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및 시사 전문 채널의 시사 프로그램 ‘오드리 퓔바의 저녁’이 진행자 오드리 퓔바의 사생활 문제로 인해 폐지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그녀의 남자 친구인 아르노 몽트부르는 사회당 대선 후보 경선에 출마를 선언한 상태였다. 이로 인해 언론인으로서의 중립성을 문제 삼아 방송사 측은 해당 프로그램을 폐지한 것이다.

 

최지선 소르본대 박사과정

2010년 11월 22일 뉴스 및 시사 전문 채널(i-télé)의 시사 프로그램 ‘오드리 퓔바의 저녁’(Audrey Pulvar Soir)이 진행자 오드리 퓔바의 사생활 문제로 인해 폐지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는 다름 아닌 진행자 오드리 퓔바와 정치인 몽트부르의 사적인 커플 관계 때문이었다. 그녀의 남자 친구인 아르노 몽트부르는 사회당 대선 후보 경선에 출마를 선언한 상태였다. 이로 인해 언론인으로서의 중립성을 문제 삼아 i-télé 측은 해당 프로그램을 폐지한 것이다.

이를 계기로 프랑스에서는 정치인과 미디어의 관계로서 정치인-언론인 커플 문제가 도마에 올라 논란이 되고 있다.

프랑스 주간지인 누벨옵스에 따르면 프랑스는 서구 다른 국가들에 비해 정치인-언론인 커플이 유난히 많다. 기자의 윤리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미국이나 영국과 같은 앵글로색슨 국가에서는 이러한 관계 형성이 매우 드문 일이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미국의 뉴욕타임스의 경우 기자 윤리 헌장은 기자가 정치인과 점심 또는 술을 한 잔 간단히 하는 것조차 매우 예외적인 경우에만 가능하다고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언론인이 정치인과 사적인 만남을 갖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이러한 정치인-언론인 커플 관계가 프랑스적인 현상인지는 확실치 않아도 이번 오드리 퓔바의 프로그램 폐지는 세간의 주목을 받으며 개인적인 일이 아니라 프랑스에서 정치인과 미디어의 관계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오드리 퓔바 문제를 바라보는 입장은 세 가지로 압축될 수 있다.

논점 1 : 투명한 사생활 공개로 인해 오히려 부당한 결과 초래

오드리 퓔바의 사적인 관계로 인해 방송이 폐지된 문제에 대해 영국 언론들도 관심을 보이고 있는데, 이는 다름 아닌 진실을 투명하게 밝힘으로써 오히려 당사자가 피해를 받게 된 아이러니에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영국의 옵서버지와 가디언지 주말판은 “앵글로색슨 국가에서 정치인과 사적인 커플 관계를 맺고 있는 언론인을 문제 삼는 것은 매우 심각한 일일 수 있다. 프랑스에서는 정치인과 언론인이 사귀고 심지어 결혼하는 것도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인다. 그러면서도 정치인과 그러한 관계에 있는 언론인은 그 관계가 드러나게 되면 언론인으로서 방송 진행을 지속할 수 없게 된다. 이것이 프랑스의 위선이다. 만일 오드리 퓔바와 몽트부르가 관계를 숨겼다면 아무 문제없이 방송을 계속할 수 있었을 것이다”라고 보도했다.

프랑스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오드리 퓔바가 진행하던 시사 프로그램이 갑작스럽게 폐지된 것에 대해 부당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많다. 2010년 11월 23일 일요신문(Journal du Dimanche)에 실린 조사에 따르면 약 59%의 프랑스인들이 그녀가 진행하는 방송이 폐지된 것은 부당하다고 응답했다. 이는 오드리 퓔바의 인기에서 기인하는 현상이기도 한데, 그녀는 프랑스인들에게 제일 인기 있는 여성 앵커로 꼽히고 있다.

사회당 의원인 파트릭 블로쉬는 누벨옵스와의 인터뷰에서 “아르노 몽트부르는 사회당 후보일 뿐 아직 어떠한 선거 결과도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오드리 퓔바가 방송을 할 수 없게 된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솔직히 관계를 밝힘으로써 그 결과가 당사자에게 더 해롭게 되는 것은 부당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논점 2 : 언론인의 중립성과 그에 따른 신뢰도 문제

i-télé 측이 오드리 퓔바의 남자 친구가 사회당 경선 후보에 출마함으로써 그녀가 진행하던 프로그램을 갑작스럽게 폐지하면서 내세운 이유는 ‘언론인의 중립성’이다. 즉 시사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언론인이 자신의 정치인 남자 친구를 중립적으로 보도하거나 인터뷰할 수 없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물론 개인적이고 사적인 관계로서 정치인과 언론인이 커플이 되지 말라는 법은 없지만 해당 언론인과 그 언론인이 보도하는 내용에 대한 신뢰도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는 것 또한 사실이다. 특히 프랑스에서는 기자나 언론인이 상대적으로 독립적인 지위를 갖고 있고, 이로 인해 유명한 언론인의 경우 그들의 의견이 소속 회사의 보도 지침보다 독립적으로 영향력 있게 방송 시청자나 신문 독자 등 수용자들에게 받아들여진다는 점에서 개인적인 사안이라고 하더라도 언론인으로서 정치인과의 사적인 관계 맺음은 중립성 및 신뢰도와 관련해 중요한 요소로 여겨지게 된다. 미디어 역사가인 파트릭 에브노는 이번 오드리 퓔바의 프로그램 폐지라는 방송사 측의 결정에 대해 “대중의 불신을 이겨내려는 미디어 분야의 특성이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언론인 에밀리 라풀 역시 정치인-언론인 커플 관계에서 언론인이 자신의 커리어를 희생하게 되는 것은 언론인이라는 직업이 신념과 자기주장을 관철시키는 정치인과는 달리 중립성이 요구되는 직업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논점 3 : 여성의 개인적 커리어 희생

한편 이번 오드리 퓔바의 방송 프로그램 폐지 결정과 관련해 이 문제를 남성・여성 문제로 바라보는 시각도 많은 편이다. 실제로 퓔바-몽트부르 커플뿐만 아니라 프랑스 정계에 남편 또는 남자 친구를 둔 여성 언론인들은 그들의 배우자로 인해 자신의 커리어를 희생하고 있다.

사회당 전 당수인 프랑수아 올랑드와의 관계를 밝힌 프랑스 주간지 파리 마치의 기자인 발레리 트리웨일러는 정치부에서 문화부로 옮겨야 했고, 베르나르 쿠슈네가 외무부 장관으로 임명되면서 아내인 크리스틴 오크렁 역시 진행하던 프로그램 ‘프랑스 유럽 익스프레스(France Europe Express)’에서 하차했다. IMF 총재인 도미니크 스트로스칸이 1997년 경제부 장관으로 임명되었을 때, 그의 아내인 안 생클래어는 13년간 진행하던 정치 프로그램을 그만두어야 했다.

오드리 퓔바가 진행하던 프로그램이 방송사 측에 의해 갑자기 폐지되었다는 사실이 보도되면서 사회당의 여성 정치인들인 세콜렌 후아얄과 마르틴 오브리는 “쇼킹한 일”이라고 평했으며, 같은 여성 언론인인 클레 샤잘도 “분개할 일”이라고 말했다. 시청각고등위원회(CSA) 위원장인 미셸 보이용은 “여성 정치인을 여자 친구로 둔 남성 언론인이었다면 진행하던 방송 프로그램 폐지라는 결정이 이루어졌을까?”라며 성차별 문제를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라디오 채널인 프랑스 앵테르(France Inter)의 이자벨 지오르다노는 누벨옵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사건은 정치인-언론인 커플 관계에서 남성 정치인이 아니라 여성 언론인이 사회생활에서 희생을 하게 되는 불평등함을 상기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언론인인 에밀리 라풀 역시 여성 정치인과 남성 언론인 커플도 분명히 있는데, 이 케이스들은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스스로 정치인-언론인 커플 관계로 커리어를 희생한 적이 있는 크리스틴 오크렁은 “왜 정치인-언론인 커플 관계가 드러난 후에 남성 정치인이 자신의 커리어를 희생하는 것이 아니라 항상 여성 언론인이 희생을 해야 하는 것인가”라며 의문을 제기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파트릭 에브노는 텔레비전에서 남성이 중심이 되는 경향이 여전하고, 이로 인해 여성 언론인을 진정한 직업인으로서의 언론인이 아니라 여성으로 보는 경향이 크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현재 오드리 퓔바는 2010년 12월 6일부터 i-télé 채널에서 새롭게 ‘오드리의 선택’(Le choix d’Audrie)이라는 인터뷰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인터뷰 대상은 비정치인들이며 방송 시간도 짧게 편성돼 있다.

이번 오드리 퓔바의 프로그램 폐지를 계기로 프랑스 사회는 그동안 정치인-언론인 커플을 신문 연예면의 가십 정도로 바라보던 시각을 바꾸어 정치인과 미디어의 관계로 확장해서 바라보며 관심을 보이고 있다. 특히 언론인의 중립성 문제냐, 남성・여성의 문제냐는 시각 차이에 따라 방송사의 프로그램 폐지 결정을 정당 혹은 부당하다고 판단하는 것이 달라지게 되면서 흥미로운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또한 이번 사건은 ‘여성 언론인’을 ‘전문성을 띤 언론인으로서 바라보느냐, 여성이라는 특성에 중점을 두어 바라보느냐’ 하는 문제까지 연결돼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논란이라고 할 수 있겠다.
 

Posted by inha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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