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뮌헨대 스포츠 커뮤니케이션 연구팀이 실시한 방송 스포츠 기자들의 기자 의식 조사연구에 따르면 독일 스포츠 기자들의 가장 중요한 직업 선택 동기는 스포츠 관련 정보를 수용자에게 제공하는 것이다. 하지만 실업을 모면하고 자신의 경제적 가치를 높이려는 동기도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명준 베를린자유대 정치사회언론연구소 연구원(언론학 박사)


스포츠 저널리즘은 이른바 스포츠 정신에 속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별할 때 황색 저널리즘과 뚜렷하게 구별될 수 있는 저널리즘의 한 형태이다. 스포츠 저널리즘의 관점에서 보면 경기 전후 난동을 부리는 훌리건은 더 이상 스포츠팬이 아니다. 월드컵과 올림픽을 둘러싼 정치•경제적 개입도 스포츠 정신과 무관한 것이다. 이와 달리 현대 시장경제사회에서 스포츠 자체에 내재해 있는 정치경제적 요소들은 스포츠 저널리즘의 또 다른 메커니즘을 형성해 왔다. 오늘날 스포츠는 자본주의 사회 구성의 일부이자 정치이고 경제다. 이러한 스포츠 저널리즘의 두 가지 상반된 속성은 독일 기자들의 기자 의식에도 반영돼 있다.

독일 뮌헨대 스포츠 커뮤니케이션 연구팀이 실시한 방송사 스포츠 기자들의 기자 의식 조사연구에 따르면 독일 스포츠 기자들의 가장 중요한 직업 선택 동기는 스포츠 관련 정보를 수용자에게 제공하는 것이다. 하지만 실업을 모면하고 자신의 경제적 가치를 높이려는 동기도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뮌헨대 연구팀이 바이에른 공영방송과 민영 스포츠 전문채널 SPORT 1과 유료채널 SKY 등 3개 공•민영 방송사의 스포츠국 기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방송 3사 스포츠국 기자 158명 가운데 101명이 설문에 응답해 63.9%의 회수율을 보였다. 이 가운데 정규직은 54.5%, 프리랜서 기자가 45.6%였고 응답자의 85.1%는 남성, 14.9%는 여성이었다. 조사 기간은 2009년 2~3월이었다.

스포츠 저널리즘을 선택한 동기가 수용자에 대한 중립적인 스포츠 정보 전달이라고 응답한 기자는 92.1%로 나타났고 신속한 정보전달(85.2%), 오락•휴식 제공(79.2%) 순인 것으로 조사됐다. 스포츠 분야 문제점을 지적하고 비판하기 위해서라는 응답은 54.4%였으며 스포츠를 규제하고 감시하기 위해서라고 응답한 경우는 27.7%로 나타났다.

이러한 규범적 기자 의식의 측면과 달리 현실 경제적인 이해관계도 기자 의식을 지배하고 있었다. 예컨대 기자로서 자신의 존재 의미가 방송사의 경제적 이익을 위해 일하는 데 있다는 답변은 61.4%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38.6%는 자신을 일종의 정보사업자로 인식하고 있었고, 수요가 있는 상품의 판매마케터(21.8%) 또는 특정 시청 집단을 대상으로 하는 광고영업자(18.8%)로 인식하는 경우도 있었다<표>. 실업 상태 자체에서 벗어나기 위해 스포츠 저널리즘 분야를 선택했다는 응답은 79.2%로 높은 편이다.

미세한 개인의 직업의식을 드러내는 이 설문 조항의 결과는 최근 경제위기가 심화되는 시기임을 감안하면 사실 크게 놀랄 만한 응답은 아닌 것으로 볼 수 있다. 적절한 임금•보수가 보장되기 때문이라는 응답도 적지 않았다(67.3%). 동료 기자들로부터 인정받거나(49.5%), 시청자로부터 능력을 인정받거나(48.5%), 또는 기자로서의 지위 상승을 위해서(41.6%) 스포츠 분야를 택한 경우도 있다. 이는 경제위기 시대에 자신의 시장가치를 높이기 위한 시도인 것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개인적 삶의 경제적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의지는 뚜렷했다.

스포츠 저널리즘의 비용적 측면이 뉴스 요소 선택의 기능을 압도하고 있다는 데 거의 모두가 인정하고 있어 스포츠 저널리즘의 상업화 추세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95%는 저널리즘 요소가 스포츠 중계 라이선스 등 비용 요소에 ‘항상’ 또는 ‘자주’ 지배당하고 있다고 밝혔다. 91%는 제작비용이 뉴스 요소를 결정하는 추세라고 보았다. 이러한 비용 측면은 결국 스포츠 기자들이 수용자의 관심을 먼저 고려하도록 하는 요소가 된다고 응답자의 83%가 답했다. 타 방송사와의 경쟁(56%)도 스포츠 저널리즘 뉴스 가치 선택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절반이 넘는 응답자들은 기자 개인의 견해나 선호도가 뉴스 가치 선별에서 행사하는 영향력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스포츠 저널리즘에서 경제적 요소들의 영향력 증대는 공영방송보다 민영방송에서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제작비용 측면에서 공•민영 방송사 기자들의 인식은 큰 격차를 보였다. SPORT 1 응답자 전원이 제작비용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응답했고 SKY의 경우 90%에 달하는 응답자들이 같은 견해를 밝혔다. 공영방송 BR의 경우 응답자의 5분의 4만이 이 같은 제작비용 결정론에 동의했다. 막강한 수신료 체계를 갖추고 있어 저널리즘에 집중할 수 있는 독일 공영방송사들의 강점이다. 오히려 응답자의 4분의 3이 기자 개인의 선호도가 취재보도의 주제를 결정하는 주요 요소라고 답해 BR 기자들의 저널리즘 활동공간이 최대한 보장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많은 돈을 지불하고 스포츠 중계 라이선스를 확보한 민영 채널로서는 이에 상응하는 수익을 내야 하기 때문에 기자 개인의 선호도가 갖는 의미는 매우 적은 편이다. SKY의 경우 고전적인 뉴스 요소들을 거의 감안하지 않고 있다. 이 유료 채널이 축구와 자동차 경주에 치중하는 편성이어서 여타 뉴스 테마를 거의 다루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비용 압박을 받는 스포츠 저널리즘의 상업화 추세는 속보성의 압박으로 이어져 프로그램의 품질 검증 기회마저 박탈하는 요소가 되고 있다. 예전과 달리 보도 프로그램의 내용 검증은 더 이상 당연시 여겨지지 않고 있다. 응답자의 68%가 취재보도 내용에 대한 검증이 이루어진다고 밝혔다. 예외적인 경우에만 검증이 이루어지거나(16%), 아예 내용 검증 자체를 경험한 적이 없다(12%)는 의견도 나왔다<그림>.



이에 대해 공•민영 방송사별 인식 차이가 있었는데, 공영방송의 경우 취재내용 검증은 일상적이고 표준화된 방송 프로그램 품질관리의 절차로 나타났다. BR 기자 10명 가운데 9명은 자신의 취재 프로그램이 ‘항상’ 또는 ‘거의 대부분’ 방송 이전에 사전 검증을 받는다고 밝혔다. SPORT 1의 경우 이보다 낮은 60.6%의 응답자들이, SKY의 경우 응답자의 57.1%가 이같이 밝혔다. 이 과정에서 자신의 취재 내용에 대한 피드백을 ‘항상’ 또는 ‘거의 대부분’ 받는다고 응답한 경우는 45%에 머물렀다. 응답자의 4분의 1은 이 같은 피드백을 ‘거의 대부분’ 스포츠국 내부에서 받고 있으며, 30%가량은 ‘가끔’ 동료들로부터 피드백을 받는다. 피드백을 전혀 받지 않는 경우는 매우 드문 것으로 나타났다.

스포츠 저널리즘 미래 회의적 전망 우세

스포츠 저널리즘의 미래에 대해서는 다소 회의적인 전망이 우세했다. 응답자의 99%가 ‘확실히’ 또는 ‘다분히’ 비용 압박이 증대될 것이라고 보았다. 92%의 응답자들은 기자 개인에 대한 회사 측 요구가 늘어날 것이라는 견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75%는 임금•보수 감소가 예상된다고 응답했으며 근로조건이 악화될 것이라는 견해도 71%나 됐다. 현대사회에서 증대되고 있는 스포츠의 사회경제적 중요성은 스포츠 기자의 자의식을 더욱 강화시키고 있다. 하지만 결국 스포츠 저널리즘의 상업화 추세는 시장지향적인 기자 의식을 갖도록 압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뮌헨대학 연구팀의 조사연구는 스포츠 기자들이 사회 공동체의 이익에 복무하는 규범적 직업의식뿐만 아니라 경제적 실존을 고민하는 자아 실현적 인간이기도 하다는 것을 보여 준다. 중계 라이선스•제작비용 등 비용 압박과 저널리즘 원칙의 균열 양상은 기자 의식에도 반영돼 있다. 
 

Posted by inha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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