들의 가맹 신문사들에게 판매한 것을 문제 삼아 소송을 제기했다. 미 연방대법원은 AP가 비용을 들여 수집, 가공, 그리고 배포했던 사실, 즉 뉴스화된 사실들에 대해 제한적 기간 동안 유사 소유물 권리를 인정해 주었다. 이를 통해 정립된 법적 원칙이 바로 핫뉴스 독트린이다. 핫뉴스 독트린은 사실에 대해 저작권을 인정하지 않는 저작권법의 중요한 예외 적용인 셈이다.

1999년 NAB 대 모토롤라 판결을 통해 제2차 연방순회항소심법원은 다음과 같이 핫뉴스의 구성 요건을 적시했다. ①원고는 일정한 비용을 들여 정보를 만들어 내거나 수집한다. ②이렇게 얻어진 정보의 가치는 아주 제한된 시간 동안 유효하다. ③원고가 비용을 들여 생산해낸 정보를 피고가 이용하는 것은 무임승차에 해당한다. ④원고가 생산해낸 정보를 피고가 이용하는 것은 원고와의 직접적 경쟁을 야기한다. ⑤원고의 생산물을 다른 측이 무임승차하는 행위는 생산물이나 서비스를 생산할 유인을 삭감한다.
 
물론 NAB 대 모토롤라 판결에서 정립된 원칙 역시 핫뉴스 독트린이 규정하고 있는 뉴스 콘텐츠의 이용 시간이 얼마나 되어야 하는지, 경쟁의 정도는 어느 정도여야 하는지와 같은 현실적 질문에 대해 답하고 있지 않다. 최근 ‘바칼레이 대 플라이온더월 닷컴’ 판결은 금융뉴스에서 핫뉴스 독트린이 적용가능한 시간의 범위에 대한 답변을 제시하고 있다.
연방법원 판사는 뉴욕주법 하에서 인정받고 있는 핫뉴스 오용 독트린에 입각해 금융뉴스 애그리게이터, 플라이온더월 닷컴이 이들 회사의 주식 관련 권고를 재발행하는 것을 제약하는 명령을 내렸다. 연방법원은 플라이온더월 닷컴이 바칼레이 캐피털의 주식매입매도 권고 정보를 적어도 오전 10시까지, 그리고 바칼레이 측이 이 주식정보를 공개한 지 2시간 동안에는 재발행하는 것을 금하도록 판결했다.

바칼레이 대 플라이온더월 닷컴 판결은 핫뉴스 적용가능 시간 범위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지닌다. 하지만 이 판결에서 적용된 핫뉴스 독트린이 주식시장 분석 보도라는 지극히 구체적 컨텍스트에서 이뤄졌고, 여타 상하급심 법원들이 다른 유형의 뉴스 정보에 대해서도 금융시장 정보와 같이 핫뉴스 기준을 적용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분명치 않다. 바칼레이 대 플라이온더월 판결은 인터넷 정보시대에서 핫뉴스 독트린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보여 준 사례로 주목을 받았다.

현재 핫뉴스 독트린을 인정하고 있는 주는 뉴욕 주를 비롯해 불과 몇 개 주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핫뉴스 독트린을 뉴스 기관들의 저작권 권리를 인정받을 방안으로 간주하는 사람들은 핫뉴스 독트린을 연방법제화하자고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이는 미국 공정거래위원회가 개최한 저널리즘의 장래 워크숍에서 제기된 주요 내용 중 하나다. 대형 뉴스 기관들은 현 저작권법이 뉴스 애그리게이터 등을 비롯한 저작권법 위반자들이 뉴스 기관들이 비싼 비용을 들여 얻어낸 저널리즘적 생산물을 무임승차하도록 방관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뉴스 기관들은 뉴스 애그리게이터들의 무임승차가 자신들이 계속해서 저널리즘에 투자할 유인과 재정적 여력을 갉아먹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따라 현재 주법원의 법적 원칙에 머무르고 있는 핫뉴스 독트린을 연방 차원으로 입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구글과 뉴스 기관들의 라이선스 협정

루퍼트 머독의 뉴스코퍼레이션은 AP와 달리 구글과 뉴스 콘텐츠 이용에 대한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있지 않다. 머독의 관심사가 뉴스 애그리게이터들과의 화해와 공존이 아니라, 유료화 장벽을 더욱 공고히 해서 온라인 뉴스 독자들이 뉴스 구독의 대가를 지불하게 하는 데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머독 역시 당장의 수익을 도외시하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그의 구글에 대한 적대감과 별도로 8월 30일 뉴스코퍼레이션의 자회사 마이스페이스는 구글과의 인터넷 검색광고 계약을 연장하기로 합의했다. 이번 검색광고 계약연장은 마이스페이스 웹사이트에 인터넷 광고를 거는 대가로 지난 3년 동안 900만 달러를 지불하기로 했던 지난 2006년 일차 계약을 연장하는 것이다. 인터넷 광고와 더불어 구글은 마이스페이스 이용자들이 구글을 통해 친구들과 다른 관심 그룹을 검색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할 수 있게 되었다.

대표적인 뉴스 콘텐츠 사용에 대한 라이선스 계약은 구글과 AP통신사에서 이뤄졌다. 구글과의 뉴스 콘텐츠 이용 라이선스 계약 이전에 AP는 야후와 계약을 체결했고, 마이크로소프트와도 새로운 계약을 체결하기 위한 과정에 있다. 이번 구글과 AP 간의 라이선스 계약은 2006년 계약의 연장선상에 있다. 2006년 라이선스 계약에도 불구하고 구글과 AP는 불편한 관계를 유지해온 것이 사실이다. 왜냐하면 AP 측이 자신들의 뉴스 콘텐츠에 대해 충분한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믿어 온 데다 구글의 인터넷 검색 결과는 AP가 자신들의 콘텐츠를 도용하는 웹사이트들이라고 규정해온 웹사이트를 검색 결과에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송 대신 신문사 사이트로 링크 유도

AP통신뿐만 아니라 구글은 프랑스의 AFP, 영국언론연합, 캐나다 언론, 그리고 유럽 언론보도 사진기구의 회원사들과 뉴스 콘텐츠 이용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있다. 그동안 구글은 인터넷 검색 결과에서 뉴스 기관들의 웹사이트들을 비롯한 여타 웹사이트들에 게재된 콘텐츠의 일부 내용, 대체로 처음 단락의 한두 개 문장들을 보여 주어 왔지만, AP를 비롯해 라이선스를 체결한 뉴스 기관들의 콘텐츠에 대해서는 이른바 ‘스닙핏’이라는 소량의 발췌를 하지 않아도 된다. 그동안 구글은 검색 결과에 대해 스닙핏을 제공하는 것은 저작권법의 정당한 이용에 해당한다고 자신을 방어해 왔다.

현재 대부분의 유력 미국 언론사들은 저작권법 소송을 남발하는 것을 자제하고, 저작권 위반자들을 감시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위반자들에게 자신들이 생산해낸 저작물을 거두어들이도록 요구하고, 그 자리에 자신들의 웹사이트로 인터넷 독자를 연결해 주는 링크를 달도록 하고 있다. 저작권법 위반자들을 다루는 일종의 유화책인 셈이다. 적발된 위반자들이 저작권 위반 콘텐츠를 웹사이트에서 내리고, 대신 관련 링크를 달라는 뉴스 기관들의 요구를 수용하기만 하면, 뉴스 기관 입장에선 새로운 인터넷 트래픽을 얻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이런 맥락에서 공정 신디케이션 컨소시엄(Fair Syndication Consortium)과 같은 ‘당근’을 강조하는 아이디어도 등장했다. 대다수 주요 뉴스 발행사들은 자신들의 저작물 콘텐츠가 거둘 수익을 되돌려 받는다는 차원에서 이 컨소시엄에 호의적이다.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허스트, 미디어뉴스 그룹, 그리고 매클래치 등이 이에 속한다.

하지만 다수 신문사와 방송사들과 달리 AP는 자사의 웹사이트에 게재된 뉴스 기사들로 링크를 달게 해서 인터넷 트래픽을 증가시키는 데 관심이 없다. 따라서 자사의 콘텐츠를 다른 미디어 기업들에게 라이선스로 공급함으로써 인쇄판 뉴스의 경우 직접 자신들이 수주해서 게재한 광고를 공중파 혹은 인터넷을 통해 유통시킬 수 있다. 이런 AP의 수익 전략은 구글과 같은 최대 인터넷 뉴스 애그리게이터와의 라이선스 체결을 추동하는 원인이 됐다.
 

Posted by inha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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