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산업 불황의 양대 요인으로 미디어 구조 변화와 경기변동을 지목하고, 이 두 요소의 상호 작용이 최근 본격화된 미디어 변동의 근본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예컨대 10여 년 전 시작된 신문 독자 감소추세는 먼저 뉴미디어의 등장과 그에 따른 미디어 산업 내부의 경쟁 심화에서 제1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진단이다.


 

서명준 베를린자유대 언론학 박사

현대 시장경제사회의 미디어 산업은 경기변동에 종속된 구조를 보인다. 저널리즘의 실존 조건인 경제의 순환국면은 그것의 질적 측면에 강한 영향력을 행사해 저널리즘 변동을 초래하는 하부구조를 이룬다. 예컨대 미국발 금융위기로 초래된 세계 경제위기는 광고 하락세와 독자 감소는 물론 광고와 독자의 인터넷 유입을 가속화시켰을 뿐만 아니라 기존의 무료 콘텐츠 문화를 강화시키는 등 저널리즘 전반에 끼친 여파가 매우 크다. 저널리즘은 경기순환의 ‘약한 고리’인 셈이다. 뉴미디어의 진화에 따른 미디어 산업 구조변동은 경기순환보다 더 근본적인 저널리즘 변동 요인이다. 이것은 최근 경제위기 시대에 독일 저널리즘의 대응방안을 조사한 베를린자유대 연구팀의 연구 결과이다.

베를린자유대학 커뮤니케이션연구소 연구팀이 독일전문기자협회(DFJV)와 공동으로 실시한 이 조사연구를 보면, 미디어 산업 전반에 끼친 경제위기의 여파가 단기간에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것이 결국 퀄리티 저널리즘의 악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진단이다. 연구팀은 미디어 산업 불황의 양대 요인으로 미디어 구조 변화와 경기변동을 지목하고, 이 두 요소의 상호 작용이 최근 본격화된 미디어 변동의 근본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10여 년 전 시작된 신문 독자 감소추세는 먼저 뉴미디어의 등장과 그에 따른 미디어 산업 내부의 경쟁 심화에서 제1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진단이다. 또한 젊은 독자층 이탈 과정의 원인을 이런 미디어 산업 구조 변화 자체에서 찾았다. 여기에 경제위기가 겹쳐지면서 저널리즘의 하부 구조인 광고의 감소가 빠르게 진행됐다. 결국 판매우위의 수익 구조가 형성되면서 이제 미디어 산업의 구조 변화는 근본적으로 되돌릴 수 없는 흐름이 됐다. 거대한 변화의 흐름 앞에 적극적으로 대응한 언론사들 전략의 공통점은 비용절감과 수익 극대화이다. 수익개선보다 비용절감에 치중했는데, 2000년대 초반의 미디어 산업 위기 당시와 동일한 대응방식이었다. 비용절감은 단기 효과가 있고 측정이 가능하기 때문에 선호됐다.

언론재벌의 미디어기업 매각과 인수

발행매체 간 통합뉴스룸과 뉴스 신디케이트, 기자 풀 제도 등 내부 경영합리화가 시도됐고, 인쇄•판매•광고마케팅은 물론 자유 전문기고가•통신원 등에서도 외부 협력이 강화됐다. 취재 비용은 물론 독자 마케팅 비용도 삭감됐다. 2000~2008년 사이 판매부수 감소에 따른 매출약세를 판매단가 인상으로 해결하려 했으나 이보다 큰 폭의 광고감소 추세로 손실을 보충하는 데 역부족이었다.

독일 언론재벌이 해외 재무적 투자자에 매각한 뒤, 타 언론재벌에 재매각된 베를린 신문출판사는 재매각 이후에도 지속적인 경영합리화 절차가 진행된 사례이다. 2005년 영국 미디어 전문투자기업 메콤(Mecom)은 베를리너 차이퉁, 함부르거 모르겐포스트 등 주요 대도시 지역 일간지를 발행하는 베를리너 신문출판사를 홀츠브링크 신문출판그룹으로부터 매입했다.

메콤은 매입한 언론사를 경영 합리화, 비용절감을 통해 단기 이윤율을 극대화한 뒤 재매각하는 전형적인 재무적 투자자의 면모를 보였으나, 높은 채무를 벗어나지 못하고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 베를리너 신문출판사를 독일 두몽샤우베르크 신문그룹에 매각했다. 메콤은 BZ의 편집국장이 대표이사를 겸직하도록 했으며 광고 업무를 뉴스룸에 통합시키려 했다. 하지만 광고와 뉴스룸 업무 통합은 극심한 반발로 인해 성사되지는 않았다. 메콤은 BZ의 미디어 면을 없앴고, 베를리너 신문출판사가 발행하는 지역 대중지 베를리너 쿠리어의 정치팀을 해체하고 정치 기사를 HM으로부터 제공받도록 했다.

독일 최초의 인터넷 신문이던 넷차이퉁은 편집국을 완전히 없앴고, 시티매거진 팁(TIP)의 편집국은 4분의 1로 축소시켰다. HM의 편집국 기자 25명을 정리해고했다. DMS 그룹도 신문출판사를 인수한 직후 수익 증대를 위해 곧바로 대규모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그룹은 모든 신문의 재무업무를 서독 지역의 대도시 쾰른 본사로 집중시켰고 독자 마케팅은 옛 동독 지역의 대도시 할레로 통합했다.

두몽 그룹이 발행하는 고급 전국일간지 프랑크푸르터 룬트샤우와 지역일간 쾰르너 슈타트안차이거, 미텔도이체 차이퉁 등 3개 신문은 공동 편집국에서 제작되어 기사 소스가 공유되는 뉴스 신디케이트와 함께 기자 풀 제도를 도입했다. FR와 BZ의 지식면은 프랑크푸르트 편집국에서, 미디어면은 베를린에서 제작되고 있다. 나아가 이를 확대하여 FR, BZ, KSA, MZ 등 4개 매체의 편집국장으로 구성된 공동편집국장회의를 두고 정치, 경제, 사회면 등 주요 지면을 공동 제작하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이런 공동제작 방식이 각 신문의 특성을 살리지 못할 뿐만 아니라 편집국 조직문화의 변화가 불가피해 기자들의 반발이 있었다. 기사 생산 방식의 변화가 자칫 신문의 품질 저하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였다.

유럽 최대 잡지출판 기업으로 독일 잡지 업계 선두주자인 그루너+야르(Gruner+Jahr) 그룹의 편집국 통합 전략은 성공적인 평가를 받았다. G+J 그룹은 2008년 은행•금융기관 등 주요 광고주들이 총 광고비 지출을 7,100만 유로로 크게 낮추면서 경영난이 가중되자 위기극복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되는 매체를 과감히 통합시켰다. 먼저 그룹은 적자를 내거나 뚜렷한 수익을 내지 못한 매체들 위주로 편집국 통합을 단행했다.

그루너+야르 그룹의
성공적인 편집국 통합

소폭의 흑자를 냈음에도 불구하고 수익악화가 예상되는 중소기업 전문월간지 임풀제, 적자를 내고 있는 투자주간지 뵈르제 온라인과 경제월간지 캐피탈, 그리고 2000년 창간 이후 단 한 차례도 흑자를 낸 적이 없는 경제일간지 파이낸셜 타임스 도이칠란트 등 4개 매체의 편집국이 2009년 상반기 통합을 완료했다.

이들 매체의 온라인 편집국도 통합시켰다. 당시 편집국 통합을 단행하면서 베른트 부흐홀츠 G+J 그룹 CEO는 비용절감을 통한 경영 합리화는 규모의 경제뿐만 아니라 퀄리티 저널리즘도 가능하게 한다고 밝혔다. 수익성이 약한 신문•잡지의 편집국을 전면 통합함으로써 퀄리티 저널리즘의 생존이 가능하다는 논리이다.

물론 부작용도 있었는데, 이 과정에서 111명의 기자들이 정리해고됐고 이 가운데 30명만이 60명의 소수 정예기자 시스템을 갖춘 새 통합 편집국으로 재고용됐다. 해직 기자들이 쾰른 노동법원에 제소했지만, 아직 판결은 나오지 않고 있다. 캐피탈과 임풀제 모두 표지 레이아웃을 변경했고, 캐피탈은 경제정책과 거시경제면을, 임풀제는 경영•법률면을 신설했다. 또 슈피겔, 슈테른 등 주요 시사잡지에 대대적인 매체 이미지 광고를 냈다. 광고의 핵심은 독일 잡지 가운데 가장 큰 규모의 편집국을 운영한다는 내용이다. 편집 분야 외에 판매영업과 광고 분야도 통합시켰다. 그룹은 이런 전면적인 통합과정에서 매체별•콘텐츠별 편집 인력의 중복 또는 부족한 부분, 그리고 기자의 성향과 능력에 따른 담당분야 재배치 등은 향후 개선돼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점을 제외하면 그룹은 이런 비용절감 효과에 대체로 만족하고 있다. 그룹은 3개 잡지의 콘텐츠를 FTD 웹사이트에서 통합 서비스한다. 아직 유료화 계획은 없다.

최근 경기침체 국면에서 생산•판매•마케팅 비용절감이 대응방안이었다면, 편집국 통합•뉴스신디케이트 등은 미디어 구조 변동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전략이었다. 여기에는 콘텐츠 유료화 시도와 독점 규제 완화 요구, 그리고 신문사 저작인접권 요구 등도 포함된다. 연구팀은 판매수익 의존성이 높은 고급지와 광고 의존적이고 발행 부수도 많은 대중지의 양분 구도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고급지 시장에서는 퀄리티 경쟁이, 대중지 시장에서는 비용경쟁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고급지•대중지에서 공통적으로 판매수익 의존성이 증대될 것으로 보았다. 온•오프라인 통합 편집국이 강화되면 기존의 온라인 편집국 체제보다 더 많은 영향력을 갖게 되어 온라인 퀄리티 저널리즘의 강세도 예상된다. 다만 기존의 광고수익 모델이 아닌 다른 형태의 영업 모델이 전제돼야 한다. 그것은 독자들이 콘텐츠에 지불하는 방식이다. 결국 경기변동의 직접적인 영향에서 벗어나고 퀄리티 저널리즘을 유지하기 위한 대응방안으로 콘텐츠 유료화 추세가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Posted by inha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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