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저우 아시안 게임 중계방송 한・일 비교

김경환 상지대 언론광고학부 교수


스포츠는 각본 없는 드라마로 불린다. 스포츠는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감동적인 내용과 예측할 수 없는 극적인 결말로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특히 국가 대항전의 성격을 띠는 국제 스포츠 대회는 국민적 관심사다. 이는 갈수록 엄청나게 치솟는 방송 중계권료에도 불구하고 방송사들이 앞 다투어 국제스포츠 대회의 중계권 확보에 나서는 이유이기도 하다.
 
밴쿠버 동계올림픽, 남아공 월드컵, 광저우 아시안게임까지 굵직한 빅이벤트가 이어진 2010년의 방송가 화두도 단연 스포츠였다. 새해벽두부터 이상화, 모태범, 이규혁, 김연아 선수의 금메달 획득이라는 낭보로 시작된 국가대표 선수들의 선전은 남아공 월드컵의 16강 진출,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의 아시안 게임 2위 달성이라는 쾌거 달성으로 완결됐다.

그러나 나날이 성과를 내고 있는 국가대표선수들의 성적에 비교하면 국내 방송사들의 중계방송 성적은 낙제점 수준이었다. 지금까지 지상파 방송사들은 인기 있는 국제스포츠대회의 방송 중계권을 놓고 총성 없는 전쟁을 벌였다. 그때마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저마다 시청자들의 보편적 시청권 보장을 볼모로 자신들은 꼭 중계방송을 해야한다고 주장해왔다. 이러한 지상파 방송사들의 아슬아슬한 줄타기가 깨진 것은 SBS가 밴쿠버 동계올림픽과 남아공 월드컵을 독점중계하기로 결정하면서부터다.

광저우 아시안 게임,
KBS와 MBC가 공동 중계

독점적 중계권을 소유한 SBS와 과거의 공동 중계 관행 및 지상파 방송 3사 사장단 합의를 들고 나온 KBS, MBC의 명분 사이에서 규제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도 섣불리 어느 한 쪽의 손을 들어주지 못하고 시청자와 시민단체들까지 입장이 양분되면서 사회적 논란까지 불러일으켰다. 숱한 논쟁에도 불구하고 밴쿠버 동계올림픽과 남아공월드컵은 SBS 단독 중계로 결론이 났다.

이러한 결과의 연장선상에서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은 SBS가 중계방송을 포기하는 대신 KBS와 MBC가 공동 중계했다. 밴쿠버 동계올림픽과 남아공 월드컵 중계방송에서 배제된 것을 마치 보상받기라도 하듯 2010 광저우 아시안 게임에 KBS와 MBC는 해설자와 캐스터, 전문 기자와 PD 등으로 구성된 대규모 방송단을 각각 110명, 79명씩 현지 파견했다. 당초 KBS와 MBC는 이번 대회 기간 동안 개•폐막식과 한국 선수 출전 주요 경기를 동시중계하고, 이 외 경기는 번갈아가며 순차중계하기로 했었다. 하지만 KBS와 MBC의 아시안 게임 중계방송에서 이러한 합의내용을 인식할 만큼 차별화된 중계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오히려 인기종목의 선전이 거듭되면 될수록 양사의 중계방송은 겹치기가 늘어 갔다. KBS와 MBC는 2010년 11월 16일 오후 9시 개막식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중계방송 경쟁에 돌입했다. 양사는 특히 스타플레이어 출신 해설가들을 경쟁적으로 영입해 차별화된 해설을 내세웠다. 먼저 KBS는 12일 오후 8시 50분부터 2TV를 통해 ‘광저우 아시안게임 개막식’을 생중계했다. 광저우 아시안 게임은 KBS 1TV ‘여기는 광저우’(매일 13:00~17:00), 2TV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매일 18:00~21:55 수시편성)을 통해 방송됐다. 이외에도 주요 경기의 하이라이트를 모아 방송하는 ‘광저우 아시안게임 하이라이트’(25:00~26:30)가 매일 KBS 1TV에서 방송됐으며, ‘광저우 스페셜’이 2TV(24:25~24:45)로 방송됐다. 방송시간에 있어서도 KBS는 지난 대회보다 35시간 많은 129시간 55분을 할애한 것으로 알려진다. KBS는 1TV와 2TV에서 생중계하는 전 경기를 인터넷으로 방송했다.

한편, MBC는 ‘스포츠는 MBC’라는 과거의 영광을 재현한다는 각오로 오전, 낮 시간, 프라임타임의 생중계는 물론 밤 시간대에 ‘2010 광저우 아시아경기대회 하이라이트’를 매일 편성함으로써 아시안게임 기간 주요 경기를 모두 생중계 했다. MBC는 김수녕(양궁), 이배영(역도), 허정무(축구), 허구연(야구), 임오경(핸드볼) 등 스타급 해설자들의 영입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하지만 장장 16일간 치러진 아시안게임 중계방송으로 KBS와 MBC 정규프로그램들은 그야말로 초토화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편성이 들죽날죽거렸다. 

일본 지상파 방송,
하이라이트 프로그램 편성에 그쳐

11월 가을정기개편과 더불어 새롭게 변화를 시도한 MBC가 KBS에 비해 상대적으로 큰 타격을 입었다. 저녁 8시로 자리를 옮긴 주말뉴스데스크는 아시안게임 중계방송으로 10시로 밀려나기 일쑤였고, 개편프로그램들은 자리를 잡을 겨를도 없이 결방을 감수해야만 했다.

이러한 국내 방송사들의 아시안 게임 방송 중계는 이웃국가 일본과 비교하면 그 차이점이 극명하게 드러난다. 비록 한국에 밀려 압도적인 차이로 3위를 기록했기 때문일지도 모르지만 일본 지상파 방송사들의 2010 광저우 아시안 게임 중계는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 대부분 심야시간대에 하이라이트 프로그램 편성에 그쳤다. 개막식과 폐막식조차 지상파채널의 생중계는 실시되지 않았다. 지상파방송이 생중계한 유일한 종목은 대회 최종일에 개최된 여자마라톤뿐이었다.            



일본의 경우 아시안 게임 중계는 아시안방송연맹(ABU)회원사인 공영방송사 NHK와 민방인 TBS가 담당한다. 방송중계권료의 부담은 NHK가 70%, TBS가 30%씩 부담하는 것이 관례다. 따라서 NHK가 운영하고 있는 BS위성방송과 TBS의 위성방송채널의 아시안 게임 중계에 있어서 부담한 방송중계권료의 지불 비율만큼 편성시간에 차이를 보였다. 실제로 이번 아시안게임 중계방송에 있어서 NHK는 위성방송인 BS1채널을 통해 매일 저녁 6시부터 22시 50분까지 약 5시간씩 주요 경기를 방송했고, 개막식을 생중계한 것도 BS위성방송 NHK BS1채널이었다. 한편 TBS는 보유한 위성채널로 남자 축구 6게임만 중계하는데 그쳤다.

한편, 아시안 게임 개최기간 동안 NHK와 TBS의 스포츠 프로그램 편성현황을 살펴보면 지상파채널인 NHK종합채널이 편성한 주요 스포츠 프로그램은 스모(국회중계방송으로 BS1 채널로 중계된 일부를 제외한 전경기 중계), J리그 축구(주말), 전일본 에어로빅선수권대회 등이었다.   광저우 아시안게임을 매일 5시간씩 중계방송한 BS1채널 역시 아시안게임 중계 이외에도 이탈리아 프로축구 세리에A,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NFL 아메리카 풋볼, J리그, PGA골프, X게임 아시아 2010(스노보드)과 같은 다양한 스포츠 프로그램을 편성했다. TBS는 2010 세계여자배구선수권대회, PGA골프 중계방송 등을 같은 기간에 방송했다. 또한, 아시안 게임의 방송중계권을 보유하지 못한 다른 지상파 방송사들 역시 같은 기간 다양한 종목의 스포츠 프로그램을 편성했다. 니혼TV(NTV)는 복싱 세계 타이틀매치와 LPGA골프, 후지TV는 경륜과 역전 마라톤, 아사히TV는 피겨그랑프리 중계방송을 실시했다.  

비디오리서치가 발표한 2010년 11월 주간 장르별 시청률 데이터에 따르면 광저우 아시안 게임기간 광저우 아시안 게임 중계 프로그램은 스포츠 프로그램의 시청률 톱10에 하나도 포함되지 못했다. 이렇듯 아시안 게임은 올림픽이나 월드컵에 비해 시청률이 낮기 때문에 일본 지상파 방송사들도 중계에 관심이 낮다. 방송중계권료는 천정부지로 올랐지만, 그에 비해 시청률은 미미하다는 점이 아시안 게임 중계가 방송사들로부터 외면 받는 결정적 이유다.

방송시간 상당 부분 아시안 게임에 할애

반면, KBS와 MBC는 방송시간의 상당 부분을 아시안 게임 중계에 할애했지만 지난 2010 광저우 아시안 게임 역시 시청률 경쟁에 치중했다는 평가다. 일부 인기 종목과 스포츠 스타들에 치중된 과도한 편성도 빈축을 샀다. 비단 방송사들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지만 언론이 한껏 치켜 올린 선수들 가운데는 외모는 출중하지만 정작 실력은 함량미달인 경우도 적지 않았다는 점에서 비인기 종목의 설움을 딛고 좋은 성적을 거둔 무명의 선수들과 대조를 이뤘다.

2010년 새해벽두부터 불거진 지상파방송사들의 스포츠 중계권 분쟁으로 국민적 관심이 높은 올림픽과 월드컵 중계가 시청자들의 입장이 아니라 방송사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좌우되어 왔다는 것을 명백하게 보여줬다. 각방송사들이 중계방송을 위해 수백 명씩 방송단을 파견하는데도 불구하고 차별화된 중계방송은 지금까지 말뿐이었다. 언제나 여러 채널에서는 같은 영상만 반복됐다. 이러한 올림픽, 월드컵, 아시안게임의 중계를 언제까지 봐야하는지 시청자들은 궁금하다. 어차피 같은 내용을 방송할 바에는 KBS와 MBC가 공동취재단을 만들어 파견했다면 예산이라도 절감할 수 있었을 것이다.

국내 방송사들이 국제스포츠대회 중계에 매달리는 가장 큰 이유는 시청률, 정확하게는 광고수익 때문이다. 지상파 방송사들이 시청률이 높아 광고가 잘 팔리는 드라마와 오락프로그램의 편성에 치중한 결과, 점차 스포츠 프로그램은 월드컵, 올림픽, WBC야구대회와 같이 내셔널리즘에 호소할 수 있는 국가대항전 성격의 국제스포츠대회에만 집중하게 됐고 기타 장르의 스포츠는 지상파 편성 기회자체가 철저하게 차단됐다.

지금이라도 지상파 방송사들은 일본처럼 스포츠 프로그램 편성의 다양화에 나서야 한다. 그렇지 않는다면 광고수익보다 천문학적인 액수의 방송중계권료를 어쩔 수 없이 지불하는 관행이 되풀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지상파 방송의 시청률 저하를 푸념하기 보다는 일본처럼 시청자들의 주목을 끌 수 있는 새로운 스포츠 장르의 편성에 과감하게 도전하는 것이 국내 스포츠의 발전과 지상파 방송사들의 수익개선에 보다 효과적이라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Posted by inha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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