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전문기자협회에서 발표한 정치기자 대상 온라인 설문조사를 살펴보면, 응답자의 96%에 해당하는 기자들이 정치・사회적으로 복잡하게 얽혀 있는 사회문제를 독자•시청자에게 분석•설명해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이것은 정치・사회 비판이 정치기자의 역할이라는 전통적인 정치기자의 역할 인식을 앞선 것이다.


서명준
베를린자유대 정치사회언론연구소 연구원(언론학 박사)

저널리즘의 일반적인 정치경제적 조건이 변화하는 가운데 정치저널리즘도 변하고 있다. 편집국 구조 개편과 디지털 뉴스 제작 방식의 도래, 급속한 뉴미디어의 발달이 저널리즘 일반과 아울러 정치저널리즘의 양상을 변화시키고 있다. 이것은 정치 담당 기자들에게 새로운 가능성이 되고 있다.

정치기자들의 기자 직업 인식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있다. 독일전문기자협회(DFJV)에서 발표한 2009년도 정치기자 대상 온라인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96%에 해당하는 기자들이 정치・사회적으로 복잡하게 얽혀 있는 사회문제를 독자•시청자에게 분석•설명해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한 정치기자의 역할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이것은 정치・사회 비판이 정치기자의 역할이라는 전통적인 정치기자의 역할 인식을 앞선 것이다. 물론 응답자의 4분의 3가량은 정치・사회 비판이 중요한 역할이라는 인식을 보여 절반을 조금 넘는 응답을 보인 다른 분야 기자들보다는 여전히 높은 비율이다.

뉴스 서비스나 오락•여가 정보의 전달을 정치기자의 역할로 보는 경우는 절반 이하(49%)로 적은 편이다. 결국 중립적인 팩트 위주의 보도보다는 오히려 독자•시청자의 정보 욕구를 감안하여 사안을 분석•설명하는 역할을 더욱 중요시 여기는 추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일일 평균 근무 시간의 38분을 수용자 또는 매체 이용자와의 접촉에 할애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는 2005년 함부르크대학 언론학과 지크프리트 바이센베르크 교수 연구팀이 조사할 당시 결과보다 2배가량 늘어난 것이다. DFJV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3분의 1은 기자 개인이 생산한 기사나 논평에 대한 매체 이용자의 반응을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또 매체 이용자 관련 동향이나 정보를 확보하려는 노력 역시 매우 적극적인 양상으로 변하고 있다.


정치기자, 경제적 논리에 관심 가져

이러한 정치기자들의 수용자 중심 인식 전환은 경제적 논리가 강화되는 현실과 관련이 있다. 예컨대 응답자의 57%가 시장동향 조사 데이터를 활용하고 있고 인쇄미디어 기자들과 방송기자들의 4분의 3이 각각 판매부수와 시청률에 점점 더 많은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뉴미디어 기술 발달에 따라 매체 이용자들이 더욱 용이하게 기자의 뉴스생산 과정에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가능성이 증대됐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런 양 측면을 감안하면 결국 뉴미디어 기술이 형식적인 면에서 대중 친화적이고 내용적인 면에서 민주주의적 요구에 더욱 가까운 양상을 띤다는 진단이 가능하다.

DFJV 조사 결과를 보면 독일 정치기자(편집국 정규기자, 프리랜서 기자)는 평균 46세의 기혼 남성으로(남 68%, 여 32%), 자녀를 포함하여 가족을 이루고 있다. 평균 학력은 대졸자(83.8%)들로, 19세에 기자생활을 시작해 언론계 입문이 여타 부서보다 이른 편이다. 정치기자들의 주요 활동 지역은 베를린(27.1%), 바이에른(15.7%),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14.7%) 순으로 나타났고 정치적으로 녹색당 성향이 강하다. 월평균 순수입은 2,900유로로 나타났다. 다른 분야 기자들에 비해 평균 연령이 높은데, 타 부서 기자들의 33%가 36세 이하인 반면 정치기자 가운데 36세 이하는 15%에 그치고 있다. 이것은 정치기자들의 기자 경력이 더 많기 때문인데, 평균 19년의 기자 경력을 갖고 있어 편집국 내에서 가장 높은 연령층을 형성하고 있다. 편집국 직위에서는 설문조사 응답자의 40%가 편집국장•보도본부장급의 직위를 갖고 있다. 정치기자들의 평균 월 순수입이 다소 높은 까닭은 여기에 기인한다. 정치기자의 여성 비율은 32%로, 37%를 나타내고 있는 기자 일반의 평균 여성 기자 비율보다 낮다. 연령이 많을수록, 그리고 직위가 높을수록 여성 정치기자 비율은 급감한다. 국장급, 본부장급 등 직위가 높을수록 여성 정치기자는 크게 감소한다<그림1>.

월평균 순수입에서도 남녀 정치기자의 격차가 있는데, 여성 정치기자의 월평균 순수입은 2,600유로를 나타내 남성 기자보다 400유로가량 적다. 다만 이러한 남녀 성별 수입 격차는 여타 분야 일반기자 성별 격차보다는 적은 편이다<표1>. 매체별로 수입 격차도 뚜렷하다. 방송사 정치기자, 특히 공영방송사 정치기자의 월평균 순수입이 가장 많고, 일간신문사와 뉴스통신사 기자의 월 순수입이 뒤를 따른다. 온라인 매체 정치기자의 순수입이 가장 적다<표2>.


디지털 뉴스 생산 방식,

정치기자의 뉴스제작 방식에
변화 가져와

편집국 뉴스데스크 방식의 전환과 뉴스생산 집중, 디지털 뉴스 생산 방식은 정치기자들의 뉴스제작 방식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DFJV 설문조사 응답자의 3분의 1은 이미 부서 간 경계가 무너진 편집국 구조에서 근무하고 있다. 절반 이상은 뉴스데스크 방식의 편집국에서 근무하고 있으며 응답자의 90%는 자신이 작성한 뉴스가 인터넷에서 협력 작업을 거친다고 응답했다.응답자의 4분의 3은 지난 5년간 편집국 내부 크로스미디어 협력이 크게 증대했다고 밝혔다. 이렇게 기존의 전통적 편집국 직제는 ‘유연한 노동’으로 형태 변화를 겪는 중이다. 응답자의 52%는 뉴스데스크 방식이 편집국 내부 커뮤니케이션을 증진시켰다고 답했으며 뉴스데스크가 크로스미디어 협력을 개선하고 있다는 답변도 67%에 달했다. 반면 이러한 편집국 구조 변화가 기자에 대한 압박과 요구로 나타나고 있어 이른바 노동 강도가 증가한 것이라는 응답도 61%에 달했다. 57%의 응답자는 뉴스데스크가 편집국 인력 감축에 직접적인 요소라는 생각이다. 다만 이러한 구조변동이 저널리즘의 질적 측면을 훼손시킨다는 응답은 27%에 불과했다.

이러한 매체경영 방식 개선에 따른 조직구조 개편과 저널리즘 노동과정의 변화 외에, 구글로 대표되는 취재방식의 변화도 정치저널리즘 변화의 한 축을 이룬다. 인터넷은 이제 기자의 취재도구와 뉴스원으로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이다. 설문 결과에 따르면 정치기자 10명 가운데 9명이 검색엔진을 적극 이용한다. 3분의 2 이상은 시사주간지 슈피겔, 전국 일간지 쥐트도이체 차이퉁, 공영방송 ARD의 메인 뉴스 타게스샤우 등 이른바 언론계 빅 3의 온라인 사이트를 주로 이용하는데, 정치기자 10명 중 9명이 슈피겔 온라인을 이용해 슈피겔이 단연 선호하는 온라인 사이트인 것으로 나타났다. 슈피겔 인쇄판도 정치기자 10명 가운데 9명이 선호하고 있어 독일 오피니언을 주도하고 있는 매체의 위상을 과시하고 있다. 검색 사이트인 위키피디아를 제외하면 독일 정치기자들의 블로그나 소셜네트워크 서비스 이용은 아직 매우 낮은 편이다<그림2>.

 


저널리즘 콘텐츠의 오락화 초래

전반적인 미디어 상업화 추세는 정치기자들의 뉴스 주제 선택과 보도 내용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그것은 저널리즘 콘텐츠의 오락화를 초래하고 있다. 특히 최근 경제위기에 따른 광고시장 열세는 매체 기업에 대한 경영 압박을 증가시켜 극단적인 비용 절감과 합리화 도입을 미룰 수 없게 했다. 이런 맥락에서 지난 5년간 정치기자로서의 근무조건 변화에 대한 질문에는 부정적인 견해가 나온다. 설문조사 응답자의 3분의 1(38%)이 근무조건이 악화됐다고 밝혔으며 31%가 별다른 변화가 없다고, 32%는 오히려 개선됐다고 응답했다. 일간지와 뉴스통신사 정치기자들이 근무조건이 악화됐다고 밝힌 집단이다. 편집국 내 근무 조건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견해가 더욱 뚜렷하다. 응답자의 74%가 전체적으로 근무압박이 심화됐으며, 55%는 개인적인 노동압박도 심해졌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44%는 취재에 투자하는 시간이 감소했다고 응답했다. 23%는 오히려 지난 5년간 저널리즘의 질적 수준이 높아졌다고 답변했다<표3>. 


 

Posted by inhana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