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역할 변화

정미경 머니투데이 부국장


온라인 기자와 오프라인 기자는 DNA가 다르다고 한다. 플랫폼에 따라 기사에 접근하고 대응하는 방식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이 말은 용도 폐기돼야 한다. 통합 뉴스룸 시대에는 속보에 대응하는 능력과 그걸 종합해 완결된 형태로 만들어 내는 능력을 겸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통합 뉴스룸 김상한 기자의 하루

경력 7년차 머니투데이 김상한 기자의 하루는 아침 6시 알람 소리와 함께 시작한다. 아침도 못 먹고 서울 사당동 집을 떠난 지 한 시간여, 7시 20분 여의도 한국거래소 11층 기자실에 도착했다. 노트북을 켜고 메일을 확인한다.

증권사 20여 곳에서 보낸 시황과 종목 보고서를 찬찬히 읽어 보면서 오늘장 시황과 종목에 대한 영향을 가늠해 본다. 전날 중국 지준율 인상 영향과 미국 시장을 분석한 보고서가 많다. 핵심 내용을 정리해 바로 기사 입력기에 올린다. 기사 내에 필요한 관련 표와 시각물도 함께 찾아 붙인다. 물론 기사의 제목도 직접 달아야 한다. 온라인이야말로 제목 한 줄이 기사의 가독성을 좌우하기 때문에 정말 중요하다.

광화문 편집국에 있는 부장이 기사를 읽고 데스킹을 본 후 곧바로 온라인과 포털 등으로 전송한다. 그 사이 중국 긴축이 국내 기업에 미칠 영향을분석한 보고서를 서너 개 더 정리해 올린다. 개장 전까지 한 시간 반 사이에벌써 기사가 4꼭지나 나갔다.9시, 증권시장에서 제일 중요한 시간대다. 예상했던 대로 지준율 인상으로 코스피가 약세로 출발한다. 개장 후 30분 이내에 특징주 관련 기사를 2〜3개 쓴다. 10시까지 약세를 보이던 증시가 삼성전자의 향후 실적 개선 전망 기사가 나온 이후 상승세로 돌아선다. 삼성전자 덕에 코스닥의 반도체 부품 주가 들썩거린다. 종목 기사를 2〜3개 또 처리한다.

점심시간이 지나고 오후 2시가 넘어가자 평탄하던 시장이 트리플 위칭데이(지수선물, 지수옵션, 개별옵션 세가지 주식상품 만기가 겹치는 날)여파로 크게 출렁거린다. 마감 동시호가 때 수천억 원의 차익매물이 쏟아져 예상 밖으로 급락한다. 마감 시황 분석 기사가 쏟아지고 급락한 종목에 대한 기사를 서둘러 올린다. 3시 30분, 이제 끝인가 했는데, 자기 부장이 아닌 ‘온라인 총괄 데스크’의 긴급 취재 지시가 떨어진다. 증권사 리서치 센터장의 시장 뷰를 취재해 올리란다. 순식간에 7개 증권사 센터장의 시장분석 기획이 만들어진다.

오후 4시 30분 이제 한숨 돌렸다 싶었는데 딩동 하고 또 메신저가 울린다. 데스크로부터 오프라인 신문 지면을 위한 취재 지시가 떨어진다. 중국 지준율 인상이 국내 증시에 미친 영향과 트리플 위칭데이 여파에 대한 분석 기사를 쓰라고 한다.

애널리스트들에게 보충 취재해 1, 3면용 기사를 만든다. 어느새 저녁 6시가 넘었다. 내일 자 기사 보고를 하고 지면용 기사의 데스크 오케이 사인이 떨어질 때까지 대기한다. 이제 가도 된다는 사인이 떨어졌다. 서둘러 2주 전 잡은 투자자문사 대표와의 저녁 약속에 달려간다.

머니투데이 증권부 기자의 하루다. 대부분 장 마감 때까지는 온라인 기사를 막고 오후부터는 신문 마감을 위해 오전에 썼던 기사를 종합하고 추가 취재해 다시 쓴다. 하루 종일 쉴 틈 없이 기사와 붙어 있는 셈이다.

기존 오프라인 신문기자들이 대개 하루 1〜2꼭지의 기사를 쓰는 데 반해 머니투데이 증권부의 경우 종목, 시황 담당 기자들은 최소 하루 15건 안팎의 기사를 온라인용으로 생산한다. 공시 당번의 경우 혼자서 50〜60건의 기사를 올리기도 한다. 이렇게 증권부에서만 온라인으로 표출하는 기사가 일 250〜300건에 이른다. 오프라인용 기사는 이런 온라인 기사를 기반으로 종합해 재작성 한다.



온・오프라인 기자는 DNA가 다르다?

머니투데이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조직이 별도로 있지 않고 출범 때부터 통합 뉴스룸 체제로 운영돼 왔다. 기자들은 온라인 기자인 동시에 오프라인 기자다. 또 편집기자이면서 사진・영상 기자이기도 하다. 온라인 기사의 제목을 직접 달아야 하고 때로는 사진이나 동영상도 현장에서 본인이 직접 찍어 기사에 붙여 에디팅도 해야 한다.

우리가 ‘온라인 기자’라고 이야기할 때 그들이 뉴스를 전달하는 방식은 통신사 기자와 같다. 시시각각 발생하는 리얼타임 뉴스를 가장 빠른 시간에 가장 정확하게 가장 많이 전달해야 한다. 온라인에서는 한정된 지면이라는 기사량의 제한도, 데드라인이라는 시간제한도 없다. 시공간적 제약이 사라진 세상에서 기자들은 뉴스가 발생하면 언제 어디서나 쉴 새 없이 쓰고 보도해야 한다. 인쇄 데드라인에 맞춰 기사를 생산하던 방식은 끝났다. 뉴스가 발생하면 한밤중에도, 새벽에도 기사를 쓸 수 있고 써야 한다. 그 시간을 놓치면 그 뉴스는 구문이 되기 때문이다.

제목도 편집기자가 아닌 취재기자가 직접 달고, 촌각을 다투는 기사는 데스크의 손도 안 거치고 바로 취재기자가 속보로 온라인에 내보내기도 한다. 과거 오프라인 신문기자들에게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오프라인 기자들은 주요 내용을 차분히 들으면서 메모하고 정리한 후 기삿거리가 될 만한 것을 데스크에게 보고하고 그에 뒤따르는 취재 지시에 따라 하나의 완결된 형태의 기사를 마감시간에 맞춰 한 두 개 보내면 그만이다. 물론 이런 시스템 속에서 오프라인 기자들은 시간에 쫓기지 않는 상태에서 충분한 취재를 통해 훨씬 정제되고 깊이 있는 기사를 생산해 낼 수 있다.

그래서 온라인 기자와 오프라인 기자는 DNA가 다르다고 한다. 플랫폼에 따라 기사에 접근하고 대응하는 방식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이 말은 용도 폐기돼야 한다. 통합 뉴스룸 시대에 기자는 이 두 가지를 겸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속보에 대응하는 능력과 그걸 종합해 완결된 형태로 만들어 내는 능력 둘 다 필요하다.

편집기자의 전유물이었던 좋은 제목을 다는 능력도 필수적이다. 숱하게 쏟아지는 온라인의 모든 기사에 웹에디터가 붙어서 제목을 달아 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온라인의 특성인 신속성을 위해서도 해당 기자가 자신의 기사에 맞는 시각물과 하이퍼링크를 직접 연결하는 일은 당연하다. 편집자를 거치는 순간 업무의 효율성과 경쟁력은 떨어지게 된다.

사진, 영상 등 멀티미디어적 기능을 갖추는 것 역시 꼭 필요한 일이다. 콘텐츠의 디지털화로 경우에 따라서는 본인이 직접 사진도 찍고 동영상도 찍어서 기사에 붙일 수 있어야 한다. 사진기자의 수는 한정돼 있고 긴급한 현장에서는 직접 디카로 현장을 담아 온라인에 즉각적으로 전달해 줄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이렇게 온·오프라인을 함께 커버하는 기자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신문사들도 더 이상은 이러한 변화를 기존 조직의 반발 때문에 미룰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통합 뉴스룸이 진전될수록 기자들의 노동 강도는 과거에 비해 몇 배로 세진다. 1인 3역, 4역을 해야 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통합 뉴스룸 시대에 일선 취재기자들의 변화 못지않게 내부 데스크들과 편집기자의 역할도 재정의 돼야 한다. 통합 뉴스룸을 이야기할 때 공간적 조직 통합은 우선적이다. 별도의 조직으로 다른 공간에 있을 경우 원활한 의사소통이나 적극적 온·오프 대응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데스크들 역시 신문 제작만이 아니라 온라인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온라인 기사 대응과 이슈 세팅에 앞장서야 한다. 신문이 전부라고 생각하는 데스크들의 인식부터 고쳐져야 한다.


데스크와 편집기자의 역할도
재정의 돼야


이것을 유기적으로 하면서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해 온라인을 잘 알고 오프라인도 포괄할 수 있는 ‘슈퍼데스크’ 또는 ‘슈퍼에디터’가 필요하다. 이는 편집국장과는 별개로 부서나 팀과 상관없이 전체적인 ‘콘텐츠 사령관’ 역할을 하는 사람이다. 같은 공간 내에 편집국장과 슈퍼에디터가 나란히 각부 부장들과 긴밀히 협조하면서 경우에 따라서는 개별 기자들에게 즉각적인 취재 지시를 내릴 수 있는 권한과 역량도 가져야 한다.

편집기자의 경우 온라인과 오프라인 편집을 동시에 병행하기가 현재까지는 쉽지 않아 보인다. 머니투데이의 경우 온·오프 편집을 통합, 통합 뉴스룸을 만들어 이러한 시도를 해 봤지만 아직 최적의 모델을 찾지는 못했다. 현재는 1부는 온라인을, 2부는 오프라인 편집을 담당하면서 서로 교류를 하고 있다. 즉 신문 편집기자들이 온라인 편집에 대한 기능도 순차적으로 익히고 있는 것이다.

온라인은 하루 종일 뉴스를 보면서 지속적으로 밸류에이션과 제목에 대한 대응을 해야 한다. 신문 편집의 경우에는 강판 시간에 맞춰 편집 작업을 위한 절대 시간이 필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이 두 가지를 동시에 같이 한다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어떤 구조를 짜서 이것을 양립시키면서 온·오프를 겸하게 할 것인지는 여전히 숙제다.

신문 편집기자가 온라인 편집에 대해서도 알고 궁극적으로 이 둘 간의 교류가 원활하게 이루어지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우선인 것 같다. 현재 대개의 언론사의 경우 온라인 편집은 별도의 조직으로 존재한다. 공간적으로도 떨어져 있고 인적 구성도 기존 편집국과 별개다. 이것으로는 통합이 이루어지기 힘들다.

편집기자의 입장에서 보면 온라인 제목과 오프라인 제목은 완전히 다른 접근을 요구한다. 또 멀티미디어적인 기능을 강화한 웹에디터로서의 역할 역시 새로운 도전이다. 대부분의 신문 편집자들이 이 부분에 대한 무조건적인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변화의 큰 물결이기 때문에 빨리 수용하는 조직이 급변하는 미디어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신문의 위상과 역할이 점점 축소되고 온라인이나 모바일, 태블릿의 역량이 강화되면서 편집기자들에게 온라인과 모바일, 태블릿 등은 외면할 수 없는 길이다. 태블릿 버전을 통한 새로운 신문편집의 실험이 곳곳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신문은 사라져도 태블릿판 신문은 계속될 것이고 이럴 때 편집기자들은 ‘콘텐츠 디자이너’ 또는 ‘콘텐츠 크리에이터’로서 새로운 역할을 갖게 될 수 있다. 이때를 대비해 편집기자들도 역시 멀티미디어적 역량을 배양하고 키워야 한다. 편집자와 웹 디자이너, 기획자가 함께 모여 매일 쏟아지는 다양한 정보를 텍스트와 오디오, 비디오, 그래픽, 디자인 등과 유기적으로 결합시켜 새로운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생산하고 이것을 온라인과 오프라인, 모바일 등 다양한 플랫폼으로 제공하는 곳이 미디어 산업의 중요한 파트가 될 것이다.


멀티태스킹이 가능한 기자가 되라

2011년 대한민국 미디어 업계는 한 가지 더 큰 변화와 맞닥뜨리고 있다. 오랜 세월 막혀 있던 신문과 방송의 칸막이가 해체되고 이제 신방 겸영이라는 새로운 미디어 모델이 출현하게 된 것이다.

‘신방 겸영시대’ 신문, 온라인, 모바일에 이어 방송까지…. 기자들은 이런 다양한 멀티 플랫폼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멀티미디어적 능력으로 무장한 기자들에게도 뉴스 클립을 제작하는 방송기자까지 겸하라는 것은 무리다. 텍스트 기자와 방송기자는 완전히 다른 존재이기 때문이다.

방송기자들이 직접 카메라를 들고 촬영과 취재를 하는 것조차도 현재는 쉽지 않다. 텍스트 기반의 기자들이 찍은 동영상도 온라인에서는 쓸 수 있지만 HD 방송 시스템에서는 활용하기가 힘들다. 향후 기술적 발전이 더 이루어지고 편집과 CG 작업이 더욱 간단해지는 시대가 온다면 모르겠지만….

그렇다면 현재는 어떤 구조가 가능할까? 신문, 온라인, 방송을 아우르는 슈퍼데스크 체제를 통해 크로스미디어 형태의 협업이 이루어진다면 큰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다. 슈퍼데스크의 지휘하에 특정 이슈에 대해 신문, 온라인, 방송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기획취재를 하고 그것을 각각의 플랫폼을 통해 유통하는 것이다. 이슈가 있을 때 동시에 모여 회의를 하면 중복 취재도 피하면서 다양하고 깊이 있게 커버리지를 확대하는 것도 가능하다. 방송까지 아우르는 통합 뉴스룸 구조를 구현해 낼 수 있느냐가 성패의 관건이 될 것이다.

미디어의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신문과 방송이라는 전통 미디어들은 이미 2000년대 들어 온라인(디지털) 미디어의 급부상과 함께 1차적 격변을 겪었다. 이 격변은 미디어의 경영, 뉴스룸 조직 구조, 기자들의 역할, 기사의 형식까지 송두리째 바꿔 놓았다.

이런 온라인 미디어 변화에 대한 최적의 모델을 발견하기도 전에 10여년 만에 미디어 업계는 또다시 모바일 혁명이라는, 더 파괴적이고 위협적인 새로운 괴물(?)과 마주하게 됐다. 여기에 우리는 신방 겸영의 시대까지 맞았다.

기자들이 소셜 미디어를 활용해 직접 대면하기 힘든 CEO를 만나고 인터뷰를 하고 또 제보를 받아서 특종을 하는 시대다. 기사만 잘 써서는 더 이상 경쟁력을 갖기 힘들다. 온라인, 모바일 등 다양한 변화에 발맞춰 멀티태스킹이 가능한 기자만이 살아남는 시대가 초고속으로 돌진해 오고 있다.
Posted by inha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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