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의 주변인물 보도 시 주의할 점

양재규
언론중재위원회 정책연구팀장, 변호사
 

‘처갓집 청문회’. 최근 국회에서 있었던 지식경제부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후보자 본인보다는 장인, 장모, 부인의 땅 투기 의혹에 집중된 것을 다룬 한 중앙일간지의 기사 제목이다. 이번 지식경제부장관 후보자의 경우가 아니더라도 최근 들어 공직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는 후보자 가족의 탈세의혹, 투기의혹 등이 자주 이슈화되곤 한다. 한 장관후보자의 경우에는 부인의 최근 5년간 국민연금 미납사실이 공개되기도 했다. 제기된 의혹의 진위 여부를 떠나 공직후보자의 자질과 도덕성을 검증하는 인사청문회 자리에서 후보자 주변 인물에 대한 논란이 무차별적으로 제기되고 공개되는 것은 과연 바람직한 현상일까?

 공직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미국에서 발전된 제도라고 한다(김대환, ‘인사청문회와 공직후보자 및 그 가족의 인격권’, 언론중재 2010년 겨울호, 통권 117호, 134쪽). 그러나 미국을 제외하고 이 제도를 실시하고 있는 나라는 필리핀, 그리고 대한민국 정도일 뿐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2000년 여야합의에 의한 정치개혁입법의 일환으로 국회법에 인사청문특별위원회(제46조의3)와 인사청문회(제65조의2) 규정을 신설했다. 이때 비로소 인사청문회 제도가 도입된 것이다.

 현재 국회법에 따르면, 공직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은 인사청문특별위원회 또는 상임위원회에 의해 실시된다. 

 문제는 특별위원회에 의한 인사청문이든, 상임위원회에 의한 인사청문이든 인사청문회에서 열람할 수 있는 개인정보의 범위가 후보자 본인의 것에 국한된다는 점에 있다. 즉, 인사청문회법 제5조에 따르면 공직후보자 개인의 직업•학력•경력에 관한 사항, 병역신고사항, 공직자윤리법에 의한 재산신고사항, 최근 5년간의 소득세•재산세•종합토지세의 납부 및 체납 실적에 관한 사항, 그리고 범죄경력에 관한 사항 5가지로 한정되어 있다.

물론, 해당 위원회에서는 국가기관•지방자치단체 기타 기관에 대하여 추가적인 자료의 제출을 요구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요구할 수 있는 자료의 범위는 ‘공직후보자의 인사청문과 직접 관련된 자료’로 제한되어 있다(인사청문회법 제12조 제1항).
 

공인 주변인물은 사인(私人)

이와 같은 사정을 종합해보면, 공직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 후보자의 가족이나 친척 등 주변인물에 관한 사항, 특히 사생활과 관련된 사항에 대한 자료제공을 요청할 수 있거나 공개할 수 있는 명시적인 법적 근거는 없는 것이다.

그러면 언론은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제기된 공직후보자 주변 인물의 비리나 의혹이라 할지라도 해당 인물의 명예나 사생활 보호를 위해 보도해서는 안 될까? 사실 일반 국민에 비해 높은 청렴성과 도덕성이 요구되는 고위 공직자 내지는 후보자에 대해 해당 인물이 공직을 수행하기에 필요한 자질을 충분히 갖추고 있는지 국민은 알권리가 있다. 이와 동시에, 사인(私人)에 불과한 공직후보자의 가족이나 친척에게 사생활을 보호받을 권리가 있음도 부정하기 어렵다. 두 가지 권리가 충돌하는 상황이다 보니 이 문제에 대해 누구도 단정적으로 결론을 내릴 수는 없을 것이다. 이에 관해 우리는 후보자 주변 인물의 사생활 공개는 공적 사안과 직접적으로 관계되어 있는 사항(공직후보자 인사청문회라면 후보자 임명동의와 직접 관계되는 사항)에 한하여 가능하다는 다소 추상적이며 일반적인 말밖에 할 수 없겠다. 보다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답을 찾기는 어렵지만, 참고가 될 만한 사례가 있어 소개한다.


사례 1)
점잖고 중후한 이미지의 중년 탤런트 A씨. 그러나 이미지와는 달리 A씨는 서른 살 연하의 B 여인과 불륜의 관계를 맺었을 뿐만 아니라 내연녀와 사이에 나이 어린 자식까지 두고 있었다. 이러한 사실을 제보를 통해 알게 되었고, 제보 내용은 여러 정황에 비추어 확실했다. 이제 제보된 사실을 토대로 기사를 쓰고자 하는데 여기서 주의할 점이 있다면 무엇일지 생각해보라.


 제시된 사례는 다소 각색되었지만 실제 사건으로서 유명인의 주변 인물에 대한 보도가 어떻게 문제될 수 있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 사건의 주인공 A씨는 TV 드라마에도 자주 등장하던 중견 탤런트였다. 때문에 해당 언론사에서는 A씨를 공인으로 판단, 기사화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B 여인이었다. B 여인은 한때 A씨와 내연의 관계에 있었을 뿐 사인이라 할 수 있다. 보도된 시점에는 A씨와 결별한 상태였기 때문에 더더욱 그러하다. 그러나 공인이었던 A씨가 기사화됨에 따라 B 여인도 기사에 언급되고 말았다. 과연 공인의 내연녀였다는 이유로 인해 B 여인에 대한 보도는 정당화될 수 있었을까?

“이 사건 기사 내용은 원고와 ○○ 사이의 내연관계 등 지극히 개인적인 사생활에 관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 당사자인 원고의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이를 게재함으로써 원고의 프라이버시권 및 자기정보통제권을 침해하였(다). … 피고는, 이 사건 기사의 내용이 … 공인인 ○○의 부도덕성을 알리기 위한 공익적 목적으로 게재된 것인 점…을 들어 이 사건 기사의 게재행위에 위법성이 없다고 주장하나, … 비록 ○○이 탤런트로서 공인이기는 하지만 그의 내연관계와 같은 사생활이 알려짐으로써 얻어지는 공익은 그리 크지 않은 반면, 그 반대 당사자인 원고의 경우 자신이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기사가 게재됨으로 말미암아 그의 인격권이 침해될 수 있는 가능성도 없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점…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가 주장하는 위 사정만으로 위 기사의 게재행위에 위법성이 없다고 볼 수 없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07. 8. 22. 선고 2006가합51497 판결)

물론, 해외에는 이와는 다소 반대되는 사례도 있다. 영국의 유명 축구선수인 존 테리(John Terry)의 모친과 장모가 쇼핑센터에서 물건을 훔친 혐의를 보도한 언론사에 대해 영국의 신문평의회(PCC)는 ‘그(John Terry)가 현재 영국에서 가장 높은 주급을 받고 있는 축구 선수라는 점’ 그리고 ‘그의 가족들 역시 그로부터 경제적인 지원을 받아 넉넉한 생활을 영위해 왔다는 점’에 비추어 공공의 알권리가 우선시 되어야 한다는 결정을 내린 바 있다. 그러나 이 결정은 법적인 공방 끝에 내려진 재판결과가 아님을 고려해야 한다.
 흔히 대중의 관심을 먹고 자라는 연예인 또는 유명 스포츠스타를 공적 인물로 보려는 경향이 있다. 실제 연예계라는 무대에 올라선 대중스타는 많은 사람의 관심의 대상이 되고 눈부신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그러나 이 스포트라이트는 연예인 본인에 국한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연예인 주변의 인물들, 가령 가족이라든가 결혼할 상대방, 내연녀와 그 사이에서 태어난 자식을 본인들의 의사를 무시하고 조명하는 것은 곤란하다. 왜냐하면, 그들은 연예인의 주변인물이기 전에 자신에 대한 정보를 스스로 통제하고 결정할 수 있는 인격적인 주체들이기 때문이다. 이들 스스로 자신에 대한 정보나 프라이버시를 공개하기로 결정하기 전에는 무대에 오른 것이 아닌 만큼 언론은 연예인에 대한 보도 시 주변인물들이 노출되지 않도록 상당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사례 2)
결혼설이 돌고 있는 유명 가수 A의 애인 B씨의 신상정보가 한 일간지에 의해 공개되었다. 해당 일간지는 'OOO 신부 공개'라는 제목 하에 B의 사진을 싣고 실명 또한 공개했다. A씨 관련 보도는 논외로 하고 B씨의 사진과 실명을 공개한 보도는 정당화될 수 있을까?



연예인의 애인 실명 공개는 위법

 
이미 본 코너 ‘법을 알고 기사 쓰기’에서 여러 차례 다룬 적이 있는 가수 신해철 씨 사건이다. 하지만 이번 사례의 쟁점은 신해철 씨에 대한 보도에 있지 않고 그의 결혼 상대였던 B씨 관련 부분에 있다. 과연 언론이 신해철 씨의 결혼 상대였던 B씨의 사진과 실명, 과거의 이력 등을 공개한 것을 정당하다고 볼 수 있을까?

 이 문제를 놓고 한 미국 변호사와 의견을 나눈 적이 있었다. 그 변호사는 나와 의견을 달리했는데 충분히 보도할 수 있는 내용이라고 보았다. 자신이 사귀는 남자가 대중 스타라는 것을 몰랐으면 모르지만 알고서도 교제했다면 자신에게도 대중의 관심이 쏠릴 것이라는 사실은 충분히 예상 가능하고, 따라서 보도할 수 있는 것이라는 논거를 펼쳤다. 상당히 논리적이고 설득력 있는 주장이라 생각한다. 아마 기자 중에서도 이와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이 많을 듯싶다.

그러나 이러한 논리가 당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상당히 강압적일 수도 있다. 대중 스타의 연인인 ‘나’는 대중에 노출되고 싶지 않다. 뿐만 아니라 ‘내’가 사랑하는 이 사람(스타)과도 헤어질 마음이 전혀 없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대중 스타라는 사정 때문에 신상의 공개를 감수하고 연인을 선택하든지, 그게 싫으면 연인을 포기하라는 양자택일을 누가, 무슨 근거로 강요할 수 있을까? 물론, 사람에 따라서는 자신의 연인이 대중 스타이기 때문에 대중적 관심이 쏠릴 것을 감수하려는 의사를 가진 이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각 사람의 주관적인 문제일 뿐이다. 쉽게 일반화시켜서는 안 된다고 본다. 이에 대한 법원의 입장은 다음과 같다.

“원고 윤○○가 1996년 미스코리아 대회에 뉴욕 진으로 참가한 적이 있기는 하나, 이것만으로 원고 윤○○를 공적 인물이라고 보기는 어려우므로(원고 신해철과 결혼할 사이라고 해서 공적 인물이 된다고 볼 수도 없다), 피고들로서는 원고 신해철의 결혼에 관한 기사를 보도한다고 하더라도 원고 윤○○의 실명을 게재해서는 아니 되고, 달리 원고 신해철이 결혼할 상대가 바로 원고 윤○○라는 것까지 공중의 정당한 관심사가 된다고 볼 근거가 없다.”(서울지방법원 2001. 12. 19. 선고 2001가합8399 판결)

이 판결을 통해서, 우리는 공인의 배우자 혹은 연인이라고 해서 덩달아 공인이 되는 것은 아님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처음 문제제기했던 공직후보자의 주변인물 역시 공인과 동일하게 공중의 정당한 관심사가 된다고 볼 수는 없다. 특히, 언론에서 인사청문회 사항을 여과 없이 보도하는 것이 문제는 없는지 고민해봐야 한다.
국회의원에게는 면책특권이 있지만 기자에게는 면책특권이란 것이 없지 않은가? 또, 정략적인 관점에서 제기되기도 하는 인사청문회의 모든 사항이 국민의 정당한 관심 사안이라 볼 근거도 없다. 이번 기회에 아직 심각하게 논의되지 못한 이 문제를 우리 언론 스스로 공론화시켜보는 것은 어떨까? 
 

Posted by inha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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