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보도에서 주의할 점


양재규
언론중재위원회 조사팀장, 변호사


독자가 만일 사회부 기자라면 언론중재위원회 조정절차 정도는 알아 두는 것이 좋겠다. 작년 한 해 동안 언론중재위원회에 조정신청된 대상 기사를 분야별로 살펴보면 사건사고나 고발을 다룬 사회 기사의 비율이 48.1%(1,573건 중 756건)로 단연 높다. 사회부 기자는 정치, 경제, 문화, 체육, 산업 등 다른 부서 소속 기자들보다 언론중재위원회에 출석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이러한 현상은 사회부 기자들이 다루는 사안 자체의 특성에서도 기인하지만, 기사를 쓰는 방식이나 취재 관행에 더 큰 원인이 있다. 당장 사회 기사의 일종인 범죄 보도만 살펴봐도 그렇다.

우리의 범죄 보도에는 몇 가지 관행적 특징이 존재한다. 먼저 수사기관의 협조 내지는 묵인하에 대부분의 범죄 보도가 수사단계에서 이루어진다. 그러나 범죄 보도가 꼭 해당 사건의 수사단계에서 이루어져야 하는지 의문이다. 형사절차를 지배하는 이념 중 하나인 ‘무죄추정의 원칙’을 존중한다면 범죄 보도는 재판을 통해 ‘유죄가 확정된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다. 피의사실 공표에 관한 형법 규정을 고려하면 아무리 빨라도 검찰의 ‘기소 이후’는 되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범인이 포승줄에 결박된 채 체포되어 오는 그 순간부터 구속영장이 청구되고, 현장검증을 실시하는 ‘수사 단계’에서 집중 보도되고 있다. 마치 이 순간을 놓치면 기사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되는 것처럼 여기고 있는 듯하다.

또 다른 특징으로는 범죄 보도에 단정적인 표현이 자주 등장한다는 점이다. 단정적인 표현은 ‘동생이 빚 독촉하자 살해’와 같은 기사 제목에서부터 ‘경찰조사 결과 …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와 같이 본문에서도 널리 사용된다. 그러나 범죄 보도에서 단정적 표현을 함부로 사용하는 것은 분쟁이 발생할 경우 언론사의 패소를 자초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범죄 보도를 할 때 주의할 점에 대해 사례를 통해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도록 하자.

사례1)
출입 경찰서에 비치된 당직대장과 업무보고서를 통해 해당 지역 택시노조 간부의 범죄 혐의를 확인했다. 동료 택시기사들을 상대로 체불된 퇴직금을 받아주겠다고 사기를 치며 돈을 받았다는 것이다. 이에 담당 형사를 만나 혐의 사실을 재확인한 후 ‘위원장직 이용 금품 갈취’라는 제목으로 “경찰조사 결과, 직함을 이용해 택시기사들을 대상으로 각종 소송업무 대행을 일삼은 것으로 드러났다”고 기사를 썼다. 그로부터 2년 후, 당사자는 대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드러났다’ 표현 자제해야

대법원의 무죄판결 선고와 더불어 해당 기사는 오보였음이 드러났다. ‘드러났다’는 표현은 바로 이와 같은 때에만 사용해야 한다. 그러나 범죄 보도에서 ‘드러났다’는 말은 거의 관행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위원장직 이용 금품 갈취’와 같은 단정적인 형태의 기사 제목은 물론이거니와 ‘경찰조사결과 … 드러났다’는 표현 역시 부적절하다 하지 않을 수 없다. 이 경우 기자는 ‘위원장직 이용 금품 갈취 혐의’라고 제목을 달거나 ‘경찰은 조사 결과 … 라고 밝혔다’고 쓰는 편이 안전할 뿐만 아니라 정확한 보도다.

나아가 이 사례에는 핵심적인 쟁점이 하나 더 있다. 결과적으로 오보를 낸 해당 기자나 언론사는 명예훼손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으로부터 면책될 수 있을까? 보도 당시 적절하고도 충분한 취재를 했을 때 비로소 주어지는 상당성 유무에 따라 책임 여부가 달라질 텐데 기자가 취재 시 확인한 것은 경찰 내부문서와 담당 형사의 진술이다. 과연 법원은 이에 대해 상당성을 인정했을까?

“수사진행 사항에 대한 정당한 발표권자가 아닌 사람의 비공식적인 확인을 거쳤다거나 수사기관의 내부문서를 단순히 열람하였다는 것만으로는 보도 내용의 진위 여부를 확인하기 위하여 적절하고도 충분한 조사를 다하였다고 볼 수는 없는 것이다.”(대법원 2005.7.15. 선고 2004다53425 판결)

판례는 기자의 사실 확인 과정이 비공식적이었다는 점에 주목한다. 담당 형사는 수사에 관한 책임자일 뿐 언론에 수사결과를 발표할 수 있는 권한은 갖고 있지 못하며, 기자는 담당 형사와의 개인적인 친분을 이용해 비공식적인 답변만을 들었을 뿐이다. 또 수사기관의 내부문서에 대해서도 기자는 아무런 열람 권한을 갖고 있지 못하다. 이 역시 비공식적인 확인에 불과하다. 이런 자료만으로는 오보가 났을 때 상당성을 인정받기 곤란하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위 판례에서 법원은 담당 형사를 수사진행 사항에 대한 정당한 발표권자가 아니라고 했지만 형법에서 피의사실 공표를 금지하고 있는 마당에 정당한 발표권자가 있을 수 있는지부터 의문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경찰서장이 하면 되고, 담당 형사가 하면 안 된다는 말인가? 하지만 이 판례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수사기관의 형사책임이 아닌 언론의 명예훼손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 유무다. 수사기관이 내부적인 절차를 거쳐 공식적으로 발표하는 수사결과는 보도의 진실성까지 담보해 주지는 못하지만 보도의 상당성은 담보해 준다. 이 점을 보다 정확하게 보여 주는 사례를 이어서 살펴보도록 하자.

사례2)
경쟁사와 업계 1, 2위를 다투는 회사의 간부가 경쟁사에 스카우트되기 위해 자사 영업비밀을 유출했다는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되었다. 구속영장 사본을 열람하던 중 이 사실을 인지하게 된 기자는 범죄 사실에 대한 보다 자세한 설명을 듣고자 담당 검사를 찾아갔다. 이에 담당 검사는 다른 출입기자들까지 동석시킨 가운데 피의 사실이 요약, 정리된 자료를 배포하고 지금까지의 수사경위 및 앞으로 진행될 수사방향에 대해 설명했다. 검사가 배포한 보도자료 및 구두 설명한 내용을 토대로 ‘회사기밀 유출 간부 구속’, ‘경쟁사에 자사 유통조직 알려’라는 제목의 기사가 보도되었으나 후에 당사자에게는 무죄판결이 선고되었다.

일단 이 사례에서도 단정적인 표현의 기사 제목이 문제다. 단순 혐의 보도에만 그친다면 범죄 보도가 법적으로 문제되는 일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러나 ‘회사기밀 유출 간부 구속’과 같은 제목에 대해 별 거부감이 없고, 심지어 단정적인 표현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기자들을 종종 보게 되는데 개선되어야 할 우리 언론의 태도라 생각한다.

취재원보다는 공식 발표인지가 중요

이 사례를 제시한 이유는 사례 1)과는 달리 상당성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오보였다는 점에서는 두 사례 모두 동일하지만, 사례 1)과는 달리 명예훼손으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이 면제되었다. 이러한 차이를 가져온 이유가 무엇인지는 다음의 판시 사항에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위 기사의 취재원이 이 사건 수사를 담당한 검사인 데다가 사적인 정보가 아니라 소정의 절차에 의한 발표 형식을 취하고 있어 그 신뢰도가 높고 … 위 검사로부터 취재한 사건 경위와 수사의 방향 및 그로부터 배포 받은 수사자료를 기초로 취재 내용이 객관적으로 작성되어 있는 점 … 등의 여러 사정을 참작하여 보면 … 그 진위 여부에 관하여 별도로 조사, 확인을 하지 아니한 채 이 사건 기사를 게재하였다고 하여 그것이 위법한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대법원 1999.1.26. 선고 97다10215 판결)

일단 판례에서 주목한 것은 취재원이 검사라는 사실과 공식적인 수사결과 발표였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 개인적으로는 전자보다는 후자에 방점을 찍고 싶다. 전자에 방점을 찍으면 검사가 하는 말은 믿어도 되고 경찰이 하는 말은 믿어서는 안 된다는 이상한 결론이 되기 때문이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공식적인 절차는 보도의 상당성을 담보해 준다. 즉 범죄사실의 공표가 수사기관 내부적으로 소정의 절차를 밟아 공식적으로 이루어졌는지 여부가 보도의 상당성 판단에 관한 한 매우 중요한 기준으로 작용한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보도자료나 공식적인 기자회견에서 나온 내용을 토대로 한 범죄 보도가 아니라면 단정적인 표현과 맞물려 손해배상의 위험을 내포한 채 잉태되는 기사라 할 수 있겠다.

사례3)
한 지방자치단체의 장 A씨가 수뢰 혐의로 기소되어 재판을 받게 되었다. 이에 ‘형사피고 A씨는 법정에서 자신의 결백함을 주장했다’고 기사를 썼다. A씨에 대한 용어의 사용이 적절했다 보는가?


범죄 보도에서 대표적으로 혼동되기 쉬운 용어들을 열거해 보면 다음과 같다.

■용의자, 피의자 그리고 피고인
■피고와 피고인
■변호사, 변호인 그리고 소송대리인

정확한 법률용어 사용해야

먼저 용의자, 피의자 그리고 피고인. 피고인은 죄를 범했다는 이유로 검사에 의해 기소된 사람을 가리킨다. 피의자는 죄를 범했는지 여부에 대해서 수사기관의 수사를 받고 있는 사람이며, 검사의 기소를 전후하여 피의자 신분이었던 사람이 피고인 신분으로 바뀐다고 할 수 있다. 용의자는 범죄자일 것이 의심되는 사람이 여럿일 때 그들 모두를 용의자로 부르다가 그중에 어떤 한 사람으로 범죄 혐의의 대상이 압축되는 순간부터 피의자로 부른다고 보는 것이 가장 무난하다.

둘째, 피고와 피고인은 모두 소송을 당하는 사람들이나 피고인은 형사재판에서, 피고는 민사재판에서 사용된다. 형사범죄가 주로 문제되는 범죄 보도에는 ‘피고’보다는 ‘피고인’이라는 용어가 자주 등장할 가능성이 크다.

셋째, 변호사, 변호인 그리고 소송대리인. 변호사는 사법시험에 합격한 후 사법연수원에서의 소정의 과정을 마치고 자격을 획득한 사람이다. 변호인이란 형사재판을 받는 피고인이 자신의 방어권을 보다 적절하게 행사할 수 있도록 조력하고 변호하는 사람으로서 원칙적으로 변호사에게만 변호인의 자격이 주어진다. 한편 민사소송에서 원・피고 중 일방 당사자의 소송을 돕거나 심지어 소송을 대신해서 수행하는 사람을 가리켜 소송대리인이라 한다. ‘변호인=변호사’인 형사재판과는 달리 일부 민사재판의 대리는 변호사 아닌 사람도 할 수 있어서 ‘소송대리인≠변호사’라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

정확한 법률용어를 사용하면 보도에 대한 독자나 시청자의 신뢰도를 그만큼 높일 수 있다. 보도의 신뢰성을 위해서라도 보다 정확한 용어 사용을 위해 신경 쓸 필요가 있겠다. 
 

Posted by inha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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