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신문과방송> 2009년 1월호 미디어 포럼

법을 알고 기사 쓰기(34)
반론보도는 호의가 아니라 의무다

반론 보도 관련 법적 쟁점 살펴보기(1)

양재규 언론중재위원회 조정중재팀장, 변호사


언론보도 관련 분쟁을 다루는 곳에서 일하는 필자조차도 당사자가 언론사에 직접 접촉하여 스스로의 힘만으로 반론보도를 받아낸 경우를 거의 보지 못했다. 언론중재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하거나 법원에 제소하는 ‘최후의 수단’까지 동원해야만 비로소 반론보도 몇 줄을 얻어낼 수 있는 것이 현실이다.

반론보도만으로 실추된 명예를 회복하기는 어렵다. 그렇다 보니 반론보도는 언론사는 물론 피해자들로부터도 별로 환영받지 못한다. 반론보도가 의미가 있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 대립되는 양쪽 주장을 모두 보여 줌으로써 결국 진위에 대한 판단을 독자나 시청자 스스로가 내리게 하는 것이다.


이번 호와 다음 호 두 번에 걸쳐 반론보도 관련 법적 쟁점을 두루 살펴보고자 한다. 이번 기회에 반론보도가 갖는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보고, 기사 작성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예제)
반론보도란 무엇인가? 기사에 당사자의 반론을 게재해 주는 것은 시혜(施惠)일까, 아니면 언론의 의무일까?

 반론보도란 기사의 주된 취지와 대립되는 당사자의 입장 또는 보도내용에 대한 당사자의 반박을 보도문 형식으로 게재하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본지 2008년 ○월 ○일자 ‘…’ 제하의 기사와 관련, □□□는 …라고 주장해 왔습니다.’ 형식의 반론보도문이 흔히 사용된다.
 반론보도의 내용이 원 기사와 대립되는 것이다 보니 보도의 일관성을 해칠 수 있고, 자칫 기사의 논지를 흐리게 할 수도 있다. 또 반론보도를 내게 되면 원 보도가 잘못되었음을 언론사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 될 수 있다. 그래서인지 대부분의 언론사들은 반론보도에 매우 소극적이며 비협조적이다. 언론보도 관련 분쟁을 다루는 곳에서 일하는 필자조차도 당사자가 언론사에 직접 접촉하여 스스로의 힘만으로 반론보도를 받아낸 경우를 거의 보지 못했다. 언론중재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하거나 법원에 제소하는 ‘최후의 수단’까지 동원해야만 비로소 반론보도 몇 줄을 얻어낼 수 있는 것이 현실이다. 중재위 조정에 임하는 언론사들의 모습도 마찬가지다. 그야말로 귀찮아서, 마지못해 조정에 응하고 있는 듯 보일 때가 많다. 그것도 구석진 곳에, 최대한 작게 반론보도를 내면서 말이다.
 그러나 반론보도는 언론사가 성가신 당사자에게 베푸는 호의나 관용이 결코 아니다. 떼쓰는 아이 달래기 위해 입에 사탕 하나 물려주는 것 정도로 반론보도를 이해해서는 안 된다. 반론보도는 보도를 한 자가 마땅히 져야 할 엄연한 법적 의무이기 때문이다(언론중재법 제16조 제1항).

언론중재법 제16조 (반론보도청구권) ①사실적 주장에 관한 언론보도로 인하여 피해를 입은 자는 그 보도내용에 관한 반론보도를 언론사에 청구할 수 있다.

 반론보도가 우리나라에 제도적으로 도입된 것은 지난 1980년이다. 그해 12월 31일 ‘언론기본법’ 시행과 더불어 처음 도입된 것인데 1987년 언론기본법 폐지에도 불구하고 반론보도청구권은 ‘정기간행물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로 자리를 옮겨 존치되었다. 뿐만 아니라 법이 개정될 때마다 보완, 강화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원보도와 동일한 효과를 내도록
‘언론사의 마땅한 의무’
 
처음 반론보도청구권이 도입되었을 당시에는 이름이 실질과는 달리 ‘정정보도청구권’이었다(언론기본법 제49조). 권리 자체가 워낙 생소한 데다 명칭까지 과장되어 있어 이 권리의 성격을 두고 오해와 혼란도 많았다. 하지만 반론보도청구권과 관련된 다수의 판결이 쏟아지게 되었고 이것이 오히려 전화위복이 되어 반론보도제도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계기를 마련했다. 그러면 27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반론보도의 현실은 어떨까?
 앞에서 이미 지적했지만 여전히 반론보도는 우리 언론문화 속에 제대로 뿌리를 내리고 있지 못하다. 결코 짧지 않는 반론보도 경력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접하는 대부분의 기사나 방송에는 특정 사안에 대한 어느 일방의 입장 혹은 어느 하나의 시각만 나타나기 일쑤다. 반대 당사자의 입장이 전혀 반영되어 있지 않은 보도가 부지기수이고, 반영했다 하더라도 보도 말미에 몇 줄 간단히 언급하고 마는 것이 고작이다. 수십 줄에 걸쳐 공격하고 나서 고작 두서너 줄의 반론은 아무래도 불공평하지 않은가. 언론중재법 제15조 제6항에 따르면, 언론사가 행하는 반론보도는 ‘공정한 여론형성’이 이루어지도록 원 보도가 행해진 것과 ‘동일한 채널, 지면 또는 장소’에 ‘동일한 효과를 발생시킬 수 있는 방법’으로 되어야 한다. 이른바 ‘무기대등의 원칙’인 것이다. 반론보도는 언론사가 당사자에게 베푸는 호의가 아니라 마땅히 해야 할 의무라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사례 1)
쌀 직불금을 수령한 것으로 보도된 한 고위공무원이 자신의 실명을 거론한 언론사에 반론보도를 요구했다. 현재 쌀 직불금 문제와 관련해서 내부감사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인데, 과연 당사자의 반론보도 요구에 응해야 할까?

 당사자는 반론보도를 요구하지만, 해당 사안에 대한 수사나 감사가 진행되고 있다는 이유로 언론사 측에서 반론보도 게재를 거부하는 경우가 자주 있다. 아직 사실관계가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허위일 수도 있는 당사자의 주장을 싣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것이 거부의 이유다. 이런 언론사의 항변은 나름 일리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반론보도는 원 보도의 진실 여부를 따지지 않는다(언론중재법 제2조 제16호, 제16조 제2항).

언론중재법 제2조 (정의) 16. “반론보도”라 함은 보도내용의 진실 여부에 관계없이 그와 대립되는 반박적 주장을 보도하는 것을 말한다.
언론중재법 제16조 (반론보도청구권) ②제1항의 청구에는 언론사의 고의·과실이나 위법함을 요하지 아니하며, 보도내용의 진실 여부를 불문한다.

보도내용 진실이라도
반론보도청구에 응해야

 가령 원 보도가 진실보도라 할지라도 언론사는 당사자의 반론보도청구에 원칙적으로 응해야 한다. 이와 동시에 언론사에 반론보도를 요구하는 사람은 대상 보도가 허위라는 점을 증명하지 않아도 좋다. 보도내용의 진실 여부를 불문하고 반론보도청구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허위임을 증명해야 하는 것은 반론보도가 아니라 정정보도다.

“반론보도청구권은 원 보도를 진실에 부합되게 시정보도해 줄 것을 요구하는 권리가 아니라 원 보도에 대하여 피해자가 주장하는 반박내용을 보도해 줄 것을 요구하는 권리이므로 원 보도의 내용이 허위임을 요건으로 하지 않으며 나아가 반론보도의 내용이 반드시 진실임을 증명할 필요가 없다. 이에 따라 반론보도의 내용이 허위일 위험성은 불가피하게 뒤따르게 되지만 이는 반론보도청구권을 인정하는 취지에 비추어 감수하여야 하는 위험이다.”(대법원 2006. 11. 23. 선고 2004다50747 판결)

 물론 반론보도청구권에도 한계는 있다. 청구된 반론보도의 내용이 명백히 사실에 반하거나 반론이 이미 충분히 보도되어 더 이상 반론을 게재할 필요성이 없는 경우, 지엽말단적인 사항에 대한 반론을 요구하는 경우, 보도내용과 무관한 사항의 반론을 요구하거나 반론요구를 들어준다면 또 다른 명예훼손 등의 권리침해가 발생할 수 있을 때 언론사는 반론보도청구를 거절할 수 있다(언론중재법 제16조 제3항, 제15조 제4항). 이 중에서 ‘청구된 반론보도의 내용이 명백히 사실에 반하는 경우’가 보도의 허위성을 불문하는 반론보도청구권의 성질상 특히 문제될 텐데 그 인정범위는 매우 협소하다. 상식을 갖춘 일반인 누가 보더라도 내용의 허위성이 분명하다든지, 법원의 판결로 이미 확정된 내용을 다시 번복하는 취지의 반론보도에 해당되어야 거부사유를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널리 사회 일반에 걸쳐 이론의 여지가 없는 공지의 사실로 되어 일반적인 교향을 갖춘 통상인 누구라도 특별한 조사나 검증절차를 거치지 않고서도 알 수 있는 사실과 부합되지 않는 경우를 가리킨다.”(서울지방법원 남부지원 1993. 9. 6. 선고 93카합792 판결)

 위에서 제시된 사례로 돌아가 보자. 아직 사건에 대한 내부감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뭔가 당사자의 주장을 게재해 주는 것이 성급한 조치처럼 느껴질 수 있다. 또 감사 결과 비위사실이 없는 것으로 밝혀지면 그때 가서 해주면 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때는 정정보도나 추후보도를 해야 하지 반론보도의 문제는 아닌 것이다. 지금 당사자가 구하고 있는 것은 반론보도다. 반론보도는 보도의 진위를 불문한다. 따라서 내부감사가 진행 중이라는 사정만으로 언론사는 반론보도를 거부할 수 없다.

사례 2)
겨울철 실내공기를 깨끗하게 해주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식물들이 잘 팔리고 있다. 한 언론사에서 이 식물들 중 일부에 독성이 있다는 전문가의 의견을 빌려 그 위험성을 지적하는 보도를 내보냈다. 이에 화훼업에 종사하는 사람들로 구성된 단체에서 역시 또 다른 전문가의 의견을 빌려 ‘독성은 있으나 전혀 위험하지 않다’는 취지의 반론보도를 요구해 왔다.

 일반적으로 권리는 행사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존재한다. 그러나 반론보도는 좀 다르다. 반론보도는 피해자 개인의 권리를 구제한다는 주관적 의미와 함께 균형 잡힌 여론을 형성할 수 있도록 한다는 객관적 제도로서의 의미를 아울러 가진다(2004다50747). 다시 말해 반론보도는 보도로 인해 피해를 입은 당사자뿐만 아니라 독자나 시청자들에게도 의미가 있다.
 사실 당사자의 권리구제라는 측면에서만 생각한다면 반론보도는 큰 도움이 안 될 수도 있다. 반론보도가 나간다고 한들 그것은 당사자의 주장일 뿐이기 때문이다. 정정보도라면 모를까 반론보도만으로 실추된 명예를 회복하기는 어렵다. 그렇다 보니 반론보도는 언론사는 물론 피해자들로부터도 별로 환영받지 못한다. ‘계륵(鷄肋)’과도 같다고 해야 할까. 포기하기에는 아쉽고, 취하기에는 썩 내키지 않는다.
 그러면 반론보도가 독자나 시청자들에게 의미가 있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 어떤 사안에 관해 대립되는 양쪽 주장을 모두 보여 줌으로써 결국 진위에 대한 판단을 독자나 시청자 스스로가 내리게 하는 것이다. 판단은 독자나 시청자의 몫이다. 언론이 심판자의 위치에 서서 누가 옳고, 누가 그른지까지 판단 내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다.
 사례에 언급된 보도에서는 아마도 공기정화식물의 독성 내지는 위험성에만 초점을 맞추어 보도한 듯하다. 보도의 신빙성을 위해 전문가의 인터뷰도 실었을 것이다. 그러나 공기청정식물의 독성을 지적하는 것은 소수의 견해일 수 있고, 또 독성이 있다고는 하지만 사람의 건강과는 무관할 정도로 미미할 수도 있다. 이런 경우 독성이 있다는 의견과 더불어 반대되는 의견도 제시하여 결국 독자나 시청자들이 스스로 판단을 내리게 하자는 것이 반론보도의 취지일 것이다.

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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