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리크스를 둘러싸고 저널리스트에게 제기된 도전 상황은 궁극적으로 누군가가 얻어낸 정보에 대해 과연 보도할 것인가를 결정해야 하는 일이다. 이번 미 국무부 기밀 전송문 공개의 경우 기자들은 자신들 스스로가 정보를 수집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정보의 출처에 대해 제대로 알 수 없다.



김영훈 미국 럿거스대 박사과정

위키리크스의 제2라운드 비밀공문서 공개가 시작되었다. 2010년 11월 말 스스로를 온라인 감시견 조직으로 규정하는 위키리크스(WikiLeaks)는 미국 국무부 산하 외교관들에 의해 작성된 25만 건의 전송 문서들을 단계적으로 공개하고 있다. 이들 전송문 공개가 가져다 준 가장 일차적 타격은 일선 미국 국무부 산하 외교관들을 아주 난처한 처지에 빠뜨리게 만든 것이다. 공개된 전송문은 러시아의 총리 블라디미르 푸틴을 마피아 두목으로 묘사하고, 프랑스 대통령 니콜라스 사르코지를 비판에 지나치게 민감하고 제왕적 성향을 가진 인물이며, 이탈리아 총리 실비오 베를루스코니를 파티에 환장(?)한 사람으로 전하고 있는데, 이들 전송문을 워싱턴으로 보낸 이들 나라 주재 미국대사관 직원들은 상대방 외교부 사람들을 대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이번 기밀 전송문의 공개는 총성 없는 외교전쟁의 이면에 자리 잡고 있는 진실들이 여과 없이 사람들에게 노출돼 일파만파를 일으키고 있다. 
 
서비스, 기부금 모금 모두 끊겨
 
미국 정부는 위키리크스의 전송문 공개를 미국 정부에 대한 조직적 공격으로 간주하고 위키리크스에 대한 법적 제재를 포함한 각종 대응조치를 강구하고 있다. 무소속 조지프 리버만 상원의원은 승인되지 않은 미국 정부 공문서를 공개하는 행위를 간첩 행위로 간주해 처벌할 수 있게 하는 법안을 제출했다. 위키리크스의 미국 외교 전송문서의 공개가 진행되는 한편 뜻밖의 뉴스도 전해졌다. 2009년 여름 위키리크스의 창립자 줄리언 어산지가 두 명의 스웨던 여성을 강간한 혐의로 기소돼 영국의 구치소에 수감된 것이다.

위키리크스의 미 국무부 외교전송문 공개가 시작되고 난 후 2010년 12월 둘째 주 위키리크스와 정보 저장 서비스와 기부금 모금을 위해 계약을 맺었던 아마존, 마스터카드, 그리고 페이팔(Paypal) 등이 위키리크스의 계약약정 위반을 이유로 잇달아 위키리크스와의 계약을 해지해 심대한 타격을 안겨 주었다(참고로 2010년 8월의 아프간 전투일지 공개 시에는 이들 업체는 위키리크스와의 계약을 해지하는 등과 같은 조처를 취하지 않았다. 이 점을 근거로 위키리크스의 옹호자들은 미 정부의 영향력 행사가 있었음을 반증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위키리크스에 대한 대부분의 소액 기부금은 페이팔을 통해 전달되고 있는데, 페이팔과의 계약 중단으로 위키리크스의 자금줄이 끊기게 되었다. 그러자 위키리크스를 경제적 곤경에 빠지게 한 마스터카드, 페이팔, 아마존 등에 대한 온라인 해킹이 발생했다. 위키리크스의 동조자들이 온라인에서 실체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이들 기업은 그동안 위키리크스에 대한 각종 서비스, 즉 아마존은 정보보관 서비스를, 페이팔은 위키리크스에 대한 대부분의 기부금을 처리해 왔다.

위키리크스가 전례 없는 새로운 종류의 온라인 기반 조직이라는 점, 스웨덴 검찰과 영국의 법원이 개입돼 있는 어산지의 사생활 관련 법률 공방, 위키리크스의 대의에 동조하는 온라인상 정보 공유 활동가들에 의해 전개되고 있는 조직적 해킹 전쟁, 그리고 미국과 미국 우방 혹은 적대국들에 대한 정보의 공개와 이에 따른 파장 등을 비롯해 위키리크스와 관련된 많은 사안들은 사람들의 관심과 흥미를 끌 만하다. 이 중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관심사에서는 벗어나 있지만 위키리크스의 존재와 활동은 저널리즘에 대해서도 중요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제3자가 공개한 자료의 보도 기준은

우선 위키리크스의 활동은 저널리스트들로 하여금 자신들의 직업이 무엇인가에 대한 심각한 질문을 던지게 하고 있다. 위키리크스는 인터넷 정보 시대에 등장한 새로운 형태의 뉴스・정보 조직인가? 이들의 활동이 전통적인 저널리즘 기관의 역할을 뒤흔들 뿐만 아니라 감시견 언론의 후퇴가 만들어낸 공백을 메우게 될 것인가? 그 수단과 방법이 무엇이든 공중에 필요한 정보를 입수하여 공개하는 것이 타당한가? 그리고 위키리크스가 과연 온라인상 공익적 감시견 조직의 전위로 자리매김할 것인가?

2010년 8월 아프간 전쟁 현장 지휘관들의 전투일지를 공개할 때와 달리 위키리크스는 자신의 웹사이트를 통해 외교 전송문서들을 직접 공개하기 시작했다. 전투일지는 서방의 언론사들인 미국의 뉴욕타임스, 영국의 가디언, 그리고 독일의 슈피겔을 통해 세상에 공개된 바 있다. 언론사의 보도라는 방식을 택하지 않고 미국 정부의 기밀문서 공개의 책임이 자신들에게 있음을 더욱 선명하게 부각하는 것이다.

위키리크스를 둘러싸고 저널리스트에게 제기된 도전 상황은 궁극적으로 누군가가 얻어낸 정보에 대해 과연 보도할 것인가를 결정해야 하는 일이다. 이번 미 국무부 기밀 전송문 공개의 경우 기자들은 자신들 스스로가 정보를 수집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정보의 출처에 대해 제대로 알 수 없다. 기자들은 누가 이들 정보에 접근할 수 있었고, 어떻게 그리고 왜 위키리크스에 흘러들어가게 되었는가를 알지 못한다. 만약 위키리크스가 현재 단계적으로 공개하고 있는 미국 정부의 기밀 외교 전송문들이 편집장의 책상 위에 던져진다면 미국 언론사들은 이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당연히 신문사 뉴스룸들은 미국 정부의 기밀문서임을 인지할 것이고, 해당 문서가 갖는 정보 가치와 인가되지 않는 기밀문서 보도에 따른 책임과 파장을 저울질할 것이다. 2010년 8월 아프간 전투일지가 뉴욕타임스 뉴스룸에 전달되었을 때 빌 켈리 편집인이 취한 첫 번째 조치는 해당 전문 리포터들을 통해 문서의 진위를 판단하고 민감한 정보의 검열을 수행하는 것과 함께 미국 정부에 해당 전투일지의 수령 사실을 알린 것이다. 
 
감시견 역할의 공백 메우기
 
영국 가디언지와의 인터뷰에서 어산지는 자신을 저널리스트로 규정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가디언과의 질문과 답변은 다소 초점을 놓친 것이었다. 일례로 어산지는 자신이 20대 중반에 이미 소설을 공동 집필하고 발행한 적도 있고, 저널리즘적 관심사를 유지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정작 그가 답했어야 할 바는 위키리크스의 활동이 기존 저널리즘 기관들이 수행하지 않는(방기 혹은 못하는) 영역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위키리크스 옹호자들은 위키리크스가 내부 고발자의 제보를 공개 폭로하는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누군가 그런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만 한다고 주장한다. 당연히 옹호자들은 그동안 공중의 알 권리를 적극적으로 충족시켜 오지 못한 미국 언론에 비판적이다. 이들은 위키리크스의 활동이 공중의 알 권리를 소홀히 하고, 정부와 기업들의 비밀주의에 대해 나태한 태도를 보여 왔던 언론에 경종을 울린 것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전통적 미국 저널리즘 기관들이 심각한 재정난을 이유로 탐사보도로 대표되는 감시견 역할을 뒷전으로 돌리거나 방관하는 추세가 강화되고 있음은 새로운 사실이 아니다. 따라서 일부 저널리즘 전문가들은 위키리크스의 활동이 궁극적으로 활동적인 감시견 언론이 후퇴한 공백을 메우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들의 인식에는 위키리크스의 기밀문서 공개가 갖는 공익적 측면을 전제하고 있으며, 미국 민주주의의 활성화와 건강을 위해 불가피한 자극이라고 본다.

뉴욕대학의  클레이 셔키 교수는 위키리크스의 미 정부 외교문서 폭로는 장기적으로는 파괴적 영향을 줄 수 있지만, 단기적으로 공익적 공개와 폭로는 민주주의가 필요로 하는 요소라고 진단하고 있다. 현행법의 보호를 받는 정부 기밀문서의 유출과 공개가 가져오는 미국 사회에 대한 부정적 영향을 장기적인 측면의 악영향으로 보는 반면, 궁극적으로 언론을 비롯한 시민사회가 수행해야 할 역할을 위키리크스라는 새로운 종의 조직이 등장해 수행하고 있을 따름이라는 견해이다.

위키리크스의 기밀문서 공개와 관련해 수정헌법 제1조가 보장하는 언론의 자유는 빠뜨릴 수 없는 이슈이다. 미국 사회가 부여하고 보호하는 표현과 언론의 자유를 뉴욕타임스가 누리는 것에 대해 이의를 달 미국인들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위키리크스와 같은 새로운 유형의 정보 조직이 누릴 수 있는 표현의 자유의 한도는 무엇인가? 위키리크스의 공익적 폭로와 공개에 대해 찬성하든 반대하든 이들 역시 뉴욕타임스를 비롯한 권위 있는 일간신문이 누리는 표현의 자유에 반대할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위키리크스의 공개를 공격하는 것은 미국 주요 일간 정론지들의 보도에 대해 공격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기자들에게 자극 줄듯

위키리크스의 미국 정부 기밀문서 공개를 둘러싸고 이목을 사로잡는 일들이 많이 벌어지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는 연방정부 직원들과 계약인들에게 위키리크스의 웹사이트 및 여타 뉴스 기관들을 통해 공개한 기밀전송 문서 및 모든 기밀 정부문서를 열람하지 못하도록 명령을 내렸다. 이에 대한 예외는 보안검열을 통과하거나 승인을 받은 연방정부 직원들에 한해 주어졌다. 만약 우발적으로라도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기밀문서들을 내려 받은 일이 드러나면, 해당 기관의 정보보안 부서에 통보된다.

미 정부의 위키리크스 공개문서 단속 노력에 미 의회 도서관도 보조를 맞추고 있다. 미 의회 도서관은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컴퓨터를 통해 직원이나 이용자들이 위키리크스 웹사이트에 접속하는 것을 금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그야말로 유례없는 대대적인 정보의 보안 단속을 미 정부가 벌이고 있다. 한편 줄리언 어산지는 다음과 같이 경고했다. 만약 자신이 기소, 투옥되거나 혹은 신상에 위해를 입는 일이 발생하면, 미국 관타나모 해군기지의 테러용의자 수용소와 관련된 기록들을 대거 폭로하겠다는 것이다. 자신에 대한 방어를 넘어선 일종의 협박(?)으로까지 들릴 수 있는 발언은 그와 자신의 조직이 과연 얼마만큼 미국 정부의 대외비 문서를 소유하고 있는지에 대한 궁금증을 자아냈다.

위키리크스의 활동은 기자들로 하여금 좀 더 공격적으로 정부 당국에 도전해 비밀 정보로 공개되지 않는 것들을 얻어내도록 하는 자극을 줄 것으로 보인다. 저널리스트들이 모든 것을 비밀로 부치는 것을 좋아하는 정부나 기업들로부터 공중의 이익에 부합하는 정보를 얻어내고 공개하는 활동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함에 따라 위키리크스와 같은 대안적 성격의 미디어가 등장한다는 지적은 점차 설득력을 얻어 가고 있다. 이 점은 2010년 8월의 전투일지 공개 시 미국 사회의 반응과는 사뭇 달라진 점이다.

위키리크스 시대를 사는 미국 저널리스트들은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지게 될 것이다. 제대로 작동하는 감시견 언론(watchdog press)이 있었다면 위키리크스와 같은 조직이 지금처럼 심각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을까? 표현의 자유와 국가안보 가치의 상충, 공중의 알 권리와 현행법 준수 간의 충돌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자국 정부의 대외 기밀문서 공개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위키리크스의 등장은 인터넷 정보의 시대에 저널리즘이 수행해야 할 역할에 대해 심각한 질문을 던지게 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Posted by inha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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