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역할 변화와 멀티형 기자

함석진 한겨레 미디어전략연구소장

독자들은 지구에서 지금 당장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알고 싶어 하고, 그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세상에 살고 있다. 또 각계의 전문가들은 어떤 사안에 대해서도 발 빠르고 정확한 분석과 전망을 거의 실시간으로 쏟아내고 있다. 이제 내일 치 종이신문용 기사 몇 꼭지를 안전하게 막는 수준의 기자 역할로는 독자들을 만족시킬 수 없을 것이 분명하다

미디어환경은 지난 1년 새 또 한 번의 혁명을 겪었다. 지금도 진행형인 그 변화의 바람은 워낙 막강해서 그 크기와 깊이를 아직 가늠하기 어렵다. 10년 전 인터넷 혁명을 초고속인터넷이 이끌었다면, 이번엔 그 한가운데 스마트폰이 있다.

시작된 스마트폰 혁명

이 조그만 물건 하나가 다시 한번 세상을 들었다 놓을 줄 누가 생각이나 했을까? 스마트폰은 진화한 이동전화라기보단 몸집을 줄인 컴퓨터에 가깝다. 첫째, 인터넷이 착 달라붙었다. 비싼 이동통신 비용 때문에 장식용 서비스에 불과했던 무선인터넷이 스마트폰에 들어간 와이파이(Wi-Fi) 기능 하나로 단번에 불이 붙었다. 둘째, 빠르고 똑똑해진 프로세서와 터치스크린은 컴퓨터와의 경계도 허물어뜨렸다. 손가락 움직임 하나로 문서작성에서 게임, 영화보기, 독서까지 못하는 게 없다. 셋째, 위치기반서비스(LBS)와의 결합으로 빠른 길 찾기, 맛집 찾기 같은 서비스 이용이 가능해졌다. 넷째, 몇 대의 디지털 기기와 한 몸이 된 만능기기가 됐다. 디지털카메라, TV(DMB), 녹음기, MP3플레이어에서 고화질 영상카메라까지 삼켰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의 조사를 보면 2010년 3분기 전 세계에서 팔린 휴대전화 5대 가운데 1대가 스마트폰이었다. 일상 깊숙이 들어온 스마트폰은 사람들의 미디어 소비습관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출퇴근 시간 풍경은 조간신문에서 무가지로, 무가지에서 스마트폰으로 바뀌고 있다. 지하철에서 간단하게 아침 속보들을 확인하고, 전문 블로거가 트위터로 올려준 관심분야 기사 스크랩도 훑어보는 직장인들의 모습이 낯설지 않다. 어제 있었던 큰 사건에 대한 사람들의 의견과 반응을 죽 살펴보는 것도 이젠 터치 몇 번으로 가능하다.

미디어환경에 미치는 영향으로 볼 때 스마트폰이 서론이라면, 화면이 널찍해진 태블릿 PC는 본론이다. 신문, 방송, 잡지 어떤 미디어도 정면돌파 외엔 그 파고를 우회하기 어려울 듯 싶다. 태블릿 PC는 전통 미디어기업의 생산-유통-광고-판매 등 거의 전 분야에 걸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잠재력이 충분해 보인다. 적수를 제대로 만난 셈이다. 2011년엔 태블릿 전용 신문도 창간된다. 루퍼트 머독이 이끄는 뉴스코퍼레이션은 애플과 공동으로 1주일에 99센트를 받는 태블릿 PC 신문 <The Daily>를 창간하기로 했다. 이 신문은 웹에서도 볼 수 없고, 구글 검색도 막을 예정이라고 한다. 태블릿 PC가 그대로 종이를 대체하는 격이다. 물론 새 신문은 영상, 화려한 인포그래픽, 풍부한 데이터베이스가 연동된 현란한 멀티미디어형 기사로 독자를 유혹할 것이다. 미국 미주리대 레이놀즈 언론연구소가 2010년 9월 아이패드 사용자 1,609명에게 물어본 결과, 종이신문 구독 931명 중 58.1%가 6개월 내 구독중단 의향이 있다고 대답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 PC가 스마트 하드웨어 혁명의 주역이라면, 트위터와 페이스북은 스마트 소프트웨어 변혁을 이끌고 있다. 2010년 12월 초 트위터 전 세계 등록자는 1억 7500만 명, 페이스북은 6억 명을 넘어섰다. 트위터는 2010년에만 250억 건의 ‘트윗’이 망을 탔고, 페이스북엔 매일 10억 건의 새로운 콘텐츠가 올라오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에선 특히 페이스북 가입자 증가 속도가 두드러지고 있다. 이미 211만 명을 넘어섰다. 대세는 이미 그 둘의 것이고 당분간 이렇다 할 적수도 나올 것 같지 않다.

변화하는 기자 역할 

숨가쁘게 바뀌는 미디어 환경은 미디어 기업에게는 물론 기자 개개인들에게도 적극적인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독자들은 우리나라만이 아닌 지구에서 지금 당장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알고 싶어 하고, 그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세상에 살고 있다. 또 각계의 깊이 있는 전문가들은 어떤 사안에 대해서도 발 빠르고 정확한 분석과 전망을 거의 실시간으로 쏟아내고 있다. 이제 내일치 종이신문용 기사 몇 꼭지를 안전하게 막는 수준의 기자 역할로 독자들을 만족시킬 수 없는 것만은 분명하다. 변화한 미디어 환경은 뉴미디어 기기나 서비스를 다양하게 취재에 활용해 풍성한 콘텐츠를 생산하며, 독자들에게도 문을 활짝 열어 실시간으로 의견을 주고받는 멀티-개방형 기자를 요구한다.

오랫동안 전통 미디어에 길들여진 기자들이 변화를 따라가기란 사실 말처럼 쉬운 것이 아니다. 라이너 미텔바흐 WAN-IFRA 회장은 현실을 이렇게 요약한다. “사회의 변화를 가장 먼저 감지해 가장 먼저 알리는 일은 기자가 한다. 그러나 기자 스스로는 그 차에 가장 늦게 올라탄다.” 기자들은 이대로는 아닌 것 같고 뭔가 하긴 해야겠다는 생각에 블로그도 열고 트위터도 해보지만, 오랜 방식대로 빈틈없이 물려 돌아가는 일상에서 몇 걸음 벗어나기도 버거운 게 현실이다.

기자들의 욕구를 정작 회사에서 못 받쳐 주는 경우도 많다. 스마트폰 활용이 가능한 멀티 디바이스 전송시스템을 갖춘 언론사는 손으로 꼽을 정도고, 내부 조직이나 문화도 여전히 전통 미디어 일방인 경우가 많다. 많은 언론사 기자들은 블로그에 글을 올리거나 트위터를 할 때 여전히 데스크 눈치를 봐야 한다고 호소한다. 그러나 전통 미디어의 몰락이 빠르게 진행되는 상황에서 미디어기업의 혁신 지체 현상은 오래가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기회의 폭도 좁아진 상황에서 그나마 변화의 실패는 곧 퇴출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활용으로 멀티형 기자되기

한 언론사의 모든 기자가 멀티형 기자가 될 필요는 없다. 뉴미디어 분야에서 가장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는 곳 중 하나인 뉴욕타임스의 짐 로버츠 편집국장도 “깊이 있는 분석과 전망, 신뢰받는 콘텐츠 생산에 방해가 된다면, 그 기자에겐 영상에 출현하라고 요구하지 않겠다”고 말한다. 질 좋은 콘텐츠와 독자의 신뢰는 절대 버릴 수 없는 언론사의 마지막 보루인 것이다.
그러나 오히려 ‘TGIF’(트위터, 구글, 아이폰, 페이스북의 앞 글자)로 요약되는 ‘스마트 혁명’ 주역들의 활용은 콘텐츠의 질을 높이고 독자의 신뢰를 높이는 강력한 수단이 되기도 한다. 지난해 뉴욕타임스 인터렉티브 뉴스팀장으로 영입된 마크 루키는 자신의 직업을 ‘기자, 블로거, 인터렉티브 디자이너, 웹 디자이너, 사진기자, 영상기자, 프로그래머’라고 알렸다. 그리고 “기자들에게 플래시 제작을 요구하는 것은 원고지에 기사를 작성하던 기자들에게 타이프라이터로 기사를 쓰게 한 것과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겁먹을 필요는 없다. 사실 현장에서 이 정도 수준의 기자까지 필요한 것은 아니다. 그러면 멀티형 기자는 어떤 모습일까? 기자가 현장에서 기사를 쓰고 사진과 영상도 찍고, 이것을 실시간 전송까지 하려면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그림>과 비슷한 장비는 갖추고 있어야 했을 것이다.

이제 스마트폰 하나면 이 모든 업무를 처리할 수 있게 됐다. 가상으로 꾸며본 김멀티 기자의 하루를 보자.

아침에 취재처로 나온 김 기자는 온라인-오프라인용으로 나눠 기사보고를 마친 뒤, 스마트폰 하나만 들고 바로 기자 회견장으로 달려갔다. 가는 길에 트위터로 “오전 10시 아무개 회장의 기자회견이 있습니다. 대책으로 뭐가 나올지 여러분처럼 저도 궁금하네요”란 트윗을 날렸다. 회장의 발언은 기대를 깨지 않았다. 김 기자는 스마트폰으로 영상과 사진 몇 장을 찍어 바로 회사로 전송했다. 영상은 보내기 전에 영상편집 애플리케이션으로 불필요한 부분은 터치 몇 번으로 간단하게 잘라냈다. 스마트폰엔 회사용 멀티 집배신이 설치돼 있다. 김 기자는 이어 주머니에서 접이식 무선 키보드를 꺼냈다. 키보드는 스마트폰과 블루투스로 연결된다. 핵심 내용을 짤막한 기사 형태로 만들어 인터넷용으로 전송했다. 안에서 간단한 데스크 과정을 거쳐 기사는 2분 만에 사이트에 속보로 올라갔다. 돌아오는 길에 회견 내용 중 일부 발언을 트위터에 올렸다. 그러자 평소 많은 조언을 해주던 한 회계전문가 팔로어가 회장의 발언 중 수치가 이상하다고 알려왔다. 김 기자는 추가 확인을 위해 바로 택시를 돌렸다.

김 기자가 활용한 대로 스마트폰은 취재현장에서 우선 영상 촬영용으로 제격이다. 최근 나온 제품들은 영화촬영에도 쓰일 정도로 고화질(HD) 영상을 지원한다. 물론 웹서비스용이라면 훨씬 낮은 해상도로도 충분하다. 영상편집을 폰에서 바로 하려면 편집용 애플리케이션이 있어야 한다. 아이폰은 아이무비(iMovie, 4.99달러) 등 유료 애플리케이션을 구입해 사용할 수 있다. LG, 모토로라, HTC 등의 최근 제품엔 동영상 편집기가 내장돼 있다. 간단하게 영상을 자르고 붙일 수 있고, 자막에 장면 전환 효과까지 넣을 수 있다. 폰으로 편집한 영상은 MMS(멀티미디어메시징서비스)로 바로 전송할 수 있지만, 한번에 보낼 수 있는 용량이 제한(보통 화질 1분 정도)돼 있어 짧고 긴급한 영상용으로만 사용하는 게 좋다. 폰으로 찍은 영상을 컴퓨터로 옮겨 편집한다면 무비메이커, 다음 TV팟 등 많은 무료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다. 영상을 보낼 땐 물론 용량제한이 없다. 스마트폰의 기능이 빠르게 업그레이드되고 애플리케이션도 다양해지고 있어 앞으로 영상을 찍고 편집해 전송하는 일은 지금보단 훨씬 수월해질 것이다. 외국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영상 효과가 큰 태블릿PC가 활성화하면 기사에 영상이 달리는 것은 콘텐츠의 기본 서비스 형태가 될 전망이다.

다양한 애플리케이션 활용멀티미디어 콘텐츠 제작

영상이 아닌 음성만으로도 현장을 생생하게 전달할 수 있다. 스마트폰에 기본 내장된 녹음기능을 이용해 음성파일을 만들어 전송하면 된다. 이를 웹, 모바일 등에 나가는 기사에 붙여 제공하면 독자 만족도를 크게 높일 수 있다. 음성 파일은 팟캐스트용으로도 제격이다. 이미 몇몇 언론사는 ‘읽어주는 신문기사’ 등의 방식으로 서비스하고 있다. 기자 개인이 ‘아무개 기자의 문학산책’, ‘경제 이야기’처럼 개인 방송국을 열어 독자들을 만나 볼 수도 있다. 스마트폰을 이용해 취재 현장을 발 빠르게 전달하기엔 사진이 좋을 수도 있다. 웬만한 디카 수준을 능가하는 스마트폰 화질이면 사진은 인터넷, 지면 어디서도 사용하기에 충분하다.

스마트폰을 취재에 원활하게 활용하려면 몇몇 보조기기는 갖춰두는 것이 좋다. 앞에서도 소개한 블루투스용 이동식 무선 키보드는 최근 둘둘 말거나 접어서 쓸 수 있는 제품이 많이 나와 있다. 스마트폰을 촬영용으로 쓰기 위한 거치대나 간단한 받침대 등 아이디어 제품들이 많다.

멀티형 기자라면 트위터, 페이스북을 활용한 독자와의 소통은 기본이다. 파워블로거이기도 한 김광현 한국경제 IT전문기자는 “독자를 가르치려 들지 말고 늘 겸손하게 배우려는 자세가 중요하다”며 “기자가 정말 마음을 열었을 때만 제대로 된 소통이 시작된다”고 말했다. 김 기자는 신뢰의 끈이 맺어진 독자들과 많은 피드백을 주고받으면서 훨씬 정확한 기사를 쓸 수 있게 됐고, ‘내공’도 키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김 기자가 밝힌 소셜미디어 활용 비법을 소개한다. △조금이라도 잘할 수 있는 것만 하자 △험담하지 말자 △비판할 때는 확인 또 확인하자 △사람 냄새를 풍기자 △선팔-맞팔로 팔로어 경쟁을 하지 말자.
 

Posted by inha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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