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달라지는 미디어 정책

김중배 연합뉴스 미디어과학부 기자


2011년 종합편성 채널의 등장과 더불어 국내 미디어 시장은 격변의 소용돌이를 맞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종편 4개 사업자와 보도채널 1개 사업자를 선정하는 절차를 지난해 말 완료하면서 ‘공기’ 보호의 논리하에 방송시장에 적용돼온 다양한 규제들도 변화의 전기를 맞게 되리란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콘텐츠 제작 경쟁을 유도해 국내 방송산업의 경쟁력을 제고하고 나아가 글로벌 미디어로 발돋움할 수 있는 발판을 제공하겠다는 것이 방통위가 내세운 종편 도입 정책의 주요한 목표다.

그러나 민주당 등 사회 일각에서는 종편 사업자들이 기존의 보수적 성향을 지닌 일간지들 일색이어서 다양한 사회적 견해를 담을 수 있는 언론 고유의 역할이 훼손되리란 우려를 강하게 제기하는 등 반대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은 게 현실이다.

종편 사업자가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동아일보, 매일경제신문 등 4개로 확정되자 국내 방송광고 시장의 규모와 정체된 구조를 감안할 때 사업성 확보와 생존이 쉽지 않으리란 우려도 적지 않다. 

이로 인해 언론과 방송산업의 주무 당국인 방송통신위원회와 문화체육관광부는 올해 들어 다양한 미디어 정책의 변화를 시도하면서 산업 성장을 견인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동시에 정부는 미디어 다양성에 대한 사회적 요구에 대해서도 보완책을 마련하고 구체화해 나갈 방침이다.

방송시장 재획정, 방송법 개정 움직임

실제로 이러한 정책적 변화를 어떻게 구체화해 나갈지에 따라 향후 미디어 판도가 규정돼 나가리란 점에서 미디어 업계 내외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방통위는 올해 1월 말까지 지상파 방송과 유료방송 시장 상황을 구체적으로 재평가해 새로운 시장 획정의 근거로 삼고, 이를 토대로 각종 규제 제도의 재편을 검토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국내 방송시장은 지상파 방송의 콘텐츠 영향력이 여전히 절대적인 상황에서 플랫폼 기반 면에서 유료방송 업계의 영향력이 무시할 수 없는 수준으로 커지는 국면을 맞고 있다. IPTV와 위성방송 등의 성장과 모바일 인터넷에 기반을 둔 새로운 방송 서비스 출현 가능성으로 인해 기존 방송시장 구분의 틀은 낡은 것이 돼 버렸다. 이에 바탕을 둔 방송시장 규제 제도들도 실효성을 잃었다는 비판적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시대에 뒤떨어진 것으로 여겨지고 있는 대표적인 정부 규제로는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 및 채널사용사업자의 독점 규제, 외주제작 비율 규제, 지상파 방송의 방송시간 제한, 각종 방송광고 규제 등이 꼽힌다.

이와 더불어 규제와 제도의 미비도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지난해 말 지상파 방송사들과 케이블 TV 업계가 첨예하게 부딪쳤던 지상파 방송의 케이블 TV를 통한 재송신 갈등은 방통위의 중재와 제도개선반 운영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상파 방송은 유료방송이 재송신을 통해 가입자 기반 증대 등 이익을 취하면서도 이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이에 반해 케이블 업계는 무료 보편적 서비스 제공을 주요 의무로 삼아야 할 지상파 방송이 재송신에 대해 대가 지불을 요구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맞서고 있다.
이상의 문제들은 결국 방송법 재개정을 통해 풀어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어서 이에 대한 공론화가 불가피한 시점이다. 방통위는 올해 업무보고를 통해 “스마트 미디어 시대에 적극 부응하기 위해 방송법, IPTV법 등을 포괄하는 통합방송법 제정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모바일 기기 등을 통한 방송 서비스 확대는 기존 방송법의 틀로 규정하기 어려운 새로운 현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통합방송법 추진의 배경에는 스마트폰과 태블릿 PC 등 다양한 모바일 기기의 도입이 본격화됨에 따라 더 이상 방송과 통신의 경계를 가르기 어려운 융합현상의 가속화가 자리하고 있다.

예를 들어 케이블 업계와 위성방송, IPTV 사업을 영위하는 통신업체들은 모바일 기기를 통해 방송 콘텐츠를 제공하는 서비스 개발과 출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같은 전통적 플랫폼의 붕괴 및 융합의 가속화 심화는 기존 방송법의 틀을 근본적으로 재구성해야 할 필요성을 높이는 요인들이다.

이와 더불어 KBS의 수신료 인상 문제도 주요한 과제 가운데 하나로 남겨져 있다. 지난해 말 KBS 이사회로부터 월 1,000원 인상안을 넘겨받은 방통위는 이를 검토해 국회가 의결할 수 있도록 의견서를 첨부해 넘겨야 한다. 

방통위는 국회 의결을 거쳐 KBS 수신료 인상이 이뤄질 경우 KBS의 공영성 강화와 디지털 전환에 대한 대처 등의 노력을 더욱 견인할 수 있는 보완책 시행을 요구할 방침이다. 

문화체육관광부 2011년 업무보고.

콘텐츠 제작 진흥

종편의 도입은 국내 콘텐츠 산업에 활력을 불어넣을 기회로 받아들여지지만 동시에 외주제작사와 일부 연기자들에게만 반짝 특수를 제공할 뿐 결국 지나친 경쟁 심화 속에서 오히려 콘텐츠 질의 저하를 불러올 것이란 우려도 없지 않다. 따라서 자극적인 콘텐츠 경쟁보다는 건전하고 품격 있는 콘텐츠 경쟁을 유도하고, 선순환적인 콘텐츠 제작 환경이 조성되도록 촉진하는 정부의 역할이 요구된다.   

방통위는 종편이 초기에 지상파와의 경쟁에서 적절히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채널 부여 정책 등 다양한 지원책 마련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아울러 문화부와 방통위는 종편은 물론 지상파와 독립제작사, 일반 PP 등의 콘텐츠 제작 역량 강화를 적극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연초에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콘텐츠산업진흥위원회를 설립, 2월까지 부처 간 협력을 통한 콘텐츠산업진흥기본계획 수립에 나선다. 

또한, 정부는 영세한 전자책 출판 환경의 개선과 태블릿 PC 활성화를 촉진하며, 3D영상과 게임 등 기타 다양한 스마트 콘텐츠 육성 계획을 마련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문화부는 한류 대표 상품인 방송 콘텐츠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대전에 HD드라마타운을 조성한다. 또 방통위와 공동으로 고양에 디지털방송콘텐츠지원센터를 건립하는 한편 콘텐츠 제작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간접광고 개선 등 광고시장 활성화도 추진한다. 이와 함께 24시간 저작권 보호 시스템을 갖춰 저작권 침해율을 현행 21% 수준에서 15%대로 낮추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방통위 또한 이에 뒤질세라 3,700억 원 규모의 코리아 IT펀드(KIF)를 통해 다양한 모바일 콘텐츠 개발 등을 지원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방통위는 이와 함께 명품 다큐멘터리 제작 등에 180억 원을 지원하고 인력전문 맞춤교육에 33억 원을 투입하는 등 단막극 제작 활성화도 지원한다.

방통위는 오는 8월 열리는 대구세계육상선수권 대회 등을 고화질 3DTV로 실험 생중계할 계획이다. 아울러 안경 없이 3D를 구현하는 TV 기술 개발과 국제표준화를 이룰 수 있도록 산업 육성책을 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방송산업 활성화를 위한 광고제도 등의 개편도 적극 모색한다. 방통위는 업무보고를 통해 올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0.73% 수준으로 추정되는 광고 시장 규모를 2015년까지 GDP 대비 1%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방통위는 이를 위해 간접광고와 협찬고지 개선, 나아가 먹는 샘물과 제약 부문 등 광고금지 품목에 대한 규제 개선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광고총량제 규제 완화, 중간광고•간접광고의 제도 개선 등은 물론 다양한 광고 시스템 창출과 표준화, 과학적인 광고효과 측정 기법 개발, 맞춤형 광고 육성 등도 주요 과제로 제시됐다.
그러나 전문의약품 광고 허용 등의 정책은 의료 업계와 관련 시민단체 등 이해 당사자들의 반발을 사고 있어 사회적으로 공론화 관문을 거쳐야 한다.


광고 진흥

방통위는 뉴미디어 시대에 부응하는 광고 행태의 변화를 면밀히 분석할 경우 기존 전통적 방식의 광고 이외에도 ‘인포머셜’(광고와 정보 제공을 결합한 형태) 방식으로 새롭게 진화할 수 있는 만큼 광고시장 확대에 대한 기대와 전망을 지나치게 보수적으로만 볼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이를테면 광고시장이 정체된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로 기업들의 광고성 지출은 늘어나고 있으며, 홈쇼핑 등이 이러한 광고 지출의 일부를 흡수하고 있는 상황이란 것이다. 

실제로 태블릿 PC에 기반을 둔 모바일 방식의 방송 서비스가 보다 본격적으로 도입될 경우 양방향성을 바탕으로 한 다양한 방식의 광고 형태 창출은 물론 이로 인한 광고 효과를 크게 증대함으로써 광고 지출을 늘리는 것도 가능하리란 전망이다.  

한편 방송광고 판매시장의 경쟁체제 도입을 위한 이른바 ‘미디어렙 입법’ 또한 올해에는 반드시 처리돼야 할 입법 과제로 인식되고 있다.

독자적인 광고판매 위탁 대행사인 ‘미디어렙’ 소유 여부를 놓고 지상파 방송사 사이에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되고 있어 국회에서 법안의 처리가 벌써 2년째 표류하고 있다. 이뿐 아니라 종편의 광고 독자 판매 혹은 미디어렙 위탁 문제까지 논의 대상으로 부각돼 처리가 더욱 쉽지 않은 상황이다.

미디어렙 입법을 통해 광고판매 대행사를 몇 개나 허용할지의 문제는 추후 지상파 방송의 공영과 민영방송 구도를 크게 재편할 수 있는 단초가 될 수 있어 주목해야 할 변화다. 또한 종편들의 경우 일반 PP와 같이 광고를 직접 판매하도록 허용할 것이냐, 아니면 위탁 판매토록 강제할 것이냐 등을 놓고도 지상파와 유료방송 사업자 간 첨예한 이해관계가 갈리는 부분이어서 추후 논의에 관심이 쏠린다.

종편 및 스마트 미디어 등장으로 인해 올해 방송시장은 복마전처럼 얽힌 제도개선 논의와 대립, 갈등을 거쳐야 하는 국면을 맞고 있다.

한류를 더욱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 산업적 기반 강화와 미디어 다양성 실현 등 중첩된 과제를 대승적으로 풀어 나가기 위해 정부와 방송업계가 지혜와 뜻을 모아 슬기롭게 대처해야 한다는 것이 업계 내외의 중론이다.
 

Posted by inha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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