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시장 및 산업 지형 변화

윤석년 광주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suknyoon@gwangju.ac.kr


방송시장에 경쟁력을 갖춘 다수의 종편 사업자가 한꺼번에 진입한다. 방송 콘텐츠는 경쟁을 통해 양적 성장과 질적 향상이라는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이에 따라 콘텐츠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이 제고되고, 시청자는 다양한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2010년 12월 31일 방송통신위원회는 종합편성 채널 사업자와 보도전문 채널 사업자를 선정하였다. 종합편성에는 이른바 조•중•동과 매일경제가 각각 대주주인 4개 사업자를, 보도전문에는 연합뉴스가 대주주인 1개 사업자를 선정하였다. 이번 사업자 선정 결과는 방송통신위원회가 여러 차례 밝힌 바와 같이 1,000점 만점에 800점 이상의 사업자를 모두 선정한다는 준칙주의를 철저히 따른 것이다.

지난 10년간 우리 방송시장에서 새로운 플랫폼이나 신규 사업자 선정은 거의 관련 업계의 요구와 이에 부응한 정치권과 정부 당국의 정책 드라이브가 어우러진 합작의 결과였다. 이번에도 국내 최대의 신문 사업자와 통신사가 방송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정책 당국에 이를 요구하였고 정부와 정책 당국이 이를 적극적으로 수용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선정된 사업자는 한편으로 결과에 일단 만족을 표했지만 다른 한편으로 다수 사업자 선정 때문에 표정 관리를 할 입장도 되지 못한다. 즉 국내 방송시장은 이미 광고 재원의 한계에 다다랐고, 저가형 위주의 유료방송 시장 개선이 요원하다는 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상황에서 동일한 조건의 다수 사업자 선정이 달갑기만 할 리가 없다. 국내의 좁은 방송시장 여건을 도외시한 다수의 종편채널 허가가 선정된 사업자들에게 이른바 ‘승자의 저주’가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지난 10년간 위성방송과 DMB 그리고 IPTV 등 새로운 플랫폼과 신규 사업자가 연이어 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과연 미디어 시장에서 생태적인 지위를 확보했는가에 대해 그 누구도 자신 있게 그렇다는 답을 내놓기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당초 시장 진입을 노리는 사업자들과 이에 부응하는 정책 당국에서는 방송시장에서 소유규제 완화와 신규 사업자의 시장 진입이 이루어지게 되면, 국내 방송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와 다양한 콘텐츠의 등장에 따른 시청자 복지 증진을 가져올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확대 재생산해 왔다. 좁은 국내 시장에서 한정된 방송 재원 문제, 방송 콘텐츠의 고비용 저효율 생산구조, 글로벌 시장에서 문화적 할인 적용, 아시아 시장에서 방송 콘텐츠 시장 개방에 대한 반대 여론 확산 등 국내외 방송시장의 상황은 종종 무시되었다. 또 모바일 환경에서 애플리케이션 시장의 성장세와 SNS의 급속한 확산에 따른 기성 매스미디어의 영향력 쇠퇴 등 미디어 환경의 혁명적 변화 등에 대한 논의도 부족했다.

기존 사업자와의 경쟁을 통해
콘텐츠의 양적•질적 성장 
 
어찌 되었든 다수의 종편 사업자 등장으로 국내 미디어 지형의 변화가 급물살을 탈 것이 분명하다. 방송시장에 경쟁력을 갖춘 다수의 종편 사업자가 한꺼번에 진입한다. 이들은 유료방송 시장에서 또 다른 종편 사업자보다 상대적인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과감한 투자도 일정 기간 동안 마다하지 않을 기세이다. 이런 기세가 예상대로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시청자 입장에서 보면 당분간 양질의 프로그램을 기대할 수 있다. 제공되는 콘텐츠에 대한 만족도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응해 지상파 방송 사업자는 콘텐츠 제작 절대 강자로서 우월적 지위를 지키기 위해 양질의 콘텐츠 제공으로 승부를 펼칠 것이다. 방송 콘텐츠는 경쟁을 통해 양적 성장과 질적 향상이라는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이에 따라 콘텐츠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이 제고되고, 시청자는 이들의 경쟁 덕분에 그리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서도 다양한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만약 종편 사업자가 몇 년간 지속적으로 콘텐츠 제작에 투자를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국내외 방송시장에서 제작비 조달이 여의치 않을 경우 선순환 제작 구조 형성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따라서 이번에 선정된 종편 및 보도 사업자가 헤쳐 가야 할 길은 어려움이 산적하고 험난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다수의 종편 사업자들은 사업 개시 이후 엄청난 매몰 비용과 제작비를 감당할 수 있어야 하고, 자본 잠식 단계가 오기 전에 수익을 올리기 위한 처방을 단단히 준비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정책 당국에 신규 사업자에게 주어지는 특혜 아닌 특혜를 요구하기도 할 것이다.

지난해 말 방송통신위원회가 국내 방송산업의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다양한 광고 관련 규제 완화를 검토하고 있고, 수신료 현실화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려는 자세를 보인 것은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해 12월 17일 대통령 업무 보고에서 밝힌 바와 같이 방송광고 시장의 규모를 확대하기 위한 일련의 정책들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지상파 방송의 광고총량제와 중간광고 제도 개선을 포함하여 광고규제 완화 계획을 밝혔다. 만약 이런 정책이 순조롭게 이루어진다면 당초의 정책 목표인 유료방송 시장의 활성화, 지상파 방송과의 공정한 경쟁을 통한 전체 방송산업의 규모 확대, 글로벌 미디어 육성, 다양한 콘텐츠 생산을 통한 시청자 만족도 제고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다수 사업자 선정으로
규제 완화 등 정책적 지원 요구 거셀 듯

그렇지만 국내외 시장 상황을 볼 때 종편사업자가 다수로 선정된 것은 그리 긍정적이지 못하다. 그 이유를 들면 방송시장이 협소한 상황에서 경쟁 사업자가 하나라도 더 들어오는 것은 기존 사업자는 물론 복수의 신규 사업자 간의 힘겨운 경쟁을 예고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충분히 고려한다면 방송통신위원회는 올해 안에 대폭적으로 광고 재원을 포함하여 방송 재원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한 규제 완화 정책을 서둘러 마련할 수밖에 없다. 국내의 광고비 규모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 비율에 미치지 못하므로 이를 늘리기 위해 광고제도 개선과 광고규제 품목 완화 등을 검토하고 있다. 일단은 지상파 방송에 대한 비대칭 규제인 중간광고 등을 적극 검토하고, 수신료 인상에 따른 KBS2의 광고 물량을 줄여 대신 이를 타 방송사업자에게 돌리는 등의 정책 계획을 검토하기 시작하였다.

광고 재원의 원활한 확보는 물론 국내 내수시장이 활성화되고 기존 방송의 광고매체로서 효과가 뒷받침될 때 가능하다. 더욱이 모바일 커뮤니케이션 환경이 급속히 확산되는 상황에서 일방적인 흐름을 지향하는 기존 매체에 대한 수용자의 충성도가 떨어질 경우 광고 매체로서 매력을 잃을 수도 있다. 또 광고 재원은 광고주 입장에서 보면 다른 매체에 집행하는 광고 예산을 줄이지 않고서는 늘리기 어렵다. 미디어 시장에서 취약한 매체에 집행된 광고가 상대적으로 영향력이 있고 규모가 큰 신규 사업자에게 쏠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광고 재원의 변화를 주목해 보면 지상파의 경우 라디오 등 특수방송과 일부 규모가 작은 지역방송, 유료방송의 경우 군소 규모의 채널 사업자 등이 광고 감소 내지 답보 상태를 보일 것이다. 신문의 경우 군소 종합일간지와 지역신문 대부분이 이에 해당된다. 인터넷 포털의 경우 이전에 비해 광고 성장률이 주춤해질 수 있다.

수신료의 현실화와 광고제도 개선 그리고 광고 규제의 완화가 1년 내에 어느 정도 이루어진다는 것을 전제로 국내 미디어 지형의 변화를 살펴보자.

먼저 미디어 시장에선 생존을 위해 사업자들 간의 제휴, 큰 규모의 M&A가 일어난다. 1996년 미국이 규제완화 정책을 편 결과 다양한 사업자 간의 조합이 이루어졌고, 군소 미디어 사업자들은 복합 미디어 그룹으로 급속히 흡수 합병된 점을 고려해 볼 때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누가 중심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사업자 간의 합종연횡과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위한 몸집 불리기도 예상된다. 특히 유료방송 사업자의 수평적 통합은 물론 수직적 통합도 본격화된다. 어떤 형태이든 시너지 효과가 나타난다면 동종 사업자와는 물론이고 이종 사업자와의 M&A도 마다하지 않을 수 있다. 그 이유는 광고 등 다양한 재원 확보와 창구 효과에 대한 수익 기대, 제작비 등의 비용 절감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는 만큼 군소 사업자들은 생존을 위해 사업체를 팔아넘기거나 아니면 일정한 규모라도 현상을 유지하려는 노력을 펼칠 것이다.

지상파 방송의 경우 직접 제작비 투입을 늘리면서도 지출을 줄이기 위한 경영구조 개선이 불가피하다. 우선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기 위한 경영구조 개선이 이루어질 것이다. 직접 제작비에서 비정규직 인건비를 줄이거나 여유 인력을 감축할 수밖에 없다. 규모가 작은 외주 제작사의 경우 외주 제작비의 삭감을 감수해야 할지도 모른다.

다음으로 지역방송에 대한 구조조정을 들 수 있다. KBS는 수신료의 현실화 여부에 따라 다르겠지만, MBC는 규모가 작은 지역방송을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지역방송과 광역화하려는 계획에 점차 속도를 낼 것이 분명하다. 지역민방의 경우 3~4개의 작은 방송사는 홀로 생존하기가 점점 어려워져 중계소 역할에 만족할 수밖에 없게 된다. 이렇게 될 경우 대부분의 지역방송이 지역문화 활성화 역할은 소홀히 할 수밖에 없다.

취약매체 대책 등 정책방안 마련해야

큰 규모의 신문사가 종편사업에 진출함에 따라 중소 규모의 신문은 광고수입 확보가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이미 대기업 광고주들은 올해 하반기 종편 채널 출범 때의 광고비 지출을 고려하여 상반기 광고비 집행을 미루고 있는 실정이다. 정파성이 강하지 않거나 진보 성향 신문의 경우 대형 광고주의 광고를 확보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중소 규모의 신문은 수입의 절대적인 감소가 예상되는 만큼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만족스럽지 못한 임금과 복지에다 혹독한 구조조정마저 기다리고 있다. 이에 따라 중소 규모의 미디어 종사자 중 종편 사업자가 필요로 하는 인력의 경우 종편 채널로의 이동이 이루어지게 될 것이다. 지상파 방송과 일부 PP의 인력 이동도 예상할 수 있다. 신규 인력은 순차적으로 선발하여 제작에 투입될 예정이지만 당장 제작에 필요한 인력은 경력을 쌓은 검증된 인력을 필요로 한다. 특히 지역방송과 PP 종사자는 일단 제작 능력이 검증된 경우 종편채널로 이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방송시장의 확대가 극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이 지속되고 제작비를 쏟아부은 만큼 수입이 확보되지 않는다면, 3~4년 후 종편사업자 중 선두 경쟁에서 뒤처질 경우 최악의 시나리오도 예상할 수 있다. 자본의 유입이 여의치 않을 경우 종편사업자 간의 M&A가 이루어지기보다는 일부 대기업과 외국자본에 종편채널 사업권을 넘길 수도 있다.

광고 재원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국내 미디어 시장 상황에서 저가형 유료방송 체제의 전환과 TV 수신료의 현실화 등 시청자가 직접 부담하는 재원이 늘어나지 않는 한 광고를 놓고 펼치는 사업자 간의 치열한 경쟁은 불가피해진다. 갈수록 경쟁은 도를 넘게 되고 이는 약육강식의 논리가 지배하는 미디어 지형으로 전환되어 취약 매체에 위협적이 될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책 당국은 종편 허가 이후의 시장 변화를 면밀히 파악하여 취약 매체에 대한 대책 등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콘텐츠 경쟁력 향상 등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Posted by inha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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