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신문 윤리강령 제정의 의미

이재진 한양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2010년 12월 20일 프레스센터에서 인터넷신문 윤리강령 채택을 위한 공청회가 개최되었다. 이미 인터넷신문협회 등을 중심으로 소위 인터넷신문 윤리강령을 제정하자는 필요성에 대해 많은 논의가 있었으나 여러 현실적 어려움과 관심 부족으로 인해 진척이 이루어지지 못했다. 그러다가 최근 인터넷신문협회와 신문윤리강령을 제정한 신문윤리위원회가 공동으로 인터넷신문 윤리강령 제정위원회를 구성하고 몇 차례에 걸친 회의를 통해 인터넷신문 윤리강령 초안을 결정하면서 공청회 개최가 가능하게 되었다.

언론으로서 인터넷신문의 존립 근거

당일 공청회에서는 다양한 의견 교환이 있었다. 비록 인터넷신문 윤리강령 제정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했다는 견해도 있었으나 윤리강령 제정 그 자체에 대해서는 참석자들이 모두 공감하였다. 이러한 점은 인터넷신문의 경우에도 자체적인 윤리강령이 필요함을 말해 준다. 공청회 이후 공청회에 참석한 일부 전문가들이 소위원회를 구성하여 윤리강령 규정 전체에 대해 하나하나 다시 다듬고 정비하는 작업을 거쳐 2011년 1월 10일에 열린 마지막 제정위원회에서 윤리강령 초안이 확정되었다. 확정된 초안은 자구 수정 등을 거쳐 인터넷신문협회로 전
달되었다. 현재 인터넷신문과 언론인의 견해를 재차 수렴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는데 큰 문제가 없다면 조만간 공포될 것이다.

이처럼 복잡한 과정을 거쳐서 인터넷신문 윤리강령을 제정하고자 하는 이유는 무엇이며 그 제정의 의미는 무엇인가?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인터넷신문 윤리강령의 제정은 시대적 요청이면서 동시에 언론으로서의 인터넷신문의 존립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즉 언론윤리강령이 존재함으로써 언론으로서의 외적인 독립성과 내적인 주체성을 확인할 수 있다는 데 제정의 의미가 있다. 특히 기존의 신문윤리강령이 제정된 것이 1957년 4월 7일임을 감안할 때 약 55년 만에 인터넷 매체로서는 인터넷신문이 처음으로 강령을 제정함으로써 언론으로서의 독립과 존립을 선언하게 된다는 의의가 있다.

이번에 마련된 인터넷신문윤리강령(The Korean Code of Ethics for Internet News) 초안은 10개 조 47개 항으로 구성되었다. 기존의 신문윤리강령과 실천요강이 분리된 형태로 만들어진 반면, 인터넷신문 윤리강령은 윤리강령과 실천요강을 하나로 합쳐 놓은 형태를 띤다. 전문은 인터넷신문의 자유와 책임을 통해 시대적 사명을 다할 것을 선언하는 문구로 이루어져 있다.

조별 내용을 일별하자면 제1조에서 제4조까지는 표현의 자유와 책임, 보도의 공정성과 객관성, 이해의 상충, 그리고 어린이 보호의 규정을 담고 있다. 이러한 조항은 실제로 인터넷신문뿐만 아니라 기존 매체에도 공통적으로 해당되는 것으로 총칙에 준하는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제5조에서 제7조까지는 인터넷 매체로서의 특성을 담보하는 인터넷신문의 취재기준, 보도기준, 그리고 편집기준 관련 규정을 포함한다. 즉 실무적이면서 가장 핵심적인 내용이 관련 규정에 담겨 있다. 제8조는 이용자 권리 보호 규정을, 그리고 제9조는 인격권 피해 등의 발생에 따른 구제방안에 대해 규정하고 있으며, 제10조는 피해 발생을 예방할 수 있도록 윤리강령을 실천하고 이를 감시하고 담보할 수 있는 기구의 설립에 대한 규정이 담겨 있다.


취재, 보도, 편집 기준 등
실무적 내용 담겨

내용적인 측면에서는 기존의 신문윤리강령과 큰 차이는 없다. 그만큼 인터넷 기반의 인터넷신문이 체제의 모습을 갖춘 언론으로서 지켜야 할 윤리적 규범은 기존의 언론 매체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하겠다. 다만 인터넷신문의 매체적 특성과 철학이 윤리강령에 녹아 있어야 한다는 지적을 수용하여 삽입된 몇 개의 조항들이 특징적이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기사의 페이지 뷰를 늘리기 위해 작위적으로 기사의 일부 내용 또는 제목을 변경해 재전송하는 것을 금지하는 제7조 제3항(부당한 재전송 금지)이나, 댓글이 타인의 인격권을 침해한 경우 당사자의 권리를 보호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하도록 한 제8조 제4항(댓글의 인격권 침해 유의), 또는 반론보도문이나 정정보도문을 게재하는 경우 이에 대한 접근 및 접속이 용이하도록 편집해야 한다는 제9조 제3항(반론 또는 정정 보도문 게재)과 같은 경우가 인터넷신문의 특징을 잘 보여 주는 조항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조항들은 기존의 신문윤리강령 및 실천요강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러한 점은 윤리성이 기존의 언론 매체와 마찬가지로 인터넷신문에도 대단히 중요함을 암시한다.

언론 윤리는 실제로 언론이 하나의 체제로서 자리를 잡은 이후 가장 중요한 시대적 화두이며 지속적인 명제로 이해되어 왔다. 따라서 새로운 매체가 등장하고 매체환경이 변한다 해도 언론 윤리는 여전히 언론의 존립 근거로서 강조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헌법재판소가 ‘표현촉진적 미디어’이자 가장 ‘참여적인 시장’(헌재 2002.6.27. 선고 99헌마 480 결정)으로 인식한 인터넷에서는 어떠한 윤리강령이 적용되어야 하는가 하는 질문이 가능하다. 즉 인터넷의 매체적 특성을 감안할 때 기존 매체에 적용되어 온 윤리강령과 다른 형태의 것이어야 하는가, 아니면 본질적인 차이가 없는가 하는 질문이다.

인터넷신문이 기반으로 하는 인터넷은 거대하고 주요한 미디어로 성장하였고 이러한 매체에서의 표현의 자유란 단지 공익을 위한 질서 위주의 사고만으로 규제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강력하게 제기되었다. 그러나 한편으로 인터넷에서는 개인의 인격권이 아주 쉽게 그리고 광범위하게 침해될 수 있는 위험이 늘 뒤따른다. 특히 우리나라 고유의 제도라고까지 부를 수 있는 답글(리플라이) 문화는-비록 일부 학자들이 지적하듯이 자정작용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을 인정한다 하더라도-여전히 개인의 인격권을 침탈할 수 있는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인터넷의 특수성에 근거한
저널리즘 활동

현재 정확한 통계는 나와 있지 않으나 2010년 등록된 인터넷신문의 수는 족히 2,000개를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실로 상당한 수의 인터넷신문이 존재하고 있다고 할 수 있는데 현재 인터넷신문협회에는 35개사 정도만이 가입되어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www.kina.or.kr). 다시 말하자면 많은 수의 인터넷신문들은 등록만 되어 있고 그 실체를 잘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광고 등의 수입원을 위해 경쟁해 가는 과정에서 여러 윤리적 문제들이 발생할 소지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인터넷신문은 이 같은 인터넷의 특수성에 근거하여 저널리즘 활동을 한다. ‘신문 등의 자유와 기능보장에 관한 법’(이하 신문법) 제2조 제2호에 따르면 인터넷신문이란 ‘컴퓨터 등 정보처리 능력을 가진 장치와 통신망을 이용하여 정치・경제・사회・문화・시사 등에 관한 보도・논평・여론 및 정보 등을 전파하기 위하여 간행하는 전자 간행물로서 독자적 기사 생산과 지속적인 발행 등 대통령령이 정하는 기준을 충족하는 것’을 말한다. 대표적인 예로 ‘오마이뉴스’, ‘이데일리’, ‘머니투데이’ 등을 들 수 있다. 물론 처음부터 인터넷신문이 언론으로 취급받은 것은 아니었다. 최근에 발간 10주년을 맞은 ‘오마이뉴스’의 오연호 대표(기자)는 초기 기자실 출입도 제한당하는 등 기존 언론 매체로부터 언론으로 취급받지도 못했던 시절에 비해 현재 인터넷신문은 당연한 언론 매체로서 인식되고 있다는 점에서 많은 변화를 실감한다고 토로한 바 있다.

이처럼 인터넷의 특성에 근거한 인터넷신문은 보도에서 유의해야 할 윤리적인 문제가 있을 수 있다. 무엇보다 인터넷이 속보성에 강한 반면 취재 시 확인 절차를 거치는 것이 쉽지 않다는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인터넷신문은 기존 신문과 달리 마감시간이 없어 좀 더 호흡이 긴 해설기사의 제공에 유리할 것으로 판단된다. 이러한 이유로 객관적이고 공정한 보도에 더욱 유의해야 한다.

아울러 인터넷신문은 이용자에게 참여 공간이 열려 있기 때문에 이들과의 상호작용이 대단히 중요하다. 기존 매체가 일방적으로 의제를 설정하던 것과 달리 인터넷신문은 이용자들과 함께 의제를 만들고 대안적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경우 전문적으로 훈련받지 않은 이용자의 참여가 질 낮은 정보를 낳게 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또한 이용자들이 만든 댓글을 취재 및 보도에 이용하는 경우 이를 정당하게 해야 하며, 이들의 댓글이 타인의 인격권을 침해하는 일이 발생하는 경우 신중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윤리적 책임이 뒤따른다.

한편 기존 언론이 틀에 박힌 형태의 저널리즘을 지속한 반면 인터넷신문은 더욱 다양한 주제를 대안적 시각에서 전달함으로써 저널리즘의 위상을 한층 강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처럼 심층성이 강화될수록 더욱 진실하고 공익성이 강한 보도를 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발생한다. 최근에는 모바일의 확산으로 인터넷신문의 사회적 영향력이 더욱 커지고 있는데 사회적 영향력이 커질수록 윤리성을 강화할 수 있는 교육과 장치가 필요하다.

그런데 인터넷에 기반을 둔 매체로서의 윤리성뿐만 아니라 사회적 제도로서 자리를 잡은 언론 매체로서의 윤리성 또한 요구된다. 다시 말하면 대다수 이용자들이 인터넷신문을 언론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특히 경제 분야의 경우 인터넷신문의 영향력이 상당하다는 점에서 인터넷신문은 더 이상 ‘언론현상’이 아니라 체제로서의 ‘언론’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이러한 측면은 세계적으로도 거의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우리나라만의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비록 최근 인터넷 포털 사이트가 뉴스의 유통을 장악하고 있는 측면이 강하지만 인터넷신문은 중요한 정보 생산자 역할을 하고 있다.


인터넷신문의 신뢰도 높일 기회

이처럼 인터넷신문이 다양한 장점을 지니고 있는 반면 사회적 비판의 목소리가 사방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특히 인터넷신문이 완전한 저널리즘을 수행하는 매체라고 볼 수 있는 근거는 무엇인가에 대한 심각한 질문이 제기된다. 아울러 인터넷신문이 신뢰도가 낮다는 측면에서 기존 매체가 가졌던 신뢰도를 얻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질문이 가능할 것이다. 윤리강령은 물론이고 기자협회와 같은 윤리기구조차 갖춰지지 않은 현재로서는 이러한 질문에 대해 인터넷신문이 명확히 답을 제시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물론 윤리기구나 강령이 없다고 해서 언론의 역할이나 기능이 부정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진정한 언론으로서의 정체성을 확보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는 점이 언론으로서 자신을 정당화할 수 있는 기본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전술한 바와 같이 최근 인터넷신문의 수가 엄청나게 늘어나고 있으며, 이에 따른 문제가 드러나면서 이를 시정하고자 하는 정부 측의 움직임이 규제 형태로 나타날 가능성이 있는데, 과거 소위 ‘언론윤리법 파동’에서도 알 수 있듯이 윤리강령은 언론 스스로를 방어할 수 있는 보호장치 역할을 할 수도 있다.1)

인터넷신문도 윤리강령을 제정하여 언론으로서 외부로부터의 독립을 천명해야 한다. 특히 국가로부터 표현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서는 인터넷신문 스스로가 언론으로서 책임을 지고 활동하고 있다는 증거를 제시해야 한다. 비록 언론윤리의 개념이 상대적이고 시대와 정의 주체의 성격에 따라서 다를 수 있으나 인터넷신문도 기존의 언론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측면에서 기본적인 윤리강령의 제정은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움직임이 비단 인터넷신문에만 머무르지 않고 언론사닷컴(온라인신문)이나 포털 등 다른 인터넷 매체에까지 확산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번 인터넷신문 윤리강령은 그 자체로서 상당한 의미를 지닐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이러한 자율적인 강령이 잘 지켜지지 않고 사문화되는 경우에는 다양한 형태의 외적인 압력이 주어진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윤리는 법이라는 바다 위의 섬’이라는 지적은 윤리는 법적인 규제의 안전지대이지만 자칫 윤리적으로 잘못되면 법의 바다로 빠져 버릴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인터넷신문과 언론인의 윤리강령에 대해 많은 관심과 애정 그리고 준수 의지가 더욱 필요하다.


<주>
1) 1964년 8월 2일 언론을 통제할 목적으로 공화당이 발의한 ‘언론윤리위원회법’이 국회를 통과하였으나, 언론계의 강력한 반발이 거세지자 언론의 자율규제 강화 등을 조건으로 박 대통령이 동 법률의 시행을 보류하도록 한 사건이다.
Posted by inha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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