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신문과방송> 2009년 3월호 특집

국내 언론의 콘텐츠 마케팅 사례
틈새시장 찾으면
다양한 비지니스 모델 가능


<4>
포털에 종속 지양하는
포털 활용 비즈니스 모델
한겨레신문 노드 프로젝트

김수정 한겨레 미디어전략연구소 연구원

어제와 똑같이 기자들은 오늘의 현안을 부지런히 챙기고, 취재원과 전화하고, 쉴 틈 없이 돌아다닌다. 광고국은 당장 광고매출 유지를 위한 사명을 띠고 발품 하나 더 팔러 돌아다닌다. 누구 하나 바쁘다는 말을 내려놓지 못하는 것이 신문사 사람들의 하소연이다. 뭔가 잘못돼서가 아니라 종이신문 만드는 데 이만 한 품은 들여야 하기 때문이다. 신문 만드는 일만큼은 이제 잘한다고 생각했는데, 신문의 매출은 조금씩 빠른 속도로 떨어지고 있다. 무엇인가 바뀌어야 한다. 이제 각자 자기 분야에선 전문가라는 소리를 들을 만큼도 됐다. 생소한 뉴스거리를 찾아서 만들어 오라는 것이 아니라 지금껏 잘해 왔던 자신의 분야에 대해 조금 더 신경을 써서 ‘콘텐츠’를 만들어 보면 어떨까. 바로 이러한 시도에서 시작된 것이 한겨레 노드 프로젝트이다.
한겨레 노드(node) 프로젝트는 이름 자체만으로도 생소하다. ‘노드’란 네트워크상의 분기점 또는 단말기의 접속점을 뜻한다. ‘모든 기자의 멀티미디어 기자화’가 될 수 없다면 소수의 기자부터 적극적인 지원을 토대로 괜찮은 시작점을 만들어 보자는 것이다. 일단 어려운 이야기도 쉽게 쓸 줄 알고, 일반인들이 직접 가보지 못한 오지에도 취재라는 사명으로 다녀온 기자들이 그들만의 고급 콘텐츠를 써내려갈 수 있게 해 보자는 것이었다. 지금껏 덤핑으로 포털에 기사를 내줘야 했던 언론사의 서러움을 벗고 오히려 질 좋은 콘텐츠를 찾아다니는 포털에 제값 받고 콘텐츠를 판매하겠다는 전략이었다. 인터넷상에서 언론사 콘텐츠의 생산과 유통 방식을 조금은 새롭게 제시하겠다는 실험적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노드 프로젝트의 구상은 콘텐츠의 가치 평가부터 시작됐다. 사용수준이나 이용자 집단의 특성이 전혀 고려되지 않은 채, 신문의 모든 뉴스를 포털에 퍼 나르던 방식과는 전혀 달라야 했다. 어떤 독자를 타깃으로 할 것인지, 어떤 콘텐츠를 주로 생산하고, 다른 언론사의 콘텐츠와는 차별점이 무엇인지 명확해질 필요가 있었다.
한겨레는 자체적으로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되는 여러 가지 콘텐츠를 가려내고, 콘텐츠 생산자의 의지와 경험 그리고 지면이 아닌 다양한 방식의 콘텐츠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가능성까지 점검해 갔다.
기자들 대부분은 종이신문의 사이즈에 맞게 자신들의 정보를 다듬느라 애를 먹는 경우가 훨씬 많다. 종이신문에는 몇 단어 몇 줄로 표현되어야 하고, 약간이라도 재탕 기사란 용납되지 않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취재에서 만나는 수많은 취재원과의 관계, 기자의 헌신 자체도 좋은 정보인데 종이신문은 그 모든 것을 담아내는 데 한계가 있었다.
어쨌든 기자들의 체질 개선이 요구됐다. 한겨레라는 매체 신뢰를 가지고 한 주제에 대해 꾸준히 깊이 있는 콘텐츠를 만들기만 하면 된다고 했지만 쉽지 않을 거라는 지적도 있었다.
한겨레도 뉴미디어 전략으로 인터넷 사이트의 끊임없는 투자와 개선, 온오프 통합룸을 실현하기 위한 조직 개편 등을 꾸준히 해왔다. 그러나 취재 단계에서 추가적인 영상 뉴스를 제작하거나, 지면에 실린 것 이외의 뉴스들을 따로 생산하면서 독자와의 접점을 만들 기회는 늘었지만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기자 블로그 콘텐츠를 포털에 독점 판매
결국에는 자신의 분야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는 것에 의견이 모아졌다. 적극적인 지원도 필요했다. 괜찮은 트래픽을 만들어 주면서 네이버 포털로부터는 좋은 조건으로 콘텐츠를 독점으로 공급하는 계약을 채결했다. 노드 프로젝트는 최초 5개 특화 사이트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최초의 노드 콘텐츠는 조현 종교 전문기자의 휴심정(well.hani.co.kr), 권복기 기자의 공동체(community.hani.co.kr), 조홍섭 기자의 환경(ecotopia.hani.co.kr), 곽윤섭 기자의 사진(photovill.hani.co.kr), 박미향·이병학 기자의 맛과 여행 (foodntrip.hani.co.kr) 사이트이다.
중요한 전제조건의 하나는 그동안 온라인 콘텐츠를 만드는 것에서 걸림돌로 작용했던 기획-개발 과정을 기자 혼자가 아닌 지원 전담 인력을 고정적으로 두어 안정적인 콘텐츠 생산이 이뤄지도록 했다는 점이다.
사이트 관리에 필요한 기사 분류, 일부 댓글의 관리, 외부 필진 관리, 동영상 콘텐츠의 제작과 편집 등이 주로 지원됐다. 노드 콘텐츠 기획-생산에만 각 노드 기자들이 업무를 집중할 수 있도록 부서도 노드콘텐츠팀으로 분류했다. 지면 기사를 위해 고정적으로 투자해야 했던 편집국의 다른 업무들은 최소화시켰다. 한겨레만의 콘텐츠가 사장되는 상황을 막고 더 나아가 신문사의 비즈니스 모델이 될 수 있도록 하는 데 중심을 두겠다는 전략이었다.
정기적으로 기사를 생산하고, 커뮤니티를 운영하는 것만으로는 기대한 만큼의 페이지뷰를 만들기란 쉽지 않다. 노드 콘텐츠 기자들은 각자의 전문 분야 속에서 오프라인 사업 모델을 연계시켜 신뢰를 확보해 가는 전략도 병행했다. 체험 혹은 교육프로그램을 만들어 진행하고, 독자 참여 게시판을 두기도 했다. 파워블로그처럼 노드 사이트 안에서 자연스러운 교류가 이뤄지도록 관심을 쏟아부었다. 매달 변화된 트래픽을 점검하고 방문자들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한 적극적인 사이트 개편도 꾸준히 진행했다. 노드 프로젝트의 아이디어에 공감하는 전문가들은 자신의 칼럼을 연재해 주기도 했다. 공동의 관심사에 대해 전문적이고 질 좋은 콘텐츠만을 모은 사이트를 만드는 것에 외부 필자들도 적극적으로 호응을 보였다.
2009년 1월 현재 ‘휴심정’은 30만이 넘는 방문자 수를 기록하고 있다. ‘환경’, ‘맛과 여행’은 늦게 오픈을 했지만 12월 이후 방문자 수와 페이지뷰가 3배 이상 급속히 증가하여 20만 페이지뷰를 기록하고 있다. 노드 사이트의 트래픽 증가와 사업성과는 다른 기자들의 관심도 불러일으켰다. 본인 스스로 자신의 콘텐츠의 경쟁력과 영향력을 증명해 보이면서 특화 사이트로의 개발을 희망하고 나서는 경우도 있고, 심지어 자신의 콘텐츠에 대한 매출을 직접 후원받아 오는 경우도 생겨났다. 신문 불황의 시기라는데 예전의 익숙했던 관성을 조금만 바꾸면 새로운 비즈니스 전략이 눈에 들어오는 법이다.

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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