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신문과방송> 2009년 2월호 미디어 포럼

법을 알고 기사 쓰기(35)
반론보도는 타협의 수단이 아니다

반론 보도 관련 법적 쟁점 살펴보기(2)

양재규 언론중재위원회 조정중재팀장, 변호사


보도 후에 급조된 듯한 ‘○○○대책위원회’ 류의 단체가 언론사에 반론보도를 청구해온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 대책위는 보도된 단체의 산하 단체 내지는 하부조직에 불과하다. 원칙적으로 단체의 하부조직은 독립된 사회생활상 단위가 아니어서 반론보도청구권이라든가 권리의 주체로서 적합하지 않다.

‘대처방법이 부적절하다’ ‘정부의 권위를 스스로 떨어뜨리고 있다’와 같은 정부에 대한 주관적인 평가에 대해 언론사는 반론보도청구에 응할 의무가 없다. 평가의 전제 사실을 다투거나 인용된 정부 관계자가 실제 그와 같은 발언을 했는지를 다투는 등 등 ‘사실적 주장’에 대한 반론보도청구가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 호에 이어 반론보도와 관련하여 실무상 주로 문제되는 쟁점들에 대해 계속해서 살펴보고자 한다.

사례 3)
기성 종교의 문제점을 파헤치는 기사를 수회에 걸쳐 내보냈다. 이에 해당 종교를 대표하는 단체 산하에 ‘○○○대책위원회’가 조직되어 해당 위원회의 이름으로 반론보도를 청구해 왔다. 과연 언론사는 해당 위원회의 반론보도청구에 응할 법적 의무가 있을까?

 우리 사회에는 ‘○○○위원회’ ‘○○협회’라는 명칭을 가진 사조직들이 참 많다. 그 중에는 정체불명의 조직도 있고, 급조된 듯한 어설픈 조직도 많다. 급기야 난립한 단체들 상호 간에 대표성을 놓고 경쟁 단체나 그 대표자를 형사고소하거나 직무집행정지가처분신청을 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 일쑤다. 이런 단체들의 극성에 한번 말려들기라도 하면 정말 골치가 아프다. 논리, 합리 다 무시하고 물리력의 행사까지도 불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비판자 내지는 감시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언론사는 그 어느 누구보다 이런 단체들과의 분쟁에 휘말리기 쉽다. 과연 언론사들은 어떤 식으로 난관을 타결해 가고 있을까? 대부분의 언론사들 역시 타협적인 자세를 취하는 경우가 많다. 시끄럽기만 할 뿐 얻는 것이 적은 싸움을 벌이기보다 적당한 선에서 반론보도를 내주고 사건을 조용히 무마하는 편이 낫다는 계산일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 있다. 협상 테이블에 나온 상대편은 도대체 누구인가? 무슨 권한이나 자격을 갖추고 있는가? 만일 공들여 어렵사리 협상에 성공했는데 나중에 보니 상대편 당사자가 아무런 결정권한이 없다면 모든 수고와 노력은 물거품이 되고 말 것이다. 반론보도와 관련해서도 마찬가지다. 권리자 아닌 사람 혹은 단체의 반론보도청구에 응했다고 해서 권리자 본연의 권리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다시 말해 반론보도를 이미 게재했을지라도 진짜 권리자가 다른 형식과 내용의 반론보도 게재를 요구해 오면 언론사로서는 딱히 거부할 근거가 없다.

급조된 ‘○○대책위’의
반론보도 청구도 응해야 하나? 
 모든 권리에는 그것을 적법하게 행사할 수 있는 주인이 있기 마련이다. 법에서 정한 반론보도청구권의 주체는 ‘보도로 인해 피해를 입은 자’이다.

언론중재법 제16조 ①사실적 주장에 관한 언론보도로 인하여 피해를 입은 자는 그 보도내용에 관한 반론보도를 언론사에 청구할 수 있다.

흔히 ‘피해’라고 하면 재산상의 손해나 사회적 명망에 입은 타격, 그로 인한 정신적인 충격 따위를 떠올린다. 그런데 반론보도청구권이 말하는 피해자는 조금 다르다. 보도에 언급되었거나 언급되지는 않았을지라도 보도 전후의 사정을 종합해볼 때 누구에 관한 보도인지가 명백하다면 그 자체로 피해자에 해당될 수 있다.

“‘방송에 공표된 사실적 주장에 의하여 피해를 입은 자’라 함은 그 보도내용에서 지명되거나 그 보도내용과 개별적 연관성이 있음이 명백히 인정되는 자로서 자기의 인격적 법익이 침해되었음을 이유로 그 보도내용에 대한 반론 내지 반박을 제기할 이익이 있는 자를 가리키며, 그 보도내용이 진실한지의 여부는 피해의 유무를 판단하는 데 고려할 사항이 아니다.”(대법원 2000. 2. 25. 선고 99다12840 판결)

판결내용 중에 ‘개별적 연관성’이라는 용어가 등장하는데, 반론보도청구권을 이해하는 데 꼭 필요한 핵심 개념이다. 이 ‘개별적 연관성’이 있는 사람이 보도로 인한 피해자이고, 나아가 반론보도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만일 언론사 입장에서 누구의 반론보도청구에 응해야 할 것인지 고민된다면 해당 보도의 대상자가 누구였는지를 생각해 보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간혹 이런 기준으로는 도저히 적절한 대상자가 떠오르지 않을 수도 있는데 그때는 누가 해당 보도에 대한 반박을 제기하기에 최적의 위치에 있는가를 검토해야 한다.
 제시한 사례로 돌아가 보자. 현재 언론사에 반론보도를 청구한 주체는 ‘○○○대책위원회’다. 명칭으로 볼 때, 아마도 보도 후에 급조된 단체일 것이다. 보도 당시에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도 않던 단체인 것이다. 게다가 이 대책위원회는 해당 종교를 대표하는 단체의 산하 단체 내지는 하부조직에 불과하다. 원칙적으로 단체의 하부조직은 독립된 사회생활상 단위가 아니어서 반론보도청구권이라든가 권리의 주체로서 적합하지 않다.
 이와 같은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대책위원회가 반론보도청구의 주체로 나서는 것은 법률적으로 아무 의미가 없다. 상급 단체라든가 보다 확실한 대표성을 갖춘 단체와 협상하는 것이 좋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무상으로는 언론사 측에서 적극 이 위원회들과의 협상 테이블에 나서는 경우가 있다. 의외일 수 있는데 법적 의미의 유무를 떠나 사건의 조기무마라는 나름의 정책적인 판단이 있었을 것이라 생각된다. 그러나 일단 넘기고 보자는 식이라면 곤란하다. 본연의 권리자와의 분쟁이 재발할 수 있기 때문인데 좀 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문제라고 조언하고 싶다.

사례 4)
정부 관계자의 부정적 반응을 인용하여 정부의 언론정책을 비판하는 기사를 썼다. 언론정책을 담당하고 있는 소관 부처에서는 정부의 언론정책은 정당한 직무수행일 뿐이며 언론 탄압이 아니라는 취지의 반론보도를 요구해 왔다. 과연 소관 부처의 반론보도청구는 정당한 것일까?

 지난 참여정부 시절, 정부 부처와 한 중앙일간지 사이에 있었던 실제 사건이다. 모름지기 반론보도청구를 하려면 그 대상 보도가 객관적으로 입증가능하고 명확하며 역사성이 있어야 한다. 한마디로 사실적 주장이어야 한다. 의견 혹은 평가적 주장은 반론보도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정부 비판했더니
‘정당한 직무수행’ 반론 요청?
그런데 대부분의 기사에는 사실과 의견이 혼재되어 있기 마련이다. 사실적 주장만을 대상으로 삼을 수 있는 반론보도청구권의 객체가 사실인지, 의견인지의 구별은 이로 인해 생각만큼 간단치가 않다. 일단 객관적으로 입증이 가능한 것이면 사실적 주장이라고 할 수 있다(추상적 판단기준). 또 사용된 어휘의 통상적인 의미나 기사의 전체적인 흐름, 기사를 접하는 독자나 시청자의 인상까지도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구체적·종합적 판단기준). 역으로 반론보도청구권자가 요구하는 보도문의 내용을 토대로 원 보도의 사실보도성을 판단할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제3자의 의견을 인용보도한 경우에는 다음과 같은 유용한 기준이 적용될 수도 있다.

“원 보도에서 제3자의 의견을 인용하여 보도한 경우 반론보도청구를 하면서 문제 삼는 대상이 그 제3자가 실제 그러한 의견을 표명하였는지 여부라면 이는 사실적 주장이라고 할 것이나, 원 보도가 제3자의 의견을 자기의 의견으로 보도하였고, 반론보도문에서도 제3자가 실제 그러한 의견을 표명한 것인지의 여부를 문제 삼는 취지가 아니라면 그 원 보도는 의견표명의 방법에 지나지 않는 것이라고 할 것이다.”(대법원 2006. 2. 10. 선고 2002다49040 판결)

 사안에서 소관 부처의 반론보도청구가 정당하려면 원 보도가 사실적 주장이어야 한다. 그런데 문제된 보도는 주로 ‘대처방법이 부적절하다’ ‘정부의 권위를 스스로 떨어뜨리고 있다’와 같은 정부의 언론정책에 대한 주관적인 평가였다. 물론 이러한 평가에 전제된 몇몇 사실들도 있고, 정부 관계자의 논평을 인용한 부분과 관련해서는 실제 그러한 발언을 했는지가 문제 될 수도 있다. 그러나 평가의 전제 사실을 다투거나 인용된 정부 관계자가 실제 그와 같은 발언을 했는지에 대한 반론보도청구가 아니라면 이 사건 반론의 대상은 사실적 주장이 아니다. 따라서 언론사는 반론보도청구에 응할 의무가 없다.

사례 5)
연예인들의 자살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기사에서 A씨를 포함한 자살한 연예인들의 이름을 열거했다. 보도가 나간 후, 명단에 포함된 A씨의 유족 측에서 정정 및 반론보도청구를 해 왔다. 사실을 확인해 보니 일반에 알려진 것과는 달리 A씨의 죽음에는 의문점이 많았다. 유력한 피의자가 있었으나 재판 결과 증거불충분으로 무죄가 되었다(1심 유죄, 2심 무죄). 그후 보도된 정정 및 반론보도문에는 A씨의 죽음은 자살인지 아닌지 불명확하다는 점과 함께 유력한 피의자의 재판 결과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언론사가 반론보도청구를 거부할 수 있는 경우가 몇 가지 있다. 이미 충분한 반론이 이루어졌거나 지엽말단적인 사항에 대한 반론요구일 때, 청구된 내용이 명백히 사실에 반할 때 그리고 반론보도문에 위법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을 때이다. 이중 위 사안에서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마지막 경우다.

더 큰 문제 될라
반론 보도문도 잘 살피자
 만일 A씨의 죽음이 자살이 아니라는 것을 넘어 당시 살인범으로 지목되었던 사람의 재판 결과까지 반론보도문에 포함시키면 어떤 결과가 발생할 수 있을까? 반론보도로 인해 제3자의 명예훼손이라는 새로운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다. 비록 당사자의 요구 때문에 반론보도를 실었을지라도 결국 편집권한을 가진 언론사에서 보도로 인한 책임을 일차적으로 부담하게 된다. 그러므로 반론보도를 내줄 때 언론사로서는 또 다른 법익 침해가 발생하지는 않을지 신중하게 문안을 검토해야 한다. 특히 반론보도는 그 성질상 원 보도의 진위를 문제 삼지 않기 때문에 당사자 주장의 진위와 상관없이 내주기 쉽다. 그러나 반론보도로써 새로운 법익 침해가 발생해서는 곤란하다. 그런 측면에서 가장 안전한 반론보도의 방법은 원 보도의 단순 부정 형태다. 적극적인 부연설명이 불가피한 경우에는 또 다른 법익 침해나 명예훼손의 가능성은 없는지 반드시 검토하기 바란다.


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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