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신문과방송> 2009년 3월호 파워블로거의 세계<10>


조리법 정리한다는 마음으로 시작,
기꺼이 나누고 싶어

정영옥 요리 블로거

우리 먹거리에 대한 사랑이 깊어갈수록 늘 ‘뭔가를 하고 싶다’라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그저 곧잘 잊어버리는 조리법들을 한곳에 정리해 둔다는 마음으로 시작하였습니다. 그동안 제가 배우고 체험했던 이야기와 조리법들을 온라인상에서나마 기꺼이 나눠 드리고 싶었습니다.

닉네임에서 느낄 수 있듯이 저는 제주도가 고향입니다. 어려서부터 부모님을 도와 밭일과 가사를 도우며 자라서인지 포부도 크고 손도 크다고들 합니다. 오랜 은행원 생활을 접고 새로운 삶을 찾아 봉사의 길로 접어들었던 곳이 바로 경북의 모 부랑아 시설이었는데 그곳 환자들과 지내게 된 것이 계기가 되어 요리에 입문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때 당시 연세 많으신 할머님이 경상도식 특유의 맵고 짠 음식을 환자들에게 먹이는 것을 보고 건강식에 대한 관심과 실전이 시작된 셈입니다. 그 후부터 지금까지 제 건강요리에 대한 공부는 비록 걸음은 더디지만 아직도 진행형입니다.
 그러다가 구체적으로 건강식에 빠져들기 시작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바로 제 손위 언니가 유방암진단을 받고 투병하는 과정에서였습니다(7년 전에 돌아가심). 사람들은 건강할 때는 평소 먹는 밥의 고마움을 모릅니다. 산나물과 된장과 김치가 얼마나 소중하고 우리 체내에서 어떠한 역할을 하는지 관심이 없습니다. 언니는 우리들의 소망과 지극한 정성도 헛되이 돌아가셨지만 무언의 메세지를 잔뜩 남겨주고 가셨습니다. 재래식 밥상은 언젠간 돌아가야 할 그리운 고향 같은 것이죠. 들뜨고 화려하기만 한 해외여행도 열흘 남짓만 지나면 이내 고국의 하얀 쌀밥과 빛깔 고운 고춧가루로 버무린 우리 김치가 눈앞에 삼삼하지 않나요? 바쁜 경쟁시대 편리하고 빠른 삶의 환경속에서 우리들의 건강은 서서히 위협을 받고 있습니다.
 빵과 우유, 피자 등 패스트푸드에 점차 길들여진 입맛, 외식문화의 발달로 인해 건강에 직접적인 해가되는 식재료에 늘 노출되어 있습니다. 가정에서 먹는 음식도 농산물 시장개방 확대로 메뉴에서부터 식자재까지 급속도로 서구화 되고 있습니다. 웰빙의 대표음식이라 생각하는 김치마저 요즘 아이들은 잘 먹지 않습니다.
 우리 먹거리에 대한 사랑이 깊어갈수록 마음 한구석은 늘 ‘뭔가를 하고 싶다’라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김치와 된장, 혼합곡, 그리고 사계절 우리산야에서 나는 산나물들이 최고의 건강 식재료임이 너무나 분명한데 한식을 배우려는 사람보다 제과 제빵 반에 등록하러 몰리는 젊은이들을 보면서 늘 안타까웠습니다. ‘이게 아닌데…’하고 말이죠. 지금은 너무나 쉬운 김치나 그 흔한 수제비 하나 끓일 줄 몰라 쩔쩔매던 시절이 저에게도 분명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그저 곧잘 잊어버리는 조리법들을 한곳에 정리해 둔다는 마음으로 시작하였습니다. 혹여 전문가적 입장에서 보면 ‘보잘것없는’ 실력일지도 모르지만 필요한 그 누군가를 위해 그동안 제가 배우고 체험했던 이야기와 조리법들을 온라인상에서나마 기꺼이 나눠 드리고 싶었습니다.

요리 블로거이면서
사진에도 관심 많아

제 블로그 ‘비바리의 숨비소리’(http://blog.daum.net/solocook)는 크게 요리와 사진 부분으로 나뉩니다. 요리부분은 재료선정에서부터 김치 담그기에 이르기까지 아주 기초적인 부분을 다루고 있습니다. 비록 세련미는 없지만 기본에 충실하면서 누구나 쉽게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요리로 곧잘 Daum 메인을 장식하기도 하고 일간스포츠와 메트로, 각종 월간지 등에 우리재료들을 활용한 건강요리들이 소개가 되면서 더욱 유명세를 타기도 했습니다. 우리 전통음식 요리 정보에 목마른 네티즌들이 만들기 쉽고 어머니 손맛처럼 깔끔하면서도 구수한 요리들을 놓치지 않은듯 합니다. 입소문이 퍼져 나가기 시작하면서 요리 레시피들이 줄줄이 스크랩 되어 나갔고 요즘도 블로그에는 하루에 천 여 명 많게는 몇 만 명까지도 다녀가고 있습니다. 재래식 전통 밥상이 웰빙식! 이라고 굳게 믿는 저는 봄이면 손수 산나물 캐러 다니기 바쁘고 여름이면 강물에 들어가 다슬기도 즐겨 줍습니다. 돔베기나 감귤 등 지역 특산물을 이용해 손수 개발한 요리나 소스류 등은 특히 눈여겨볼만 합니다. 특히 감귤소스를 이용한 스파게티 맛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제 블로그의 또 하나의 축인 사진 취미를 본격적으로 갖게 된 것은 만 2년밖에 안됩니다. DSLR을 구입하기 이전에는 요리사진을 촬영하던 조그만 디지털 카메라가 전부였고 주로 간단한 촬영에 그쳤습니다. 사진은 제게 홀로 하는 객지 생활과 타이트한 직장생활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한방에 날려버릴 수 있는 비타민입니다. 최근에는 망원렌즈를 구입하여 새사진에 입문을 하게 되었는데 자연과 생태공부에도 많은 도움이 되며 하나하나 알아가는 과정, 그리고 촬영대상을 찾아가는 그 자체만으로도 이미 들뜨고 흥분이 될 정도입니다.

봄이면 산나물 캐고
여름엔 다슬기 줍고
사진을 찍기 시작하면서부터는 낮게 피어 인간들에게 겸손하라는 깨달음을 주었던 야생화들의 메시지에 귀 기울일 수 있었으며, 우리나라의 4계절이 너무도 아름답고 소중하다는 것도 알게 되었죠. 조류사진을 촬영하기 위해 하루종일 강가에서 칼바람도 맞아보고, 차를 운전해 높은 산길에 접어들었다가 길이 유실되어 죽을뻔했던 일도 있답니다. ‘비바리의 숨비소리’ 블로그에는 요리뿐만이 아니라 여행기나 곤충, 야생화, 조류 관찰기 등이 있어서 볼거리가 더욱 풍부합니다.
 블로그 말고도 다음에 ‘싱글요리조리’(http://cafe.daum.net/solocook)라는 요리카페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회원 수는 약 15,000명 정도인데 카페에서는 모든 회원들의 생일을 체크해 두었다가 축하 문자를 보내 드리고 있으며, 카페내의 경조사게시판에 생일축하 글 공지를 해서 회원들 모두가 축하하는 자리를 마련합니다. 정성을 다하는 반면 카페가입이나 규칙들이 다소 엄격하고 까다롭습니다. 저만의 운영 노하우이기도 합니다. 카페에서 만큼은 본인의 신상공개를 모두 해야 정회원으로 등업을 받을 수가 있습니다. 그렇게 해도 며칠 있다 광고글로 도배하거나 카페 물을 흐려놓는 경우들이 있습니다.
 블로그와 요리카페를 운영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을 꼽으라면 역시 모 출판사와의 요리책 출간 계약을 맺은 일입니다. 퇴근하면서 요리재료들을 장 보고 새벽 4~5시까지 요리를 만들고 원고를 작성하는 과정은 정말 힘들었지만, 아직도 내 요리가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깨달았고 또 요리와 책에 대해 다시 한 번 많은 생각들을 하게 되었던 사건이었습니다. 이미 요리와 원고는 마감시켜 출판사로 넘어갔지만 아직 제 책은 출판사의 갑작스런 사정으로 세상에 나오지 못하였습니다.
 두 번째는 국내 최초로 이동통신사에 비바리라는 이름을 걸고 요리 서비스를 시작하게 된 것입니다. ‘주식회사 멤크로스’와의 계약에 의해 KTF에 이어 SK텔레콤에서도 이미 요리 서비스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이는 블로그계에서도 핫이슈였습니다. 개인 홈피수준이던 블로그가 이제는 ‘1인 미디어 기업’임을 입증한 좋은 사례였습니다.
 그리고 비록 사이버상이지만 국내는 물론 해외까지 폭넓은 인맥 형성이 되는데 그 중 문경 소쇄골의 초등학생 3남매 꿈나무들과의 만남은 아주 특별합니다. 이 어린이들은 5년 전 제 다음 플래닛의 100번째 친구들이었습니다. 농장경영을 하는 바쁜 부모 밑에서 서로 도와가며 공부하고 자라는 모습들은 마치 제 어릴적 모습을 보는 것 같아 특별한 애정이 갔습니다. 그 아이들이 자라서 이제는 중고등학생이 되었고 지금도 서로 연락하고 있습니다. 지난해부터는 제 고향의 부모님과도 인연이 닿아손수 생산하는 귀한 농산물을 주고받는 막역한 사이가 되었습니다. 이밖에도 카페와 블로그를 통하여 맺어지는 따뜻하고 고운 인연들은 너무도 많아 일일이 언급하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이동통신 통해 요리 서비스
블로그도 이젠 ‘1인 미디어 기업’
퇴근하여 저녁에 요리 한 두 가지 만들어 사진 편집하고 레시피 정리하다 보면 어떤 날에는 새벽 3~4시가 되는 건 보통입니다. 요리 블로거란 이렇게 시간과 정성이 있어야 가능하지요. 그래서 더욱 방문자들의 따뜻한 댓글이 큰 힘이 됩니다. 
 “안녕하세요. ^^ 비바리님~ 처음으로 놀러왔어요. 어쩜 이리도 요리를 잘하시는지. 너무나 부럽고 또 한편으로는 대단하시다는 생각이 드네요. 저도 기회가 되면 한번 따라해 보려고 소중한 요리들 많이 스크랩 해갑니다. 이렇게 멋지고 귀한 요리들을 알게 해주셔서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답니다. 앞으로 자주 놀러 와도 괜찮죠? ^^ 오늘 오후에는 비가 내린다고 하네요. 우산 챙기는 것 꼭 잊지 마세요. 비바리님~그럼 오늘 하루도 즐겁게 보내세요. ” 닉네임 ‘미즈’ 님이 블로그 방명록에 남긴 글입니다.
 ‘대박이 아빠’님은 “안녕하세요~~ 항상 비바리님에게 폐를 끼치는 대박이 아빠입니다. 오랜만에 인사드리네여. ^^ 이번에 울 와이프가 이쁜 공주를 낳았어요. ^^ 비바리님 블로그에서 많이 배워서 애기랑 와이프 해주려고 오늘도 많이 퍼 갑니다. 자주 인사 드릴께요. ^^”라고 감사를 표현했습니다. 블로거들은 이런 댓글에 기뻐하고 다시 일어설 무한한 에너지를 얻습니다.
 물론 힘든 일보다는 즐겁고 재미있었던 일들이 더 많았습니다. 난생 처음 해본 BBS FM ‘살며 생각하며-블로그와의 대화’ 방송인터뷰 때는 왜 그리 떨리던지요. 일간스포츠와 메트로, 맛의 고장 광주에서 발간되는 광주 인터넷뉴스 ‘클릭 빛 가람’ 창간호, ‘전원생활’ 등 다수 신문과 월간지에 요리와 사진들이 소개되었습니다. 또한 ‘2007 대한민국 김치의 달인 공모전 1위’, 농림부 주관 ‘가을 제철 음식의 달인 공모전 3위’, ‘2008 아줌마닷컴- 손님 & 초대상 레시피 공모전 입상’ 등 요리와 관련한 각종 공모전에서 수상을 하기도 했습니다. 
 무엇보다 쓴 소리도 마다않지만 항상 아껴주는 좋은 사람들을 많이 알게 되었다는 것과 어려운 요리들을 쉽게 잘 만들 수 있게 해줘 감사하다는 인사를 받을 때가 가장 행복하고 보람을 느낍니다.
 블로그 역시 지속적인 서비스를 통한 성실성과 기본에 충실한 내용들을 꼽을 수 있는데 역시 독불장군이란 있을 수 없는 법! 상대방 블로그 방문은 물론 내 블로그에 남겨진 댓글에 대한 예의는 반드시 지킨다는 신조입니다. 가능하면 방명록 답글은 모두 하였으면 좋겠는데 그러지 못하는 경우가 있어 마음이 아픕니다. 
 초심을 잃지 않는 자세로 건강이 허락하는 한 요리서비스를 계속할 생각이고, 누구나 다 함께 둘러앉아먹을 수 있었던 편안한 시골밥상 컨셉으로 밀고 나갈 계획입니다.

요리책이 어서 세상에 나왔으면 좋겠고 또 다른 취미로 시작한 제 사진들을 모아서 개인전을 열어볼 날을 꿈꿔 봅니다. 아직은 내공 쌓기에 주력하고 싶습니다.

편안한 시골밥상 컨셉으로
밀고 나갈 계획
앞으로 건강에 대한 관심은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환경파괴가 심각해지고, 지구가 오염되어 온난화가 이미 진행되었으며 그에 따라 모든 생태계에도 비상이 걸린 상태입니다. 아울러 우리 몸도 우리 스스로 지켜나가야 하겠지요. 블로그에 요리 포스팅 할 때마다 미약하나마 건강한 식탁문화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BBS 인터뷰에서 강조했던 웰빙10계명을 소개하면서 끝맺음을 할까 합니다.





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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