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신문의 미래 전략

김재필 KT 경제경영연구소 컨설턴트


최근 호주의 미래학자 로스 도슨은 전 세계 52개국 종이신문의 사망선고 연도를 발표했다. 가장 먼저 종이신문이 사라지는 나라는 미국으로 2017년이었다. 미국의 종이신문은 앞으로 6년밖에 살날이 남지 않은 것이다. 한국은 벨기에와 함께 2026년에 종이신문이 사라질 것이라고 하였고, 신문과 잡지의 강국으로 알려진 일본은 한국보다 5년 더 긴 2031년에 사망선고를 받았다.


종이신문이 사라진다

국가 간의 차이는 있겠지만 어찌 됐든 2040년 이후에는 지구상에서 종이신문 자체가 모두 사라질 것이라고 로스 도슨은 경고하고 있다. 미디어 혁명으로 인해 선진국에서는 이미 종이신문 산업이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가운데, 그 빈자리를 스마트폰과 스마트패드 등 새로운 디지털 디바이스들이 속속 채워 나가고 있다. 실제로 국내 신문매체 정기 구독률을 보면 1996년에 69.3%였던 것이 2008년에는 36.8%까지 하락하여 사람들이 점점 종이신문에서 멀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와는 반대로 국내의 스마트폰 가입자는 1,000만 명을 돌파했을 정도로 급성장하고 있다. 작년에 발매된 애플의 아이패드 역시 전 세계적으로 1,000만대 이상 팔리면서 기존 종이잡지 및 신문의 영역을 위협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기존 신문 사업자들은 ‘신문산업의 위기’ 혹은 ‘종말’이라고 표현하며 신문산업 자체가 붕괴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신문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종이’ 신문이 사라질 뿐이다. 오히려 신문은 IT를 통해 재탄생되어 더 풍부하고 다양한 가치를 소비자들에게 제공하게 된다. 이러한 트렌드를 반영하듯 최근 미디어의 제왕인 루퍼트 머독은 애플과의 제휴를 통해 ‘더 데일리(The Daily)’라는 아이패드 전용 신문을 선보였다. 가장 보수적인 산업 중 하나인 신문이 결국 IT라는 변화의 물결을 거스르지 못하고 받아들인 것이다.

얼마 전 일본의 유명 시사주간지 ‘다이아몬드’에서는 ‘신문•TV 승자 없는 소모전(2011년 1월 15일 자)’이라는 제목으로 특집 기사를 내보냈는데, 그 내용이 충격적이었다. 기존 미디어의 침체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뚜렷한 대응책이 없다면 일본 내 모든 신문사의 매출이 7~25년 후에 절반 이하로 감소한다는 것이다. 상황은 방송국도 마찬가지다. 앞으로 5년 후에 민영 방송국 중 TV아사히와 TBS가 영업 적자로 전락하고 나머지 방송국들도 이익 창출이 어려울 것이라는 시뮬레이션 결과가 나왔다.

그런데 이러한 예측은 이미 아사히신문이 2004년에 내부적으로 검토한 바 있다. 아사히신문이 작성한 ‘인터넷 시대의 신문’이라는 보고서를 보면 연간 800만 부를 기록하고 있던 아사히신문의 발행부수가 2025년에는 절반 수준인 497만 부로 감소한다고 예측하고 이에 대한 ‘보완책’으로 IT를 활용해야 한다는 분석까지 한 바 있다. 종이신문의 위기는 당시에도 이미 감지하고 있었지만 IT에 대한 대응방식은 어디까지나 종이신문을 보완하는 정도의 수준으로만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IT 쓰나미의 충격은 신문사들이 생각했던 것 이상이었다. ADSL로 인터넷 보급이 활발해지고 휴대폰 이용이 증가하면서 소비자들은 점점 신문에서 멀어져 갔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작년부터 몰아친 스마트폰, 스마트패드 돌풍은 가뜩이나 암울한 일본 신문의 미래를 더욱 어둡게 만들었다. 일본 신문은 지금 절체절명의 위기에 봉착한 것이다.


세계에서 알아주는 종이매체 강국, 일본

일본은 세계에서도 알아주는 종이 매체 강국이다. 신문은 물론 수많은 종류의 잡지며 도서, 만화가 매일 엄청난 규모로 발간되고 또 읽힌다. 전 세계의 신문 발행부수를 살펴보면 일본의 신문 시장이 얼마나 큰지 가늠할 수 있다. 일단 가장 많은 발행부수를 자랑하는 나라는 중국이다. 중국의 신문 발행부수는 무려 1억 1,000만 부. 더욱 놀라운 것은 전 세계 대부분의 신문 발행부수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중국만이 유일하게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뒤를 역시 인구수로 치면 중국 못지않은 인도가 발행부수 1억 부로 바짝 뒤쫓고 있다. 그리고 3위가 바로 일본이다. 몇 년 전까지는 미국이 발행부수 5,300만 부로 3위를 기록했지만 최근 4,800만 부까지 급감하면서 일본의 5,000만 부에 뒤지고 만 것이다. 일본 총인구수가 미국의 약 3분의 1 수준임을 감안한다면 일본의 신문시장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다. 참고로 한국의 신문 발행부수는 약 1,600만 부로 세계 7위에 해당한다. 규모는 일본의 3분의 1 정도이지만 세계 수준에서 놓고 보면 한국 역시 결코 작지 않은 시장이다.  

신문사 기준 발행부수로 보면 더욱 놀랍다. 세계 1~6위를 모두 일본 신문사가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1위는 일본 신문 시장의 선두주자이자 이승엽의 전 프로야구 소속팀으로도 유명한 요미우리신문사다. 일본 내 발행부수 1,000만부라는 엄청난 숫자로 일본 언론 전체를 좌지우지하는 막강한 파워의 소유자이다. 요미우리신문과 함께 양대 산맥을 이루고 있는 것이 발행부수 800만 부의 아사히 신문사다. 이 두 신문사가 일본 신문시장의 40%를 차지하고 있다. 이 밖에도 일명 닛케이로 잘 알려진 경제전문지 니혼게이자이 신문사 및 산교게이자이 신문사, 그리고 종합지 마이니치 신문사가 있는데 이들 5개 신문사가 일본을 대표하는 메이저 신문사들이다. 재미있는 것은 한국과 달리 일본 신문사들은 오래전부터 방송사와 출자 관계를 통해 밀접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요미우리신문은 니혼TV, 아사히신문은 TV아사히, 마이니치신문은 TBS 등에 출자하여 신문뿐만 아니라 방송 영역에서도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사실 1959년에 총무성이 ‘매스미디어 집중배제 원칙’이라는 신문사의 방송사 출자 제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긴 했으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원칙’일 뿐 법적 규제력이 없어 방송사 설립 초기부터 일본 신문사들은 출자에 관여하여 지금까지도 언론 파워를 구사하고 있다.  

IT가 없었던 과거에는 신문사와 방송사가 연합해 ‘그들만의 시장’에서 이익을 향유하고 막강한 영향력도 행사하며 나름의 장밋빛 미래도 기약할 수 있었다. 그러나 신문사들의 행복한 시대는 21세기에 들어서면서부터 조금씩 어둠이 드리워져 갔다. 가장 큰 원인은 인터넷과 휴대폰이었다.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가 일명 ‘파라솔 부대’라고 하는 젊은 영업사원을 전면에 내세워 일본 내 ADSL 보급을 확산시켰고 그 결과 초고속 인터넷 시대가 본격적으로 도래하였다. 사람들은 TV와 신문 대신 PC와 인터넷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고, 광고주들 역시 새로운 광고매체인 인터넷에 주목하게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신문사들은 IT 환경 도래가 자신들의 영역에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 단정하고, 오히려 인터넷의 정보 수준을 폄하하며 인터넷 버블을 경고하기까지 하였다. 하지만 상황은 신문사들에게 전혀 우호적이지 않았다. 일본 내 휴대폰 인구가 1억 명을 돌파하면서 인터넷 환경이 유선에서 무선으로까지 확대된 것이다. 사람들은 전차나 버스에서 신문 대신 휴대폰을 통해 뉴스를 보고 기사를 검색한다. IT로 인한 환경 변화가 신문사들을 ‘우물 안 개구리’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외우내환에 시달리는 일본 신문사

IT 환경 변화에 따른 신문사의 위기는 숫자로 구체화되기 시작했다. 5,000만 부를 자랑했던 신문 발행부수는 2010년에 마침내 4,900만 부로 떨어졌다. 더 큰 문제는 가구당 신문 발행부수가 0.92로까지 떨어져 신문 1부조차 보지 않는 가구가 존재하는 시대가 왔다. 가뜩이나 저출산에 고령화로 점점 신문 구독자 층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발행부수의 감소는 신문사들에게 심각한 적신호가 아닐 수 없었다.

이와 동시에 신문사를 압박하고 있는 또 하나의 위기는 신문매체에 대한 광고비의 축소다. 2008년 리만쇼크로 발발된 세계 금융위기는 일본 경제에도 영향을 미쳐 기업들이 광고비를 대폭 축소하기에 이르렀는데, 특히 신문 매체의 광고비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2007년 기준 일본의 총광고비 규모는 약 7조 엔이었는데 금융위기 이후 2009년 광고비는 약 5조 9,000억 엔으로 16% 정도 감소하였다. 그에 비해 신문의 광고비 규모는 같은 시기 9,460억 엔에서 6,730억 엔으로 무려 29%나 감소하였다. 반면 인터넷 광고비는 약 1조 엔 규모로 성장하여 신문 광고비를 추월하였다. 기업들이 마케팅비를 줄이기는 해도 인터넷 광고에 대한 선호는 점점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신문사들의 위기는 내부에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통방융합에 따른 새로운 형태의 미디어 매체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정보 유통 채널이 다변화되고 있었다. 애플TV, 구글TV로 대표되는 스마트TV와 Ustream 같은 실시간 인터넷 방송, NTT도코모의 모바일 방송 BEE-TV 등 신규 미디어 서비스가 기존 신문사들의 새로운 경쟁자로 대두되었다. 그야말로 외우내환이 아닐 수 없다.


콘텐츠 유료화는 멀고도 험한 길

작년 5월 일본에서 발매된 아이패드는 IT 업계뿐만 아니라 일본의 출판 및 신문업계에도 엄청난 충격을 던져 주었다. 선명한 화면에 노트북보다 휴대성도 높아 전자서적용 단말로 쓰기에 전혀 손색이 없었기 때문이다. 잡지사들은 앞다투어 자신들의 잡지를 디지털화하여 아이패드용 앱으로 선보였고 심지어 통신사인 소프트뱅크마저 여러 잡지들의 하이라이트를 패키지로 제공하는 종합 콘텐츠 서비스 ‘뷴’(Viewn)을 출시하기에 이르렀다. 이렇게 잡지사들은 발 빠르게 태블릿PC 환경에 대응한 반면, 신문사들 중에서 아이패드용 앱을 출시한 곳은 산케이 뿐이었다. 닛케이도 아이폰용 앱을 출시하긴 했으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인터넷 온라인 유료 회원을 위한 서비스 차원에서의 앱이다. 이렇듯 신문사들이 스마트폰, 스마트패드용 앱 출시에 대해 주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콘텐츠 유료화에 대한 차별성이 없기 때문이다.

경제전문지 닛케이신문은 2010년 3월 일본 신문으로는 최초로 온라인 유료 전자신문 서비스를 개시했다. 닛케이신문이라면 300만이라는 확실한 고정 구독층을 확보하고 있어 타 신문 사업자에 비해 어느 정도 재무적으로 안정적이라 할 수 있다. 그런 닛케이가 왜 굳이 리스크 높은 인터넷판 유료 신문을 발간해야 했을까? 그 해답의 실마리는 요금에서 찾을 수 있다. 닛케이 온라인 신문의 요금 체계는 두 가지이다. 하나는 종이신문과 온라인판 모두를 제공하는 ‘닛케이W플랜’으로, 요금은 종이신문 월구독료 4,300엔에 온라인판 1,000엔이 추가된 5,300엔이다. 다른 하나는 온라인 신문만 제공하는데 요금은 월 4,000엔이다. 아무리 봐도 납득하기 힘든 요금 체계이다. 온라인 신문만 보려고 했던 유저도 이 요금체계를 본다면 1,000엔 정도 더 내고 종이신문까지 볼 수 있는 W플랜을 선택할 것이다. 표면상으로는 온라인 유료 신문 서비스를 개시한다고 했으나 사실상은 ‘종이신문의 구독 해지 방지’를 위한 ‘고육지책’이었던 것이다.

닛케이를 비롯한 일본의 주요 신문들이 종이신문을 쉽게 포기할 수 없는 이유 중 하나는 보급소를 통해 나가는 지역 광고(일명 ‘찌라시광고’) 및 지면 광고 수입 때문이다. 디지털 신문이 활성화될 경우 직판 유통으로 인해 중간비용은 어느 정도 감소할 수 있지만 종이 매체에서의 광고수입은 이보다 더 크게 떨어질 것이 예상되어 닛케이 입장에서는 ‘이상한’ 요금제를 통해 자연스럽게 W플랜으로 소비자를 유도한 것이다. 이런 요금제 덕분인지 서비스 개시 1년 만에 닛케이 온라인 유료 가입자 수는 10만 명을 돌파하였다. 하지만 실상은 닛케이 본사가 계열사 및 사내 직원들에게 강제가입 압력을 행사하여 가입자 수를 늘린 것으로 실제 수익은 미미하다고 한다.

디지털 콘텐츠의 유료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닛케이만이 아니다. 일본 신문사로는 최초로 아이패드용 앱을 출시한 산케이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산케이는 아이패드 출시일에 맞추어 발 빠르게 아이패드용 앱을 출시했는데, 당시에는 무료로 제공하여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며 디지털 신문의 새로운 장을 여는 듯했다. 하지만 얼마 가지 않아 월구독료 1,500엔(약 2만 원)의 유료로 전환하면서 소비자들의 관심은 이내 사그라들었다. 결국 아이패드용 산케이 유료앱 다운로드 수는 1만 정도에 그치고 말았다. 동영상도 없고 종이신문을 그대로 스캔한 지면 보기식의 콘텐츠를 비싼 돈 내고 볼 정도로 여유 있는 유저는 없다는 얘기다.

아사히신문이 야심차게 내놓은 유료 전문가 언론 사이트 ‘WEBRONZA’의 경우는 더욱 심각하다. 2010년 6월 오픈한 이 사이트는 월 735엔(약 1만 원)만 내면 일본 최고의 전문 코멘테이터들에 의한 핫이슈 설명과 인사이트 등 일반 신문이나 잡지에서는 볼 수 없는 수준 높은 읽을거리를 제공한다. 하지만 아사히신문이 사운을 걸고 서비스를 개발했음에도 유료회원 수는 330명 정도. 800만 발행부수를 자랑하는 아사히신문의 브랜드가 무색할 정도의 수치다.


아사히신문의 ‘Astand’와 ‘News Plaza’

닛케이, 산케이, 아사히신문의 ‘WEBRONZA’ 모두 전문지라는 콘텐츠 차별성을 무기로 자신 있게 유료화를 선언했지만, 인터넷에만 들어가면 얼마든지 뉴스며 전문지식을 공짜로 얻을 수 있는 요즘의 현실 앞에서는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었다. 더 이상 콘텐츠 자체만으로 승부를 걸기엔 인터넷의 힘이 너무나도 막강했다. IT 시대에 기존 콘텐츠를 디지털화하기만 하면 모든 것이 해결되리라는 신문사들의 안이한 생각이 결국 유료 가입자 확보 실패 및 브랜드 실추라는 결과로 이어진 것이다.

비록 닛케이, 산케이, 아사히신문사가 콘텐츠 유료화에 실패했다고는 하나, 디지털 시대에 살아남기 위한 일본 신문사들의 노력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마이니치신문은 자신들의 콘텐츠를 여러 매체에 제공하는 CP(Contents Provider)를 지향하고, 닛케이와 산케이는 경제전문 지식을 활용한 니치시장을 공략한다. 발행부수 1,000만의 요미우리신문은 디지털 사업에 대해 어디까지나 부업 수준일 뿐이라고 일축하였으나, 비밀리에 디지털화에 대한 연구를 추진 중이고 디지털 사업 체제 정비도 모두 마쳤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특히 주목해야 할 신문사가 바로  ‘WEBRONZA’로 톡톡히 쓴맛을 본 아사히신문사다.

아사히신문은 일본 신문 중에서는 상당히 발 빠르게 IT 환경에 대응한 서비스를 제공하며 혁신을 주도하고 있는데, 작년 4월 ‘어스탠드(Astand)’라는 온라인 콘텐츠 판매 사이트를 오픈하여 플랫폼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Astand는 아사히신문사를 비롯해 시사통신사, 문예춘추 등 다양한 출판사가 제공하는 콘텐츠를 유료로 제공하는 사이트로, 이 중에서 특히 눈에 띄는 서비스가 ‘WEB신서(新書)’이다. ‘WEB신서’는 신문이나 잡지의 이슈 기사나 특집 기사를 발췌하여 읽기 쉬운 형태로 PC 및 아이폰, 아이패드 상에서 제공하는 전자서적 콘텐츠다. ‘정치•국제’, ‘경제•고용’, ‘사회•미디어’, ‘스포츠’ 등 총 9개의 카테고리로 나뉘어 있고 요금은 건당 대개 200엔 내외이다.



쉽게 생각하면 잡지나 신문 스크랩한 기사를 좀 더 예쁘게 편집해서 돈 받고 판다고 보면 된다. 이 아이디어는 우리가 잡지나 신문을 사도 처음부터 끝까지 세세하게 읽지 않고 중요한 부분만 훑고 지나간다는 점에 착안한 상품이다. 바쁜 현대인에게 중요하거나 읽고 싶은 섹션의 기사만 추려서 저렴한 요금에 읽을 수 있다는 것이 ‘WEB신서’의 장점인 것이다.

아사히신문은 한 발 더 나아가 올해 1월 기업을 대상으로 한 뉴스 다이제스트 서비스 ‘뉴스 플라자(News Plaza)’를 선보였다. 아사히신문을 비롯해 관광, 금융, 화학, 철강, 자동차 등 여러 산업계 동향지의 다이제스트판을 아침저녁 하루 두 차례 기업 고객에게 제공하는 서비스이다. 재미있는 것은 이 서비스의 출력 매체가 여느 회사라면 당연히 놓여 있는 복사기라는 것이다. 11개사의 신문사, 잡지사를 통해 수집한 정보들을 아사히신문사가 구글 앱 엔진을 이용해 데이터베이스화하여 복사기 업체 리코가 제공하는 복사기로 전송해 출력한다. 요금은 아사히신문 다이제스트의 경우 1라이선스당 9,450엔(약 13만 원)으로 구독기간은 6개월이다. 한 달 기준으로 2만원 정도인 셈이다. 이 서비스의 핵심은 정보의 압축성과 신속성이다. 선별된 정보의 신속한 제공은 기업의 사업 추진 및 의사 결정에 매우 중요하다. News Plaza는 B2B라는 니치시장을 공략하여 콘텐츠의 가치를 상승시켰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Astand와 News Plaza, 이 두 서비스에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클라우드라는 IT 기술을 도입해 플랫폼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다. 클라우드란 이용자의 모든 정보를 인터넷상의 서버에 저장하고, 이 정보를 각종 IT 기기를 통하여 언제 어디서든 이용할 수 있다는 개념이다. 지금까지는 신문사별, 잡지사별로 기사 DB를 관리하고 서비스를 제공했지만 클라우드 환경하에서는 신문사, 잡지사 구분 없이 모든 기사 정보를 한 곳에서 처리하여 다양한 매체를 통해 전달할 수 있게 된다.

아직 시험 단계이기는 하나 IT를 신문산업에 도입시킨 아사히신문의 노력은 분명 신문의 미래에 긍정적인 신호이다. Astand와 News Plaza의 성공은 아사히신문만의 성공이 아니다. 아사히신문의 플랫폼 전략은 그동안 디지털 시대에 방향을 잡지 못했던 신문 사업자들에게 미래 방향을 제시하는 나침반과도 같다. 이제 IT는 신문사에게 ‘보완’이 아닌 ‘핵심’이자 ‘생존수단’ 그 자체가 된 것이다.


아이패드 이용자의
미디어 접촉 3시간 많아

디지털 시대에 단순한 정보 제공은 신문사들에게 더 이상 좋은 BM이 될 수 없다. 정보의 범람으로 질보다 양을 우선시하는 ‘Fast Information’ 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콘텐츠 자체의 질 향상만으로는 유료화에 성공하기 어렵다. 양이 질을 압도하는 온라인 환경하에서는 ‘정보제공 +α’로 소비자에게 가치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좋은 예가 바로 아이패드용 잡지로 나온 ‘와이드(Wired)’이다. ‘Wired’는 기사와 연동한 동영상, 음원 등 오감을 자극하는 콘텐츠 제공으로 잡지의 개념을 읽을거리에서 볼거리로 바꾸어 놓았다. 최근 한국의 신문사들도 자사의 강점을 살린 앱 출시로 신문 이상의 가치를 유저에게 제공하려고 있다. 결국 단순한 정보제공을 뛰어넘어 플랫폼에 기반을 둔 가치를 주지 못한다면 신문사들은 살아남기 어렵다는 얘기다.

그런데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신문사 혼자만의 힘으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아사히신문이 다양한 플랫폼 전략을 위해 복사기 업체 리코와 제휴한 사례처럼 ‘영역 파괴’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언론의 제왕 루퍼트 머독조차도 애플과 제휴하여 ‘더 데일리’라는 새로운 형태의 신문을 선보일 정도다.

IT의 발달은 신문사에게 위기이자 동시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한다. 일본의 조사기관에 따르면 아이패드 이용자의 평균 신문구독 시간은 28분으로 아이패드가 없는 이용자보다 10여 분 더 짧다고 한다. 하지만 미디어 총이용 시간을 놓고 보면 비소지 이용자가 361분, 아이패드 소지 이용자가 559분으로 오히려 아이패드 이용자의 미디어 접촉 시간이 3시간 정도 더 많음을 알 수 있다. 다시 말해 신문사가 아이패드를 통해 무언가 새로운 가치를 제공해 줄 수 있다면 이용자들은 기꺼이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이다. 

로스 도슨은 2040년 이후 지구상의 모든 종이신문이 사라질 것이라고 하였다. 그렇다고 인류의 지식 발전을 담당해 온 신문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2040년이 종이신문의 사망 연도라면 2041년은 디지털 신문의 새로운 탄생 연도가 될 것이다. 종이가 처음 발명돼 인류 역사가 한 단계 진화했듯이 IT로 인해 신문은 새롭게 탈바꿈할 것이고 인류는 또 한번 진화의 계단을 밟게 될 것이다. 
 

Posted by inha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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