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공청렴센터(www.publicintegrity.org)

이재경 이화여대 교수, 언론학

‘공공의 이익을 위한 탐사 저널리즘’을 표제어로 하는 ‘공공청렴센터’의 설립 목적은 “제도적 권력을 보다 투명하고, 책임감 있게 행동하도록 하기 위해 중요한 공공의 쟁점에 대한 우리만의 고유한 탐사 저널리즘을 생산한다”고 돼 있다.

이번에 소개하는 곳은 워싱턴에 있는 비영리 탐사보도 기관이다. ‘공공청렴센터’ 또는 ‘공공정직센터’로 번역될 수 있는 이 기관의 영어 이름은 ‘The Center for Public Integrity’다. 인터넷 주소는 www.publicintegrity.org로 올해로 설립 21주년을 맞는다. 홈페이지 오른쪽에 있는 기관소개 코너(About Us)에 가보면 이 기관의 사명이 제일 먼저 제시된다. ‘공공의 이익을 위한 탐사 저널리즘’을 표제어로 하는 ‘공공청렴센터’의 설립 목적은 “제도적 권력을 보다 투명하고, 책임감 있게 행동하도록 하기 위해 중요한 공공의 쟁점에 대한 우리만의 고유한 탐사 저널리즘을 생산한다”고 돼 있다.

이 센터를 설립한 사람은 찰스 루이스다. 루이스는 ABC 텔레비전에서 탐사 전문기자로 일했고, CBS의 60분(60Minutes) 프로그램에서 마이크 월레스 기자를 돕는 프로듀서로 일했다. 그가 공공청렴센터를 설립한 것은 1989년이다.

정부나 기업, 사회단체의 압력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탐사보도 기관을 꿈꾸며 만든 기관이 이 센터다. 당시에는 저널리즘의 상황이 요즘처럼 어렵지 않았다. 그래서 비영리 탐사 저널리즘 기관은 매우 특이한 모델이었다. 루이스는 2005년 초까지 이 센터 운영을 책임지다가 그해부터는 아메리칸대학 저널리즘 스쿨의 교수로 탐사보도 워크숍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공공청렴센터(www.publicintegrity.org)

정부, 기업, 사회단체로부터 자유로운 탐사보도 기관

루이스의 뒤를 이어 이 센터를 책임지고 있는 사람은 빌 부젠버그다. 부젠버그는 미국 공공라디오인 NPR 출신이다. 1978년부터 1997년까지 런던 특파원으로 일했고, 2007년 공공청렴센터에 합류하기 전에는 뉴스담당 부사장으로 NPR 뉴스팀을 지휘했다.

이 센터를 유명하게 만든 보도는 빌 클린턴 대통령 시절 백악관에서 정치자금을 모금하기 위해 거액 기부자들에게 링컨의 침실에 숙박하는 기회를 제공한 사실을 폭로한 기사였다. 이 기사는 당시 미국의 모든 주요 매체가 전재하면서, 과거에는 볼 수 없었던 현직 대통령의 정치자금 모금 방식을 고발한 사례로 남았다. 조지 부시 대통령 시절에는 딕 체니 부통령이 관련된 핼리버턴이라는 군수물자 공급 회사에 관한 기사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이 기사의 요점은 이라크 전쟁에 사용되는 미국 군대의 군수품 대부분을 핼리버턴사가 독점 공급하는데, 정권과의 관계가 이 회사에 막대한 이익을 보장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공공청렴센터는 또 1996년 이후 4년마다 ‘대통령 매수하기’(The Buying of the President)라는 제목의 단행본을 출판했다. 미국의 거대 기업과 로비스트들이 어떻게 대통령에 대한 영향력을 돈으로 확보하는지를 추적하는 책이다. 2004년에는 이 책이 전국적인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했다.

‘대통령 매수하기’ 베스트셀러에

이러한 활동으로 공공청렴센터는 여러 저명인사로부터 찬사를 받아 왔다. 하버드대학 교수였던 아서 슐레진저 2세는 “이 센터는 이 배반적인 시대에 없어서는 안 될 지식의 전달자”라고 말했고, 역시 하버드대 교수였던 케네스 갈브레이스 박사는 “차가운 진실보다 더 불편하고, 환영받지 못하고, 그러면서도 더욱 강력한 것은 없다. 바로 이러한 진실을 이 센터가 우리에게 제공한다”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케빈 필립스라는 평론가는 “다른 어떠한 탐사 보도기관도 이처럼 많은 탐사의 불빛을 이렇게 다양한 워싱턴의 더러운 구석들에 비춰 준 적이 없다”고 공공청렴센터의 역할을 평가했다.

이 센터의 홈페이지 초기화면은 크게 네 가지 코너로 구성돼 있다. 제일 앞에 완성된 기사를 올리는 탐사보도 코너를 배치했고, 그 다음은 짤막하게 주요 이슈를 제시하는 블로그(paper trail blog)가 제시된다. 세 번째는 주로 탐사 기자들이 정부 관련 자료를 확보할 수 있는 근거가 되는 법률적・제도적 규정을 알려 주는 조사도구 코너이고, 이 센터의 자체 소개 코너가 마지막 자리를 차지한다.

소송을 부추기는 융자회사 고발

11월 중순에 올라온 최근 기사는 고액 소송을 부추기는 은행이나 헤지펀드 등의 실태를 고발하는 내용을 다뤘다. 이 기사는 뉴욕타임스의 베냐민 아펠바움 기자와 공공청렴센터의 벤 홀멘 기자가 공동으로 작업한 결과다.

기사 내용을 보면 씨티그룹의 자회사인 카운셀 금융이라는 회사는 9・11테러로 폐허가 된 맨해튼의 그라운드제로에서 일했던 근로자들이 미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하도록 3,500만 달러의 소송비용을 융자해 주었다. 최고의 변호사와 조사 전문가를 고용할 수 있는 자금을 지원한 것이다. 소송 결과 원고들은 지난 6월 7억 1,200만 달러의 배상금을 받게 됐다. 이 과정에서 융자 회사는 1,100만 달러나 되는 고율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드러났다.

이 기사를 보면 미국에서 해마다 고액의 이윤을 노리고 이러한 소송비용을 융자해 주는 자금의 규모가 10억 달러가 넘고, 정기적으로 이러한 자금을 융자해 가는 법률회사는 뉴욕 지역에만도 250곳이 넘는다.

기사에 따르면 이러한 새로운 추세는 법률적 약자들의 이익을 과거보다 잘 보호해 주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많은 경우 융자회사들이 자신들의 상업적 이익을 위해 고액의 소송을 부추겨 전체적으로 사회적 법률비용을 비정상적으로 상승시키는 부작용도 크다는 것이 이 기사가 제기하는 핵심 문제다.

11월 7일에는 노인과 장애인들의 의료보험인 메디케어 프로그램을 진단하는 기사를 올려놨다. 1965년 존슨 대통령이 ‘위대한 사회’를 건설하기 위한 제도 가운데 하나로 도입한 이 제도가 노령 인구의 폭증과 경제위기를 맞아 기금이 고갈되는 현실을 고발하는 기사다.

정치적으로 대중의 표에 민감하기 때문에 국가 부채를 증가시키는 가장 중요한 원인 가운데 하나지만 어느 정파도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제대로 된,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보도했다.

학생이 쓴 심층 기사도

이 기사 아래를 보면 미국의 대중교통 체계가 전반적으로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는 내용을 심층 분석한 기사가 올라와 있다. 공항시설과 철도, 항만 등 모든 운송수단과 관련 기반시설이 너무 낡아, 시민의 안전한 여행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는 게 이 기사가 제기하는 중심 문제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 기사를 작성한 기자들이 모두 저널리즘 스쿨에 재학 중인 학생들이라는 점이다. 카네기와 나이트 재단이 공동으로 후원하는 ‘뉴스 21’ 프로그램에 참여한 11명의 학생이 공공청렴센터의 도움을 받아 2010년 여름 방학 동안 미국의 9개 주와 멕시코, 캐나다를 취재해 작성한 기사다.

공공청렴센터는 해마다 투명하게 예산과 운영 내역을 공개한다. 홈페이지에 제시된 연차보고서를 보면 2009년 이 센터의 수입은 827만 달러에 달한다. 이 기금의 대부분(800만 달러)은 40여 개 재단의 출연금이다. 개인 후원금은 나머지 27만 달러 정도다. 이 센터는 정부나 기업, 노조들이 내는 돈이나 익명으로 기부하는 돈은 받지 않는다. 2009년 사용한 비용은 393만 달러였다. 경상운영비가 22%, 프로그램 비용이 78%였다. 직원 수는 정규직 32명, 인턴 4명과 시간제 직원 3명, 펠로 3명를 더하면 모두 42명에 이른다.

2009년 언론상 7개 받아

2009년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년 동안 이 센터의 기사들은 전국의 다양한 매체들이 2,272차례나 인용했다. 그 결과 이 센터는 지난해에만 7개의 각종 저널리즘 상을 받았다. 2009년 진행한 대규모 탐사 프로젝트는 10개였고, 1990년 이후의 기록을 보면 그 숫자가 70개를 초과한다. 이러한 작업을 토대로 출판한 단행본이 16권이었다.
만들어진 기사들은 누구나 무료로 퍼갈 수 있다. 센터의 출처만 밝혀 주면 된다. 지난해부터는 프로퍼블리카 등 다른 비영리 매체들과 함께 AP통신을 통해 모든 기사를 배포하기도 한다. 더 많은 매체들에 기사를 제공하려는 시도다.

연차보고서에 있는 이사장의 인사말에 따르면 공공청렴센터 사람들은 “공공의 이익은 시민들이 자신들의 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법률이나 규정, 계약들의 이면에 있는 이야기들을 모두 알고 있을 때 가장 잘 보장된다”는 신념을 공유한다.

경제 위기와 디지털 혁명으로 신문, 잡지, 방송 등 기존 저널리즘 모델이 격변을 겪고 있고, 그러한 과정에서 감시견 저널리즘의 기능은 더욱 약화하는 것이 세계적인 언론 현실이다.
이 센터 사람들은 이러한 상황이 공공청렴센터의 중요성을 더욱 강화한다고 굳게 믿는다. 그래서 2009년 10월에는 이 센터 주도로 미국 전역에 있는 비영리 탐사보도 기관 20여 개가 모여 탐사뉴스 네트워크를 결성하기도 했다.

1997년부터는 세계화에도 눈을 돌려 50개국 100여 명의 기자들과 함께 탐사 기자들의 국제교류 기구(ICIJ)도 만들고, 그 결과물을 이 센터의 홈페이지에 게재하고 있다.
20년이 넘게 비영리 탐사보도 기관을 이 정도 규모로 유지하는 일은 우리에게도 의미하는 바가 크다. 정파성과 상업성의 덫에 빠져 있는 우리 현실에서도 진지하게 고려할 가치가 있는 모델이라 생각한다. 
  

Posted by inha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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