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 SO 지역채널 보도프로그램의 해설・논평 허용

이영주 서울과학기술대 IT 정책대학원 교수


유무선 네트워크가 널리 보급되어 있는 국내 미디어 환경에서 지역성을 실현하는 대표적인 매체는 지역 지상파 방송, 지역 신문, 그리고 케이블 TV SO등이다. 케이블 TV SO를 지역 매체로 보는 것은 지역 단위로 사업권을 할당받는 것 외에 SO가 자체적으로 프로그램 제작, 편성하는 지역 채널(local origination channel)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방송법 제 70조 제 4항과 시행령 제 55조에서 그 법적 근거를 찾아 볼 수 있는데, SO가 지역채널을 통하여 송신할 수 있는 방송 프로그램의 범위는 ①시청자가 자체 제작하여 방송을 요청하는 방송프로그램 ②방송통신위원회 규칙이 정하는 기준에 의한 종합유선방송구역 안의 지역생활정보 방송프로그램 ③지방자치단체의 시책홍보를 위한 방송프로그램 ④방송프로그램 안내 ⑤기타 지역사회 발전 및 지역주민 편의를 위하여 방송통신위원회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방송프로그램 등으로 국한하고 있다. 특히 방송통신위원회 시행규칙 제16조(지역생활정보 방송프로그램의 범위)는 특정사안에 대한 해설과 논평을 금지하고, 당해 방송구역이 속한 광역자치단체 내의 보도프로그램 및 생활정보프로그램 중 지역주민의 공동 관심사항으로 지역사회 발전과 지역주민의 편의를 도모하기 위한 생활정보 제공으로 방송 프로그램의 범위를 특정하고 있다.

케이블 TV SO로 하여금 지역 채널을 운영하게 한 입법 취지는 지역정보와 생활밀착형 프로그램의 제공을 통해 궁극적으로 지역민의 여론 형성을 촉진하려는 것인데, 이를 실현하는 프로그램의 범위와 내용을 제한함으로써 오래 전부터 논란의 소지가 되고 있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행정 업무를 감시하고 국민의 알 권리를 대변하여 다양한 시각에서 시청자들에게 제공되는 뉴스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방송 정책의 중요한 기본 목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통위에서 케이블 SO의 지역 채널이 방송하는 뉴스보도 프로그램에 대하여 해설・논평 기능을 금지하고 생활정보 중심으로 그 내용을 제한하는 것은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면이 없지 않다. 시청자가 선택할 수 있는 정보원의 다양성이 증가함에도 불구하고 뉴스보도 프로그램의 내용에 개입하는 경우에는 미디어 다원성을 넘어서는 정책적 목표가 존재할 때만이 법적 타당성을 갖게 된다. 더구나 최근 종편과 보도 채널의 추가 선정으로 사상의 자유 시장에서의 자유로운 의견 대립을 통해 민주주의의 초석을 다지고자 하는 현 방통위의 정책적 방향과 상충될 수 있어 케이블 TV SO의 지역 채널에 대한 내용 규제에 대해 진지하게 검토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먼저 지역채널의 운영 현황을 살펴보면, SO 지역채널의 방송시간은 월간 40,962분으로 47개사가 1일 24시간 종일 방송을 하고 있으며 티브로드를 포함한 17개사는 1일 평균 21시간을 방송하고 있다. 2010년 지역 채널의 본방송 편성비율은 평균 17.2%인데, 티브로드 계열 사업자의 본방송 편성비율이 평균 24.8%로 가장 높고, 씨엠비 계열 사업자의 본방송 편성비율이 평균 8.9%로 가장 낮았다. MSO에 속하지 않은 독립 SO의 본방송 편성비율은 평균 20.9%로 MSO보다 높은 편이었지만 사업자들간의 편차가 큰 편이었다.

현재 지역 채널에서 방송되는 프로그램은 방송법에서 지정한 범위 내의 프로그램인 생활정보, 시청자 참여 프로그램, 그리고 시군구 단위의 선거방송이 50% 이상이며, 나머지는 교양・오락 장르가 차지하고 있다. 자체제작 프로그램 비율은 55%까지 점차 증가하고 있으며, 전체 프로그램의 15% 정도를 보도 프로그램으로 편성하고 있다. 대부분의 SO가 웹사이트를 통해 지역채널의 편성표를 제공하고 있는데, 특히 주요 뉴스 동영상 클립을 VOD 형태로 제공하는 SO도 있으며, 뉴스 보도를 텍스트 형태로 검색할 수 있는 SO도 있다.


지역채널의 저널리즘

방통위에서 시행령과 규칙을 통해 케이블 TV SO의 보도 기능을 제한하는 결정적인 이유는 케이블 SO가 취재와 보도를 통해 적절한 저널리즘을 수행할 수 있는 인적・물적 여건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점때문이다. 대부분의 SO가 전문성을 갖춘 취재 인력과 장비를 갖추지 못한 상태이기 때문에 보도 프로그램을 제작할 역량이 부족하고, 그 결과 보도 내용이 심층적이거나 분석적이지 못하여 보도 내용의 질이 저하될 수 있다는 것이다. 보도 수준을 일정 수준 이상 담보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의 부재는 뉴스 보도의 생명이라 할 수 있는 공정성과 객관성을 유지하지 못하는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기사를 취재하고 영상물로 제작하는 인력이 갖춰지지 못한다면, 특정 사안에 대해 편협한 시각으로 보도함으로써 국민의 알 권리를 올바르게 대변하지 못하고 잘못된 정보를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10년도에 방통위에서 발간한 사업자별 방송사 인력 구성을 보면, 취재와 뉴스 프로그램의 제작을 담당하는 기자와 PD 수에서 SO 규모별로 큰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티브로드는 기자와 PD가 147명으로 어느 지역 지상파 방송보다 수가 많고, 심지어 매일경제TV, 한국경제TV와 같은 경제전문 채널보다도 많다. 그 다음 순인 CMB, CJ헬로비전도 각각 50명 수준으로 적지 않은 인력을 확보하고 있다. 그러나 반대로 MSO와 독립 SO 가운데 취재 기자가 거의 없거나 1~2명 수준인 경우도 매우 많다. 이러한 현실로 보건대 케이블 SO의 뉴스보도 취재 인력이 부족하다는 의견에 일리가 있음을 알 수 있다. 방송법상 보도 PP가 일반 PP와 다른 진입규제를 받는 것은 그만큼 방송의 공익성과 공공성에 대한 책임과 의무가 크다는 것이다. 따라서 비록 커버리지가 작은 지역에 그쳐 사회문화적 영향력이 극히 제한될지라도 케이블 TV SO가 지역성을 구현하는 보도 매체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더 전문 제작 인력의 확보에 힘쓰고 취재 장비와 설비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다른 차원에서 바라보면 전문 취재기자와 PD를 고용하여 양질의 뉴스 프로그램을 제작할 준비가 되어 있는 SO에게도 그렇지 않은 SO와 동일한 제약을 가하는 것도 설득력이 떨어진 과잉 규제가 될 수 있다. 여느 지역 지상파 방송사보다 탁월한 인적 자원을 갖출 경우 지역 공동체가 필요로 하는 뉴스보도 프로그램을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문적인 뉴스제작 역량을 갖춘 SO에 대해서는 해설・논평 기능을 포함한 뉴스보도프로그램의 제작을 단계적으로 허용할 필요가 있다.



지역 밀착 매체로서의 지역성 구현 수단

그 다음으로 케이블 TV SO의 지역 채널과 관련된 논의에서 지역 채널에서 방송하는 뉴스보도 프로그램의 범위를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지의 문제가 대두된다. 보도내용의 범위를 정부가 개입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내용에 근거한 규제(content-based regulation)이고, 내용규제를 가할 때에는 정부의 필수적인 이익이 제시되어야 하며,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이 문제에 접근할 때 정책 당국은 애초 SO로 하여금 지역채널을 운영하게 한 입법 취지와 목적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케이블TV SO의 방송권역을 지역별 특성에 따라 세분하여 허가한 것은 소지역 중심의 지역밀착형 서비스 제공을 통해 지역민의 방송복지를 제고하고, 지역의 의사소통구조를 활성화하여 지역민의 지역정보 욕구에 부응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지역채널에서 방송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단순 사건・사고 보도나 지방자치단체의 홍보 프로그램만으로 제한하여 지방 정부를 감시하고 비판할 기능을 부여하지 않는다면 지역에 근거한 매체로서의 기능을 수행할 수 없게 하는 것과 다름없다. 사건・사고・인물 동정 등 스트레이트 기사로만 보도하고, 다른 미디어와 동일 사건에 대한 관점과 해석이 다른 경우라 할지라도 이를 표현하지 못한다면 본질적인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다. 시청자의 입장에서도 전국 방송이나 지역 지상파 방송과 다른 의견을 가진 정보원에 접근할 기회를 박탈당하는 것이 된다. 지역 채널에서는 편성규제에 묶여 있는 지역 지상파 방송이 전하지 못하는 내용까지 전달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예를 들어 지역 정치인, 지역행정, 지역 공공기관, 나아가 지역의회의 활동에 대해 보도할 수 있으며, 지역 커뮤니티가 중요하게 여기는 공공 이슈에 대해 논의할 수 있다. 지역의 광고 수주가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지역 지상파 방송사의 대부분은 방송법상 명시된 편성비율을 맞추는 수준에서 로컬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나머지는 거의 중앙 네트워크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환경에서 케이블 TV의 지역채널에서 지역에 관한 뉴스정보를 시청자에게 추가로 제공한다면 시청자의 선택권이 확대되고 지역성을 보다 잘 구현할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다.

한편 케이블 TV SO의 뉴스보도 프로그램은 방통위의 허가를 받은 해당 지역사업권역 내에 발생하는 사안에 대해서만 보도하도록 범위를 제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있다.


케이블TV SO 보도구역

그러나 SO 지역이 서로 인접해 있어 기사 소재를 소지역내에서 찾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고, 뉴스 소재 자체가 지역 지상파 방송의 권역과 같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더구나 전국이 1일 생활권으로 묶여 상호 긴밀히 연결되어 있고, 지상파 방송도 웹사이트를 통해 실시간으로 방송 프로그램을 전국적으로 서비스하고,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여 스마트 디바이스를 통해 직접 해당 채널에 접근가능하게 되면서 방송권역의 구분이 사실상 무의미해지고 있다. 특히 CJ의 TVing, SKT의 호핀, Skylife의 슬링 박스를 이용한 다양한 형태의 N-Screen 서비스가 통신의 부가 서비스의 성격을 지님으로써 방송권역의 제한을 사실상 피할 수 있게 되면서, N-Screen 서비스는 가입자를 유지하기 위한 미디어 기업의 주요 전략으로 본격적으로 활용될 전망이다. 이러한 미디어 생태계의 변화를 반영하여 방통위에 의한 방송권역의 재편이 필요하게 되었고, 지역 채널의 보도 구역 또한 최소한 각 SO가 위치한 지역의 지상파 방송 권역까지 확대해도 무방하리라 본다.

Posted by inha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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