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뉴스룸의 장단점과 운영 전략

이규연
중앙일보 종편추진단 보도국장


이종매체 간 차이를 이해하고 갈등 해소 방안을 짠다.아무리 저강도 컨버전스를 하더라도 이종매체 간 갈등은 불가피하다. 제작여건이나 조직문화가 다르기 때문이다. 교육훈련을 비롯한 구체적인 갈등 해소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 북미 에디터의 81%, 유럽 에디터의 38%가 이미 통합 뉴스룸에서 일한다.아시아를 비롯한 이머징마켓 국가의 비율은 유럽과 비슷한 수준이다. △ 5년 후 프린트 유통량은 전체 미디어유통의 절반 이하로 떨어질 것이다. 55%는 디지털미디어, 모바일, 태블릿PC 등을 통해 발행될 것이다. 이에 적응하기 위해 멀티미디어 툴을 끊임없이 익혀야 한다. △ 지속되는 디지털 혁명으로 인해 편집국, 보도국, 온라인국 개념이 사라지고 멀티미디어 통합 뉴스룸으로 진화할 것이다. 콘텐츠 유료화 추세 역시 통합 뉴스룸의 이행을 촉진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디지털혁명으로 멀티미디어 뉴스룸 급진전
북미 지역의 81%가 통합 뉴스룸에서 일해

2010년 10월 컨설팅회사인 맥킨지가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세계에디터 포럼에서 발표한 뉴스룸 인식과 전략에 대한 조사 결과다. 응답자는 전세계 525명의 신문 에디터였다. 통합생산의 정도와 방법에 차이가 있을 뿐이지, 선진국에선 통합 뉴스룸 구축이 이미 대세로 굳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북미 에디터의 80% 이상이 이미 통합 뉴스룸에서 일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는 관련 논의가 활발하지 못한 국내 언론사 입장에선 주목할만한 대목이다. 통합 뉴스룸의 필요성은 디지털 혁명 초기인 10여 년 전에 제기됐다. 2010년에 아이패드로 대표되는 태블릿PC가 등장하고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가 확산되면서 단품 뉴스룸을 고집하는 에디터들의 목소리는 전 세계적으로 작아지고 있다.

국내의 경우 통합 뉴스룸의 구축 수준과 건수 면에서 걸음마 단계다. 신문과 온라인의 느슨한 통합생산이 주종을 이루고 있고, 사례 또한 많지 않다. 강력한 신문, 강력한 방송 체제는 뉴미디어의 활동공간을 좁혀왔다. 하지만 국내에서도 제2의 디지털혁명이 일어나고 신문을 모태로 한 종합편성채널의 등장이 눈 앞에 다가오면서 이전과 다른 판이 짜여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통합 뉴스룸 키워드는 소비자중심주의
다양한 형태로 콘텐츠 소비하길 원해


“뉴스페이퍼는 ‘페이퍼’가 아닌 ‘뉴스’로 정의돼야 한다.” 2000년대 초반 뉴욕타임스의 아서 슐츠버거 회장이 디지털 시대 신문의 생존 전략에 대해 한 말이다. 그는 신문사가 인쇄매체의 강자이듯, 온라인, 방송 등 다른 뉴스 플랫폼에서도 강자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언제 인쇄판이 중단되든 상관없이 뉴욕타임스는 온라인, 텔레비전 등 다른 플랫폼을 통해 여전히 주요 정보원으로 건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핵심 경쟁력은 종이라는 전달 수단이 아닌 콘텐츠라는 판단이다. 텍스트, 영상 등 단일한 종류의 콘텐츠만 생산해서는 뉴스페이퍼가 아닌 뉴스회사로 발전할 수 없다. 통합 뉴스 생산 논의는 바로 이런 맥락에서 출발한다.

경영자는 수익과 효율성 확보 차원에서 통합 뉴스룸을 제안한다. 지나치게 수익과 효율만 강조하다 보면 비용 절감에만 집착하는 누를 범할 수 있다. 신문과 방송, 온라인의 시너지는 고사하고 종사자의 피로도만 높여 결과적으로 실패한 사례가 적지 않다.

통합 뉴스룸의 당위성은 경영 효율화보다는 시청자 중심주의, 독자 중심주의에서 찾는 게 맞다고 본다. 지난 10여 년 언론 종사자들은 뉴스 소비자와 소비 형태의 변화를 지켜봐 왔다. 새로운 소비자들은 더 이상 신문, 방송 등 단품 브랜드에 충성하지 않는다. 커뮤니케이션 과정에 참여해 그들의 생각과 의견이 반영되기를 원한다. 원하는 때, 원하는 포맷으로 콘텐츠를 소비하고 싶어한다. 이런 까다로운 입맛에 맞추려면 멀티 뉴스 생산이 필수적이다. 뉴스소비자 중심주의를 통합의 키워드로 삼는다면 명분이 생기고 시행착오가 줄어들 것이다.



통합 뉴스룸의 두 얼굴
비관론에서 현실론으로 이동 중


서양에서는 1990년대 후반부터 뉴스룸 컨버전스 논의가 시작됐다. 뉴스룸 컨버전스로 인해 비용절감 효과가 클 것이며, 교육과 훈련을 통해 멀티미디어형 기자가 쉽게 양성될 수 있을 것이라는 낙관론이 바탕에 깔려 있었다. 그러나 실제로 뉴스룸을 통합하자 여러 문제가 발생했다. 이종매체 종사자 간에 갈등과 반목이 일어났고 비용절감 측면에서도 큰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특히 저널리즘 측면에서 기사의 질이 떨어지고 편파보도 경향이 강화됐다는 비판이 강력하게 제기됐다.

2000년 중반부터 낙관론도, 비관론도 아닌 현실적으로 뉴스룸 컨버전스를 조명하자는 논의가 일어났다. 긍정적 측면과 부정적 측면을 모두 살펴서 작동 가능한 뉴스룸을 구축하자는 움직임이다. 단순한 물리적인 공간의 통합뿐만 아니라 제작 및 유통 구조에 주목했다. 전산망 공유, 공동생산 시스템 구축의 필요성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현실론을 바탕으로 통합 뉴스룸 구축은 급물살을 타게 된다. 미국신문연구소에 따르면 2009년 3월 현재 모두 107개 언론사가 뉴스룸을 통합해 운영 중이다. 미국에서는 2000년 3월 플로리다 주 템파시의 템파트리뷴이 WFLA-TV 방송과 템파베이온라인의 뉴스룸을 합쳐 통합 뉴스룸을 발족했다.

학계에선 통상 통합 뉴스룸을 후견모델-협력모델-융합모델로 나눠 설명한다. 각 매체의 결합 강도에 따라 분류한 것이다. 하지만 언론 종사자 입장에서는 세계신문협회가 제시한 ‘생산단계별 통합유형’에 주목하는 편이 낫다. 더 실용적이고, 업무 친화적이기 때문이다.

Newsroom 1.0 : multiple media newsroom
여러 매체가 그룹 자체의 자원을 공유하는 형태이다. 그러나 방송, 신문, 온라인의 편집국은 별도로 운영된다. 지면 기사를 다시 써서 온라인에 게재한다. 그 대표적인 사례는 오스트리아의 전국지 Osterreich다. 모든 자료를 한 곳에 모아놓은 오픈스페이스 환경의 뉴스룸을 갖고 있다. 에디터들의 자리가 뉴스룸 중앙에 위치하고 비즈니스, 스포츠 등의 각 부서가 중앙 뉴스 데스크 주변에 위치한다. 온라인 기자들이 뉴스를 자체 생산하지는 않는다.

Newsroom 2.0 : cross-media newsroom
부서는 나뉘어져 있지만 각 부서는 프린트와 온라인, 방송을 위한 콘텐츠를 동시에 생산한다. 비디오, 라디오, 웹, TV 등의 다른 포맷으로 뉴스를 제공하기도 한다. 그러나 채널 책임자는 따로 둔다. Nordjyske Stiftstidende는 이런 모델의 덴마크 지역신문이다. 원래는 신문사였지만 2003년 편집국을 재정비하면서 멀티미디어 회사로의 변신을 꾀했다. 유료신문, 무료신문, 온라인TV, 케이블TV, 2개의 라디오 채널이 하나의 편집국에서 생산되고 있다.

콘텐츠가 ‘콘텐츠 그룹’에 의해 생산되면 슈퍼데스크가 어떤 플랫폼으로 내보낼 것인지 결정한다. 그는 각 채널의 에디터들을 조율해 우선 순위를 정하며, 어떤 콘텐츠가 언제, 어디로 나갈 것인지를 결정한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inancial Times), 독일의 벨트(WELT) 그룹도 같은 모델을 채택하고 있다.

Newsroom 3.0 : integrated newsroom
매체 책임자를 따로 두지 않는다. 제작 책임은 각 부서 부장에게 있다. Newsroom1.0, 2.0에 있는 온라인 에디터나, 인터넷뉴스부가 3.0에는 없다. 어떤 형태로 기사가 나가야 하는지는 취재기자가 가장 잘 알고 있음을 전제로 한다. 취재기자가 어떤 채널을 통해 어떻게 뉴스를 내보낼지 결정한다. 2006년 영국의 텔레그래프미디어는 뉴스룸을 통합했다. 일간지, 주말신문, 웹, TV와 팟캐스트가 하나의 뉴스룸에서 제작됐다. 지면에만 집중하던 기자들이 적극적으로 웹사이트에 기사를 쓰고 있으며 그 영역도 블로그, 소셜네트워크, 서비스플랫폼 등으로 계속 확장되고 있다.


통합 뉴스룸 구축 때
갈등조정 기구는 반드시 둬야


통합 뉴스룸 구축에는 치밀한 전략이 필요하다. 보유 자원과 조직 문화, 경영 환경 등을 고려해 자신만의 길을 찾아내야 한다. 그렇더라도 통합 뉴스룸을 설계할 때 반드시 계산에 넣어야 할 공통된 포인트는 있다. 다음은 세계신문협회가 제시하는 전략 방향을 중심으로 정리한 것이다.

1. 긍정적, 부정적 측면을 모두 고려해 전략을 짠다. 낭만적으로 접근했다가는 대립과 갈등만 야기하고 효율성을 확보하지 못한다. 조직 구성원에게 통합 뉴스룸의 장점뿐만 아니라 그 문제점을 자세히 설명해 줘야 반발과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

2. 실행 전략을 단계적으로 짠다. 컨버전스는 한두 번에, 일 이년에 끝나는 게 아니다. 급격하고 비현실적인 전략은 큰 부작용을 낳는다. 따라서 방향성이 확고한 ‘단계적인’ 실행 전략을 짜야 한다.

3. 다차원적인 컨버전스 전략을 세운다. 컨버전스는 조직적 측면, 언론활동적 측면, 공유콘텐츠 측면 등 다양한 차원에서 벌어진다. 효율성을 높이면서도 저널리즘 기능을 위축시키지 않으려면 다차원적인 실행 전략을 짜야 한다.

4. 이종매체 간 차이를 이해하고 갈등 해소 방안을 짠다. 아무리 저강도 컨버전스를 하더라도 이종매체 간 갈등은 불가피하다. 제작여건이나 조직문화가 다르기 때문이다. 교육훈련을 비롯한 구체적인 갈등 해소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5. 지식경영의 인프라를 깔아라. 뉴스룸 컨버전스의 밑바탕에는 의사결정구조의 혁신과 정보의 공유가 깔려있어야 한다. 기자들이 취재하고 수집하고 저장한 다양한 정보를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공유해서 새로운 뉴스취재에 활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효과적인 정보공유 체계를 어떻게 조직하느냐가 뉴스룸 통합의 성공 요건이다. 취재기자와 편집기자, PD들이 편하게 이용할 수는 정보관리시스템을 구축해 관련자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6. 갈등 조정 기구를 만들어라. 모든 통합뉴스룸 사례에서 보듯, 신문과 방송, 인터넷 등 여러 매체의 갈등을 조율하고 미디어 전략 방향을 제시할 부서나 직책이 필요하다. 뉴욕타임스는 컨티뉴어스 데스크(Continuous Desk)를 두고 있다. 온라인 뉴스제공에 비협조적인 기자들의 협력을 얻기 위해 베테랑 기자를 이 자리에 배치해서 플랫폼 간 갈등을 최소화했다. 워싱턴포스트, 로스앤젤레스타임스도 뉴욕타임스와 비슷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7. 컨버전스의 비효율적인 측면도 감안해 전략을 짠다. 뉴스룸 통합이 비용 절감의 효과만을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초기부터 이종매체의 결합으로 인한 혼선 등 비효율적인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

8. 뉴스룸 컨버전스의 핵심은 온라인이다. 신문과 방송의 컨버전스를 연결하는 것은 온라인 뉴스룸이다. 이를 고려해 뉴스룸을 설계해야 한다. 또 컨버전스를 감당할만한 최소한의 인력과 권한을 온라인파트에 주어야 한다.

9. 백팩 저널리즘의 환상은 버린다. 신문 기자와 텔레비전 기자의 역할을 모든 기자들이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없다. 실제로 통합 뉴스룸의 장애요소와 관련된 세미나에서 언급된 내용을 보면 매체별 미학적 관점의 차이, 뉴스 가치의 차이, 기술에 대한 태도 차이 등 다양한 장애요인이 존재한다. 이 같은 매체별 특성에 대해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그렇지만 기존 조직원이 인정하든 인정하지 않든, 미래에는 멀티미디어 능력의 소지자가 필요하다. 젊은 기자나 수습 기자들을 신문과 방송 그리고 온라인 매체 사이를 종횡무진 이동하는 저널리스트로 키워내야 한다.

국내 뉴스룸 조직을 선진형이라고 보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출입처 중심주의는 관급 기사, 홍보 기사, 단편적 기사를 양산해 왔다. 직종 간 기능 분화도 덜 돼 있다. 방송 기자들은 현장에 있다가 뉴스 편집을 위해 본사로 돌아온다. 신문 기자들도 단신 기사까지 일선에서 처리할 만큼 라이터(writer)제도가 정착돼 있지 않다. 취재 현장은 바쁘게 돌아가는데 기사의 질과 제작분량을 보면 만족스럽지 못하다. 직종 간, 부서 간, 직급 간 벽이 높아 의견 교환이 원활하지 않다.


종편 출현은 뉴스룸 변화의 자극제
다양한 뉴스생산 시스템 등장 예고

구조적 문제점을 고치기 위해서는 뭔가 강력한 자극이 필요하다. 이런 면에서 신문과 방송 겸영구조의 출현은 뉴스룸 변화를 촉진하는 미디어산업의 ‘융합 자극제’가 될 수 있다. 어려운 경영 환경에서 종편에 참여하는 신문사들은 지상파 3사와 같은 보도국을 꾸릴 수 없다. 적은 인력과 예산으로 고품질 콘텐츠를 만들어내기 위해 뉴스룸의 멀티화에 총력을 쏟을 가능성이 크다.

뉴스룸의 멀티화가 단일한 모습으로 나타나지는 않을 전망이다. 4개 종편의 회사 규모, 생산 콘텐츠, 조직 문화, 주력 업종 등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각자에 적합한 길을 찾으려 할 것이다. 어떤 사업자는 뉴스플렉스 1.0 시스템을, 다른 사업자는 2.0 시스템을 채택할 것이다. 또 느슨한 협력모델부터 견고한 융합모델까지 출현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어떤 모델을 채택하느냐 보다, 채택한 모델을 얼마나 일관성 있게 밀고 나가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릴 가능성이 크다.
Posted by inha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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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kopi luwak 2011.11.22 20:4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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