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콘텐츠 유통 모델

이승준 (주)탭투미디어 대표
tabtomedia@gmail.com
한국경제 뉴미디어국 기자, 한경닷컴 기자를 거쳐삼성경제연구소 지식경영실 팀장을 지냈다.
현재 태블릿 PC 전용 비즈니스 매거진 <태블릿 투모로우>의 편집장을 맡고 있다.
 

전자책 시장에서 아마존이 선전하고 있지만 스마트폰 및 태블릿 PC 시장은 애플과 구글이 장악하고 있다.
이들 두 기업의 공통점은 플랫폼 사업자라는 점이다. 플랫폼이란 다양한 용도에 공통적으로 활용할 목적으로
설계된 유무형의 구조물로 애플의 앱스토어나 구글의 안드로이드마켓이 대표적이다.


2010년 12월 초 영국 버진그룹의 창업자인 리처드 브랜슨은 아이패드 전용 매거진 ‘프로젝트’를 선보이며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필자가 아이패드에서 ‘프로젝트’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로드받아 실행시켜 보니 과연 놀라웠다. 기사의 질은 물론이거니와 콘텐츠를 뒷받침하는 화려한 인터랙티브 효과와 감각적인 디자인은 기존 미디어 기업들의 부러움을 살 만큼 인상적이었다.

뉴욕 애플 스토어 앞에서 보여 준 리처드 브랜슨의 퍼포먼스와 자신감 넘치는 미소는 어쩌면 기존 미디어 기업에는 부러움을 넘어 재앙과 같은 것일 수도 있다. 아이패드가 출시된 이후 많은 미디어 기업들이 애플의 스티브 잡스를 침체된 광고시장을 부활시킬 구세주로 칭송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아이패드가 많이 팔릴수록 기존 매체의 영향력이 감소할 가능성도 크기 때문이다. 전통과 권위를 가진 오프라인 미디어 기업들이 구미디어와 신미디어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사이에 자본력과 실행력을 갖춘 이 업종 분야의 플레이어들이 차별화된 콘텐츠를 무기로 모바일 콘텐츠 시장에 속속 진입하고 있다.   

태블릿 PC 구매자들은 인터넷이나 오프라인 미디어에서 볼 수 있는 콘텐츠 외에 태블릿 PC에 특화된 새로운 콘텐츠를 보기 원하지만 언론사에서 기자들에게 기존 매체는 물론 스마트폰과 태블릿 PC에 내보낼 속보 기사를 쓰라고 하기에는 조직이 너무 무겁다. 뉴욕타임스의 경우 디지털부서 인력만 150명에 달하지만 국내의 경우 메이저 신문・잡지사들도 취재와 별도의 디지털 전문 인력을 운영하기란 어렵다.

모바일 유통 시장의 강자, 애플과 구글

물론 언론사 역시 N스크린 전략에 따라 채널별로 특화된 콘텐츠를 제공하고 싶지만 기자들의 업무로드가 과중해지고 아직 태블릿 PC를 통한 콘텐츠 사업의 수익 모델이 검증되지 않은 시기여서 취재 및 디지털 관련 인력을 보강할 수도 없는 형편이다.

그렇다고 태블릿 PC 시장을 무시할 수도 없다. 최근 아이패드 이용자 중 종이신문 구독자를 대상으로 한 미주리대 레널즈 언론 연구소의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58.1%가 “구독을 중단할 가능성이 있다”고 응답했다. 그렇다면 기존 미디어 기업들은 태블릿 PC가 가져온 충격과 변화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현재 전 세계 모바일 콘텐츠 유통시장은 애플과 구글이 좌지우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자책 시장에서 아마존이 선전하고 있지만 스마트폰 및 태블릿 PC 시장은 애플과 구글이 장악하고 있다. 이들 두 기업의 공통점은 플랫폼 사업자라는 점이다. 플랫폼이란 다양한 용도에 공통적으로 활용할 목적으로 설계된 유무형의 구조물로 애플의 앱스토어나 구글의 안드로이드마켓이 대표적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2010년 11월 11일 ‘성장의 화두, 플랫폼’ 보고서에서 플랫폼이 향후 기업의 경쟁력을 결정하는 핵심 변수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지적하고 “기업들이 플랫폼을 바라보는 안목이 어느 정도이냐에 따라 기업의 성패가 좌우될 것”으로 전망했다.

결국 국내 언론사들이 모바일 콘텐츠 유통 시장에서 승기를 잡으려면 스마트폰보다는 태블릿 PC에 최적화된 콘텐츠 플랫폼 모델을 지향해야 한다. 국내에는 아직까지 태블릿 PC를 겨냥한 이렇다 할 콘텐츠 플랫폼 사업자가 거의 없다. KT는 ‘쿡북카페’를 통해 잡지, 전자책 등을 어그리게이션하는 콘텐츠 유통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아직까지 소비자들의 반응은 냉담한 편이다. 그 이유는 한마디로 매력적인 콘텐츠가 없기 때문이다. 쿡북카페에는 ‘먼나라 이웃나라’ 등 무료와 유료 전자책을 진열해 놨지만 대부분 출간된 지 오래되었고 태블릿 PC의 특징인 인터랙티브 요소를 가미하지 않은 이미지 스캔 수준으로 이미 눈높이가 높아진 사용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또한 몇몇 벤처기업들이 아이패드용 잡지 어그리게이션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아직까지는 패션지나 라이프스타일 잡지 과월호를 PDF 형태로 서비스하고 있는 수준이다.

태블릿 PC 콘텐츠 비즈니스를 계획하는 국내 미디어•출판사가 반드시 고려해야 할 사실은 기존 과월호 콘텐츠를 적당히 버무려서 태블릿 PC용 앱으로 출시할 경우 십중팔구 실패한다는 것이다. 아이패드용 ‘와이어드’(Wired)나 오프라 윈프리가 발행하는 아이패드용 ‘O, The Oprah Magazine’이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끈 이유는 기존 콘텐츠를 아이패드에 최적화되도록 재창조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국내 미디어•출판사는 과월호 콘텐츠를 그대로 아이패드에 옮겨 놓거나 약간의 멀티미디어 효과를 입힌 후에 ‘국내 최초 아이패드 매거진’으로 홍보하고 있다. 

구체적 수익 모델없이 태블릿 PC용 콘텐츠 투자 어려워

물론 국내 콘텐츠 업체에서 태블릿 PC용 콘텐츠에 투자하지 못하는 이유가 있다. 아직까지 광고나 콘텐츠 유료화 등 구체적인 수익 모델이 없기 때문이다. 태블릿 PC가 미디어 기업에게 새로운 기회인 것은 분명하고 가능성도 무궁무진하지만 수익으로 연결시키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 이유는 첫째, 광고주들은 태블릿 PC를 잠재력이 큰 매체라고 인식은 하지만 아직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고 둘째, 국내 특성상 콘텐츠 유료화가 미국처럼 쉽지 않다. 또한 신간을 아이패드로 출시하자니 오프라인 매체 판매에 영향을 줄 것 같아 지금처럼 과월호 PDF 서비스를 할 수밖에 없고 소비자 입장에서는 과월호를 돈을 내고 살 이유가 없으니 국내 태블릿 PC 콘텐츠 비즈니스는 잠재력에 비해 성장하기가 무척 어려운 구조다.
해외에는 출판과 영상 부문에서 다양한 플랫폼 사업자들이 활동하고 있다. 먼저 출판 부문(잡지)에서는 지니오(Zinio)와 같은 디지털 매거진 어그리게이션 모델이 눈에 띈다. 지니오는 PCWorld, MacWorld, National Geographic, Maxim, Oprah, The Economist, Penthouse, Cosmopolitan 등 다양한 디지털 매거진을 아이패드를 통해 제공하고 있다.

지니오와 훌루가 급성장한 이유는?

전자책 부문에서는 아마존 킨들, 애플 아이북스토어 외 최근 구글이 ‘eBooks’(books.google.com/ebooks)를 론칭하며 전자책 유통 시장에 뛰어들었다. 구글은 4,000여 개의 출판사와 손잡고 300만 권에 달하는 책들을 제공하고 있는데 이 중 상당수는 무료로 볼 수 있다. 구글 이북스토어의 특징은 한마디로 ‘열린 생태계’라는 것이다.
구글 계정을 가진 이용자가 ‘구글 e북 웹 리더’라는 무료 어플리케이션만 설치하면 개인용 PC는 물론 스마트폰, 태블릿 PC 등에서 전자책을 볼 수 있다. 미국 전자책 시장은 2010년 약 10억 달러의 규모로 성장했으며 2012년에는 17억 달러 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영상 부문에서는 ABC, NBC, FOX가 공동으로 설립한 광고 기반의 무료 동영상 서비스 훌루(Hulu)의 약진이 돋보인다. 훌루는 아이패드를 통해 월 7.99달러의 유료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1주일 시험판은 무료)인 훌루 플러스(Hulu Plus)를 제공하며 성공을 거뒀다. 가입자는 아이폰, 아이패드, TV등에서 HD급(720p) 화질로 다양한 영상물을 시청할 수 있다. 
또한 영화・DVD 대여 업체인 넷플릭스는 즉시 시청(Watch Instantly)이라는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해 16억 7,000만 달러의 매출과 회원 수 1,500만 명을 보유한 영상 플랫폼 업체로 성장했다. 프라임 타임의 인터넷 다운로드 트래픽의 20% 이상을 넷플릭스가 점유하고 있다는 놀라운 조사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그만큼 미국인들이 넷플릭스 온라인 스트리밍을 많이 이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해외에서는 지니오와 훌루처럼 이동통신사나 제조사가 아닌 콘텐츠 사업자가 만든 유통 플랫폼 사업자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앱스토어를 돌아다니며 각 매체가 만든 앱을 다운로드받는 것보다는 플랫폼 사업자가 어그리게이션해 준 양질의 앱만 다운받는 것이 훨씬 편리하다. 설사 유료라 하더라도 월 몇 만 원만 내면 수십 종의 미디어 앱을 받아볼 수 있으니 오프라인보다는 가격 경쟁력도 있다.

결국 국내에서도 지니오, 훌루와 같이 잡지와 영상 부문 통합 플랫폼 사업자의 출현이 반드시 필요한 실정이다. 물론 이동통신사나 제조사에서도 플랫폼을 만들 수 있겠지만 콘텐츠에 대한 이해와 노하우를 가진 매체들이 함께 만든 콘텐츠 유통 플랫폼이 더 경쟁력 있을 것이다. 

태블릿 PC, 업무에 활용 42%
전자책・매거진 구독 25%

삼성경제연구소는 홈페이지 (www.seri.org)에서  2010년 10월 25일부터 11월 7일까지 2주 동안 회원들을 대상으로 ‘태블릿 PC를 구매할 경우 어떤 용도로 활용할 계획이냐’는 설문을 했다. 이 설문에는 총 6,893명이 답했으며 이 중 42%가 ‘이메일 열람 등 업무에 활용’이라고 답변했으며 ‘전자책・매거진 구독’이 25%로 2위를 차지했다.
위 설문조사를 통해 사용자들은 태블릿 PC 구입시 게임 등 엔터테인먼트 용도가 아닌 업무를 지원하거나 콘텐츠를 소비하는 도구로 활용하고자 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처럼 다양한 콘텐츠를 돋보이게 하는 태블릿 PC가 떠오르면서 활력을 잃어가던 콘텐츠 시장이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다.


문제는 국내 태블릿 PC 구매자들이 원하는 한글 콘텐츠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사실이다. 한국 앱스토어 도서 카테고리에서 볼 수 있는 아이패드 애플리케이션을 보면 패션지나 라이프스타일 관련 잡지 앱이거나 아이들 동화 관련 앱이 대부분이다. 태블릿 PC를 주로 구매하는 30~40대 남성들이 볼만한 콘텐츠가 부족하거나 거의 없다. 오프라인에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 잡지들이 존재하지만 태블릿 PC에서는 거의 찾아보기가 어렵다.

결국 모바일 콘텐츠 유통 시대에는 직접 콘텐츠를 만드는 매체보다는 오프라인에서 발행되는 다양한 전문 콘텐츠를 어그리게이션하는 기술력과 기존 매체가 가진 콘텐츠를 재창조할 수 있는 감각적인 콘텐츠 프로듀서, 그리고 리더십을 갖춘 통합 플랫폼 제공업체가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 다시 말하면 양질의 콘텐츠를 신속히, 그리고 대량으로 공급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플랫폼 사업자가 유리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내부 고용 인력뿐만 아니라 외부의 수많은 정보 생산자(개인/기업)와 효율적인 파트너십을 맺고 공정한 수익배분 프로세스를 만드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국내에서도 신문・방송・잡지 등 언론사들이 주축이 된 모바일 콘텐츠 플랫폼 사업자가 출현해 태블릿 PC에 최적화된 매력적인 콘텐츠를 태블릿 PC 사용자들에게 제공하는 날이 빨리 오기를 기대해 본다.
 

Posted by inhana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