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리즘의 미래에 대한 논의는 망가진 비즈니스 모델을 대체할 모델을 찾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 하지만 예전과 똑같은 제품으로는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내기 어려워 보인다. 콘텐츠에 요금을 부과하려면 사람들이 기꺼이 돈을 낼 만한 콘텐츠를 보유해야 한다. 그리고 이런 양질의 저널리즘을 공급하려면 투자를 해야 한다.


이봉현 런던대 골드스미스칼리지 박사과정

최근 영국 옥스포드대학 로이터 저널리즘스쿨에서 나온 연구 보고서(What is quality journalism and how can be saved)는 신문의 핵심 기능은 ‘민주주의의 파수꾼’이라고 정의한다. 민주주의 없이 신문은 나올 수 있지만, 좋은 저널리즘 없이 민주주의가 제대로 기능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핀란드의 신문기자 조한나 베헤쿠(Johanna Vehkoo)가 쓴 이 보고서는 ‘양질의 저널리즘’을 제공해 민주주의의 파수꾼 역할을 제대로 할 때 뉴스 미디어의 미래가 보일 것이라고 말한다. 앨런 러스브리저 가디언 총괄에디터 등 영국의 주요 저널리스트와 학자 11명을 인터뷰해 작성한 이 보고서는 좋은 저널리즘을 복원하기 위해 신문과 기자들이 염두에 두어야 할 7가지 방안을 제시한다.

1. 위기는 뉴스 미디어가 저널리즘의 본령으로 복귀할 수 있는 기회다
양질의 저널리즘은 현재 안팎의 도전에 직면해 있다. 이런 때일수록 뉴스 미디어들은 위상을 재정립해야 한다. 그 출발점은 자신의 저널리즘이 무엇을 위한 것인지를 생각해 보는 것이다. 민주주의에 기여하는 것이 조직의 목표인가 아니면 단순히 저널리즘을 상품생산으로 인식하는가 하는 질문들이다.

민주주의는 신문이 없어도 유지되지만, 양질의 저널리즘이 없으면 존재하기 어렵다. 그런데 뉴미디어와 사회변동을 오랫동안 연구해 온 클레이 셔키(Clay Shirky)가 지적하듯이 문제는 “오래된 것이 부서지는 속도가 새로운 것이 자리 잡는 속도보다 빠르다”는 것이다. 이런 저널리즘의 격동기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가장 중요한 기준과 가치를 잃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2001년 코바치와 로젠타일(Kovach & Rosen-tile)은 그들의 책 ‘저널리즘의 기본원칙(The Element of Journalism)’에서 “시장지향적 저널리즘이 확산되며 저널리즘이 점점 시민에 대한 책무를 게을리 하고 있다”고 썼다. 2010년 현재 시점에서 그래도 희망을 찾는다면 올드 미디어의 쇠퇴는 뉴스 미디어에게 무엇이 진정으로 중요한 지를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저널리즘은 공적 서비스란 자신의 핵심목표 새롭게 정립해야 한다. 그것이 없다면 저널리즘은 존재할 이유가 없다. 민주주의에 대한 헌신이 없다면 저널리즘은 하나의 상품에 지나지 않는다.

2. 콘텐츠가 비즈니스 모델 보다 우선

저널리즘의 미래에 대한 논의는 망가진 비즈니스 모델을 대체할 새로운 모델을 찾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 하지만 예전과 같은 똑같은 제품으로는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내기 어려워 보인다. 다시 클레이 셔키의 말을 들어보자. “신문을 살려보려는 사람들은 ‘과거 모델은 망가졌고 무엇이 이를 대체할 것인가’를 알고 싶어 한다. 여기에 대한 답은 ‘없다’는 것이다. 어느 것도 작동하기 어렵다. 인터넷이 망가뜨린 신문의 비즈니스 모델을 대체할 일반적인 모델은 없다. 지금까지의 비즈니스 모델이 망가졌다면 이에 적합하게 만들어진 조직형태는 디지털 데이터 생산에 맞도록 재편 되어야 한다”(2009, ‘Newspapers and thinking the unthinkable’).

경영적인 측면에서 보더라도 콘텐츠는 비즈니스 모델보다 우선시 되어야 한다. 콘텐츠에 요금을 부과하려면 사람들이 기꺼이 돈을 낼만한 콘텐츠를 보유해야 한다. 그리고 이런 양질의 저널리즘을 공급하려면 투자를 해야 한다. 잘 알려진 대로 온라인 독자들은 종이신문 독자보다 충성도가 약하다. 종이신문 구독자들은 당분간 좀 더 신문을 봐 줄지는 모르지만 온라인 독자들은 맘에 안 들면 두 번 다시 생각하지 않고 다른 사이트를 클릭할 것이다. 신문은 콘텐츠를 독자에게 공급하고 대신 독자에게 도달하고 싶은 광고주에게 지면을 팔아왔다. 우리가 독자를 떠나가게 한다면 더 이상 남아있는 비즈니스는 없다. 따라서 콘텐츠 품질은 뉴스 미디어 경영에서 가장 중요하게 취급되어야 한다.

3. 꾸러미를 해체하라

종이에서 온라인으로 넘어가면서 콘텐츠가 배열되는 방식에 큰 변화가 일어났다. 지금까지의 신문은 반드시 하나의 제품에 담을 이유가 없던 것을 뭉뚱그려 놓은 것이었다. 광고라는 수익원이 이들 모두를 다루는 것이 가능하게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종이신문의 방식은 온라인에선 잘 통하지 않는다. 광고주에게도 통하지 않기에 충분한 매출을 기대하기 어렵다. 독자가 온라인에서 정보를 찾는 방법도 다르기에 독자에게도 잘 통하지 않는다.

이제는 인쇄매체와 온라인에서 콘텐츠를 어떻게 배치할 지를 고민해야 한다. 왜, 신문에 뉴스뿐 아니라 스포츠, 만화, 오늘의 운세에서 날씨까지 다 있어야 하는가? 없애도 좋은 것은 없나? 주식표와 날씨를 다룰 필요가 있을까? 사람들은 이런 것들을 다른 곳(인터넷 등)에서 더 잘 얻지 않는가? 독자들은 신문사의 웹사이트에서 무얼 찾고 있는가 알아야 한다. 대신, 신문은 잘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 독자가 기꺼이 돈을 낼만 한 것인가를 항상 질문해야 한다. 만일 한 신문이 예술 비평에 정평이 나있다면 그것을 더 잘해라. 그것만 돈을 받고 나머지는 공짜로 줄 수도 있을 것이다.

신문이 상당히 수익성 높은 비즈니스이던 시절도 있었지만 그 때로 돌아갈 방법은 없다. 작은 이윤에 만족하거나 아예 이윤을 못 내는 것이 신문 등 뉴스 미디어의 미래일 것이다. 양질의 저널리즘은 항상 어떤 방식으로 든 자금을 마련해 왔다. 새롭게 콘텐츠를 묶어내는 방법을 찾아내고, 계열사 투자 등 다양한 곳에서 재원을 마련하는 것도 방법이다. 가디언은 최근 몇 년간 적자를 내고 있지만 소유주의 스콧 트러스트 아래 다른 계열사에서 벌어들이는 돈으로 양질의 저널리즘을 유지하고 있다.

가디언의 엑스트라(Extra) 또는 타임의 플러스(Plus)처럼 다른 회사와 파트너십을 맺거나 뉴스에 끼워서 팔 만한 제품을 개발해야 한다. 잘 만들어진 뉴스 검색 서비스도 매출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소유구조를 바꾸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4. 당신의 뉴스가 의미가 있고, 보지 않을 수 없도록 하라
그간 올드 미디어는 뉴스 생산에서 독점권을 누렸다. 이젠 누구나 기자인 세상이다. 어떤 방법으로 뉴스 미디어가 포털, 블로거, 시민 기자, 그리고 소셜 미디어와 경쟁할 수 있을까?

런던 시티대학 저널리즘스쿨 교수인 조지 브룩(George Brock)은 “저널리즘과 정보를 구별해야 한다”고 말한다. 뉴스 미디어가 독자가 구글에서 찾을 수 없는 것을 줄 때 그들은 기꺼이 돈을 내려 할 것이다. 그러려면 저널리즘은 단순히 ‘누가, 무엇을, 어디서, 언제’ 했는지에 대한 답을 주는 것 이상이어야 한다. 더 중요한 질문은 ‘왜’(why), ‘어떻게’(how) 그리고 ‘그 다음은’(what next)에 대한 대답을 하는 것이다. 우리는 이를 맥락(context), 배경(background), 해설(interpretation), 그리고 분석(analysis)라 부를 수 있다. 이런 뉴스와 분석은 놀랍고, 재미있고, 날카로워야지 밋밋해선 되지 않는다.

이미 신문의 잡지화는 이런 방향으로 뉴스가 움직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인디펜던트의 섹션인 뷰포인트, 옵서버의 리뷰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경제위기에도 불구하고 이코노미스트, 스펙테이터, 아틀란틱먼슬리 등 잡지들은 잘 버티고 있다. 짤막하고 간단한 기사 대신 길고 심도 있는 기사를 다루는 잡지 스타일이 신문의 갈 길인 것이다. 런던 LSE 교수인 찰리 베켓(Charlie Backett)은 이미 “지난 십 년간 신문은 스트레이트 뉴스를 갖고 장사하는 기업이 아니었다”고 말한다.

블로거나 시민 저널리스트도 전문적인 분석을 제공할 수 있지만 그들은 내킬 때만 간헐적으로 할 뿐이다. 전문적인 저널리스트처럼 광범위한 분석을 하기 어렵다. 게다가 전문 저널리스트는 정치적, 법적 압력으로부터 버틸 수 있는 금전적 법적인 보호막을 갖고 있다. 물론 신문은 시민기자와 블로거에게 더 문을 활짝 열고 그들과 함께 일해야 한다. 하지만 적극적인 네티즌은 소수이며 다수는 남들이 쓴 것을 읽고자 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언젠가는 뉴스 미디어가 사용자 생산콘텐츠(UCC)를 광범위하게 사용하는데 따른 역효과가 날 것으로 생각된다. 그렇게 되면 독자들은 흥미 있는 콘텐츠를 독자적으로 제공하는 미디어를 선택하게 될 것이다.

5. 저널리스트는 프로가 되어야 한다.

기자는 어느 분야를 아주 잘 아는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 기자는 많은 팬들이 그의 전문성을 인정하고 따르도록하고 네트워크의 힘을 다른 사람보다 더 잘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즉 팬을 만들고 쓰는 기사를 중심으로 커뮤니티를 만들어 낼 수 있어야 한다.

더 타임스, 가디언, BBC에서 인터뷰에 응한 기자들은 한결 같이 전문기자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고 강조한다. 특히 더 타임스와 BBC는 기자들 대부분이 전문기자이고 일반기자는 수가 적다고 밝혔다. LSE의 클레어 베킷의 말을 들어보자.

“기자를 하겠다는 사람에게 나는 과학, 수학, 회계, 언어 등을 공부하라고 한다. 어느 한 가지를 아주 잘 알아야 한다. 정보가 복잡해지는 시대인데 기자들이 충분히 알지 못하는 게 문제다. 한 가지에 정통해야 한다는 것은 시장의 요구이다”

2001년 이후 미국 기자 3분의 1이 직장을 잃었고 과학이나 예술, 지방정부를 다루던 전문기자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것은 좋은 방향이 아니었다. 편집국을 보라. 얼마나 많은 기자들이 통신기사를 리사이클 하느라 시간을 보내고 있나. 유능한 에디터라면 이들을 편집국 밖으로 내보내, 독창성 있는 콘텐츠를 생산하도록 할 것이다.

 6. 품질에 투자하라- 이것이 핵심이다

고품질이 매출로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다. 그래도 브랜드가 가치가 있고 신뢰받는 신문이 그렇지 못한 뉴스 매체보다 더 오래 버틸 것으로 생각된다. 가십이나 유명인 뒷얘기, 링크가 걸린 애완동물 비디오 등은 어디서나 찾을 수 있다. 품질이 아니라면 도대체 무엇으로 이들과 차별성을 보일 수 있겠는가?

뉴스 미디어는 저널리즘을 재정비하고 뉴스룸 등 조직을 혁신하고, 필요하면 소유구조까지 변경해야 한다. 그렇더라도 전통적 미디어의 핵심 원칙을 버려서는 안된다. 뉴스 미디어가 겪는 어려움 가운데 하나는 우리가 제공하는 저널리즘이 가장 열성적이고 비판 능력이 있는 독자를 만족시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고품격 저널리즘은 속보 이상을 제공해야 한다. 고품격 신문은 오려 붙이기(copy-pasting)를 그만두고 자신만의 뉴스를 만들어 내야 한다.

7. 웹을 더 이상 두려워 하지 마라

저널리즘은 디지털화 될 것이지만 프린트 미디어는 죽지 않을 것이다. 터치패드 등 다양한 디지털 미디어가 범람하지만 프린트 미디어는 앞으로도 상당기간 생존할 것이다. 독자는 좀 줄어들고 더 이상 속보 위주는 아니겠지만 일관된 노력을 기울이면 권력을 감시하는 힘과 영향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기 위해서는 탐사보도에 투자하고 특종을 얻으려 노력해야 한다. 특종이 인정되면 온갖 웹에서 소개될 것이다. 신문이 이렇게 감시견 역할을 하려고 하면 의제를 설정하는 힘을 유지하게 될 것이다.

기자들은 인터넷이 저널리즘을 파괴한다고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실재 나타나는 현상은 그 반대이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이렇게 빠른 시간에 뉴스에 접근할 수 있었던 시기는 없었다. 뉴스에 대한 수요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앨런 러스브리저 가디언 편집책임자의 말은 이런 점에서 시사적이다. “당신이 비즈니스 모델만 바라보면 온몸이 움츠러드는 두려움을 느낄 것이다. 하지만 저널리즘을 생각해 보면 미래에 대해 기대를 갖게 될 것이다.”
Posted by inha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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