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스마트폰으로 바라본 色다른 세상'
서영희 국민일보 사진부 기자
 



칼차이즈 렌즈에 1,200만 화소, 터치포커스, 듀얼 LED 플래시 탑재…. 하이엔드 디지털 카메라나 DSLR 카메라 사양이 아니다. 이 화려한 프로필의 주인공은 바로 지난 한 해 거세게 불어닥친 스마트폰에 내장된 카메라 사양이다.

초창기 휴대폰 부가기능에 불과했던 카메라 성능이 점점 좋아지면서 최신 스마트폰 카메라를 사용해 본 사람이면 누구나 감탄을 금치 못한다. 이제는 무겁고 값비싼 기기가 없어도, 포토샵 같은 복잡하고 어려운 프로그램을 몰라도 누구나 자기만의 개성 있는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시대가 왔다. 스마트폰 사용자가 1,000만 명에 가까워지면서 스마트폰에 대한 관심이 날로 늘어나고 있다. 또한 스마트폰으로 찍은 영화가 국제영화제에서 수상을 하는가 하면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SNS 서비스를 통해 새로운 미디어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사진기자와 스마트폰? 솔직히 어울리진 않는다. 그러나 사진기자로서 한번쯤은 집고 넘어가야 할 주제가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스마트폰에 대한 사진 다큐 준비가 시작됐다. 인터넷에서 스마트폰에 대한 자료를 검색해 본다. 우선 스마트폰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본다. ‘휴대전화에 인터넷 통신과 정보검색 등 컴퓨터 지원 기능을 추가한 지능형 단말기로서 사용자가 원하는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라고 나온다. 처음부터 너무 막막한 느낌이었다. 스마트폰 카메라 동호회와 스마트폰 사용자 모임 같은 곳에서 검색을 하면서 참신한 정보들을 많이 찾을 수 있었다. 사진기자인 내가 모르는 뭔가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것들을 글보다는 사진으로 보여 줘야 한다는 딜레마였다.

우선 찍어 봐야 해답이 나올 것 같았다. 많은 취재 현장에서 조심스럽게 스마트폰을 꺼내 ‘찰칵’ 하는 어설픈 셔터 음을 내며 취재를 시작해 본다. 스마트폰 작업 첫날 국민일보 수습기자들이 사진부에 일주일간 현장 실습을 나왔다. 수습기자 한 명과 취재현장에 동행해 사진에 대한 간단한 이론교육을 하라는 것이었다. 갓 들어온 수습기자들한테 사진기자로서 DSLR 카메라도 아닌 핸드폰으로 찍는 모습을 보여 주고 있자니 좀 민망하기도 했다. 그래도 수습기자들한테는 이러한 교육이 더 중요하지 않았을까 하고 생각하며 위로해 본다.



 
DSLR과는 다른 뭔가 다른 묘한 색감
스마트폰 카메라로 다양한 취재 현장에서 작업을 해 보았지만 스마트폰 카메라의 특성상 어두운 곳에서의 노출 문제가 있었다. 움직임이 많은 대상을 찍기에도 역부족이었다. 스마트폰으로 찍을 수 있는 것이라고 해도 일반 취재 현장에서는 스마트폰만이 가진 매력을 보여 줄 수 있는 사진을 얻기 힘들었다. ‘이건 아니다’ 싶었다. 

스마트폰 특성을 잘 살릴 수 있는 대상으로 취재 방향을 바꿔 봤다. 일반 취재 현장보다는 사진기자들이 주로 ‘그림이 안 될 때’ 찍게 되는 이미지 컷이나 스케치 사진 쪽으로 취재하기로 했다. 계속되는 한파에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는 경기 양평군 양수리 두물머리 일대가 얼어붙어 있는 사진이 각 언론사 지면에 나온 다음 날, 무작정 스마트폰을 들고 팔당댐 인근으로 향했다. 그래도 한 장의 사진은 건질 수 있으리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다. 날씨가 너무 추워 내가 쓰는 갤럭시S 터치스크린이 말을 듣지 않는다. 더 힘들었던 건 영하 15도의 날씨에 손끝이 시린데 스마트폰 터치를 위해 장갑을 낄 수 없다는 점이었다. 설상가상으로 카메라 앱을 10여 개 이상 깔아 놨더니 핸드폰이 버벅거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렇게 30여 분간 스마트폰과 씨름을 하며 찍은 사진은 고작 10컷도 안 됐다. 평상시 가지고 다니던 DSLR 카메라였다면 수십 컷은 족히 찍었을 것이다. 그래도 결과는 만족스러웠다. 30여 분 헤매다 보니 하얗게 얼어 있는 팔당호에 해질 녘 햇살이 비스듬히 비치고 있는 게 아닌가. 나무 한 그루 뒤로 펼쳐진 하얀 설경이 한 폭의 수채화 같았다. DSLR로 찍은 사진과 비교해도 뭔가 다른 묘한 색감의 사진이 나왔다.



신문에 쓰이는 사진과는 다른,
색깔있는 사진

솔직히 이번 사진 화보 메인은 스마트폰으로 ‘어! 이런 사진도 찍네. 이런 기능도 있네’라는, 뭔가 새로운 사진을 보여 주기 위한 시도였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신문에 쓰이는 사진과는 다른, 색깔 있는 사진을 보여 주려 했다.
 
스마트폰 카메라 열풍을 부추기는 또 한 가지. 바로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이다. 카메라 앱의 다양하고 편리한 기능이 스마트폰에 날개를 달아 주고 있다. 로모 카메라가 없어도 로맨틱한 느낌을 앱이 대신한다. 값비싼 파노라마 카메라가 없어도 광활한 풍경을 한 장의 사진에 담을 수 있다. 세상에 한 장밖에 없는 폴라로이드 느낌의 사진도 가능하다. DSLR 카메라에서만 느낄 수 있는 다양한 렌즈필터도 손쉽게 앱 하나로 해결된다. 어안렌즈의 느낌을 손끝 한 번의 터치로 끝낼 수도 있다. 스마트폰 카메라 앱은 ‘Fx Camera’ ‘PhotoFunia’ ‘Camera Fun Pro’ ‘Camera Illusion’ ‘레트로 카메라’ 등 줄잡아 수십 개에 이른다. 이 많은 앱들을 제대로 활용할 수만 있다면 사진의 지평을 넓히는 것도 가능하다.

“어! 이게 뭐야.
스마트폰으로 이런 것도 되니?”

이렇게 다양한 스마트폰 앱을 사용해 찍은 사진을 회사 화상 데스크에 올렸다. 사진부원의 반응을 떠보기 위한 미끼 사진이다. 사진에 대한 반응은 바로 왔다. “어! 이게 뭐야. 스마트폰으로 이런 것도 되니?” 반응이 의외로 좋았다. 동료 사진기자들마저 모르는 신기한 기능에 감탄을 금치 못한다. 그러나 카메라 앱을 사용해 본 젊은 기자들에게는 ‘누구나 알 수 있는 기능이라 식상하지 않을까’라는 말도 들렸다. ‘그래도 10년 넘게 사진을 찍었는데 사진기자만의 색다른 앵글을 찾아봐야 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으로 앱을 하나하나 다운받아 앱만의 특성을 요모조모 따져 봤다.

가장 쉬운 모델은 가족이었다. 만삭인 와이프는 사진을 피하니 제쳐 두고, 초콜릿 하나에도 말 잘 듣는 아들을 데리고 테스트를 시작한다. 모델료 치고는 싸게 먹힌다는 장점 때문에 다양하게 테스트해 봤다. 그러다 “아빠, 이건 이상하니까 지워! 다시 찍어봐” 하며 조그만 녀석이 감히 사진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여러 번의 시행착오를 거쳐 여러 가지 앱 중에서 써볼 만한 앱을 몇 가지 간추릴 수 있었다.

이번 스마트폰 카메라로 찍은 사진 다큐를 하면서 느꼈던 점은 사진기자들이 보는 시각과 스마트폰으로 보는 앵글이 많이 다르다는 것이다. 비록 사진기자 입장에서 보면 스마트폰 카메라 사양이 형편없어 보이지만 전문가용 DSLR 카메라 못지않은 앵글과 다양한 앱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매력적이다. 사진기자는 무거운 포토백에 와이드, 표준, 망원렌즈를 가지고 다니며 세상을 바라보는 세 가지 이상의 눈을 가지고 있다. 취재 현장에서 순식간에 벌어지는 찰나의 순간을 기록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눈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예전에 카메라가 니콘 D3로 바뀌면서 ‘이젠 카메라 사양도 좋아졌으니 사진도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사람이 바뀌어야지 카메라가 바뀐다고 사진이 좋아지겠어?”라는 모 선배의 짧은 여운의 말처럼 스마트폰도 마찬가지다. “쓰는 사람이 스마트해야 진짜 스마트폰이 된다”는 말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사진은 어떻게 찍느냐의 접근도 중요하지만 무엇을 찍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먼저라 생각한다.
Posted by inha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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