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없는 신문의 활로

반 현 인천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스마트 시대의 뉴스 전문 콘텐츠 기업으로 올인하자. 아이패드를 위시한 태블릿 PC는 산업적 위기를 겪고 있는 종이를 대체할 또 다른 플랫폼으로 무수히 많은 뉴스 가운데 신문의 최대 장점인 편집 기능을 살리고 기사 가치에 따라 지면 효과를 최대한 활용하여 저비용으로 기존 종이신문 독자들을 만족시킬 수 있을 것이다.


얼마 전 발표된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과 보도채널 사업자 발표로 방송계는 물론 국내 미디어 업계가 들썩이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급격한 미디어 환경 변화 속에 한편으로는 크게 놀랄 만한 일이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국내 미디어 환경만을 고려해 본다면 적지 않은 파장과 후폭풍이 나타나고 있으며 향후에도 지속적인 논란이 예상된다.

이러한 종편, 보도 채널 등장을 중심으로 미디어 지형 변화와 혼동 속에서 세간의 관심에서 소외되고 있는 문제가 있다. 바로 종편 방송 시장에 참여하지 않은 신문들이다.

과연 ‘방송 없는 신문’들의 활로는 어떻게 될 것인가? 본 글에서는 이 문제에 대해 새로운 미디어 환경에서 이들 신문의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논의해 보기로 한다.

국내 미디어 환경은 지난해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 등의 모바일 환경과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의 소셜 미디어 열풍으로 급격한 변화를 맞이했다. 이러한 변화 요인은 애플의 아이폰과 아이패드 등 외부로부터 시작되었지만, 국내 미디어 기업과 통신사 등의 즉각적인 대응으로 변화의 속도와 이를 느끼는 국민들의 체감 지수는 더욱 뜨거웠다. 한편 이러한 변화의 파도에 가장 위기감을 느끼는 매체는 아마 기존 종이신문사들일 것이다.

이미 인터넷의 등장으로 종이신문들은 독자 이탈과 광고수익 감소 등 위기감을 경험해 왔다. 지난 10년 동안 신문의 구독률은 지속적으로 줄어들었으며, 2010년의 경우 20%대로 떨어졌다<그림1>. 2001년의 경우 10가구 중 절반은 가정에서 신문을 구독하고 있었으나 2010년에는 10가구 중 2~3가구 정도로 추락한 것이다.



이러한 현상에는 여러 원인이 존재한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외부 요인으로는 인터넷의 등장이다. 이로 인해 그동안 신문을 보던 독자들이 인터넷으로 뉴스를 소비하기 시작했다. 더 나아가 최근에는 스마트폰을 통한 무선 인터넷으로 옮겨 가고 있다. 이는 뉴스 수용자들의 라이프 사이클 변화에 따른 매체 이용 변화로 볼 수 있다.

신문 구독률 저하의 내부적 요인도 존재한다. 국내 일간지들의 정파성과 자사 이기주의 등으로 인한 독자들의 신뢰 저하다. 방송과는 달리 국내 신문들은 정치적으로 보수와 진보로 극명하게 차이를 보여 왔으며, 이러한 정치성향이나 논조가 정치 보도뿐 아니라 경제, 사회 등 다른 분야에까지도 영향을 미쳐 왔다. 이러한 과정에서 신문들은 사건이나 이슈를 자신들의 ‘프레임’으로 진단하고 취재원을 선별하고, 해법까지 제시해 왔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결국 이러한 내외적 요인으로 독자들은 점점 종이신문을 이탈하고, 그들의 일상에 적합한 새로운 뉴스 매체를 선택하게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작년 말 종편과 보도채널 사업자 선정은 올해 국내 미디어 환경에 새로운 변화와 갈등 요인을 제공했다. 여기에 참여하지 못했거나 참여하지 않은, 그리고 선정에서 탈락한 신문사들에게 또 다른 위기와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종편, 보도채널 등장과 논란

미디어법 통과 이후 새로운 방송 서비스 영역인 종편에 대해 크게 두 가지 의견이 첨예하게 맞서 왔다. 미디어법을 주도적으로 이끌었던 정부와 여당은 글로벌화되어 가고 있는 세계 경제 속에서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국내 미디어 시장에도 이전보다 더욱 적극적으로 경쟁 체제를 도입해 세계적 미디어 기업이 등장하도록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즉 방송 시장에서의 경쟁 활성화로 방송 콘텐츠의 글로벌 경쟁력이 높아질 것이라는 논리다. 이에 방송통신위원회는 지상파의 독점 구조를 깨고 여론 다양성을 높이기 위해 종편 도입의 필요성을 근거로 지난해 종편 사업자 선정을 추진했고 발표까지 마무리했다.

반면 야당과 시민단체들은 미디어 관련 법 자체가 애초부터 적법하지 않은 날치기 통과의 산물이며, 따라서 종편사업자 선정은 원천 무효라고 주장한다. 또한 기존 신문시장 점유율의 대부분을 차지했던 보수 신문들이 방송 시장에 진출하게 되면 여론의 다양성이 아닌 여론 독과점이 가중될 것이라고 비판한다. 산업적인 측면에서도 4개의 종편사업자를 선정한 것은 방송 시장은 물론 기존 신문시장에도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다. 앞으로 국내 방송 시장은 물론 전체 미디어 산업이 글로벌 경제 체제 속에서 국내외적으로 경쟁력을 가지면서 궁극적으로 여론 다양성과 수용자 복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환경이 조성되도록 정부와 국회, 미디어 업계, 학계 등은 물론 수용자들도 적극적인 관심을 가져야 할 시기다. 동시에 이런 논의에서 빠져 있는 소위 ‘방송 없는 신문’들의 미래에 대해서도 관심의 끈을 놓을 수 없다.

태블릿 PC는
종이를 대체할 새로운 플랫폼

종편사업자가 4개나 선정된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경쟁 과열, 선정성, 방송 광고 시장 혼탁 등 우려의 목소리가 매우 높다. 또한 방송 사업에 진출했다고 해서 이들 사업자가 기존 신문 사업을 중단하는 것은 아니다. 즉 신문 시장도 기존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변화를 맞이할 수밖에 없다. 결국 향후 신문 시장은 ‘방송 진출 신문’과 ‘방송 없는 신문’들로 양분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방송 시장에 진출하지 않거나 탈락한 신문사들은 향후 격변하는 미디어 시장에 적응하는 것이 생존과 직결된 중요한 문제라는 것을 직감하고 있다. 바로 이 지점에서 방송 없는 신문들이 ‘올인’하여 생존할 수 있는 방향을 찾을 수 있다고 믿는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궁극적으로는 다시 신문 본연의 기본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여기에 비장한 각오로 새로운 미디어 환경에 적응하는 것이다. 따라서 향후 미디어 환경 변화에 따른 ‘방송 없는 신문’을 위한 몇 가지 방향을 제언하고 싶다.

제언 하나. 스마트 시대의 뉴스 전문 콘텐츠 기업으로 올인하자.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방송 사업에 참여하지 않고 있는 신문사들 역시 향후 미디어 시장 변화를 관망만 하고 있지 않다. 스마트폰과 스마트 TV, 태블릿 PC 환경에서 온라인과 모바일로 활로를 적극 찾아보겠다는 각오다(김종화, 김수정, 2010).

그렇다면 스마트 시대에는 기존 신문들이 어떤 변화 태도를 가져야 할까? 최근 국내외 신문사들은 기존 종이와 인쇄 작업에 의존하던 관행을 과감하게 벗어던지고 뉴스 전문 콘텐츠 기업으로 체질을 바꾸고 있는 중이다. 이와 관련하여 긍정적인 소식은 전반적으로 이용자들의 스마트폰 사용 이후 뉴스 소비 시간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퓨인터넷센터(Pew Internet Center)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2010년 일일 평균 뉴스 소비시간은 70분으로 지난 10년 내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한다<그림2>. 스마트폰, 팟캐스트(오디오파일), 소셜 네트워크 등 디지털 미디어 플랫폼의 발달로 인한 온라인 뉴스 이용 증가가 원인으로 분석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 현재 미국인은 뉴스를 보는 데 하루 70분을 보낸다. 신문, 방송, 라디오 등 전통 매체를 통해 뉴스를 접하는 시간은 57분으로 10년 전과 비교해 별 차가 없지만 인터넷 등 온라인을 통해 뉴스를 접하는 시간이 하루 평균 13분으로 늘었다. 여기에 소셜 미디어와 결합한 뉴스 이용까지 고려한다면 새로운 미디어 환경에서의 신문사 기회 요인이 드러난다.
콤스코어에 따르면 스마트폰 사용자의 73.7%가 컴퓨터 대신 모바일로 하루 5회 이상 뉴스를 검색하며, 이 가운데 3분의 1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이용하고 있다. 응답자의 75%가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를 통해 뉴스를 소비하며 응답자의 37%가 뉴스를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아이패드를 위시한 태블릿 PC는 산업적 위기를 겪고 있는 종이를 대체할 또 다른 플랫폼으로 무수히 많은 뉴스 가운데 신문의 최대 장점인 편집 기능을 살리고 기사 가치에 따라 지면 효과를 최대한 활용하여 저비용으로 기존 종이신문 독자들을 만족시킬 수 있을 것이다.

정부의 균형적 지원 필요

제언 둘. 정부의 ‘균형적’ 지원이 필요하다. 앞에서 제기한 문제인 종편 탄생 배경에 대한 논란을 떠나 필자는 새로운 방송 시장에 뛰어드는 사업자들을 위한 정부의 지원 정책뿐만 아니라 방송 없는 신문사들에 대한 ‘균형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는 또 다른 차원의 여론 다양성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다시 말하면 어떤 이유로든 방송시장에 참여하지 않은 신문사들에게 일종의 역차별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어차피 종편에 진출한 신문사들의 경우 종합 미디어 기업으로서 뉴스뿐만 아니라 다양한 장르의 프로그램 제작과 유통에 뛰어들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저널리즘의 고유 업무를 수행하는 신문사들을 위한 별도의 지원 정책은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 기반 확립과 여론의 다양성을 위해 이번 기회에 반드시 체계적으로 정착되어야 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정부의 지원 방향을 제언하면, 우선 단기적이고 임시방편적인 처방을 위한 지원이 아닌 근본적이고 지속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할 수 있는 지원 정책이 실시되어야 한다. 이는 신문시장의 건전한 생태계 조성을 위해 종편에 진출한 메이저 신문사 외에도 신문시장을 지키는 신문사들을 위해 이들 스스로가 보도의 품질만으로도 광고와 독자 시장에서 생존할 수 있도록 직간접 지원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국가적인 신문 지원 움직임은 이미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국가들과 일본을 중심으로 몇 년 전부터 적극적으로 실행되고 있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한국언론재단, 2009).

우리도 필요하다면 정부 차원의 ‘신문진흥위원회’(가칭) 등을 한국언론진흥재단을 통해 조직하고, 체계적이고 구체적인 지원 정책과 실행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다시 한번 강조지만 더 이상 늦출 수는 없다. 신문산업이 위축되고 있다는 것은 이제 우리 모두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국가의 미래 운명을 좌우할 언론의 토대는 가장 전통적인 저널리즘 매체인 신문에 있음을 인식하고, 시장 경쟁 중심의 미디어 정책과 동시에 신문 매체를 통한 저널리즘의 근본을 탄탄히 다지는 작업에 정부의 적극적인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저널리즘의 기본으로 돌아가자

제언 셋. 저널리즘의 기본으로 돌아가자. 국가 미래 운명의 기반이 될 신문산업을 지원한다는 것은 위의 유럽 국가들의 사례에서처럼 결국 언론과 저널리즘의 기본에 충실하여 사회 내의 소통을 원활하게 만들면서 여론의 다양성을 강화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신문의 신뢰도가 추락한 상황에서 아무리 체계적인 정부의 지원과 훌륭한 콘텐츠가 있더라도 신문의 영향력과 신뢰도가 회복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라는 게 언론학자들의 분석이다.

그렇다면 이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스마트폰, 태블릿 PC 등 모바일 기기의 발달과 소셜 미디어 확산 등 미디어 환경의 급격한 변화 과정에서 모든 전문가들이 입을 모아 주장하는 단 한 가지는 바로 누가 콘텐츠를 선점하는가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종편 사업자가 4개나 선정됨으로써 이제 방송시장을 비롯한 국내 미디어 시장은 과거 어느 때보다 치열한 경쟁 환경으로 치닫게 되었다. 우리보다 미디어 산업이 발달한 서양 국가들의 선례를 보듯이 이러한 시장 경쟁의 가속화는 상업화와 선정주의를 생산할 수밖에 없다.

그럴수록 신문은 언론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면서 우리 사회의 중심을 잡아 주는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더 나아가 수많은 채널과 미디어 정보 홍수 속에서 수용자들이 신뢰할 수 있는 단 하나의 콘텐츠를 선택하라고 할 때 바로 그들의 편에서 믿을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는 신문으로 남아 있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저널리즘의 기본에 충실한 언론 매체, 신문이 가져야 할 모습이다. 
 

참고문헌

김종화, 김수정 (2010). “종편사 신문사 ‘무덤’ 될 것…우린 우리 길 간다” <미디어오늘> 2010년 7월 28일자.
한국언론재단(2009). <세계의 언론법제 신문 지원제도> 한국언론재단.

Posted by inha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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