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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기 부경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올해 신문산업의 화두는 단연 스마트폰의 확산이라고 할 수 있다. 우스갯소리로 “현재의 미디어 기업은 둘로 나눌 수 있다. 스마트폰을 지급하는 회사와 그렇지 않은 회사”라고 할 정도이다. 많은 이들이 스마트폰의 다양한 기능에 놀라고 있다. 내 주변의 어떤 이는 퇴근하고 돌아오면 자녀가 예전과 달리 아주 반갑게 맞아 주어서 의아해했는데 결국은 아빠보다 스마트폰을 기다린 것이었다고 푸념을 늘어놓기도 했다.

스마트폰의 확산과 함께 자연스럽게 페이스북, 트위터와 같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도 급증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자들은 중요한 취재원이나 관련 전문가들을 친구 혹은 팔로어(follower)로 등록해 주요한 일이 발생할 때마다 실시간 뉴스를 제공하고 동시에 이들의 즉각적인 반응을 살피고 있다.

이처럼 스마트폰은 취재 행태에도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특히 이동이 잦은 현장 취재기자에게 스마트폰은 든든한 우군이자 비서와 같다. 이메일로 도착한 보도자료를 즉각 알려 주어 놓치지 않을 수 있게 되었고, 기사를 쓸 때 필요한 자료도 바로 열람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디지털 카메라라 해도 무방할 만큼 높은 화상도의 사진과 동영상을 담을 수 있다. 실제로 부산 해운대의 마린시티에서 발생한 고층 아파트 화재현장은 시민들이 제보한 스마트폰 동영상으로 주요 화면을 구성하기도 했다. 이에 발 빠른 일부 언론사는 스마트폰을 통해 확보한 뉴스 콘텐츠를 실시간으로 뉴스룸에 공급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목도하면서 십여 년 전의 언론계가 데자뷔처럼 떠오르는 것은 필자만의 착각일까? 과거 인터넷 등장 때도 언론사들은 광풍에 휩싸였다. 마치 미국의 서부 개척시대처럼 빨리 마차를 몰아 깃발을 꽂지 않으면 신세계에서 발 디딜 영역이 없다는 식으로 달려들었다. 너도나도 웹을 구축하고, 자사의 홈페이지와 오프라인의 신문을 연계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리하여 속보 면에서도 방송에 뒤지지 않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멀티미디어 기능으로 양질의 뉴스 콘텐츠를 공급하게 되었다고 자족하였다.

스마트폰 통해 실시간 뉴스 공급

그런데 그 결과는 어떻게 나타났는가? 신문사는 스스로 무덤을 판 꼴이었다. 인터넷을 통해 PDF 파일로 종이신문과 똑같은 내용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젊은 네티즌들은 종이신문을 외면했다. 지금도 이들은 인터넷 언론과 포털을 넘나들면서 뉴스를 소비하는 행태에 길들여져 있다. 언론사가 첨단 기술을 적극 수용하는 것이 잘못되었다는 게 아니다. 수익모델이나 그 파급효과를 진지하게 숙고하지 않고 신기술을 무조건 수용하고 보자는 태도가 잘못되었다는 것이다.

인터넷만 하더라도 언론사가 서버를 구축하고, 콘텐츠를 올리고 내리고의 통제권을 행사할 수 있었다. 자사의 이미지를 먹칠하는 무분별한 댓글도 정화할 수 있는 기능을 발휘할 수 있었다. 그러나 모바일 미디어는 언론사가 주도권을 쥐려야 쥘 수가 없다. 모바일 이용자에게 뉴스 콘텐츠는 수많은 애플리케이션의 하나로 인식될 뿐이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개인화된 뉴스가 주를 이루고, 속보의 유혹에 빠져 사실 확인에 소홀할 수도 있다. 이러한 행태가 지속되다 보면 뉴스의 신뢰성을 잃을 수도 있고, 기존의 언론이 매스커뮤니케이션으로서 공론을 형성하고 여론을 주도했던 힘을 잃게 될 수도 있다.

이런 까닭에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기자가 보도 목적과 사적 커뮤니케이션 목적의 두 가지를 엄격히 분리하여 모바일 미디어를 활용하도록 했다. 특히 사시(社是)에 위배되는 내용을 작성하거나 게재하지 말아야 한다는 지침을 정했다. AP도 통신사가 보도하지 않은 내용을 트위트하거나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리트위트하는 등 어떤 형태로든 저널리스트로서의 본분을 잃지 말아야 한다는 기본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바 있다. 전미기자협회 윤리위원회 위원장인 앤디 쇼츠는 미디어나 테크놀로지보다 중요한 것이 ‘올바른 저널리즘을 구현하고자 하는 가치’라면서 기본 원칙에 충실할 것을 주문했다(신문과 방송, 2010, 9월호, 28~29쪽). 결국 언론인들이 모바일 미디어를 익숙하게 활용하더라도 소속 언론사를 대표한다는 것을 늘 염두에 두라는 것이다.

2010년 2월 1일 언론진흥기금 관리 등 언론산업 진흥기구로 설립된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출범식을 가졌다. 언론진흥재단은 2009년 7월 국회를 통과한 ‘신문등의진흥에관한법률’에 따라 설립된 기관으로, 한국언론재단과 신문발전위원회, 신문유통원 등 3개 기관을 통합했다. 사진은 언론진흥재단 출범식에 앞서 이성준 한국언론진흥재단 초대 이사장과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장관, 김형오 국회의장(오른쪽 세번째부터 왼쪽으로) 등 내외 귀빈이 제막식을 하고있다.

뉴스 포털 ‘온뉴스(On news)’에 주목

산업적인 관점에서의 모바일 미디어는 결국 유료화를 어떻게 실현시킬 것이냐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올해 5월 28일 12개 중앙일간지의 닷컴 회사가 모여서 만든 모바일 뉴스 포털 ‘온뉴스(On news)’에 주목하게 된다. ‘온뉴스’가 출현하게 된 배경은 포털과 이동통신 서비스 회사에 뉴스 유통의 주도권을 넘겨줄 경우, 신문사의 영향력 저하는 물론 뉴스의 무료화가 고착화될 수 있다는 점을 직시했기 때문이다(신문과방송, 2010, 7월호, 83쪽). 그렇다고 12개 언론사만으로 모바일 뉴스의 유료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뉴스를 제공받을 수 있는 수단이 수많은 상황에서 모바일 이용자들 역시 무료 서비스로 갈아타는 행태를 보일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신문 독자가 모바일로 옮겨 가더라도 신문의 영향력과 적정한 가격을 고수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뉴스 콘텐츠의 유료화만 놓고 본다면 모든 신문사와 닷컴 언론사가 뭉쳐야 한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가 이처럼 와 닿는 때도 없지 않나 싶다.

신문업계의 공동대응과 관련해서는 ‘신문의 위기 극복을 위한 대토론회’에서도 지적된 바가 있다. 특히 신문산업 분과에서는 자사이기주의 성향을 보이는 신문산업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업계 전체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예컨대 신문판매 정상화, 신문유통 효율화, 포털과의 관계 정상화, 신문발행부수공사(ABC) 정착 등이 절실하다고 했는데, 이는 일부의 노력만으로 결코 해결할 수 없는 사안들이다. 그리고 한 사업자라도 이탈을 하면 제도의 근간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 이를 위해 신문산업 분과는 신문협회를 전체 신문업계의 구심점이자 중심적 행위자로 탈바꿈시키고, 한국언론진흥재단, 관계 정부부처, 전문가, 독자들을 아우르는 ‘신문산업 위기 극복을 위한 사업추진위원회’ 설립까지 제안하였다. 물론 신문업계가 함께 힘을 모으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을 것이다. 1980년 언론통폐합 과정을 거치면서 우리의 신문업계는 통합 주도사와 신규 진입사로 크게 양분되어 있다. 또한 중앙지와 지방지의 지리적 경계가 사라지면서 이들의 이해관계도 상충하고 있다. 이념적으로도 갈기갈기 찢겨 있는 상태이다. 우여곡절 끝에 신문과 방송의 교차소유가 허용되었지만 부자 신문과 가난한 신문이 이를 받아들이는 양태도 천차만별이다. 이 때문에 비의도적 결과로서 여론의 다양성을 구가하고 있지만 산업적 기반은 허약해질 대로 허약해진 것이 우리 신문산업의 현재 모습이다.

미디어에 디지털 기술이 도입됨으로서 융합은 지속적인 화두로 자리 잡고 있다. 학계에서조차 학제 간 연구, 통섭 등이 강조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 진정한 융합은 물리적인 결합이 아닌 화학적 결합이어야 한다. 아메리칸온라인(AOL)과 타임워너의 결합 사례에서 보듯이 하나의 조직으로 통합된 미디어 기업에서도 기존 조직 간의 이질적인 문화 때문에 시너지 효과를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물며 다양한 이해관계로 얽히고 설킨 신문업계가 공동의 보조를 맞추는 게 과연 가능할까?

그 가능성은 현재의 신문위기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와 무관하지 않다. 또한 공동의 적이 있으면 내부의 적대적 관계자라 할지라도 뭉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현재의 위기에 대해서는 신문업계 종사자들이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미디어경영연구소(
www.media21.or.kr)는 2010년도 신문산업의 종합평가 평점을 <표>와 같이 제시하고 있다.

<표>는 부실지수, 유동성, 부채비율, 차입의존도 등을 종합하여 평가한 것인데 A등급(우수)은 3개의 신문사로 전체 분석대상의 9%에 불과하고, 부실, 위험, 매우위험으로 평가된 신문사는 24개사로 전체의 75%를 차지하고 있다. 덧붙여 미디어경영연구소는 조사대상 신문사가 기업공시 의무를 지닌 경우(자산 100억 원 이상)이기에 기업공시 의무가 없는 대부분의 소규모 신문사는 평점이 더욱 낮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2010 신문산업 종합평가‘매우 위험 등급’ 12개사

‘신문의 위기 극복을 위한 대토론회’가 열릴 정도로 신문산업의 위기는 현재진행형이다. 2008년의 세계경제 위기가 미친 영향도 적지 않겠지만 신문산업은 최근 외형이 축소일로다. 신문구독률과 신문열독률도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신문사들이 발행부수 중심의 사세 경쟁에 매달리는 한 개별 기업으로서의 생존은 가능할지언정 전체 산업으로서의 미래는 요원하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전근대적인 잔재를 떨쳐버리고, 변화된 시대에 맞는 혁신이 신문산업 전반에 요구된다. 무엇보다 모든 신문사들이 객관적인 데이터에 기반을 둔 광고 집행 관행을 정착시켜, 광고주의 이탈을 막는 데 급급할 것이 아니라 광고주들이 자발적으로 신문에 광고를 싣고 싶게끔 변신해야 할 것이다. 또 읽기문화 정착을 위해 신문사 공동의 구독기반 마련도 필요할 것이다. 인터넷 포털에 의한 신문업계의 저작권 침해 및 공정한 대가 제공 문제도 못 본 척 지나쳐 버릴 사안이 아니며, 공동의 대응이 시급한 시점이다.
그렇기에 현재의 상황은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처럼 머뭇거릴 때가 아닌 듯하다. 오히려 막다른 골목에서 죽기 살기로 고양이를 물어야 하는 절박한 시점이 아닐까 한다. 그런데 그 고양이가 누구냐고? 당장은 모바일 미디어라고 해 두자. 문제는 이러한 과제를 앞장서서 풀어 가고자 하는 리더십의 부재라 할 수 있다. 누가 총대를 멜 것인가? 
 
 
6월 4일 프레스센터 20층에서 열린 ‘신문위기 극복을 위한 대토론회’ 최종 토론회 모습.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추진한 대토론회는 저널리즘, 신문산업, 뉴미디어, 읽기문화 등 4개 분과에 51명의 전문가가 참여한 신문 산업 발전 프로젝트였다.
Posted by inha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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