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신문산업 지원정책 변화 제안

전승훈 동아일보 국제부 차장(프랑스 사회과학고등연구원 객원연구원)


프랑스 정부의 신문 지원정책에 대한 개혁을 요구한 ‘알도 카르도소 보고서’가 인쇄매체 개혁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 위촉으로 작성된 이 보고서는 ‘정부의 신문지원에 대한 관리(La Gouvernance des Aides Publiques à la Presse)’라는 제목으로 2010년 9월 8일 프랑스 예산부와 문화부에 제출됐다.

이 보고서는 프랑스 신문들이 매년 10억 유로가 넘는 정부 당국의 막대한 지원에도 불구하고 재정적인 빈사상태에 빠져 있으며, 신문업계가 정부 지원을 ‘인공호흡 보조장치’로 삼아 생명만 연장하고 있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또한 신문업계가 지속가능한 생존을 위해 신문매체 현대화, 비용절감, 멀티미디어화 전략 등을 추진하는 ‘조건부’로 정부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러한 개혁약속은 정부와 신문발행인간의 계약에 의해 문서화돼야 하며 반드시 사후 평가를 받도록 했다. 그는 자신의 제안이 받아들여질 경우 2016년까지 정부의 지원이 8억 3,500만 유로 수준으로 감축될 수 있다고 추정했다.

알도 카르도소(앤더슨컨설팅 대표)는 “정부 당국의 막대한 지원에도 불구하고 외부의 지원에 기대지 않는 유력한 정책 신문 또는 종합일간지 육성에 실패했다”며 “정부의 지원책이 오히려 하루라도 빨리 지속가능한 재정적 쇄신전략을 세워야 하는 신문사들의 태만을 조장해왔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일부 중앙일간지, 지방지 등에선 “오랜 역사를 가진 정부의 신문지원 정책에 대해 급진적인 단절을 요구하는 것”이라며 알도 카르도소를 ‘죽음의 신’으로 칭하기도 했다. 그러나 일간 리베라시옹의 로랑 조프랭 사장은 2010년 11월 9일자 미디어면 기고에서 “신문업계가 정부의 보조금을 계속 받고 싶다면 카르도소의 보고서를 지지해야 한다”며 ‘조건부 지원’ 방식에 대해 옹호했다. 조프랭 사장은 “현재 정부는 인쇄매체에 할당된 지원예산 감축요구에 직면해 있다”며 “현재 신문지원금의 대부분이 정론지, 평론지와는 거리가 먼 신문에 분배되는 것이 애석한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은 2010년 1월 23일 엘리제궁에서 미뇽 위원회가 제출한 ‘녹서(livre vert)’의 내용을 주축으로 하는 ‘신문산업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2016년까지 인쇄기의 현대화, 신문유통망 개선, 멀티미디어화 등의 분야에 현재의 신문산업 지원 액수에 추가로 매년 2억 유로씩 예산을 더 늘려 지원하겠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알도 카르도소에게는 신문 지원정책의 합리화에 대한 보고서를 주문했다. 프랑스 문화부는 보고서에 대한 토론회와 학자들의 의견을 들어 조만간 정책으로 발표할 계획이다.

5만 명의 인원을 고용하고 있는 프랑스 인쇄신문 업계의 총 매출액은 연간 106억 유로 가량이며, 그 중 정부 직간접 지원액이 12%나 된다. 정부의 지원액은 2009년 총 10억 2,600만 유로로 그 중 △간접지원(부가가치세 감면, 직업세 면제 등) 4억 1,000만 유로 △직접 지원 6억 2,600만 유로(인쇄 현대화, 신문배달, 발행인 및 독자지원 등)로 구성된다.

알도 카르도소 위원회는 정부의 신문지원 대책이 너무도 복잡하고 중복 지원이 많다고 비판했다. 현재 프랑스 정부의 직간접 신문지원 대책은 20여 가지가 넘는다. 같은 사안에 대한 지원인데도 수혜자가 지나치게 다중화돼 있다. 예를 들어 ‘배달망 현대화’ 사업에는 신문사, 보급소, 우체국, 국영철도회사, 배급업자, 독자 등에 각각 따로 지원항목이 있을 정도다. 이 때문에 직접지원을 받는 수혜자가 중복 지원을 받거나 과대수혜를 받는 등 적절성 논란이 제기된다. 또한 보고서는 지원명목이 너무 분산돼 있어 종합적으로 전체 수준을 파악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신문지원 정책 개선을 위한 15가지 제안

알도 카르도소 보고서는 신문지원 정책의 효율화를 위한 4개의 기본노선 아래 15가지 제안을 내놓았다. 4개의 기본 노선은 △신문매체의 현대화 전략 △구독자 장려 정책 △배달망 합리화 △독립적인 신문 지원기구 설립이다.

다채널 다매체 시대에 신문매체가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하고, 비용절감 경영효율화 쇄신전략을 요구한 것이다. 또한 젊은층 독자확대, 온라인 뉴스 유료콘텐츠화 등에는 지원을 대폭 늘릴 것을 제안했다.

1) 정부가 지원 목표를 분명히 밝히고 지원방식을 새롭게 하라.
신문에 대한 지원은 발행인들에게 매체 혁신에 대한 종합적인 전략을 추진한다는 계획 하에 조건부로 지원한다. 약속은 평가받아야 하며, 정부와 신문발행인간의 계약에 의해 문서화, 형식화 돼야 한다.

2) 뉴 테크놀로지 정보 미디어 전략 우선 지원
신문지원  프로젝트는 매체혁신, 제품의 쇄신, 새로운 사업모델의 개발에 방향이 맞춰져야 한다. 신문이 새로운 테크놀로지에 기반을 둔 정보소비 행태에 적응시키는 방향으로 지원이 집중돼야 한다. 매체의 신기술은 독자들에게 급속도로 정보를 전파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젊은 독자층에게 친숙한 쌍방향 소통을 가능하게 해준다.

①정부의 지원이 신문기업의 실질적인 투자전략에 맞춰 수정돼야 ②기업의 신상품을 개발 마케팅 전략을 신문에 활용 : 신문사가 단순한 정보 공급자에서 벗어나 온라인을 통해 고객과 소통하고, 판촉활동을 운영할 수 있는 새로운 상업적 전략을 활용해나갈 수 있도록 정부의 지원방향을 조정 ③멀티미디어 전략촉진 : 쌍방향 의사소통이 가능한 멀티미디어 전략(소셜네트워크와의 연계, 원소스멀티유즈를 위한 제3의 미디어와의 합병 등)에 집중 지원. 신문사 광고에서만 지속적인 수익을 올리는 정보 제공업자에서 벗어나도록 구조를 개편한다. ④외부 언론단체와 연계한 혁신연구소와 인큐베이터 사업 지원 : 프랑스 미디어업계에서 부족했던 R&D(연구개발)와 상호 협력하라. 일례로 ‘미디어21’이란 단체는 기자와 기업인, 대중들이 함께 호흡하며 미디어의 변화, 미디어간 대화, 전략적 미디어 실험과 연구를 하는 단체로 새로운 21세기형 미디어 탄생을 목표로 하고 있다.

3) 비용절감 전략에 집중 지원
정부의 신문사 지원은 인쇄비용의 절감에 우선적으로 지원돼야 한다. 인쇄비용 절감은 ‘신문사간 상호부조’와 ‘외주화’ 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다. 이로써 신문사별로 수직적으로 통합된 생산수단의 폐해를 고치고, 유휴시설과 인력을 활용함으로써 전체적으로 인쇄비용을 낮추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4) 정부 지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신문배달’ 분야를 개혁하라
2009년 발표된 ‘신문의 일반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의 신문배달 분야에 대한 지원은 8유로에서 7,000만 유로까지 점차로 증가해왔다. 재정에 대한 감사가 투명해야 하며, 정부의 현금지원을 점진적으로 줄여 나가야 한다. 공동배달에 지원을 강화하는 등 우선 순위를 정해야 한다. 전국신문연합회(PQN)와 전국지방신문연합회(PQR)가 연계한 합리적인 공동배달망 구축에 나서야 한다.

5) 신문을 위한 장기전략기금 창설(2012~2016년)
정부의 지원이 일관성 있고 종합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장기전략기금을 창설한다. 현재 지원이 세부 항목별로 나눠져 있어 지원의 정당성을 찾을 수 없는 경우도 많다. 전략기금 안에서 전체 신문의 발행인들을 위한 지원을 재분류하고, 일관성 있게 집행해야 한다.

6) 2012~2016년, 5년 계획의 추진
2009년 정부의 신문업계 지원은 사상 최대 규모로 총 10억 2,600만 유로에 이르렀다. 알도 카르도소 보고서의 제안에 따라 추진할 경우 2016년에는 신문업계에 대한 정부지원이 8억 3,500만 유로로 줄어들 것이다. 그 중 신문사에 대한 직접지원은 6억 2,500만 유로에서 4억 6,500만 유로로 25%가 감축될 것이다.

7) 단계별 전략
‘조건부’ 신문지원으로 정책변화는 2011년에 우선적으로 전국일간신문(Presse Quotidienne Nationale•PQN)에 대해 첫 번째로 실험을 한다. 지역일간신문(Presse Quotidienne Regionale•PQR), 지방신문(PQD), PHR, 뉴스 IPG 등에 대한 실험확장은 2012년에 한다. 

8) 운영규칙 제정과 객관적 지표를 이용한 지원금 평가
새로운 ‘조건부 지원’ 운영체계에 맞는 법률과 법령을 재정비해야 한다. 또한 지원금을 받는 신문사에 대해 혁신약속 수행 결과를 평가할 수 있는 객관적 지표를 마련한다. 예를 들면 ①총 매출액 중 순이익률과 유료부수 ②구독갱신율 ③부수당 연간 평균 인쇄비용 ④인쇄분야에 종사하는 실제 직원 수 ⑤고용계약을 맺은 신문사의 실제 인원수 ⑥편집국의 기사를 쓰지 않는 파트 인원수 ⑦신문사의 현재 직원 수 ⑧유료신문 부수당 총생산 비용 등이다.

9) 젊은 독자층 확보 정책 확대
정부가 청소년 독자층 확대를 위해 시작한 ‘18세 무료신문’ 정책은 2009년 10월말 처음 실시됐다. 이 제도는 청소년들이 종합일간지 중에서 1개를 선택하면 1주일에 한 번씩 연간 총 52부의 신문을 무료로 받아볼 수 있는 제도다. 2009년 첫 해에는 18세~24세의 젊은이 500만 명 중 20만 명의 구독자를 모집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3년 동안 1,500만 유로가 투자될 이 프로젝트는 정부가 조성한 ‘신문 잡지 현대화 기금(FDM)’이 50%를 지원하고, 나머지 50%는 신문사가 부담한다.

첫 해에 이 대책은 크게 성공했다. 12주 만에 기금의 85%를 다 사용했으며, ‘르몽드’ 같은 신문은 정해진 쿼터를 넘는 청소년 무료 구독신청이 쏟아졌다. 물론 무료 신문이 성공한다고 해서 청소년들이 종이신문의 충실한 독자로 변화할 것이라는 예측은 무리다. 그러나 청소년들이 종이신문에 친숙해질 기회가 될 것이다. △위원회는 정부의 이러한 정책을 종이신문 뿐 아니라 온라인 유료신문 구독신청으로까지 확대할 것을 제안한다. △신문사가 독자들 위한 교육 및 문화사업에 지원을 확대한다.

10) 신문배달 시장 개혁
신문배달망 지원에 투명한 회계감사와 사후평가 등이 필요하다.

11) 인터넷 언론사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모델 지원
인터넷 신문을 위한 시장의 상황은 아직 불완전하다. △온라인 미디어의 유료정보 제공 시스템 구축 △쌍방향 정보 생산, 편집 체계 구축 △인터넷 디지털 정보 유통시장 등 정부가 지원에 나서 온라인 뉴스 시장 시스템 구축에 나설 필요가 있다. 인터넷 신문에 대해서도 일간 종이신문과 똑같이 부가가치세율을 5.5%로 감축해주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12) 신문유통 시장 분쟁해결을 위한 독립적 중재기관 창설
신문의 배달과 보급 분야에서의 경쟁과 가격결정 과정에서 펼쳐지는 문제점들을 해결하고, 시장을 공동 제어하기 위한 독립적인 중재기관을 만든다.

13) 신문 지원기구 통합
전략적 우선 과제 수행을 위해 관련 기관을 통합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상설 포럼의 틀 안에서 관리기구를 통합하고, 공동으로 추구해야할 전략적 지원우선 순위를 마련한다.

14) 사무국을 통한 행정사무 집행
신문지원 기구 중앙에 사무국을 두고 각종 신문 지원 사업을 통합적으로 관리하고, 각 정부 기구에 흩어져 있는 예산과 연계작업을 하라.

15) 신문에 대한 평가와 통제작업
신문지원 공동관리기구는 프랑스 문화커뮤니케이션부 산하에 창설한다. 그러나 정부와는 독립적으로 공공지원의 단계별 평가와 통제 역할을 한다. 
 

✽ _이 글은 한국언론진흥재단 해외연수자로 선발된 필자가 연수보고서로 제출한 것을 간추렸다.<편집자>
 

 

Posted by inha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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