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리대 마이크 매킨 교수는 멀티미디어 저널리즘 등으로 불리는 새로운 타입의 저널리즘이 가까운 미래에 저널리즘의 주된 행태가 될 것이라고 주장하며 그에 대한 근거로 독자들이 뉴스 콘텐츠에 대해 바라는 다섯 가지 요건과 현재 그러한 요구에 부응하는 멀티미디어 보도의 구체적인 사례를 제시했다.

 

박서강 한국일보 기자

미디어 간의 경계가 사라지고 모바일 기기를 통한 뉴스 소비가 늘면서 저널리즘의 방향성은 갈수록 모호해지는 느낌이다. 전통 미디어 종사자로서 품어 온 ‘온라인은 과연 대세인가?’라는 의문 또한 뉴미디어 시대에 맞는 콘텐츠 생산과 수익 창출이라는 기본적 과제에 부딪칠수록 더욱 증폭돼 왔다. 저널리즘은 도대체 어디로 가고 있는가? 

지난 1월 27일 미국 미주리주립대 저널리즘스쿨에서 열린 연수자 대상 주례 세미나에서 이 대학 마이크 매킨1) 교수는 이 단순하면서도 혼란스러운 물음에 대해 비록 부분적이지만 명쾌한 해답을 제시했다. 매킨 교수는 멀티미디어 저널리즘이나 컨버전스 저널리즘, 혹은 크로스플랫폼 저널리즘 등으로 불리는 새로운 타입의 저널리즘이 가까운 미래에 저널리즘의 주된 형태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에 대한 근거로 독자들이 뉴스 콘텐츠에 대해 바라는 다섯 가지 요건과 현재 그러한 요구에 부응하는 멀티미디어 보도의 구체적인 사례를 제시했다. 갈수록 ‘스마트’해지고 있는 뉴스 소비자들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것이 바로 멀티미디어 저널리즘이라는 것인데 그가 제시한 미래 뉴스 콘텐츠의 다섯 가지 요건을 요약해 보았다.

주목을 끌되 이용하기 편리할 것

“어떻게 하면 독자들의 관심을 끌 수 있을까?” 편집자를 비롯해 대부분의 일선 기자들이 버릇처럼 지니고 있는 고민이다. 국내 온라인 보도를 보면 화끈한 제목이나 사진에 비해 효과적이고 편리한 스토리 전달 방식에 대한 고민은 부족하다. 소위 ‘낚기’가 일반화된 것도 뉴스 소비자에 대한 배려보다 광고수익과 직결된 트래픽 끌기에만 몰두하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가장 중요한 이유는 콘텐츠 자체의 내실이 부족한 탓이겠지만 사진이나 동영상, 텍스트로 한정된 판에 박힌 뉴스 전달 방식에 독자들은 이미 식상해하고 있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뉴스를 전달하는 데 무엇이 가장 효과적이고 편리한 방법인지 생각해 볼 만한 사례로 미국 공영 라디오 방송(NPR: National Public Radio)의 멀티미디어 ‘The Story of the Day’를 들 수 있다<그림1>.

<그림1> NPR의 The Story of the Day – Gates Defends Soldier’s Pink Undies.


 2009년 5월 뉴욕타임스 1면에 게재되었던 AP통신의 사진과 그에 얽힌 이야기이다. 한눈에 분홍색 팬티를 입고 샌들을 신은 병사의 모습이 눈에 띈다. 수천 명의 미군이 전사한 아프가니스탄이라고는 상상하기 힘든 이 코믹한 장면은 독자들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해 보인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NPR는 이른 새벽 탈레반의 습격을 받은 미군 병사들이 얼마나 다급히 교전을 치르는 중이었는지, 팬티만 입은 자신의 모습이 신문에 실린 후 군에서 쫓겨날 것을 걱정했던 병사와 그 어머니의 이야기, 이에 대한 국방장관의 격려 등 우스꽝스러운 장면 뒤에 숨겨진 이야기를 유명 앵커의 설득력 있는 목소리로 들려 준다. 독자는 사진에 딸린 기사를 집중해 읽어 내려가는 수고 대신 사진을 찬찬히 들여다보며 그저 이야기를 듣기만 하면 된다. 회원 가입을 통해 언제든지 다운로드가 가능한 포드캐스트(Podcast) 방식의 편리성을 앞세워 뜨내기 독자를 단골 독자로 만드는 효과도 거두고 있다.


포괄적이면서도
개인과 밀접한 관련이 있을 것

미디어의 홍수 속에서 예전보다 훨씬 다양한 선택권을 갖게 된 독자들에게 뉴스는 더 이상 ‘내놓기만 하면 팔리는’ 상품이 아니다. 누구나 쉽게 콘텐츠를 만들고, 나눌 수 있는 디지털 세상에서 전통 미디어가 선택할 수 있는 변화 중 하나는 ‘포괄적이면서도 수많은 개인들과 밀접한’ 뉴스의 생산이다. 마이크 매킨 교수는 그 예로 영국 BBC와 한국의 오마이뉴스를 들고 있다<그림 2>.

<그림2> BBC의 ‘HAVE YOUR SAY’(왼쪽)와 오마이뉴스 인터내셔널.

BBC의 오피니언 페이지 ‘HAVE YOUR SAY’는 전통 미디어(TV)가 독자와의 소통을 통해 뉴미디어 시대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뉴스 서비스가 가능함을 보여 준다. 텍스트나 사진, 비디오 등 독자들이 업로드한 디지털 콘텐츠를 8가지의 정규 TV 프로그램으로 방영하는 방식은 독자들이 포괄적인 사회적 이슈에 마치 내 일처럼 참견하거나 주변의 이야기를 포괄적인 이슈로 만들어 낼 수 있게 한다. 아마추어 기자들이 중심이 되어 콘텐츠를 생산하는 오마이뉴스는 전문 저널리스트의 숫자가 한정적인데 반해 특정 사안에 대한 전문지식이나 관심을 가진 일반인은 수없이 많은 점에 착안한 경우이다. 오마이뉴스는 일반인의 경우 저널리스트가 갖춰야 할 콘텐츠 생산 능력이나 책임감, 윤리의식 등이 부족하다는 약점을 전문 에디터를 통해 보완하는 프로암(Pro-am) 저널리즘의 좋은 예이다.

언제든지 네트워크를 통해
접근할 수 있을 것

태블릿 PC나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 사용자들은 친구나 뉴스, 각종 엔터테인먼트에 언제든지 접근할 수 있기를 원한다. 이러한 욕구를 겨냥한 것이 바로 출판업계의 태블릿 PC용 에디션이다. 미국의 출판업계가 이미 아이패드를 이용한 멀티미디어 보도(Wired Magazine)로 적지 않은 수익을 올리고 있으나 미래를 낙관하기는 아직 이르다. 작년 여름 편당 3.99달러 정도에 출시된 다양한 아이패드용 잡지 에디션이 9만여 편이나 판매되었으나 후속 에디션 구입은 갈수록 줄고 있다. 그럼에도 지난 성탄절 시즌 수백만 대의 아이패드가 팔렸고 새로운 태블릿 PC의 출시가 이어질 것으로 보여 와이어드 매거진의 소비 또한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그림 3>.

<그림3> 유튜브에 올라온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의 태블릿 PC 데모 영상.


타임사의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가 2009년에 공개한 태블릿 PC용 에디션 데모는 손 안의 네트워크를 통해 언제든지 연결을 시도하는 독자들의 욕구를 멀티미디어 저널리즘이 어떻게 충족시키는지를 보여 준다. 데모 영상에 따르면 독자들은 종이 잡지보다 훨씬 많은 사진과 동영상을 태블릿 PC 에디션을 통해 감상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자신이 좋아하는 팀의 전력을 실시간으로 비교 분석하며 편집까지도 기호에 맞게 바꿀 수 있다. 모바일 네트워크를 이용해 실시간으로 경기 결과를 받아 보거나 기사와 데이터, 영상을 친구와 주고받을 수도 있다.

필요한 정보를 감각적으로 보여 줄 것

‘정보의 홍수’라고 할 만큼 방대한 양의 데이터가 떠도는 현대 사회에서 필요하지만 복잡하기 그지없는 정보를 흥미로운 뉴스 거리로 만들어 전달하는 것 또한 저널리즘의 역할이다. 의미 있는 데이터를 감각적인 형태로 만들어 제공하는 온라인 보도 형태로 멀티미디어 패키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08년 7월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뉴욕타임스 인터넷판은 흥미로운 멀티미디어 패키지를 보도했다. 올림픽 주경기장 등 베이징 시내에 새롭게 등장한 건축물을 비롯해 역사의 흐름에 따른 도심의 확장, 지하철 노선의 증설 과정 등 다소 딱딱한 주제를 다양한 영상물과 건축 비평가의 목소리를 동원해 상세히 소개했다. 이 멀티미디어 패키지 한 편에는 30여 장의 사진과 20여 가지의 그래픽, 30여 편의 다양한 플래시 및 일러스트레이션, 그리고 5분 분량의 오디오가 포함돼 있다. 그래픽 및 플래시 작업에만 6명, 사진기자 3명 등 10여 명의 자체 인력이 투입됐고 외부 출처만 7군데에 이른다.

 대규모의 비용을 투입해야 하는 멀티미디어 패키지 제작이 수익창출 모델로 적절한지에 대해서는 논쟁의 여지가 있다. 마이크 매킨 교수는 그 해답을 최근 변화하고 있는 온라인 뉴스 소비 행태에서 찾고 있다. 즉 언론사 홈페이지를 통하지 않고 팔로어(Twitter)와 친구(Facebook)의 추천에 의해 콘텐츠에 직접 접근하는 경우가 크게 늘면서 콘텐츠 자체의 완성도가 곧 트래픽의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매킨 교수는 그래픽 영상 소프트웨어 등 신기술이 발달할수록 적은 비용과 인력으로 더 많은 양질의 멀티미디어 패키지가 생산될 것이고 보다 효율적인 수익 창출도 가능할 것으로 낙관했다.


미디어 혼합 현상을 반영할 것

기술 발전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고 있지만 인간의 욕구는 기술 발전의 속도를 뛰어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비전 2019’를 보면 사람들이 종이처럼 접히는 PC를 통해 뉴스를 검색하고 집안의 에너지 소비 현황을 실시간으로 점검한다. 머지않아 안경에 GPS 정보나 3D 영상이 디스플레이되고 트위터를 음성으로 지껄이는 시대가 올 것이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전화(Personal media)와 SNS(Social media), TV나 인터넷 뉴스(Public media)를 하나의 단말기로 동시에 접하고 있다. 뉴스 콘텐츠 제작에서도 이러한 미디어의 혼합 현상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형태는 변하고 있으나 뉴스 콘텐츠의 기본 바탕에는 올바른 비판의식이나 보편적 가치 추구 등이 반드시 전제돼야 한다. 이러한 전제하에서 스토리 전달에 가장 효과적인 수단을 찾는 작업이 이루어져야 한다. 때로는 한 편의 비디오나 한 장의 사진이, 때로는 잘 써 내려간 기사 한 줄이 독자들에게 가장 편리하고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독자들의 뉴스 소비 행태가 바뀌고 있으며 뉴스 콘텐츠에 대한 그들의 요구사항도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다. 매킨 교수는 전통 미디어가 뉴미디어 시대에 생존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로 이러한 변화를 주목하면서 가장 효율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찾아나서는 것이라고 말했다. 
 

<주>
1)마이크 매킨 교수는 현재 이 대학 저널리즘 스쿨 교수로서 정보기술위원회 위원장이자 레널즈저널리즘연구소(Reynolds Journalism Institute)에서 실험적인 뉴스 룸 및 신기술 테스팅 센터 역할을 하는 ‘퓨처 랩(Futures Lab)’도 이끌고 있다. 6년 전 미주리 저널리즘 스쿨에 컨버전스 저널리즘 코스를 신설한 주인공이기도 하다.

 

Posted by inha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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